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터닝포인트’ 이낙연 11월 위기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0.12 10:53:10
  • 호수 12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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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태풍이 몰아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정감사 이후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예상이 정가로부터 들려온다. 당 대표로서는 물론 대권주자로서도 중대한 사건이 예정돼있다. <일요시사>는 이 대표가 맞닥뜨릴 운명의 11월을 미리 살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ㄱ지ㅏ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팎에선 ‘이낙연 체제’가 순항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취임 후 곧바로 의료계 파업 사태를 해결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던 상황서 강경했던 의료계와의 갈등을 해결해낸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각종 사안
정면 돌파

4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 역대 최단기간에 국회 문턱을 넘게 한 일은 백미였다. 이낙연 대표는 앞선 취임 일성서 야당과의 ‘원칙 있는 협치’를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야당이 추경안을 마냥 반대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이 대표는 취임 일성을 통해 한 자신의 말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추석 연휴 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을 약속한 정부여당에 선물보따리를 안긴 셈이다.

‘제2의 조국 사태’로 확전될 수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논란도 미풍에 그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해당 논란에 ‘검찰 수사 우선’이라는 기조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고,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은 검찰 조사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격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도 발 빠르게 대처해 주목받았다. 이 대표는 국회서 박재민 국방부 차관 등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북한군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라며 규탄했다.

관련 상임위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집도 지시했다. 주말 동안 북한에 남북 공동조사 수용을 촉구하는 메시지도 내놨다.

전당대회 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도 미연에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권 경쟁상대였던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기용한 일이 대표적이다. 추 장관을 방어하는 과정서 나온 자당 의원들의 설화 문제도 “과잉대응은 자제하라”는 지시로 해결,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서울·부산시장 공천 여부 초읽기
‘친문 적통’ 항소심 선고 임박해

민주당이 발목 잡힐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철퇴를 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낙연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불리는 윤리감찰단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와 비리 의혹의 주역인 이상직 의원, 10억원대 재산을 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을 1차적 윤리감찰 대상으로 선정했다.

결국 김 의원은 제명됐으며, 이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며 탈당했다.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당직 정지에 이어 당원권 정지가 결정됐다. 이 대표 특유의 ‘위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순항하고 있는 이 대표지만, 정치권에선 ‘11월 위기설’이 감지된다. 이달 당 대표로서는 물론 대권주자로서도 중대한 사건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11월에 결정 난다.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내년 4월에 열린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권력형 성비위로 물러났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23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서 부산시 직원을 강제 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소셜미디어 계정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강제로 추행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지난 4월 초 부산시 관계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4월 중순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 전 시장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미투’ 의혹에 휩싸였던 박 전 시장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오 전 시장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박 전 시장 사건 또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은 한마디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당일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박 전 시장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두 사건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민주당이 과연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모아졌다. 야권은 잇단 성비위를 저지른 광역단체장들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도 시끄러웠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7월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게 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을 의미한다.

이는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지사의 발언에 “정말로 옳은 말씀”이라고 밝힌 반면, 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는 비공개 회의서 “왜 지금 그런 말을 하냐”는 취지로 이 지사의 발언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발언은 의견일 뿐 주장이 아니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예정된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재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내년 2월에는 경선을 치러야 한다. 늦어도 올해 연말쯤에는 민주당이 후보를 낼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인 11월 초에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6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사견을 전제로 “(후보 공천 결정은)11월 초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적인 논의가 적절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역시 지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연말쯤 될 테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먼저 끄집어내 당내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 일인가”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낸다면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야권의 공세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재보궐선거 비용만 약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을 지난 7월 펼친 바 있다. 만약 후보를 냈다가 선거서 패배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후보를 내지 않는 결정 역시 상수가 아니다. 재보궐선거는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서 치러진다. ‘미니 대선’인 셈이다. 1000만명이 넘는 유권자의 투표가 예상되는 상황서 민심을 점검하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느낄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대선 전 야권과의 기싸움서 밀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 민주당에는 서울·부산시장을 노리는 후보들이 많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 부산시장 후보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다.

만약 이 대표가 공천을 하지 않는다면 서울·부산시장을 원하는 이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1월쯤 입장을 정리한 후 전 당원을 대상으로 무공천을 명시한 당헌 개정에 대해 투표 방식으로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부담 
끌어안을까

앞서 이 대표는 조만간 공천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후보를 낼 것인지 늦지 않고 책임 있게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보고한 뒤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후보를 내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11월6일로 다가왔다. 정치권이 그의 선고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이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 경쟁을 벌이는 양강 구도를 3파전으로 만들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경향신문>이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와 지난 3~4일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가 각각 24%의 응답을 받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서 김 지사는 1%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두를 달리는 두 사람과 김 지사의 격차는 커 보인다. 그러나 차기 대선은 아직 1년5개월이나 남았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사법족쇄’를 풀어내는 데 성공, 이 대표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지사 역시 사법족쇄를 풀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부상할 공산이 크다. 

재보궐 패배하면…
친문 표심 이동하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언론 인터뷰서 김 지사의 대권 가능성에 대해 “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며 “김 지사가 동안이라 그렇지,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 이 지사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고 언급했다.

친노 좌장이자, 친문의 핵심인 이 전 대표의 발언으로 정치권은 김 지사의 선고 결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김 지사는 친노·친문을 가리지 않고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주자로 꼽힌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으며,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활동했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앞서 김 지사는 경남 스마트산업단지 보고대회(지난달 17일)서 문 대통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 정치권의 큰 주목을 이끌어냈다. 당시 김 지사가 “문 대통령께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화답했다. 

김 지사는 ‘친문 적통’이다. 그가 만약 사법족쇄를 풀어내 대권 경쟁에 뛰어든다면 유일한 친문 대권주자로 분류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동교동계로 중립적 대권주자에 가까우며, 이 지사는 비문으로 통한다.

정치권은 이 대표와 친문이 ‘시한부 동거’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친문의 지지는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을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양강 구도
3파전으로?

김 지사가 사법족쇄를 풀면 친문 지지층 다수가 이 대표에게서 김 지사로 옮겨갈 수 있다. 이 대표 역시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문 대통령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친문의 눈도장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노 전 대통령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김 지사를 향한 친문 진영의 호감도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경수 항소심 쟁점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쟁점은 김 지사가 과연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하는 장면을 봤느냐다.

김 지사 측은 재판부에 시연회 당일인 지난 2016년 11월9일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과 ‘닭갈비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하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드루킹 일당 등 경공모 회원들과 닭갈비를 먹었을 뿐 시간 관계상 시연회를 볼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 측이 제출한 영수증은 경공모 회원들이 가게서 식사한 것이며, 김 지사는 시연회를 봤다고 맞섰다.

목격자들의 증언도 엇갈린다.

증인으로 나온 당시 닭갈비 가게 사장은 “닭갈비 15인분을 가게에서 먹고 갈 수 없다. 포장해 간 것이 맞다”며 김 지사 측 주장을 뒷받침한 반면, 경공모 사무실서 식사 준비를 도왔던 드루킹 동생 김모씨와 경공모 회원 조모씨는 당시 김 지사의 식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다른 쟁점은 ‘역작업’에 대한 판단이다.

특검팀이 제출한 증거 중에는 드루킹 일당이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에 ‘공감’ 버튼을 클릭한 이른바 역작업도 포함돼있다. 

특검팀은 역작업 비율이 전체의 0.7%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 그마저도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경공모 회원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해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특검팀이 제출한 댓글 조작 증거의 30% 이상이 역작업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드루킹과 공모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증거라고 맞서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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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