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최측근’ 사망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10:04:47
  • 호수 1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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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떠안고 떠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안갯속에 빠졌다. 관련 수사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측근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측근 이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을 수색하던 도중 이씨가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타살 흔적 X

이씨는 갑작스레 종적을 감췄다.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씨는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오후 6시30여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변호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은 이로부터 이틀 뒤다.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씨가 발견된 현장을 감식한 결과 타살이라고 볼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10월 최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씨와 옵티머스 관계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핵심은 옵티머스 관계사로부터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복합기 임대료 76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씨는 지난 4월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 캠프의 조직 업무를 담당했다. 

‘10년 지기’ 극단적 선택…왜?
검찰 소환조사 중 종적 감춰

의혹이 불거지자 이씨는 자신의 주변에 “옵티머스와 관련된 회사인 줄 몰랐다. 복합기 임대료를 비용 처리하라고 실무진에 수차례 당부했는데 누락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최측근이다. 이 대표가 18·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서 이 대표의 당시 지역구(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관리를 맡았다. 이 대표와 이씨는 같은 전남 영광 출신이다.

이씨는 이 대표가 지난 2014년 전남도지사로 출마했을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원 2만6117명의 당비 3278만여원의 대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1년 2월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 서울중앙지검 ⓒ고성준 기자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이 대표는 이씨가 출소한 후 그를 정무특보로 기용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결정을 두고 공무원 임용 규정 위반 및 보은·특혜 인사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는 이 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돼 치러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 대표는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바깥에서 보기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그 사람의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다”며 이씨에게 신뢰를 보였다. 

이 대표가 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가 되자 이씨는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이씨는 캠프에서 조직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 대표가 지난 8·29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후에는 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해왔다.

비서관 출신
지역 관리

이씨의 극단적 선택은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남겼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찾기 힘들어서다. 76만원 대납 의혹만으로 이씨가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이 약식기소 내지는 불기소 처분으로 끝냈을 정도의 사안이다.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씨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캠프에서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가 유죄를 받더라도 이 대표와 옵티머스가 서로 연결됐다고 보기 힘들다.

76만원 대납 의혹 외에 다른 혐의로도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검찰은 이씨 소환 직전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옵티머스 로비스트 김모씨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받아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총선 출마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 사용했던 여의도 사무실의 보증금을 옵티머스 측에서 부담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소환했을 당시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사태가 여러 의혹으로 확전되는 상황에서 이씨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옵티머스 사태의 전말이 밝혀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검찰 사건 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게 된다.

수사 난항
해 넘기나

이 때문에 정치권은 미스터리로 남을 그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각자 유리한 쪽으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야권은 고작 76만원가량을 대납받았다는 의혹으로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의원총회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사건과 연관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뭉개고 있다는 비판이 만연하던 차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잠시 생각에 잠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옵티머스 사건 수사는 반 년째 공전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펀드 사기 의혹과 관련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사건의 핵심인 경영진 4인방과 브로커들의 신변을 확보해 재판에 넘긴 반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잰걸음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 지검장이 ‘추미애 사단’으로 꼽히면서 국민의힘 측은 이 지검장이 여권에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10월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 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특검에 가서 한 점의 의혹을 사지 않도록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은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1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죄인으로 몬 사건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여 “강금원 떠올라”
야 “이유를 밝혀라”

고인이 된 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로 불린다. 지난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후원금을 지원한 일을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러 차례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등 고초를 겪은 바 있다.

같은 당 신동근 최고위원 역시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별건수사, 강압수사, 피의사실 사전 공표, 모욕수사를 가져왔다”며 “또 피의사실 흘리기라는 검찰의 고질적 버릇이 도지는 일이 발생했고 피의자가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씨의 옵티머스 외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 이씨가 전남에 있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급여 형식으로 거액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이를 이씨의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 민주당은 별건수사로 이씨가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이 옵티머스와 무관한 전남 지역 업체들의 급여 제공 관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이씨를) 소환 조사했다든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그런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검찰이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이 없었는지 철저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대검찰청의 설명이다. 

윤 총장
진상조사

또 윤 총장은 전국 검찰청에 특별 지시를 내렸다. 조사 중 별건 범죄사실의 단서가 발견될 경우 조사 주체, 증거 관계, 가벌성 및 수사 시기 등을 인권감독관에게 점검받은 후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 수사에 착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윤 총장은 “중요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해 지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법원 통신영장 기각, 왜?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측근인 이모씨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통신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며 ‘강제 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경찰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사망한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수첩, 지갑 등을 발견했다.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을 확보한 경찰은 주변인 및 유족의 진술 등과 이를 비교하기 위해 통신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종적을 감췄고,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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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