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잡힌 이낙연의 대권 새 판짜기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24 10:03:59
  • 호수 12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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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니까 독해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들어 ‘엄중 낙연’이 달라졌다. 신중함은 여전하지만,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고구마 화법’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변화로 읽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권레이스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추월당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참모 라인이 이 의원의 변화를 주도했다고 전한다. ‘대권 새 판짜기’의 막이 올랐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발언이 선명해졌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 광복회장으로서 그 정도의 문제 의식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발언이 보수진영서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따져보지 않고 호들갑 떤다”고 꼬집었다.

2인자?
1인자!

광복절 집회 참가를 독려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겨냥해서는 “담당 재판부가 바로 재구속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현충원에 있는 친일 인사의 묘를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두고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밝힌 당권 경쟁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입장보다 한발 나아간 것이다.

앞서 이 의원은 변화를 예고했었던 바 있던 그는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총리는 2인자지만, 당 대표는 1인자다.(당 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변신을 알렸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의 항명 논란이 불거지자 “윤 총장이나 최 원장은 좀 더 직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며 “(추 장관은)개성이 강한 분”이라고 말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의식한 변화로 읽힌다. 분명 이 의원은 독주 중이었다. 각종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서 1위를 달렸으며 2위와의 격차는 컸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177석 ‘공룡여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아 방역 대책 강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 그에게 최근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대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8월 둘째주(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가 19%를 기록해 17%를 얻은 이 의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지사의 상승세가 무섭다. ‘사법 족쇄’를 풀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특유의 ‘사이다 화법’은 이 지사의 상승세에 탄력을 더했다.

차기 1→2위 레이스 적신호
발언 수위↑ 친문에게 구애

현 정권보다 한발 빠른 대처가 눈에 띈다. 재난지원금 지급,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 등 문재인정부가 정책 방향을 고민할 때 이 지사의 경기도는 선제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중산층용 고급 공공주택을 무주택자 누구나 30년 이상의 장기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실행력은 사이다라는 별명을 있게 한 핵심이다. 코로나19 대확산의 시발점이 된 ‘신천지 사태’ 당시 이 지사는 신천지 과천본부에 대한 강제조사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에 정치권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이 지사는 목소리를 높여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외쳤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정치적 유불리를 가리지 않는 모습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비록 해당 발언은 이틀 만에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문제는)당원 의견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이기에는 충분했다.

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안에 기본소득이 명시되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으로서 효과가 크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체험했다. 매우 시의적절하고 적확한 선택”이라고 평가, 확장성을 보였다.

현 정권에게는 냉철한 목소리를 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부동산 논란이 불거지자 이 지사는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재명 인기
칼 갈았나?

반면 이 의원은 21대 총선서 당선된 후 각종 이슈서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을 보였다. ‘고구마’ ‘엄중 낙연’ 등 부정적인 별명까지 생겼다. 노 실장 부동산 논란에 대해 이 의원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길 바란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6월 말까지 침묵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신중 모드는 여전했다. 이 의원은 국회서 관련 질문을 받자 “당에서 정리된 입장을 곧 낼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이해찬 대표의 공개사과가 있고 나서야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피해 고소인’ 논란은 이 의원 지지율의 하락세를 부른 결정적 계기 중 하나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표현해 지적을 받았다. 이 의원 역시 다른 민주당 의원들처럼 성추행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현 민주당 지도부의 소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후보들이 말하기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는 ‘변방 장수’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광역단체장으로서 여의도 중앙정치서 떨어져 있다. 이는 이 지사 입장서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현 정권이 큰 지지를 받을 때는 빛을 보기 힘들지만, 실정이 부각되면 독자노선을 걸으며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반면 이 의원은 ‘최전선 장수’다. 피 튀기는 정치판 중앙서 현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한다. 현 정권이 큰 지지를 받을 때는 동반상승하지만, 실정이 이어지면 타격도 함께 받는다. 게다가 이 의원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현 정권과 운명공동체다. 이 의원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민주당 지지율 급락이 꼽힌다. 이 의원은 이 지사와 달리 독자노선을 걷기 힘들다.

과거로의
회귀 조언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꺼내든 카드가 선명성 부각으로 읽힌다. 잇단 고구마 평가에 이 의원의 참모라인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직분에 충실하자는 원칙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지만, 일각에선 잇단 지지율 하락이 ‘부자 몸조심’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대권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이 의원의 복심으로 꼽힌다.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이 의원이 전남도지사이던 시절 서울사무소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총선 때까지 이 의원을 밀착 보좌했다. 남 전 실장은 캠프 외곽서 이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역 국회의원들 중에는 설훈·이개호·박광온·오영훈·최인호 의원 등이 전략을 가다듬는 주축으로 꼽힌다. 그중 오 의원은 원내 참모장 역할, ‘부산 친문’인 최 의원은 공보참모 격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도 이 의원의 조언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의원의 참모라인이 ‘과거로의 회귀’를 이 의원에게 조언했다고 한다. 한때 ‘사이다 총리’로 불렸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이 의원 입장에선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사이다 총리는 국무총리이던 시절 야당의 날선 공세를 품격 있고 절제된 언행으로 되받아치는 모습에 민주당 지지층이 붙여준 별명이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지난 2017년 9월 대정부질문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이하 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이)대화를 구걸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비판하자, 이낙연 당시 총리는 “의원님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한국당 함진규 의원이 “남조선은 대화 자격이 없다. 핵은 우리와 미국 사이의 문제”라는 북한의 입장을 전하자, 이 총리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이 대화를 말하면 구걸이라 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반격했다.

이 의원의 선명성 부각은 ‘집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읽힌다. 즉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친문(친 문재인)을 잡는 전략이다.

참모라인 조언에…
'집토끼’ 사냥 전략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의원의 지지율이 이 지사에게 추월당했을 당시, 그 이유로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꼽았다. 특히 호남, 젊은층 등 그간 민주당을 지지해 온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현상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점이 줄곧 약점으로 꼽혀왔다. ‘NY(이낙연)계’는 21대 총선 이후 세 확장에 성공했지만, 아직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시기상조다. 즉 당권과 대권을 모두 차지하기 위해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과 함께해야 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야당을 향한 공격이 이를 뒷받침한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문정부를 “독재 정권”이라고 비판하자, 이 의원은 지난 17일 장준하 선생 추도식에 참석해 “독재 권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민주 정부를 독재라고 부른다”며 “그런 암울한 시대를 이어받은 사람들이 지금을 독재라 부른다. 통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이 의원이 플레이어로 뛰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친문 경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 모두 친문 표심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당대회 흥행 부진과 맥을 함께한다. 코로나19와 수해 등으로 전당대회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열성 권리당원의 표심이 이번 당 대표 선거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친문 경연장으로 퇴색된 이번 전당대회의 흐름에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소장파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후보들의 유세전에 세 가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관심·논쟁·비전이다.

당 대표 선거
이후 판가름

조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들이) 몇몇 (여권) 주류 성향의 유튜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라며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열성 지지자들, 즉 친문 지지자들에게만 구애하는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언행을 지적한 것이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이 의원 역시 이 같은 비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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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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