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김부겸 ‘당권 레이스’ 관전 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06 10:17:51
  • 호수 12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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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식으로 뒤집기 한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잠룡 대 잠룡의 사생결단 진검승부다. 8월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이야기다. 분위기는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출마가 확실시되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물밑서 치열히 경쟁 중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문병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대로라면 7일쯤 내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권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전당대회(이하 전대) 출마 배경에 대해 “국가적 위기에 책임 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또한 초유의 거대 여당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두 가지가 기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세론?

이 의원은 캠프가 들어설 전당대회 사무실도 마련했다. 여의도의 한 빌딩과 계약을 마쳤다. 해당 빌딩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차렸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는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유력한 여권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와 같은 곳에 캠프를 차리는 방식으로, 대외적으로 차기 대권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내적으로는 주류 친문(친 문재인)에게 보내는 러브콜로 읽힌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 직후부터 대세론의 주인공이지만, 아직 주류 친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의원 입장에선 이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최근 민주당 내부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 의원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민주당 86그룹 출신으로 구성된 더좋은미래 소속 일부 의원과 다선 의원들이 대권주자들의 전대 출마를 만류하는 ‘연판장’을 준비했었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의원을 겨냥한 연판장 준비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선 연판장의 배후로 주류 친문을 지목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류 친문과 이 의원은 당권까지 동행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주류 친문 중에서 이 의원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부엉이모임’ 출신 민주당 의원 30여명 가운데 일부가 개별적으로 이 의원 지원에 나선 상태다. 그중 한 명인 최인호 의원은 지난달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전대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서 국민에게 보여줄 집권여당의 자세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대권을 놓고 판단하는 전대가 아니라 위기 극복의 적임자가 나서야 한다”며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의원은 ‘문재인식’ 대권 모델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1년여간 민주당 당대표를 역임한 뒤,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표직서 물러났다. 이후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 출마해 대권을 잡았다. 

NY 주류 친문에 러브콜 보내 
BK 친노 결집해 대역전 노려

마찬가지로 이 의원 역시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대서 민주당 당권을 잡았다가 2021년 3월 대표직을 사퇴, 20대 대선으로 직행한다면 대권까지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부겸 전 의원은 이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국회 인근의 빌딩을 임대한 상태다. 캠프에는 김 전 의원이 현역이던 시절 보좌진, 전국지지모임인 새희망포럼, 싱크탱크 생활정치연구소 멤버 등이 참여했다.

이 의원의 전략적 선택이 주류 친문이라면, 김 전 의원의 선택은 ‘친노(친 노무현)’로 보인다. 김택수 공보 담당 대변인은 참여정부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대표적 친노 인사다.


이후 친노 대권주자였던 안희전 전 충남도지사의 측근이기도 하다. 김 대변인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대전시 정무부시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기자 출신 법조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는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해 법조계에도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 문재인 대통령

김 전 의원의 20년지기 친구 박재호 의원 역시 친노로 분류된다. 박 의원은 지난 16대 총선서 북강서을에 출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캠프에 합류해 친노로 불리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6대 대선 당시에는 노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을 맡았다. 당선 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정무비서를 역임했다.

그는 이번 전대서 김 전 의원을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또 친노계 핵심 이광재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전상헌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도 김부겸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이 문재인식 대권 모델이라면, 김 전 의원은 노무현식 모델을 선택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1년 3월 해양수산부 장관서 물러난 후 다음해 12월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서 이인제 당시 후보의 대세론을 꺾고 본선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기회는…

김 전 의원은 이낙연 대세론을 꺾어야 한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1위를 달리는 이 의원은 21대 총선서 다수 당선자들의 후원회장을 맡아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반이낙연계’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는 이유다. 김 전 의원은 반NY계의 구심점으로 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 대표-최고위원 임기 분리, 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를 명확히 분리하는 당헌 개정 방안을 확정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서 당헌상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임기를 다음 정기 전당대회까지로 바꾸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차기 당 대표가 중도 사퇴해 임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더라도 최고위원은 정기 전당대회까지 2년의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이는 이낙연 의원의 당권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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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