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빅3’ 띄우는 친문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30 10:09:35
  • 호수 12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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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연급 붙여 본격 흥행몰이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이 대선 판을 뒤흔들고 있다. 양강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권 구도에 제3후보론이라는 파장을 일으켰다. 친문 핵심 인사 입에서는 구체적인 제3후보들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일요시사>는 친문이 띄우는 ‘대권주자 빅3’를 추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청와대 외교안보특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친문(친 문재인)이 제3의 후보를 찾고 있다. 정치권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유력한 제3의 후보로 거론된다.

범친문
공통점

친문이 띄우는 ‘빅3’는 모두 범친문에 속한다. 정 총리의 정세균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범친노의 최대 계파로 불렸다. 정세균계는 친노(친 노무현)와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으로 연합해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세균계를 ‘호남 친노’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의원 등 친노 직계 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정 총리의 정치적 뿌리는 호남이기 때문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하 특보)은 신친문이다. 세 명 중 유일하게 친노 계열이 아니다. 앞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등 임 특보는 친문과 거리가 멀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캠프에 영입됐다. 

임 특보는 대선 실무그룹이었던 ‘광흥창팀’에서 활동했다. 광흥창팀은 청와대 1기 참모진의 중심이다. 문 대통령 당선 후 광흥창팀 13명 중 12명(비서관급 이상 8명)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임 특보도 그중 한 명이었다. 정치권은 이후 임 특보를 신친문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임 특보는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문재인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했기에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개국공신’으로 통한다. 임 특보가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돈독한 사이라는 점도 친문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광재 의원은 친노 직계다. 한때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을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노 전 대통령의 보좌진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그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왔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참여정부가 출범하자 이 의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제17대 총선에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열린우리당은 친노 직계 인사들이 민주당을 나와 만든 정당이다. 

싸움 말리고 흥정 붙인다
대선판 흔드는 태풍의 핵

친문 인사들은 ‘제3후보론’의 불씨를 당겼다.

친문 핵심 인사들이 속했던 ‘부엉이 모임’의 일원이었으며, 친문 인사 56명이 참여한 연구모임인 ‘민주주의4.0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출범을 주도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지난 24일 “현재는 두 분(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이 경쟁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가 온다면 제2, 제3, 제4의 후보들이 등장해서 경쟁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판 키우기에 나섰다.

홍 의원은 정 총리와 임 특보, 이 의원을 가리켜 ‘대권주자로서 충분한 자격과 비전을 가진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친문 핵심인 민주당 황희 의원은 지난 25일 이 의원에 대해 “당연히 이 의원도 훌륭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연구원의 이사로 선출됐다. 빅3 중 이 의원만이 연구원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다음달 초 책을 출판한다. 책 제목은 <노무현이 옳았다>. 정치적 현안보다는 전환기를 맞은 우리 사회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쪽에 무게를 두고 집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이다. 뉴딜은 현 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은 출판을 기점으로 이 의원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 예상한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며 본인이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 특보는 최근 전국을 돌며 기초자치단체장 등 지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임 특보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의 남북 도시 교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행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수 지사가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정치권은 그와 친분이 있는 임 특보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친문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는

친노 
운동권
임 특보와 이 의원이 차기 권력으로 가장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차기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장관과 임 특보는 경문협이라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는 경문협이 운신의 폭을 넓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 특보와 이 장관을 미는 세력은 민주당 내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86그룹의 대표주자 격이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주당 주류로 집권하고 있는 86그룹이 임 특보와 이 장관 중 한 명을 지원한다면 대선 판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본다. 최근 세종 총리공관에서 취임 300일 간담회를 연 정 총리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시대정신’을 언급하며 대권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정 총리는 영남에서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포항(7일), 부산(11일), 울산(14일), 대구(28일) 등 11월에만 네 차례 영남을 찾았다. 이어 12월4일에는 창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행보만이 아니다. 발언으로도 영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포항의 사위’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정 총리는 지난 7일 포항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정 총리는 대구를 찾았을 당시 “나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중 유일한 TK(대구·경북)의 사위”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가 잇따라 영남을 찾는 이유로 확장성을 꼽는 해석이 존재한다. 전북 진안 출신으로 호남에 정치적 지분을 두고 있는 정 총리가 대권을 위해 영남에 소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광폭 행보
바빠졌다

정 총리는 총리실 산하에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단을 꾸렸다. ‘보건의료’ ‘그린뉴딜’ ‘국민소통’ 세 분야에 대해 각각 특별보좌관 1명과 자문위원 2명을 위촉했다. 각 분야 관련 연구단체 관계자와 대학 교수가 주축이다. 정 총리는 이들을 위촉하는 자리에서 “총리의 또 다른 눈과 귀, 입이 돼 총리와 국민 사이에 가교 역할을 잘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을 위촉하기 위해 정 총리는 총리실 직제를 개편했다. 이전 법령상으로는 총리실에 비서실장과 정무실장, 민정실장, 공보실장(대변인 겸임), 비서관 7명만 두게 돼있었다. 정 총리는 세 분야 외에도 경제, 복지, 행정 등 다른 분야에도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문위원단 등을 ‘차기 대선 캠프’라고 해석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정세균계도 정 총리와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세균계가 주축인 ‘광화문 포럼’은 최근 공부모임을 재개했다. 광화문 포럼에 속한 민주당 의원은 50여명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의석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세균계가 아닌 의원들도 일부 광화문 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럼의 회장은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같은 당 이원욱 의원과 안호영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과연 빅3 중 누가 친문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인가. 연구원 인사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정치권은 연구원을 부엉이 모임의 ‘확장판’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연구원이 단순 연구모임에 그치지 않고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식의 정치 행위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구원 출범이 친문 대권주자를 선택하기 전 ‘조직 다지기’라는 것. 

제3후보론이 대표적이다. 현재의 양강 구도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대안론이다. 현재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의 ‘박스권’에 머물러있다. 

‘제3후보론’ 군불 지피는 이유?
정세균·임종석·이광재 행보 주목

친문 일각에서는 여권 대선 레이스가 지금의 양강 구도를 유지할 경우 유권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커질 것이라 우려한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이 대표와 이 지사를 위협하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한때 윤 총장의 지지율이 두 사람을 제쳤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친문이 띄우는 빅3 모두 ‘친노’ ‘열린우리당’ ‘운동권’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돼있다. 반면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이러한 요소들과 다른 정치적 길을 걸어왔다.

이 대표는 동교동계다.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현재는 ‘이낙연계’라는 독자 계파의 수장이다. 과거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에 잔류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대표는 운동권과도 거리가 멀다.

이 지사는 비문(비 문재인)계로 분류된다. 스스로 무계파, ‘정치적 무수저’라고 말한다. 이 지사는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유산을 이용해서 정치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해왔다. 변호사 출신의 시민운동가로 운동권도 아니다. 단, 이 지사는 열린우리당과의 접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제3후보론의 등장에 정치권은 이 지사보다 이 대표가 더욱 타격받을 것이라 진단한다. 친문과의 관계에서 균열의 조짐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다. 이 대표는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친문 성향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당선됐다. 

이 대표는 보은 차원에서 당선 직후 친문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친문 핵심인 박광온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사기획 비서관과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친 김영배 의원을 정무실장으로 인선했다. 또 부산 친문 핵심인 재선의 최인호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추-윤 갈등’ 국면에서도 이 대표는 중립을 지키기보다 친문의 손을 들어주는 쪽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가 밝힌 윤석열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법무부와 병행해 국회에서 국정조사 추진 방안을 당에서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위기의 NY
돌파구는?

이 대표가 돌연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윤 총장 찍어내기의 선봉에 나선 것이다. 국정조사 카드에는 지지율 답보 상태인 이 대표가 친문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 대표를 향해 “대선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결국 친문의 환심을 사기로 결정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정 라인’ 힘 받는 이유

‘연정 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 외교가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연정 라인이 트럼프-바이든 교체기라는 민감한 시기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에 관한 관심이다.

연정 라인은 문정부 외교안보 관련 최대 실세로 꼽힌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김기정 국가정보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이 연정 라인의 주축으로 꼽힌다. 그중 문 특보가 연정 라인의 좌장을 맡고 있다.

연정 라인은 외교·안보 당국의 수뇌부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최 차관이 외교부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외교가 안팎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외교부 출신이 아닐 뿐더러 역대 최연소 차관 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최 차관은 연정 라인의 막내 격이다.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으로서 지난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 차관을 외교부로 보낸 것을 두고 얼어붙은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원장과 최 차관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에서 외교·안보 관련 보좌진으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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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