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윤석열의 플랜B

고개 숙인 칼잡이…무릎까지 꿇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사는 ‘칼잡이’로 비유된다.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은 ‘강골 검사’ ‘칼잡이’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방어보다는 공격에 특화됐다. 하지만 최근 윤 총장은 방어에 급급하다. 법무부, 집권여당, 검찰 내부서까지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한 사건을 두고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전문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함께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총장 고집
꺾은 장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윈회는 이날 오전 열린 부의심의위원회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다. 수사심위의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을 심의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앞서 삼성 합병·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청으로 열린 바 있다. 

수사심의위 소집은 채널A 이모 기자로부터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14일 이 전 기자 측이 검찰 수사가 절차적 형평성을 잃었다며 전문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당시 대검은 이 전 기자 측의 진정을 받아들여 사건을 전문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전문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다.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현직 검사와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학식과 경험을 갖춘 대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다.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 ‘측근 비호’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윤 총장은 전문자문단에 대한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러자 추 장관의 비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반대 등 검찰 안팎서 윤 총장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추 장관은 윤 검찰총장을 상대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2005년 이후 15년 만으로,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수사지휘권→최후통첩→절충안 거부
강공일변도에 결국 대검 손 떼기로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민감하게 반응한 경험이 있다.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추 장관은 대검찰청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휘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전문자문단 소집을 두고 지휘부와 정면으로 맞붙었다. 수사팀서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자 대검은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거부했다.

수사팀이 상부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항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후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총장이 수세에 몰렸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지금까지 (윤 총장을)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며 경고성 발언을 날린 바 있다. 발언 다음날 추 장관의 결단에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대검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직후 다음날 열기로 한 전문자문단 회의를 취소했다. 대검은 지난 2일 기자들에게 공지한 입장문을 통해 “내일(3일) 전문자문단은 소집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고 전했다.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검사장 회의 배경을 두고도 신중한 의사 결정이라는 해석과 검사장들의 신임을 등에 업고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됐다. 

15년 만에
지휘권 발동

검사장들은 3일 전국 검사장 회의서 전문자문단 절차 중단은 따를 수 있지만 ‘수사지휘 권한’ 박탈은 위법·부당하므로 수용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추 장관의 지시가 윤 총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연결돼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검사장들은 윤 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박탈하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부적절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도록 지시한 것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규정한 현행법과 충돌된다고 판단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가 같은 법 12조서 정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임검사 제도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 한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논란 이후 도입됐다. 

검사장 회의 결과는 지난 6일 윤 총장에게 보고됐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휘에 대해 ▲전면 수용 ▲일부 수용 ▲불수용 등의 대응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 과정서 법조계 원로들의 의견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결단이 늦어지자 연일 압박에 들어갔다. “수사팀 교체나 제 3의 특임검사 주장은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장관 지시에 반한다”(3일), “검사장 여러분들은 흔들리지 말라”(4일)에 이어 지난 7일에는 법무부 보도자료를 통해 “(윤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이어 “검찰총장이라도 본인, 가족 또는 최측근인 검사가 수사 대상인 때에는 스스로 지휘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8일에는 9일 오전까지 답변하라고 공개적으로 최후 통첩했다. 추 장관은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거듭 재촉했다. 


장고 끝에
지휘 수용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최후 통첩날인 8일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했지만 즉각 거부당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추 장관의 수시지휘에 대해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 받는 안을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절충안에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검은 윤 총장의 이런 결정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이 윤 총장의 입장을 공개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총장의 건의 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전했다. 휴가 중이던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건의 내용을 보고 받고 즉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러자 대검은 9일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 수사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자체로 윤 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됐고, 이미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추 장관의 지휘가 관철된 셈이다.


또 윤 총장의 독립수사본부 건의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미 물밑서 합의한 내용이라고도 했다. 대검은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으며, 어제(8일)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법무부의 요청대로 공개 건의했지만 추 장관이 돌연 거부했다는 뜻이다. 

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전국 검사장 회의서 나온 의견, 절충안 건의 등의 방안이 전부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감찰은 사실상 해임 절차의 시작을 의미한다.

윤, 운신의 폭 더욱 좁아질 듯
국민 여론·임기제 업고 돌파구?

이제 윤 총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건(라임 사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 피해가 불거진 옵티머스 사건 등 여권 관계자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나온 사건들은 여전히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들로 수사 동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그나마 기댈 부분은 윤 총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다. 최근 몇몇 언론서 진행한 윤 총장의 거취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반 응답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집권여당을 비롯해 법무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가량은 윤 총장이 사퇴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 사퇴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4.0%로 나타났다. 찬성 응답은 38.9%였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분류되는 40대와 권역별로는 광주·전남북을 제외한 전 연령, 전 권역서 사퇴 반대 여론이 강했다.(자세한 사항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참조)
 

대선주자 여론조사서도 10% 지지율을 기록해 범야권 후보들 사이서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진행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윤 총장은 10.1%의 지지율로 민주당 이낙연 의원(30.8%),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추 장관과 집권여당의 공격이 오히려 윤 총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법에 명시된 점도 윤 총장에겐 나름의 무기가 될 수 있다. 1998년 임기 2년, 중임 불가를 골자로 하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25일 취임, 아직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이다. 집권여당서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임기가 법에 명시된 검찰총장을 해임할 경우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사퇴 없다

하지만 윤 총장의 아킬레스건도 뚜렷하다. 일단 아내와 장모가 얽혀 있는 사건이 윤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무부와 정면충돌을 벌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는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가 연루된 상황이다. 법무부와 집권여당의 공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인사, 검찰총장 감찰 등 추 장관의 추가 카드도 윤 총장에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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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