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세대교체’ 통합당 보수재건 프레임

신병이냐? 노병이냐? 기로에 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재건에 돌입했다. 당 내부에선 ‘830세대’를 비롯한 당의 청년 인사들이 보수 재건의 선봉장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요시사>는 통합당 세대교체의 새로운 국면을 조명한다.
 

▲ 발언하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문병희 기자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미래 세대를 포용하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오히려 지금이 환골탈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서열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건 몇 선 의원이냐가 아니라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느냐다. 추월하려면 차선을 바꿔야 한다. 기존 방식대로, 습성대로 하면 또 지는 것이다.”

갈등 최고조
선택의 기로

총선이 끝난 지난 22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한 언론사와 나눈 대화다. 김 전 공관위원장은 이 날 공천 작업을 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보수 참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지낸다는 근황을 전하며,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공관위원장의 지적대로 통합당 내부에선 청년 신인들에 대한 역할론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중량급 인물들이 대거 낙선해 리더십 무주공산에 빠져 있는 상태. 당은 이들에게 무너져가는 보수를 재건하고 당내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따라서 통합당은 보수재건의 첫 번째 전략으로 ‘꼰대’ 이미지를 벗고, 젊고 개혁적인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서도 3040세대가 전면에 나서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차례 제기된 바 있어 젊은 인사들이 당 재건 과정서 전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22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들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당권과 대권 세력 구축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향후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는 과정서 세력다툼이 이뤄질 공산도 높다.

21대 총선서 원내로 진입한 초선 당선인 중 50세 미만의 인사는 김웅(서울 송파갑)·배현진(서울 송파을)·황보승희(부산 중·영도)·전봉민(부산 수영)·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김은혜(경기 성남 분당갑)·김병국(포항 남·울릉)·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김형동(경북 안동 예천)·강민국(경남 진주을) 당선인 등이 있다.

‘꼰대’ 탈피 젊고 개혁적인 정당으로?
‘40대 경제통’ 홍정욱·김세연 상한가

통합당 김웅 송파갑 당선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21대 초선 의원으로서 개혁 소장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당의 얼굴과 간판을 바꿔 체질 개선을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당의 고질적 문제인 감수성과 포용적 사고 부족을 채워줄 인물이라면, 초선이라도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초선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부산 중·영도의 황보승희 당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소장파 개혁 모임을 주도해 보수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보 당선인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초선 의원이 되겠다”며 “혁신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통합당이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초선 의원답게 패기를 갖고 옳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언급했다.
 

▲ 발언하는 김웅 당선인 ⓒ문병희 기자

특히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내세운 ‘40대 경제통’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가 바로 3040으로,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서 통합당 참패의 가장 큰 이유에는 외연확장 실패와 젊은층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40대 기수론’ 카드를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2년 후 치러질 대선 때까지 당을 더 젊게 쇄신해내지 못하면 대선 패배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중진의원
가교역할

40대 기수론으로 갑작스레 주목을 받게 된 인물들이 있다. 바로 홍정욱 전 의원과 김세연 의원. 홍 전 의원은 1970년생으로 언론사 <헤럴드> 및 올가니카 회장을 역임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꾸준히 정계 복귀설이 항간에 나돌았으나, 아직은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의 40대 기수론이 부상하자 이른바 ‘홍정욱 관련주’가 상한가를 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불출마한 김세연 의원 역시 40대 기수론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김 의원은 1972년생으로, 주식회사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패러다임이 거대하게 작동하던 것은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830(80년대·30대)세대’가 통합당과 함께 사회 전반적으로 주도권을 새롭게 형성하고, 여러 영역서 빠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830세대의 원외 청년인사들도 당 재건을 위해 큰 활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서울 노원병)·송한섭(서울 양천갑) 전 후보가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서 낙선했지만 당내서 청년 목소리를 내는 데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보수대통합 당시 들어왔던 김재섭(서울 도봉갑) 전 후보, 천하람(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전 후보, 조성은 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유력한 원외 인사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당의 830세대 인사들은 ‘청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자체 활동에 나선 상태다. 지난 27일 김용태(경기 광명을), 박진호(경기 김포갑) 전 후보 등을 비롯한 20명의 청년 당원들은 통합당 비대위에 청년 당원들이 50% 이상 배치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청년 비대위원은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 ▲청년 인재 회동 갖고 있는 미래통합당

천하람 전 후보는 이날 “더이상 비대위가 ‘누구의 키즈’를 양산하는 곳이 아니라, 제대로 된 청년의 총의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기수론 찬반
현실론 팽배

이들은 만약 통합당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에 청년 비대위원을 참여시켜 청년들의 의견을 당 의사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천 전 후보는 “청년이 개인 자격으로 비대위에 참여하면 현역 다선 의원들에게 주눅이 들 수 있는 만큼 청년의 힘을 그룹으로 엮어 메시지를 세게 만들 것”이라며 목표를 이전에도 밝힌 바 있다.

당 내부에서는 개혁적인 중진급 인사들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청년 인사들이 당 내부에 쉽게 융화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앞장 서줘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키우기에 힘써 온 김세연, 정병국 의원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830 세대교체론의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영국 보수당이 그랬던 것처럼, 30대 당수가 나올 정도의 과감한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를 키우지 못하면 당이 뒤처지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의 경우 총선 직전 통합당과 청년정당들과의 합당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서 “실질적으로 보수정당 내에서 뭔가 하겠다고 하시는 청년들의 생태계가 형성돼있지 않다 보니까 아직도 내가 할 수 있나 하는 확신이 없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830’ 3명에 원외인사 합류?
대선 남은 2년 현실론 부상

통합당 안팎에서는 3040 인사들이 노후한 당 이미지를 쇄신하고, 세대교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등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다만 원내 진입에 성공한 830세대가 워낙 적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당내 830세대들의 대부분은 이번 총선서 낙천·낙선해 실력 발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당내 830세대는 3명이다. 지역구 의원 중에는 83년생인 배현진(서울 송파을) 당선인 단 한 명이고, 비례대표로는 82년생인 지성호, 80년생인 김예지 당선인이다.

통합당서 이들을 키우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이들 스스로가 당내 입지를 확보하기엔 무리라는 관측도 있다.
 

▲ 배현진 당선인 ⓒ문병희 기자

아울러 830세대들을 통합당 쇄신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아직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위기 수습 능력과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2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을 고려하면 이들이 야권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론도 팽배하다. 통합당 중진들 사이서도 40대 기수론을 둘러싼 찬반이 가열돼있는 상태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3선 김영우 의원은 “차기 나라 지도자는 경제 전문가여야 한다는 말은 잘못됐다. 40대여야 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며 40대 기수론을 사실상 반대했다.

환골탈태
그 끝은?

홍준표 수성을 당선인 역시 40대 기수론에 대해 “좋은 일이지만 대한민국을 이끌 만한 능력과 자질이 되는가 살펴봐야 한다”며 “30대, 40대가 그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 세대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저는 50대지만, 40대 기수론에 찬성한다”며 “과감한 세대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40대 기수론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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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