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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14일 11시42분

정치


‘법조 국회’ 최전선 공격수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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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서 붙은 서초동 터줏대감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법조인 출신 46명이 입성하게 됐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약 15%를 차지한다. 최근 검찰 개혁이 정국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은 최전선에서 ‘창과 방패’ 역할을 맡아 활약 중이다.
 

▲ 국회의사당 전경 ⓒ고성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대표 의제인 검찰 개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들은 문정부의 개혁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공수처 출범에 있어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과 방패
치열한 전쟁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를 두고 ‘괴물 기관’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야당은 의석 수에서 현저히 밀리고 있어, ‘창’의 역할을 할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들의 여의도 점령은 오래된 이야기다. ‘법조 국회’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20대 국회의 법조인은 49명으로, 국회의원 6명 가운데 1명이 법조인 출신이었다. 21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의원 42명, 비례대표 4명으로 총 46명의 법조인이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 약 15%를 차지한다. 6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총선 정국부터 법조인들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법조인끼리 대결을 벌인 지역구는 257곳 중 13곳이나 됐다.

서울 동작을이 대표적이다. ‘판사대첩’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 곳에선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현역 나경원 의원을 제쳤다. 남양주시갑에서는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주자였던 조응천 의원과 심장수 변호사는 전직 검사로 선후배 사이다. 조 의원은 심 변호사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 중에서는 변호사 출신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검사 출신은 15명, 판사 출신이 8명이었다.

이외에도 군법무관 출신 2명과 1명의 경찰 출신 인물이 배지를 달았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군법무관을 지냈다. 국민의당 권은희 비례대표는 경찰 출신이다.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 서초서와 관악서 등을 거쳤다.

민주당에서는 29명의 법조인 출신 의원이 지역구에서 탄생했다. 범여권으로 치면,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양정숙 의원까지 포함해 31명이다.

변호사 출신인 양 의원은 민주당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소속 신분이 됐다. 양 의원은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후 민주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 46명 ‘15%’
범여 31명·범야 15명 치고받고

반면 국민의힘 소속 법조인은 지역구 의원 12명, 비례대표 1명으로 총 13명이다. 범야권으로 묶을 수 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까지 합쳐도 15명에 그친다. 야권의 수적 열세로 인해 여권의 검찰 개혁 과제들이 21대 국회에서 완수할 공산이 높아진 셈이다.

법조인 출신의 정치 신인들이 21대 국회에 대거 들어온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법조인 출신 46명 중 24명이 초선 의원이다. 절반이 조금 넘는 수치다. 통통 튀는 정치 신인들이 검찰 개혁 전선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흘러 나온다.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8명이었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백혜련·송기헌·조응천 의원과 국민의힘 곽상도·정점식 의원,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이재정·안호영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또 민주당 민홍철·박범계·전해철·진선미 의원과 국민의힘 김도읍,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등 6명은 3선에 성공했다.

4선에 성공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검사 출신인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정성호 의원 국민의힘 김기현·권영세 전 의원 등 4명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와 민주당 송영길·이상민 의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등 4명은 5선의 고지에 올랐다.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로스쿨 출신 의원도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조국백서>의 저자인 김남국 의원과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변호사시험 1회 합격생으로, 둘 다 전남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박 의원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국회 보좌진, 청와대 행정관과 서울시 정무보좌관 등을 거쳤다.

‘법복 정치인’ 논란이 일었던 이수진·이탄희·최기상 의원 역시 개혁 전선에 언제든 뛰어들 수 있다. 이들은 법원 조직의 근본적인 폐단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수진 의원은 2018년 양승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의혹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폭로했다. 이탄희 의원은 지난 2017년 법원행정처 재직 당시 법관 사찰에 반대해 사표를 냈다.

진보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최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여러 차례 공개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전쟁터 법사위
공수처 뇌관

이 같은 ‘법조 국회’에서 의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과거부터 인기가 많은 상임위다.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에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도 최대 전쟁터는 단언 법사위였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는 지난 9월 파행을 겪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만은 사수해야 한다고 버텼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마음만 먹으면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는다는 이유에서다.

원구성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박병석 의장은 민주당 소속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했고, 4선의 윤호중 의원이 법사위원장 자리에 앉게 됐다. 헌정 사상 7번째 비법조인 출신 법사위원장이다. 윤 위원장은 임기 동안 법사위에 배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사법부로부터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오히려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법사위 국감 역시 국민적인 인기가 높다. 올해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윤석열 총장이 출석한 국감감사 시청률이 9.9%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잡음과 검찰개혁을 외치는 민심이 맞물려 ‘조국 국감’이 열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법사위에서 활약했던 김종민·박주민·백혜련·송기헌 의원을 법사위에 투입했다. 이들은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창과 방패 역할을 해냈다.

정치 신인으로는 고검장 출신의 소병철 의원과 최기상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소 의원은 민주당 영입 인사로, 검찰 퇴직 이후 대형 로펌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변호사도 개업하지 않았다. 고질적 전관예우의 관행을 끊기 위함이었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검찰개혁안에 힘을 실어주면서 남은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인사라는 평을 얻었다.

이외에도 조 전 장관의 법무·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한 김용민 의원와 김남국 의원이 법사위에 합류했다. 두 의원 모두 정치권에서 ‘조국 키즈’로 불리며,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민의힘
수적 열세

김용민 의원의 국정감사 소회글에 조 전 장관이 직접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제 본격적으로 공수처 설치,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또 뛰겠다”는 글을 올리자, 조 전 장관은 “정말 수고 많았다”고 댓글을 달았다.

최근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10명은 13건의 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법안은 공수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불법정치자금 등 몰수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대한 특례법 등의 대상기관에 공수처, 공수처장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등 수사 의뢰 가능 기관에 공수처를 포함하고, 공수처가 금융정보분석원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몰수 또는 추징을 위한 국제 공조를 요청할 때 공수처가 검찰총장을 경유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에게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 소속 의원뿐만 아니라 범여권으로 묶이는 열린민주당 의원들 역시 공수처 출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크게 강조해 온 인물이다. 다만 최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법사위에 소속된 김진애 원내대표와의 교체 작업이 필요하다.
 

▲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당은 박병석 의장에게 사보임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보임이 이뤄질 경우 최 의원은 법사위에서 공수처의 연내 출범을 위해 여당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 김도읍·유상범·윤한홍·장제원·전주혜·조수진 의원을 배치했다.

검사 출신인 김도읍·유상범 의원과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만 법조인 출신이다. 유 의원은 서울지검 3차장을 지낸 특별수사통으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며 배우 유오성씨의 형으로도 유명하다.

유 의원은 ‘정윤회 문건’ 수사가 부실했고,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이유로 ‘검찰 적폐 1호’로 찍혔다. 이후 전보 조처를 당하다 지난 2017년 7월 25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쳤다.

정치 신인도 대거 입성
선봉서 검찰 개혁 대치

그는 최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문제를 최초로 제기해 화제를 모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관 남용·아들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한 법치주의 훼손과 도덕성 문제를 비판했다.

‘추미애 저격수’로 활약해온 전주혜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6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전 의원은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이후 판사들이 수사 조사를 받는 걸 지켜보면서 그는 사법부의 독립과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는 걸 느낀 후 정치권에 직접 뛰어들었다.

법사위원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김미애·김웅·김형동·박형수 의원은 법조인 출신 초선의원이다. 

김미애 의원은 여공 출신 변호사로 유명하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직 공장에서 일했다. 29세 늦깎이 나이에 법대에 입학했고,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김 의원은 이후 15년간 국선변호사로 활동했다. 현재 당에서 ‘약자와의 동행’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검사내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웅 의원은 2018년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하면서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교수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후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비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

김형동 의원은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후 15년간 한국노총에 몸담았다. 변호사 시절 산업현장을 일구고 있는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법률 상담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수 의원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대구고검 부장검사를 거쳐 법무법인 영진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조 국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물론 법조인 출신들이 입법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어느 직군보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법조인 출신이 정치적 사안을 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관성은 ‘정치의 사법화’를 조장할 수 있다.

정치 사법화
우려 목소리도

또 이들의 국회 진출은 검찰이나 법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회가 지금까지 사법부와 검찰의 힘을 강하게 경계해왔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도 큰 모순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관이 사직하고 정치권이나 청와대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일정한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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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꾸라지’ 김오수 검찰총장 흙탕물 생존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문재인정부 요직마다 이름을 올렸던 그의 종착지는 검찰총장. 친정으로 돌아온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방탄 총장’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란의 길’을 갈 것이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19년 7월25일 취임 이후 지난 3월4일 퇴임 때까지 당(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정(법무부)·청(청와대)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갈등은 극에 달해 ‘추·윤 대전’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추·윤 대전은 지난 한 해 정치권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윤석열 실패 확실한 내편 윤 전 총장은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카드를 들고 나오자 이에 반대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의 사의 표명 직후 수용 의사를 밝혔고 법무부는 후임 총장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친정부 인사’가 차기 검찰총장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윤 전 총장로 인한 학습효과였다.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과 검찰인사를 비롯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추·윤 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검찰과 법무부에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추 전 장관 이전까지 딱 한 차례만 발동됐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4번이나 이뤄졌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검찰총장 징계를 위한 검사징계위원회 개최 등이 연달아 터졌다. 윤 전 총장이 이에 불복하면서 행정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추·윤 대전의 결과는 윤 전 총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로 체급이 커진 것은 물론 지지율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선례를 경험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검찰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을 꼽았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의 발언에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유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다. 이성윤 낙마하면서 1순위로 정부 요직마다 하마평 나와 이 고검장은 문정부 들어 가장 꽃길을 걸었던 검사다. 검찰 내 요직으로 꼽히는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검찰 안팎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 고검장은 끝까지 ‘친정부 검사’의 길을 걸었다.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이 이 고검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 고검장은 사상 최초로 ‘피의자 서울중앙지검장’ ‘피의자 서울고검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결정될 것 같았던 차기 검찰총장 자리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 순간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당시 전 법무부 차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으로 결정됐다. 이 고검장이 탈락한 후보군에서 김 총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떠올랐다. 실제 김 총장은 4명 가운데 가장 적은 표를 얻었지만 결국 박범계 장관의 제청,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검찰총장 후보자에 올랐다. 김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낙점된 이유로는 ‘친정부 인사’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감사위원, 공정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권익위원장 등 후보에 거론됐다”며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친정부 성향 최고 장점 김 총장은 요직마다 하마평에 오를 만큼 문정부의 신임을 받았다.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됐으나 최재형 감사원장의 반대로 임명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김 총장이 공직 후보에 수차례 올랐던 점은 청와대가 그를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박 장관 이전 3명의 법무부 장관과 차관으로서 호흡을 맞춘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문정부가 임기 초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시시때때로 갈등을 빚었던 추·윤 때와는 달리 박 장관과 김 총장이 손발을 맞출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과거 김 총장의 언행도 이 같은 예측이 힘을 실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이 한창 불거졌을 무렵,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김 총장은 윤 전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팀 구성을 검찰에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크게 반발했고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김 총장의 행동을 두고 ‘윤 전 총장을 수사에서 빼려 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총장은 지난달 26일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건 맞지만, 윤 전 총장을 배제하자고 한 적은 없다는 것. 앞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진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2019년 10월 조 전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취임 35일 만에 낙마하자 이듬해 1월 추 전 장관 취임 전까지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과 이성윤 고검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대면 보고를 받으며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때 김 총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받아쓰기를 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받아쓰기 검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정부 ‘긍정’ 검찰 ‘부정’ 검찰 내부에서 김 총장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것도 그의 친정부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할 시절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것. 실제 한 언론 칼럼은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김 총장에 대해 말한 것을 두고 그가 ‘어떤 압력이 가해지면 잠시 버티는 듯하다 결국 윗선의 의지대로 갔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처음에는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끝까지 뜻을 고수하진 않는다는 평가다. 김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방탄 총장’ ‘문정부 마지막 호위무사’ 등의 평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완성’을 강조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도 최소한으로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손발을 맞추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러면서도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은 보장해 주겠다”며 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검찰개혁과 조직안정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최근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김 총장의 태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김 총장이 반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정부와 청와대의 뜻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 총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일종의 ‘쇼’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일 대검은 일선 검찰청·지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고, 일선 검찰청 검사들도 대부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제개편안 두고 반대 의견 버티는 척 하다 결국 수용? 법무부에서 내놓은 직제개편안에는 원칙적으로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면서, 일선 검찰청 형사부나 지청은 ‘검찰총장·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검은 지청의 경우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검의 강경한 발언은 김 총장이 검찰 안팎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총장의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패싱 논란’이 불거진 터라 반전 카드로 직제개편안 반대 의견을 들고 나왔다는 것.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검찰 조직을 다잡으려는 김 총장의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김 총장이 꼬리를 내릴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해 검수완박을 완성하려는 것은 법무부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의 의지이기 때문에 김 총장이 끝까지 버티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총장과 박 장관 사이에 이미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있는 상태라는 의견 등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대검 입장에 대해 “법리에 대한 견해 차가 있다. (대검의 반응이)상당히 세다”고 말했다. 이후 박 장관의 제안으로 두 사람이 만나 직제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은 “어제(8일) 김 총장을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법리 등 견해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직제개편안 확정 이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직제개편안 확정 여부에 따라 중간간부 인사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후속 인사가 있어야 하니까 직제개편이 가능한 한 빨리 돼야 한다”며 “그러나 방향과 내용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형사부 직접수사 시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부분을 제외하기로 협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협의는 계속해왔고 심야에도 만나뵀다”며 “지금도 검토 중이고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검찰개혁 중 수사권 개혁의 큰 틀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1년 차기 정부 1년 지난 1일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다. 문정부에서 1년, 차기 정부에서 1년 검찰총장으로 지내는 셈이다. 앞선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들은 행보에 따라 정권 몰락, 정권 재창출의 시발점이 됐다. 김 총장이 문정부의 기대대로 발맞춰 걸을지, 뒤돌아 걸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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