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법무부’ 제3라운드 관전포인트

법 장군 검 멍군…다음 수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총장 윤석열)과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갈등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잠잠해질 만하면 어디선가 불씨가 날아와 다시 불타오르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으로 국내외 모든 이슈가 잠식되고 있는 상황서도 그들만의 리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했다. 지난해 101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80일 만이다. 당 대표까지 지낸 5선 국회의원 경력의 추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이 예고됐다.

조국 이어
구원투수로

추 장관은 취임 다음날인 3일 법무부 대강당서 진행된 취임식서 검찰 개혁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 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우리 법무부는 검찰 개혁의 소관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그 어려움만큼이나 외부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검찰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인사권과 기소권으로 공방을 벌였다.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 검찰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기소하는 식이다. 그 사이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1라운드 검찰 인사’=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지난달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이 모두 교체됐다. ‘윤 총장의 손발이 모두 잘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각각 부산고감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그 자리에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이 왔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맡게 됐고,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총괄한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법무부 감찰국장으로 보임됐다. 이 검사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된 경력이 있다.

검 인사·선거개입 의혹 기소
추 장관 취임 후 연이어 충돌

검찰과 법무부는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이미 충돌 중이었다. 법무부는 법에 명시된 대로 검사 인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에게 법무부 청사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대검은 구체적인 인사명단을 보여줘야 의견을 낼 수 있다며 거절했다. 두 기관은 각자의 입장을 담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는 등 인사 발표 직전까지 갈등을 빚었다.

추 장관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다음날인 지난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위 이후에도 얼마든지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무려 6시간을 기다렸다그러나 검찰총장은 3의 장소로 인사의 구체적 안을 가지고 오라고 법령에 있을 수 없고 관례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2라운드 무더기 기소’=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법무부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 인사서 청와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수사팀의 차장검사는 전원 교체된 반면 부장검사는 대부분 유임됐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최 비서관은 2017년 법무법인 청맥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가 본인 사무실서 인턴을 했다며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하고 입시에 활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2017110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서 문서 정리와 영문 번역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주고 지도 변호사명의 인장을 찍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최 비서관 기소 과정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항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수사팀이 이 지검장에게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고, 윤 총장이 직접 지시했음에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

인사 문제
법무부 선공

검찰의 최 비서관 기소에 법무부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업무방해 사건 날치기 기소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최 비서관의 기소 경위를 감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검찰의 기소에 대해 날치기 기소라고 규정했다. 대검은 윤 총장의 지시에 따른 적법한 기소였다고 맞섰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은 22일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검사 인사 발표 전 최 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다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를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서면조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고, 본인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소환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이 검사 인사 발표 30분 전에 지검장의 결재와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기소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법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관련자들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날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수사와 송 시장 선거공약 논의에 참여한 청와대 인사들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13명 기소
검도 공격

검찰은 송 시장이 20179월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하고, 송 전 부시장은 같은 해 10월 문 전 행정관에게 비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제보를 토대로 범죄첩보서를 작성한 문 전 행정관,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한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 이를 넘겨받아 수사한 황 전 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3라운드 수사·기소 분리’= 앞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논란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이후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는 잠시 훈풍이 불었다. 지난 6일 추 장관은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8층 접견실서 윤 총장과 회동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그동안 검찰과 법무부가 충돌했던 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회동 뒤 앞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협조할 일이 아주 많다대통령도 각별히 국가수사 총역량을 유지하는 원칙서 기관 간 개혁을 협조하라는 당부 말씀을 전하며 서로 소통해 나가자, 오늘 개소식은 소통하는 의미로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도 공감해줬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

하지만 잠잠해지는 듯 했던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지난 11일 추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다가 검사장회의까지 예정돼있어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추 장관은 지난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직접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범죄 혐의점을 인지한 검사가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기소 결정권까지 갖는 현 체제에서는 검사가 독단과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추 장관은 검사장회의를 소집했다. 법무부장관 주재의 검사장회의는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부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윤 총장은 검사장회의 참석 대상이 아닌 만큼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추 장관이 꺼내든 수사·기소 주체 분리 카드에 윤 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지검 방문 당시 직원 간담회서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며 컴퓨터 앞에서 조서를 치는 게 수사가 아니다.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수사고, 검사와 수사관의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는 입장이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
일선 검사들까지 집단 반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과 관련해 일선 검사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일본이 주요 선진국 대비 무죄율이 극도로 낮은 이유는 이른바 정밀 사법이라는 일본의 소극적 기소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근거로 일본의 제도를 내세운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는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소추라는 행위를 결정하기 위해 수사 절차가 필요불가결한 것인데, 필요불가결한 행위를 마치 칼로 자르듯이 인위적으로 쪼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의 반발은 검사장회의로까지 번졌다. 일선 검사들은 검사장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회의록 공개는 전례가 없다고 맞받으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주요 사안이 논의되는 자리인 만큼 회의를 생중계하거나 회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검사들의 입장과, 회의록 공개 불가라는 법무부 방침이 맞선 것이다.
 

▲ 검사장 취임식

추 장관은 검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모든 개혁은 누군가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 추진과 관련해 조직적 반발이 있다면서도 국민 중심으로 볼 때 이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21일 열릴 예정이던 검사장회의는 연기됐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환자가 하루 사이에 무더기로 늘어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해서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출입기자들에게 전국 검사장회의 연기 결정이라는 제목의 문자를 보냈다.

검사장회의
돌연 연기

그러면서 오늘 대구·경북지역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8(19일 오후8시 기준)이 발생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심각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일선 검사장들이 관할한 지역서 코로나19 확산 관련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전국 검사장회의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에 부담을 느껴 검사장회의를 연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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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