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서 날개 단 폴리스 스토리

검찰·국정원보다 세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이 날개를 달았다. 연일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검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숙원이던 독립적 수사권을 쟁취하면서 검찰과의 관계도 재정립될 가능성이 열렸다. 경찰 입장에선 지금이 화양연화일지도 모른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뿌리가 깊다.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순위서 검찰과 경찰은 국회와 함께 최하위권을 다툰다. 세 기관은 지난해와 2018년 나란히 뒤에서 13등을 차지했다.

신뢰도
바닥인데…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은 대통령(25.6%)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한 세 기관은 검찰(3.5%), 국회(2.4%), 경찰(2.2%)이었다. 2018년 조사 역시 경찰(2.7%), 검찰(2.0%), 국회(1.8%)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검찰과 경찰, 한 세트처럼 묶였던 두 조직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한 시점은 문재인정부 들어서다. 검찰은 앞선 정부서도 힘을 빼야할’ ‘개혁해야 할조직으로 여겨져 왔다. 이 같은 기조는 문정부 출범과 동시에 더욱 강해졌다. 문정부는 검찰에 적폐 청산을 위한 칼자루를 쥐어주면서 동시에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20175월 출범한 문정부는 같은 해 7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과제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로 대표되는 정부의 검찰 개혁 청사진이 포함됐다.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수행 독립성이 훼손돼왔던 검찰을 개혁하고 고위공직자 부패 근절을 위해 공수처를 설치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권 분산과 인권친화적 경찰 확립 실행 방안 등과 연계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719일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같은 달 25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 전 검찰총장이 취임하는 자리서도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언급했다. 문 전 검찰총장은 저에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잘하겠다고 화답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내용의 한시를 읊어 여러 해석을 낳았다.

당시 문 전 검찰총장이 읊은 한시는 대만의 저명 학자인 난화이진 선생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에 실은 것이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을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라는 내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통과
66년 만에 숙원 풀었다

하나의 하늘을 두고 요구하는 것이 각기 다른 것처럼 사람들 입장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요구한 검찰 개혁 방향에 우회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01712월 경찰개혁위원회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전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분리 권고안을 내놨다. 검찰이 기소권은 물론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어 표적수사 등의 폐해가 일어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다만 경찰관 관련 범죄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2018년과 20192년 동안 검·경 수사권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은 물론 정치권서도 대립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청와대는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그 권한을 경찰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20181월 청와대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따르면 검찰과 국정원의 권한은 축소된 데 반해 경찰의 권한은 강화됐다.
 

▲ 민갑룡 경찰청장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서 국정원의 핵심활동이던 간첩 등의 범죄에 관한 대공수사권을 경찰청에 신설하는 안보수사처(가칭)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역할은 대북·해외 업무로 줄어들었다. 또 경제나 금융 등 특별수사를 제외한 모든 1차 수사권은 경찰이 맡는다고 했다. 국정원과 검찰의 핵심 권한을 경찰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 전 검찰총장은 20183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검찰 패싱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문 전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서 검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안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각을 세웠다.

검 내리고
경 올리고

이후 20186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서 이 전 총리는 ·경의 관계를 대등·협력적 관계로 개선해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게 하는 내용은 수사권 조정 논의의 오랜 역사서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검찰은 기소권과 일부 특정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등 통제권을 갖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만드는 시기였다면 지난해는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의 시간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선거제와 공수처법, ·경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부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에 충돌사태가 일어나는 등 말 그대로 국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해 4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사법경찰관에 1차 수사종결권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에 보완수사와 시정조치 요구권 등을 부여했지만 이것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경찰이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경찰의 독립성이 확대됐다.

문 전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한다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 개혁
반사이익

민갑룡 경찰청장은 문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 청장은 수사권 조정은 현 정부 들어 바로 논의를 시작해 각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총리까지 나서서 법무부·행정안전부장관과 함께 합의문을 만들었다경찰은 경찰개혁위를 통해, 검찰은 법무검찰개혁위를 통해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합의안에 기초해서 국회 사개특위가 계속 열려 있었고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 수렴과 치열한 토론과정이 있었다패스트트랙 안건 지정 과정서도 수사권 조정 관련해서는 거의 쟁점이 없을 정도로 민주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문 전 검찰총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7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같은 해 8월 문 대통령이 조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이 시작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의혹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고 청와대는 검찰개혁으로 맞섰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해 12234+1(민주·바른미래·정의·평화+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수정안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 확보로 수사 재량권을 대폭 늘어났다. 그동안 수직 관계에 머물렀던 검찰과 경찰이 66년 만에 상호협력 관계로 거듭나게 됐다.

지난달 28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안의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시행을 위한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때로부터 1년 이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점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도 있다.

수사종결권에 정보 수집까지
‘공룡경찰’ 막을 법안 나와야

문제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 공룡경찰에 대한 우려다. ·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로 경찰은 정보와 수사 기능을 모두 거머쥔 거대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했다. 경찰 권력 분산을 위한 자치경찰제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경찰 권력에 대한 충분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간 민간인 사찰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정보 경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보 수집 기능축소가 경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지난해 3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는 경찰관의 정부 수집 기능에 대해 치안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로 규정돼있다.

하지만 치안정보에 대한 범위가 모호해 경찰이 자의적으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소 의원의 개정안에는 치안정보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 구체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개정안으로도 모호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 대검찰청

더불어민주당은 공룡경찰을 막기 위한 후속 입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개혁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이제 경찰 개혁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 경찰 권한 비대화에 따른 우려가 나오자 민 청장도 경찰 지휘부와 연 화상회의서 국가수사본부 도입과 자치경찰제 입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호소한다고 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경 수사권 조정 후속 추진단을 문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하는 동시에 경찰 권력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한 경찰 개혁법 통과에 힘을 쏟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제는
경찰 개혁?

정 총리는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거나 남용되지 않도록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해 운영하겠다자치경찰은 보다 가까운 거리서, 보다 이른 시간 안에 학교와 가정폭력, 교통사고 등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고 설명했다국가수사본부 신설 등을 통해 경찰의 수사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보완하겠다경찰의 수사역량을 제고하고 관서장의 수사 관여를 차단함으로써 책임 있는 수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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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