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최측근’ 사망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10:04:47
  • 호수 1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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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떠안고 떠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안갯속에 빠졌다. 관련 수사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측근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측근 이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을 수색하던 도중 이씨가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타살 흔적 X

이씨는 갑작스레 종적을 감췄다.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씨는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오후 6시30여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변호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은 이로부터 이틀 뒤다.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씨가 발견된 현장을 감식한 결과 타살이라고 볼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10월 최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씨와 옵티머스 관계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핵심은 옵티머스 관계사로부터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복합기 임대료 76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씨는 지난 4월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 캠프의 조직 업무를 담당했다. 

‘10년 지기’ 극단적 선택…왜?
검찰 소환조사 중 종적 감춰

의혹이 불거지자 이씨는 자신의 주변에 “옵티머스와 관련된 회사인 줄 몰랐다. 복합기 임대료를 비용 처리하라고 실무진에 수차례 당부했는데 누락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최측근이다. 이 대표가 18·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서 이 대표의 당시 지역구(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관리를 맡았다. 이 대표와 이씨는 같은 전남 영광 출신이다.

이씨는 이 대표가 지난 2014년 전남도지사로 출마했을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원 2만6117명의 당비 3278만여원의 대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1년 2월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 서울중앙지검 ⓒ고성준 기자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이 대표는 이씨가 출소한 후 그를 정무특보로 기용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결정을 두고 공무원 임용 규정 위반 및 보은·특혜 인사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는 이 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돼 치러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 대표는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바깥에서 보기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그 사람의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다”며 이씨에게 신뢰를 보였다. 

이 대표가 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가 되자 이씨는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이씨는 캠프에서 조직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 대표가 지난 8·29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후에는 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해왔다.

비서관 출신
지역 관리

이씨의 극단적 선택은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남겼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찾기 힘들어서다. 76만원 대납 의혹만으로 이씨가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이 약식기소 내지는 불기소 처분으로 끝냈을 정도의 사안이다.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씨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캠프에서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가 유죄를 받더라도 이 대표와 옵티머스가 서로 연결됐다고 보기 힘들다.

76만원 대납 의혹 외에 다른 혐의로도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검찰은 이씨 소환 직전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옵티머스 로비스트 김모씨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받아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총선 출마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 사용했던 여의도 사무실의 보증금을 옵티머스 측에서 부담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소환했을 당시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사태가 여러 의혹으로 확전되는 상황에서 이씨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옵티머스 사태의 전말이 밝혀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검찰 사건 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게 된다.

수사 난항
해 넘기나

이 때문에 정치권은 미스터리로 남을 그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각자 유리한 쪽으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야권은 고작 76만원가량을 대납받았다는 의혹으로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의원총회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사건과 연관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뭉개고 있다는 비판이 만연하던 차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잠시 생각에 잠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옵티머스 사건 수사는 반 년째 공전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펀드 사기 의혹과 관련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사건의 핵심인 경영진 4인방과 브로커들의 신변을 확보해 재판에 넘긴 반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잰걸음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 지검장이 ‘추미애 사단’으로 꼽히면서 국민의힘 측은 이 지검장이 여권에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10월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 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특검에 가서 한 점의 의혹을 사지 않도록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은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1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죄인으로 몬 사건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여 “강금원 떠올라”
야 “이유를 밝혀라”

고인이 된 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로 불린다. 지난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후원금을 지원한 일을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러 차례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등 고초를 겪은 바 있다.

같은 당 신동근 최고위원 역시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별건수사, 강압수사, 피의사실 사전 공표, 모욕수사를 가져왔다”며 “또 피의사실 흘리기라는 검찰의 고질적 버릇이 도지는 일이 발생했고 피의자가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씨의 옵티머스 외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 이씨가 전남에 있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급여 형식으로 거액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이를 이씨의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 민주당은 별건수사로 이씨가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이 옵티머스와 무관한 전남 지역 업체들의 급여 제공 관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이씨를) 소환 조사했다든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그런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검찰이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이 없었는지 철저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대검찰청의 설명이다. 

윤 총장
진상조사

또 윤 총장은 전국 검찰청에 특별 지시를 내렸다. 조사 중 별건 범죄사실의 단서가 발견될 경우 조사 주체, 증거 관계, 가벌성 및 수사 시기 등을 인권감독관에게 점검받은 후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 수사에 착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윤 총장은 “중요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해 지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법원 통신영장 기각, 왜?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측근인 이모씨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통신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며 ‘강제 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경찰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사망한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수첩, 지갑 등을 발견했다.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을 확보한 경찰은 주변인 및 유족의 진술 등과 이를 비교하기 위해 통신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종적을 감췄고,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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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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