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잡힌 이낙연의 대권 새 판짜기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24 10:03:59
  • 호수 12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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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니까 독해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들어 ‘엄중 낙연’이 달라졌다. 신중함은 여전하지만,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고구마 화법’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변화로 읽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권레이스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추월당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참모 라인이 이 의원의 변화를 주도했다고 전한다. ‘대권 새 판짜기’의 막이 올랐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발언이 선명해졌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 광복회장으로서 그 정도의 문제 의식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발언이 보수진영서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따져보지 않고 호들갑 떤다”고 꼬집었다.

2인자?
1인자!

광복절 집회 참가를 독려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겨냥해서는 “담당 재판부가 바로 재구속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현충원에 있는 친일 인사의 묘를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두고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밝힌 당권 경쟁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입장보다 한발 나아간 것이다.

앞서 이 의원은 변화를 예고했었던 바 있던 그는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총리는 2인자지만, 당 대표는 1인자다.(당 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변신을 알렸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의 항명 논란이 불거지자 “윤 총장이나 최 원장은 좀 더 직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며 “(추 장관은)개성이 강한 분”이라고 말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의식한 변화로 읽힌다. 분명 이 의원은 독주 중이었다. 각종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서 1위를 달렸으며 2위와의 격차는 컸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177석 ‘공룡여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아 방역 대책 강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 그에게 최근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대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8월 둘째주(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가 19%를 기록해 17%를 얻은 이 의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지사의 상승세가 무섭다. ‘사법 족쇄’를 풀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특유의 ‘사이다 화법’은 이 지사의 상승세에 탄력을 더했다.

차기 1→2위 레이스 적신호
발언 수위↑ 친문에게 구애

현 정권보다 한발 빠른 대처가 눈에 띈다. 재난지원금 지급,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 등 문재인정부가 정책 방향을 고민할 때 이 지사의 경기도는 선제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중산층용 고급 공공주택을 무주택자 누구나 30년 이상의 장기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실행력은 사이다라는 별명을 있게 한 핵심이다. 코로나19 대확산의 시발점이 된 ‘신천지 사태’ 당시 이 지사는 신천지 과천본부에 대한 강제조사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에 정치권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이 지사는 목소리를 높여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외쳤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정치적 유불리를 가리지 않는 모습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비록 해당 발언은 이틀 만에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문제는)당원 의견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이기에는 충분했다.

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안에 기본소득이 명시되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으로서 효과가 크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체험했다. 매우 시의적절하고 적확한 선택”이라고 평가, 확장성을 보였다.

현 정권에게는 냉철한 목소리를 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부동산 논란이 불거지자 이 지사는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재명 인기
칼 갈았나?

반면 이 의원은 21대 총선서 당선된 후 각종 이슈서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을 보였다. ‘고구마’ ‘엄중 낙연’ 등 부정적인 별명까지 생겼다. 노 실장 부동산 논란에 대해 이 의원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길 바란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6월 말까지 침묵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신중 모드는 여전했다. 이 의원은 국회서 관련 질문을 받자 “당에서 정리된 입장을 곧 낼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이해찬 대표의 공개사과가 있고 나서야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피해 고소인’ 논란은 이 의원 지지율의 하락세를 부른 결정적 계기 중 하나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표현해 지적을 받았다. 이 의원 역시 다른 민주당 의원들처럼 성추행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현 민주당 지도부의 소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후보들이 말하기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는 ‘변방 장수’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광역단체장으로서 여의도 중앙정치서 떨어져 있다. 이는 이 지사 입장서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현 정권이 큰 지지를 받을 때는 빛을 보기 힘들지만, 실정이 부각되면 독자노선을 걸으며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반면 이 의원은 ‘최전선 장수’다. 피 튀기는 정치판 중앙서 현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한다. 현 정권이 큰 지지를 받을 때는 동반상승하지만, 실정이 이어지면 타격도 함께 받는다. 게다가 이 의원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현 정권과 운명공동체다. 이 의원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민주당 지지율 급락이 꼽힌다. 이 의원은 이 지사와 달리 독자노선을 걷기 힘들다.

과거로의
회귀 조언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꺼내든 카드가 선명성 부각으로 읽힌다. 잇단 고구마 평가에 이 의원의 참모라인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직분에 충실하자는 원칙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지만, 일각에선 잇단 지지율 하락이 ‘부자 몸조심’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대권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이 의원의 복심으로 꼽힌다.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이 의원이 전남도지사이던 시절 서울사무소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총선 때까지 이 의원을 밀착 보좌했다. 남 전 실장은 캠프 외곽서 이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역 국회의원들 중에는 설훈·이개호·박광온·오영훈·최인호 의원 등이 전략을 가다듬는 주축으로 꼽힌다. 그중 오 의원은 원내 참모장 역할, ‘부산 친문’인 최 의원은 공보참모 격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도 이 의원의 조언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의원의 참모라인이 ‘과거로의 회귀’를 이 의원에게 조언했다고 한다. 한때 ‘사이다 총리’로 불렸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이 의원 입장에선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사이다 총리는 국무총리이던 시절 야당의 날선 공세를 품격 있고 절제된 언행으로 되받아치는 모습에 민주당 지지층이 붙여준 별명이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지난 2017년 9월 대정부질문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이하 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이)대화를 구걸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비판하자, 이낙연 당시 총리는 “의원님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한국당 함진규 의원이 “남조선은 대화 자격이 없다. 핵은 우리와 미국 사이의 문제”라는 북한의 입장을 전하자, 이 총리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이 대화를 말하면 구걸이라 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반격했다.

이 의원의 선명성 부각은 ‘집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읽힌다. 즉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친문(친 문재인)을 잡는 전략이다.

참모라인 조언에…
'집토끼’ 사냥 전략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의원의 지지율이 이 지사에게 추월당했을 당시, 그 이유로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꼽았다. 특히 호남, 젊은층 등 그간 민주당을 지지해 온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현상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점이 줄곧 약점으로 꼽혀왔다. ‘NY(이낙연)계’는 21대 총선 이후 세 확장에 성공했지만, 아직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시기상조다. 즉 당권과 대권을 모두 차지하기 위해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과 함께해야 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야당을 향한 공격이 이를 뒷받침한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문정부를 “독재 정권”이라고 비판하자, 이 의원은 지난 17일 장준하 선생 추도식에 참석해 “독재 권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민주 정부를 독재라고 부른다”며 “그런 암울한 시대를 이어받은 사람들이 지금을 독재라 부른다. 통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이 의원이 플레이어로 뛰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친문 경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 모두 친문 표심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당대회 흥행 부진과 맥을 함께한다. 코로나19와 수해 등으로 전당대회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열성 권리당원의 표심이 이번 당 대표 선거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친문 경연장으로 퇴색된 이번 전당대회의 흐름에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소장파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후보들의 유세전에 세 가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관심·논쟁·비전이다.

당 대표 선거
이후 판가름

조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들이) 몇몇 (여권) 주류 성향의 유튜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라며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열성 지지자들, 즉 친문 지지자들에게만 구애하는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언행을 지적한 것이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이 의원 역시 이 같은 비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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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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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