‘사면초가’ 윤석열의 출구전략

‘사방이 적’ 동네북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론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정치권의 경우, 한쪽에선 윤 총장을 추켜세우고 다른 한쪽에선 사퇴하라고 윽박지르는 중이다. 처가서 불거진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언론 역시 윤 총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졌다.
 

▲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은 박근혜-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인물로 꼽힌다. 한직을 전전하던 좌천 검사는 국정 농단 사태 특검 수사팀장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에까지 올랐다.

신뢰받다
공적으로

박근혜정부 당시 윤 총장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요청으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에 투입됐다. 그는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그 여파로 1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고 인사 과정서 한직으로 꼽히는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2013년 국정감사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와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이 과정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정부서 한직을 전전하던 윤 총장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 특검 당시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문재인정부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뒤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윤 총장을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다. 윤 총장은 전임 문 전 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5기나 낮은 기수 파괴인사였다.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윤 총장(당시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윤 후보자의 적격성이 증명됐다며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당은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맞섰다.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25일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와 대립 때도 버텼는데…
가족·측근 논란으로 최대 위기

이어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국민은 검찰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길 바라고 있다내부적으로는 그동안 보여왔던 정치 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무소불위 권력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되길 바란다고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문정부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검찰총장 임기를 시작한 윤 총장은 불과 두 달 만에 집권여당은 물론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조국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부터다. 사모펀드, 웅동학원, 입시비리 등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검찰이 수사에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고 검찰도 수사를 계속하면서 대립각이 커졌다. 집권여당과 청와대서 윤석열 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 조국 수호, 조국 퇴진을 외치는 집회가 열리는 등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도 청와대와 정부 인사를 향한 검찰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오히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사태 등을 수사하면서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서 조 전 장관의 후임인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장관이 인사권을 무기로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르면, 검찰이 기소권을 내세워 청와대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는 식이다. 그 사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의 힘을 빼놓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장모·아내
가족 논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자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진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문제는 사건 수사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퇴 압박이 들어왔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윤 총장 주변서 불거진 여러 의혹이 그에게 칼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언론 심지어 검찰 내부서까지 윤 총장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시작은 장모 최씨와 아내 김건희씨 등 윤 총장의 처가를 둘러싼 논란이다. 윤 총장의 처가 논란은 언론,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등에서 이미 수차례에 걸쳐 불거진 바 있다. 그때마다 윤 총장은 “관여하지 않았다” “잘 모른다” 등의 말로 해명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해당 논란이 한 번 더 불거지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검찰은 최씨의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을 두고 수사에 나섰고 지난달 27일 불구속 기소했다.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부동산 설명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의 재판은 오는 14일 열린다.

설상가상으로 한 검찰 수사관이 윤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렸다.
 

▲ 대검찰청

수원지검 강력부 A 수사관은 지난 7일 오후 “총장님과 가족분들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서 우리 조직과 총장님이 사랑하시는 일부 후배 검사님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서 또한 총장님의 가족들을 위해서도 그만 직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는 “총장님이 받는 의심은 다른 직원들이 받는 의심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총장님은 우리 조직의 대표이고 얼굴이시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총장님의 장모님과 사모님이 의심받는 상황서 누가 조사를 하더라도 총장님이 조사를 하신 것”이라며 “설령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검언유착?
휘말린 측근?


이날 비례 위성정당 열린민주당 최강욱·황희석·조대진 비례대표 후보들이 윤 총장의 아내 김씨와 장모 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축소하거나 생략한다면 올 7월 출범하는 공수처서 직무 태만 등 여러 문제를 짚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주가조작 혐의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2011년 자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했던 과정에 김씨가 쩐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에 대한 것이다.

최강욱 후보와 황희석 후보는 이전부터 윤 총장과 검찰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 왔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의 최 후보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있던 201710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후보는 검찰의 기소를 날치기 기소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30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총장이 저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 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윤 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MBC서 채널A 기자의 녹취록을 보도하면서 측근 논란이 불거졌다.

MBC는 지난달 31일 채널A 법조팀 기자 B씨가 금융사기죄로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라젠의 전 대주주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칠 수 있는 비위사실을 제공해줄 것을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서 B 기자는 윤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B 기자의 취재 과정서 언급된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3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을 컨트롤하는 고위 검사와 법조 출입기자는 같이 뒹군다이렇게 막장으로 치닫는 언론 권력과 검찰 권력의 협잡에 대한 특단의 조치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직접 감찰 가능성 나와
추미애 장관과 대놓고 싸우나?

법무부 전 인권국장 출신의 황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B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일부 공개하고 편지에 드러나는 것처럼 윤 총장이 등장한다모종의 기획에 윤 총장이 개입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이 B 기자와 유착 의혹이 불거진 C 검사장에 대한 감찰 착수 의사를 밝히자 자체 조사가 우선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녹취록 전문 내용을 파악하고 감찰 혐의가 있으면 감찰 여부를 결정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앞서 대검찰청은 채널AC 검사장이 의혹을 부인했다는 내용의 1차 보고를 법무부에 전달했다이후 채널AMBC에 기자와 제보자와의 녹음파일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채널A와 검사장의 입장만 전달하는 수준의 1차 보고가 불충분한다고 판단하고, 지난 2일 재조사를 지시했다.

재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법무부서 직접 감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조 전 장관은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직접 감찰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감찰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법무부 감찰규정 제52검찰서 자체 감찰을 수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감찰 대상자가 대검 감찰부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경우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일 때 직접 감찰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설 경우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상 조사
수사 확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지난 7일, B 기자와 C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철 전 대표에게 유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을 시 형사상 불이익을 암시한 점이 협박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민언련은 B 기자가 아직 신원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C 검사장과 논의해 이 같은 일을 진행했다고 보고 함께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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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