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법무부’ 제3라운드 관전포인트

법 장군 검 멍군…다음 수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총장 윤석열)과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갈등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잠잠해질 만하면 어디선가 불씨가 날아와 다시 불타오르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으로 국내외 모든 이슈가 잠식되고 있는 상황서도 그들만의 리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했다. 지난해 101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80일 만이다. 당 대표까지 지낸 5선 국회의원 경력의 추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이 예고됐다.

조국 이어
구원투수로

추 장관은 취임 다음날인 3일 법무부 대강당서 진행된 취임식서 검찰 개혁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 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우리 법무부는 검찰 개혁의 소관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그 어려움만큼이나 외부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검찰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인사권과 기소권으로 공방을 벌였다.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 검찰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기소하는 식이다. 그 사이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1라운드 검찰 인사’=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지난달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이 모두 교체됐다. ‘윤 총장의 손발이 모두 잘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각각 부산고감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그 자리에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이 왔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맡게 됐고,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총괄한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법무부 감찰국장으로 보임됐다. 이 검사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된 경력이 있다.

검 인사·선거개입 의혹 기소
추 장관 취임 후 연이어 충돌

검찰과 법무부는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이미 충돌 중이었다. 법무부는 법에 명시된 대로 검사 인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에게 법무부 청사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대검은 구체적인 인사명단을 보여줘야 의견을 낼 수 있다며 거절했다. 두 기관은 각자의 입장을 담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는 등 인사 발표 직전까지 갈등을 빚었다.

추 장관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다음날인 지난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위 이후에도 얼마든지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무려 6시간을 기다렸다그러나 검찰총장은 3의 장소로 인사의 구체적 안을 가지고 오라고 법령에 있을 수 없고 관례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2라운드 무더기 기소’=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법무부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 인사서 청와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수사팀의 차장검사는 전원 교체된 반면 부장검사는 대부분 유임됐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최 비서관은 2017년 법무법인 청맥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가 본인 사무실서 인턴을 했다며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하고 입시에 활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2017110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서 문서 정리와 영문 번역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주고 지도 변호사명의 인장을 찍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최 비서관 기소 과정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항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수사팀이 이 지검장에게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고, 윤 총장이 직접 지시했음에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

인사 문제
법무부 선공

검찰의 최 비서관 기소에 법무부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업무방해 사건 날치기 기소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최 비서관의 기소 경위를 감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검찰의 기소에 대해 날치기 기소라고 규정했다. 대검은 윤 총장의 지시에 따른 적법한 기소였다고 맞섰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은 22일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검사 인사 발표 전 최 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다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를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서면조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고, 본인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소환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이 검사 인사 발표 30분 전에 지검장의 결재와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기소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법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관련자들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날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수사와 송 시장 선거공약 논의에 참여한 청와대 인사들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13명 기소
검도 공격

검찰은 송 시장이 20179월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하고, 송 전 부시장은 같은 해 10월 문 전 행정관에게 비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제보를 토대로 범죄첩보서를 작성한 문 전 행정관,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한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 이를 넘겨받아 수사한 황 전 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3라운드 수사·기소 분리’= 앞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논란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이후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는 잠시 훈풍이 불었다. 지난 6일 추 장관은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8층 접견실서 윤 총장과 회동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그동안 검찰과 법무부가 충돌했던 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회동 뒤 앞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협조할 일이 아주 많다대통령도 각별히 국가수사 총역량을 유지하는 원칙서 기관 간 개혁을 협조하라는 당부 말씀을 전하며 서로 소통해 나가자, 오늘 개소식은 소통하는 의미로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도 공감해줬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

하지만 잠잠해지는 듯 했던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지난 11일 추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다가 검사장회의까지 예정돼있어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추 장관은 지난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직접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범죄 혐의점을 인지한 검사가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기소 결정권까지 갖는 현 체제에서는 검사가 독단과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추 장관은 검사장회의를 소집했다. 법무부장관 주재의 검사장회의는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부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윤 총장은 검사장회의 참석 대상이 아닌 만큼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추 장관이 꺼내든 수사·기소 주체 분리 카드에 윤 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지검 방문 당시 직원 간담회서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며 컴퓨터 앞에서 조서를 치는 게 수사가 아니다.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수사고, 검사와 수사관의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는 입장이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
일선 검사들까지 집단 반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과 관련해 일선 검사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일본이 주요 선진국 대비 무죄율이 극도로 낮은 이유는 이른바 정밀 사법이라는 일본의 소극적 기소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근거로 일본의 제도를 내세운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는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소추라는 행위를 결정하기 위해 수사 절차가 필요불가결한 것인데, 필요불가결한 행위를 마치 칼로 자르듯이 인위적으로 쪼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의 반발은 검사장회의로까지 번졌다. 일선 검사들은 검사장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회의록 공개는 전례가 없다고 맞받으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주요 사안이 논의되는 자리인 만큼 회의를 생중계하거나 회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검사들의 입장과, 회의록 공개 불가라는 법무부 방침이 맞선 것이다.
 

▲ 검사장 취임식

추 장관은 검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모든 개혁은 누군가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 추진과 관련해 조직적 반발이 있다면서도 국민 중심으로 볼 때 이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21일 열릴 예정이던 검사장회의는 연기됐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환자가 하루 사이에 무더기로 늘어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해서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출입기자들에게 전국 검사장회의 연기 결정이라는 제목의 문자를 보냈다.

검사장회의
돌연 연기

그러면서 오늘 대구·경북지역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8(19일 오후8시 기준)이 발생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심각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일선 검사장들이 관할한 지역서 코로나19 확산 관련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전국 검사장회의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에 부담을 느껴 검사장회의를 연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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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