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조국몰이’ 검찰의 무리수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16 09:50:23
  • 호수 1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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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만 벌리고…역풍 맞을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를 상대로 무리한 수사를 했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매듭도 짓지 못하고 일만 더 벌리고 있는 모양새다. 
 

재판 과정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조 전 장관 청문회 과정서 제기됐던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법원에선 검찰의 공소장이 허점투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사실상 별건 수사로 또 다시 칼을 갈고 있다. 

5가지나… 
공소장은 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했다. ‘사실상 같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핵심 이유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지난 10일 정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서 “공범과 범행 일시, 장소, 방법, 행사목적이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검찰 측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9월 동양대 표창장 위조 건으로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11월 검찰은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 첫 기소에 대한 재판 과정서 검찰은 추가 수사 결과를 반영해 범죄 혐의를 변경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공소장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서만 허용된다. 법원이 검찰 측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공소장서 공범·일시·장소·방법·행사목적 등 5가지나 달라져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다. 처음 공소 제기 당시의 범죄 혐의 등의 사실 관계와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장 내에 기술된 사건이 같은 사건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다.

재판 과정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원래의 공소장에는 표창장 위조 시점이 2012년 9월7일이라고 돼있었다.

허점투성 정경심 공소장 변경 불허  
조 전 장관 잡기 위한 무리한 기소?

하지만 추가 기소한 공소장에선 2013년 6월로 기재돼 큰 차이가 있다. 법원은 다른 사건이라고 봤다. 범행 장소도 역시 처음엔 동양대학교였지만 변경 후에는 정 교수의 주거지로 특정됐다.

공범 역시 불상자서 딸 조모씨로 바뀌었다. 위조 방법에도 추가 설명이 이뤄졌으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 국내 유명대학 진학 목적서 서울대에 제출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됐다. 이렇게 중대한 변경이 있었으므로, 법원은 공소사실이 동일하지 않다면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공소장 변경 불허 결정이 나자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본은 피고인이 딸 조씨에 대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라며 “일시나 장소 등 부수적인 사실만 구체화해 공소장을 변경한 것인데, 변경을 불허한 재판부 결정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반발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검사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나. 자꾸 그러면 퇴정을 요청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정 교수 쪽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를 서두른 결과라며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고무된 반응을 내놨다. 재판부는 검찰이 사건 기록을 정 교수 쪽에 공유하지 않을 경우 “보석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번 재판부 판단은 지난 9월 검찰의 기소가 성급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인 9월6일 밤 정 교수의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 공소를 제기한 조 전 장관의 딸 인턴 경력 조작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공주대는 조씨의 공주대 인턴 과정 당시 연구물 저자 등재 등에 대해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딸 인턴 의혹
조작 아니다

지난 10일 공주대에 따르면 조씨 인턴십 등에 대한 연구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이 10월 초쯤 나왔다. 조씨는 한영외고 3학년이던 2009년 자연과학대 김모 교수가 진행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십’에 참여했다. 

조씨는 3주간 인턴을 마칠 무렵 일본 도쿄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영어로 된 초록(포스터)을 발표하고 ‘학술 활동 발표 초록’ 제3저자로 등재됐다. 공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해당 연구물 초록의 조씨 저자 등재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공주대 관계자는 “조씨가 저자로 등재된 연구물은 주요 논문이 아니라 A4용지 4분의 1쪽에 불과한 발표 초록”이라며 “조씨가 국제학술대회 발표장서 질의응답을 담당했으니 제3저자로 충분히 등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정 교수의 3번째 공판 준비기일서 조씨의 공주대 인턴 경력을 꾸몄다는 의혹에 대해 공주대 자체 판단을 확인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주대 연구윤리위원회서 이 의혹을 심의했다는 보도를 봤지만 결과는 보지 못했다”며 “우리 헌법상 학문의 자유 하나로 대학 자율권이 보장되는 만큼 재판부 입장에선 대학 자체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씨

검찰이 자녀 입시부정과 사모펀드 개입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을 세번째로 소환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조 전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뒤 오후 8시께 조서 열람을 마치고 돌려보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조사한 것은 이날이 벌써 세 번째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조 전 장관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달 21일에도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은 두 차례 조사서 모두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진척 없는
소환 조사

조 전 장관은 재판에 넘겨진 부인 정 교수의 혐의에 연루돼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정 교수의 공소장에도 조 전 장관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다만 아직 수사 중인 상황인 만큼 공범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자녀들의 대학 및 대학원 입시를 위해 허위로 스펙을 만드는 과정에 조 전 장관이 개입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자녀들의 대학원 입시에 제출된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발급한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서 근무한 바 있다.


검찰이 그나마 자신 있어 했던 사모펀드 부분도 난관에 봉착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이고, 차명으로 금융거래한 것에 조 전 장관이 관여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인물인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와 정 교수의 동생가 법정서 기존 검찰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최근 열린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서 조범동씨는 “나와 정경심의 투자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가조작을 공모했다는 부분에 대해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 교수 동생 측도 “시세차익은 커녕 손해만 잔뜩 봤는데 무슨 주가조작이냐”고 반발했다.

검찰 수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조 전 장관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은 변호인을 통해 “일일이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다”고 입장을 밝히고 매 검찰 조사마다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범·범행 일시·장소 등 모두 달라
사문서 위조 혐의 무죄 선고 가능성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별건 수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검찰은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과 ‘청와대 김기현 전 울산 시장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당시 민정수석이 조 전 장관이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당시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에 연루된 상태다.
 

▲ 생각에 잠긴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은 최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조사 과정서 당시 조 수석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의견을 들은 뒤 유 전 국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장관 측은 “박 비서관과 백 전 비서관이 함께한 3인 회의서 수사 통보할 정도가 아닌 경미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금융위에 첩보를 전달하고 사표를 받는 선에서 종결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조만간 조 전 장관을 소환해 유 전 국장에 대한 감찰 중단 과정과 사유를 조사한 뒤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6·13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1일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10시간가량 조사했다.

별건 수사
확대 가닥?

임 전 최고위원은 2016∼2018년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을 지냈고, 2017년엔 중앙당 최고위원도 지냈던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해 지방선거 무렵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비위 의혹 첩보를 문서로 정리·배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최고위원은 2017년 10∼11월 무렵 김 전 시장의 비위 의혹을 문서화해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서 나눠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나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첩보 내용 자체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이 이번 의혹과 관련해 연관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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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