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세대교체’ 통합당 보수재건 프레임

신병이냐? 노병이냐? 기로에 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재건에 돌입했다. 당 내부에선 ‘830세대’를 비롯한 당의 청년 인사들이 보수 재건의 선봉장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요시사>는 통합당 세대교체의 새로운 국면을 조명한다.
 

▲ 발언하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문병희 기자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미래 세대를 포용하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오히려 지금이 환골탈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서열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건 몇 선 의원이냐가 아니라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느냐다. 추월하려면 차선을 바꿔야 한다. 기존 방식대로, 습성대로 하면 또 지는 것이다.”

갈등 최고조
선택의 기로

총선이 끝난 지난 22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한 언론사와 나눈 대화다. 김 전 공관위원장은 이 날 공천 작업을 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보수 참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지낸다는 근황을 전하며,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공관위원장의 지적대로 통합당 내부에선 청년 신인들에 대한 역할론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중량급 인물들이 대거 낙선해 리더십 무주공산에 빠져 있는 상태. 당은 이들에게 무너져가는 보수를 재건하고 당내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따라서 통합당은 보수재건의 첫 번째 전략으로 ‘꼰대’ 이미지를 벗고, 젊고 개혁적인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서도 3040세대가 전면에 나서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차례 제기된 바 있어 젊은 인사들이 당 재건 과정서 전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22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들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당권과 대권 세력 구축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향후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는 과정서 세력다툼이 이뤄질 공산도 높다.

21대 총선서 원내로 진입한 초선 당선인 중 50세 미만의 인사는 김웅(서울 송파갑)·배현진(서울 송파을)·황보승희(부산 중·영도)·전봉민(부산 수영)·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김은혜(경기 성남 분당갑)·김병국(포항 남·울릉)·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김형동(경북 안동 예천)·강민국(경남 진주을) 당선인 등이 있다.

‘꼰대’ 탈피 젊고 개혁적인 정당으로?
‘40대 경제통’ 홍정욱·김세연 상한가

통합당 김웅 송파갑 당선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21대 초선 의원으로서 개혁 소장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당의 얼굴과 간판을 바꿔 체질 개선을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당의 고질적 문제인 감수성과 포용적 사고 부족을 채워줄 인물이라면, 초선이라도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초선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부산 중·영도의 황보승희 당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소장파 개혁 모임을 주도해 보수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보 당선인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초선 의원이 되겠다”며 “혁신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통합당이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초선 의원답게 패기를 갖고 옳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언급했다.
 

▲ 발언하는 김웅 당선인 ⓒ문병희 기자

특히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내세운 ‘40대 경제통’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가 바로 3040으로,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서 통합당 참패의 가장 큰 이유에는 외연확장 실패와 젊은층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40대 기수론’ 카드를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2년 후 치러질 대선 때까지 당을 더 젊게 쇄신해내지 못하면 대선 패배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중진의원
가교역할

40대 기수론으로 갑작스레 주목을 받게 된 인물들이 있다. 바로 홍정욱 전 의원과 김세연 의원. 홍 전 의원은 1970년생으로 언론사 <헤럴드> 및 올가니카 회장을 역임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꾸준히 정계 복귀설이 항간에 나돌았으나, 아직은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의 40대 기수론이 부상하자 이른바 ‘홍정욱 관련주’가 상한가를 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불출마한 김세연 의원 역시 40대 기수론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김 의원은 1972년생으로, 주식회사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패러다임이 거대하게 작동하던 것은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830(80년대·30대)세대’가 통합당과 함께 사회 전반적으로 주도권을 새롭게 형성하고, 여러 영역서 빠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830세대의 원외 청년인사들도 당 재건을 위해 큰 활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서울 노원병)·송한섭(서울 양천갑) 전 후보가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서 낙선했지만 당내서 청년 목소리를 내는 데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보수대통합 당시 들어왔던 김재섭(서울 도봉갑) 전 후보, 천하람(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전 후보, 조성은 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유력한 원외 인사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당의 830세대 인사들은 ‘청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자체 활동에 나선 상태다. 지난 27일 김용태(경기 광명을), 박진호(경기 김포갑) 전 후보 등을 비롯한 20명의 청년 당원들은 통합당 비대위에 청년 당원들이 50% 이상 배치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청년 비대위원은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 ▲청년 인재 회동 갖고 있는 미래통합당

천하람 전 후보는 이날 “더이상 비대위가 ‘누구의 키즈’를 양산하는 곳이 아니라, 제대로 된 청년의 총의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기수론 찬반
현실론 팽배

이들은 만약 통합당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에 청년 비대위원을 참여시켜 청년들의 의견을 당 의사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천 전 후보는 “청년이 개인 자격으로 비대위에 참여하면 현역 다선 의원들에게 주눅이 들 수 있는 만큼 청년의 힘을 그룹으로 엮어 메시지를 세게 만들 것”이라며 목표를 이전에도 밝힌 바 있다.

당 내부에서는 개혁적인 중진급 인사들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청년 인사들이 당 내부에 쉽게 융화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앞장 서줘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키우기에 힘써 온 김세연, 정병국 의원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830 세대교체론의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영국 보수당이 그랬던 것처럼, 30대 당수가 나올 정도의 과감한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를 키우지 못하면 당이 뒤처지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의 경우 총선 직전 통합당과 청년정당들과의 합당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서 “실질적으로 보수정당 내에서 뭔가 하겠다고 하시는 청년들의 생태계가 형성돼있지 않다 보니까 아직도 내가 할 수 있나 하는 확신이 없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830’ 3명에 원외인사 합류?
대선 남은 2년 현실론 부상

통합당 안팎에서는 3040 인사들이 노후한 당 이미지를 쇄신하고, 세대교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등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다만 원내 진입에 성공한 830세대가 워낙 적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당내 830세대들의 대부분은 이번 총선서 낙천·낙선해 실력 발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당내 830세대는 3명이다. 지역구 의원 중에는 83년생인 배현진(서울 송파을) 당선인 단 한 명이고, 비례대표로는 82년생인 지성호, 80년생인 김예지 당선인이다.

통합당서 이들을 키우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이들 스스로가 당내 입지를 확보하기엔 무리라는 관측도 있다.
 

▲ 배현진 당선인 ⓒ문병희 기자

아울러 830세대들을 통합당 쇄신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아직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위기 수습 능력과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2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을 고려하면 이들이 야권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론도 팽배하다. 통합당 중진들 사이서도 40대 기수론을 둘러싼 찬반이 가열돼있는 상태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3선 김영우 의원은 “차기 나라 지도자는 경제 전문가여야 한다는 말은 잘못됐다. 40대여야 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며 40대 기수론을 사실상 반대했다.

환골탈태
그 끝은?

홍준표 수성을 당선인 역시 40대 기수론에 대해 “좋은 일이지만 대한민국을 이끌 만한 능력과 자질이 되는가 살펴봐야 한다”며 “30대, 40대가 그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 세대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저는 50대지만, 40대 기수론에 찬성한다”며 “과감한 세대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40대 기수론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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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