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정적 순간

‘꽃길→가시밭길’ 남은 1년도 첩첩산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1년을 맞는다. 취임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윤 총장에 대한 평가는 ‘우리 총장님’서 ‘식물총장’으로 급전직하했다. 윤 총장이 변한 걸까,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걸까. <일요시사>가 지난 1년 윤 총장의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2017년 3월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그해 5월 대통령 선거서 정권이 바뀌었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보수정권이 붕괴하고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정치권에 천지개벽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도 180도 뒤집혔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의 검사 인생은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굴곡졌다. 윤 총장은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했다.(23기) 동기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인 34세에 공직을 시작한 윤 총장은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의 검사 생활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이후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징계를 받았다. 당시 윤 총장이 국정감사 자리서 외압을 폭로하는 모습은 그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이때 나왔다. 


이후 윤 총장은 2014년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당했다. 기수문화를 중시하는 검찰서 주요 보직서 일했던 선배 검사가 후배 밑으로 간다는 자체가 굴욕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윤 총장은 검찰을 떠나지 않았고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검찰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6월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이후 지난해 7월25일 199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지검장 출신의 첫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43대 검찰총장 취임= 시작은 꽃길이었다. 윤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면서 이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과 불법자금 수수’를 들었다. 정치권의 불법행위가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칼잡이의 등장에 국민은 물론 대통령도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아주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며 “기억하는 한에서 검찰총장 인사에 이렇게 국민의 관심이 크게 모인 적은 역사상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국민 사이에 검찰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크고 신임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검장 안 거친 첫 검찰총장
대통령 기대 속 취임했지만…

그러면서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조국 수사= 윤 총장과 청와대·집권여당의 허니문 기간은 길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가족 비리·사모펀드 등의 의혹이 쏟아졌다. 검찰이 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강제수사를 개시한 시점은 8월27일. 이날을 기점으로 윤 총장과 문정부는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입시비리·사모펀드·웅동학원 의혹과 관련해 고려대·서울대·코링크PE·웅동중 등 3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9월6일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조 전 수석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전격 기소됐다. 

숱한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조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이후 2주 뒤인 9월23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검찰은 11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민 여론은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분열됐다. 분열된 여론은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서 세 싸움에 돌입했다.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은 조국 수호와 함께 검찰 개혁을 외치며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쳤다. 반면 광화문에서는 ‘문재인정권 규탄’을 외치며 맞섰다. 불과 2개월 전 윤 총장의 청문회 때와 비교해 공수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 연출됐다. 

▲공수처법 통과 & 추미애 장관 취임=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1호 공약으로 ‘검찰 개혁’을 내세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았다. 공수처의 설치는 노무현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진보정권의 숙원이었다.

한 달 만에
장관 공격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지 244일 만이다. 공수처는 별도의 독립기구로서 지위를 갖고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맡는다. 공수처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검찰 권력은 약화된다. 

윤 총장은 공수처법 통과 이후 나온 첫 대외 메시지서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그는 청문회 서면 답변서도 “공수처법은 이미 입법 과정에 있고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며,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제도 개편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지금보다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법이 통과된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조 전 장관에 이어 문정부 세 번째 법무부 장관이 된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사안마다 대립했다. 칼을 먼저 휘두른 건 추 장관이었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측근들을 흩어놨다. 

윤 총장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기소하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된 인사들을 무더기로 기소하는 등 기소권으로 맞섰다. 윤 총장과 추 장관 사이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기만 했다. 이후 21대 총선서 범여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가족·측근
도덕성 타격

▲장모·아내 의혹= 올해 초 윤 총장 가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월 윤 총장의 장모 최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최씨는 동업자와 함께 지난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서 자금을 모으는 데 350억원대 위조 통장 잔고증명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아내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논란도 나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2월 경찰 수사첩보 보고서를 인용해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에 대해 경찰이 2013년 정식 내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의혹은 윤 총장의 청문회서도 거론된 적이 있지만 윤 총장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핵심증인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최강욱 대표와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총선 기간인 지난 4월7일 최씨와 김 대표를 각각 사문서 위조 및 사기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이들은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만약 가족 수사에 진전이 없다면 7월 출범하는 공수처서 검찰의 직무유기, 직무태만 문제를 짚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내와 장모 의혹은 내내 윤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황 최고위원은 지난 4일에도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는 한 인터넷 매체 보도를 공유하면서 “머지않아 드러날 윤 총장 가족의 현란한 행각이 여러분의 얼마 남지 않은 자존감마저 탈탈 털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난 4월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고발장을 제출한 사람 중 하나”라며 “이제 두 달이 넘었다. 석 달은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사건은 김씨(김 대표)가 보유했던 주식을 언제 얼마에 팔았고, 매도 주문이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를 파악하면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인지 웬만한 것은 다 결정된다”고 압박했다. 

조국 수사 뛰어들면서 청과 대립
수사지휘권 결국 수용 사면초가


▲‘최측근 연루’ 검언유착 의혹= 가족 의혹에 이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연루되면서 윤 총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한 윤 총장의 결정을 두고 법무부와 추 장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서 강하게 반발했다.

추 장관은 2005년 이후 15년 만에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은 전국 검사장 회의, 법조 원로 등을 통해 자문을 구하고 ‘독립 수사본부’라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추 장관에게 거부당했다. 결국 검언유착 의혹서 대검이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 국회 본회의 통과하는 공직수사처비리법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적으로 항명한 것도 윤 총장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검찰 내부서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례기 때문이다. 실제 항명 논란이 불거진 이후 3주 동안 윤 총장은 이 지검장의 주례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의 남은 임기 1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보다 더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먼저 공수처 출범이 예정돼있다. 다만 공수처법 시행일인 15일 현재 국회가 공수처 출범은커녕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마저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공수처 후속 3법에 대한 처리도 이뤄지지 않아 7월 내 출범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 인사도 임박했다. 법무부는 이달 안으로 하반기 검찰 중간 고위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인사 단행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법무부와 대검의 관계가 크게 틀어진 만큼 윤 총장을 고립시키는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인사 
고립될 듯

추 장관은 지난 6월 국회에 출석한 자리서 “지난 1월 인사는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며 1월 인사가 당시 검찰 간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음을 분명히 했다. 또 “일단 인사 기조는 형사공판부서 묵묵히 일해온 인재들을 발탁하고 전문검사제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향후 인사 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위법하다’는 의견을 낸 검사장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당시 검사장들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또 총장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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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