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선두’ 이낙연 흔드는 세력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9 10:35:40
  • 호수 1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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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의 토사구팽? 적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1위 자리가 위태롭다. ‘어대후(어차피 대선후보)’라는 평가에 균열이 생겼다. 11월 위기론은 현실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이야기다. 잇따른 악재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흔드는 세력의 존재를 의심한다.
 

▲ 경제상황 점검회의서 발언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꽃가마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당 안팎에서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지지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추세다. ‘어대후 이낙연’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은 옛일이 됐다. 

고꾸라진 
지지율에…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2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21.5%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재명 경기도지사(21.5%)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여권을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17.2%로 3위에 올랐다.

이 대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동 기관 조사에서 30.8%를 기록했던 이 대표의 지지율은 7월 25.6%, 8월 24.6%, 9월 22.5%를 거쳐 10월 21.5%로 떨어졌다. 4개월여 동안 9.3%p 빠진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지난 8·29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럼에도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컨벤션 효과(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이벤트를 연 직후에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마저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대표와 함께 1위에 오른 이 지사는 60대와 7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이 대표를 앞섰다. 즉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요 연령층인 30대와 40대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누른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다가올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앞설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에게 잇따라 악재가 겹친 결과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논란이 그중 하나다. 앞서 민주당은 소위 무공천 조항으로 불리는 당헌 96조2항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데 대한 찬반조사를 실시했다. 

총 투표수 21만1804표 중 18만3509표(86.64%)가 찬성했다. 박원순·오거돈 등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비위 행위로 실시되는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6월부터 하락세 계속 왜?
잇단 악재에 리더십 흔들

이 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찬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당원의 뜻이 모였다고 해서 서울·부산 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우리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후보를 내는 것이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는 논리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 공정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으로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당헌 개정 결정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조 친노’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당헌을)지금 와서 손바닥 뒤집듯 저렇게 뒤집었다. 너무 명분 없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역시 비판에 가세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고성준 기자

강은미 원내대표는 “정치적 손익만을 따져 손바닥 뒤집듯 쉽게 당의 헌법을 바꾸는 것을 당원 투표라는 미명으로 행하는 것이 어디 자기 얼굴에만 침을 뱉는 것이겠느냐”며 “성 비위라는 중대한 범죄에 연루된 단체장의 보궐 선거에 또 다시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려는 철면피는 최소한 피해자들에 대한 어떤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찬반조사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26.35%에 불과한 총 투표율 때문이다. 민주당 당규 38조에 따르면, ‘전 당원 투표는 전 당원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로 효력을 발휘한다. 전 당원 투표의 유효 투표율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번에 실시한 투표는 의결 절차가 아니라 (당원들의)의지를 묻는 것이고, 당헌 개정은 내일(지난 3일) 열릴 중앙위 의결을 통해서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권이 최종 목표인 이 대표에게 당헌 개정 논란은 분명한 악재다. 민주당 박수현 홍보소통위원장은 “당 대표로서, 대권주자로서 민주당과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감내해야 할 외길이었다. 이 대표는 머뭇거리지 않고 독배를 들었다”며 일련의 논란을 평가했다.

욕먹어도
공천 강행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국회 사의 표명 사태’ 역시 이 대표에게 몰아닥친 악재다. 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전체회의 도중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최근 2개월간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사태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나온 돌발 발언이었다. 전체회의에 배석했던 여야 의원들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정적이 흐른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설사 결심했더라도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인가”라며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소속의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질문도 없는 상황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스스로 밝혀 위원들이 애써 준비한 정책 질의와 예산 심의를 위축시켰다”며 “위원회 권위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의 국회 사의 표명 사태는 청와대가 사직서를 반려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반려가 있고 난 후 홍 부총리는 “인사권자 뜻에 맞춰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부총리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그러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대주주 기준을 언급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다.


홍 부총리의 기획재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 대표의 민주당은 현행 10억원의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분파하면  
이삭줍기?

결론은 민주당의 승리였다. 고위당정청 회의는 현행 10억원을 유지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그동안 쌓아 왔던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줄곧 강조해왔던 당정청 ‘원팀’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원팀 기조는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의 연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19대 대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내리 4연승을 이뤄내는 원동력이었다.

이 기간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을 중심으로 뭉쳤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거리만 다를 뿐 모두 친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당정 사이에 균열이 발생함으로써 민주당이 당장 내년 4월에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부터 원팀을 이룰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련의 과정이 거대여당의 폭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선거에서 악재다.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국면이었던 지난 3월, 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와 홍 부총리가 정면충돌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를 향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라며 응수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홍 부총리의 반대를 꺾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시켰다.
 

▲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이 대표의 대권 명운을 가늠할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만약 패배한다면,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당정 갈등 논란에 대해 “(대주주 기준은 당정이)그다지 갈등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내)일부 의원들의 충정은 알겠지만,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친문이 이 대표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선택할 가능성도 대두됐다. ‘부엉이 모임’ 사조직 논란으로 잠행하고 있던 친문 핵심 인사들이 ‘민주주의4.0 연구원(이하 연구원)’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 연구원은 오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코로나19와 신문명’이라는 주제로 창립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
결국 양갈래 독자노선으로?

과거 부엉이 모임을 주도했던 친문 인사들이 대거 연구원에 합류한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연구원의 초대 의장을 맡으며, 부엉이 모임 출신으로 유일하게 원내대표로 당선된 홍영표 의원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 전해철 의원이 가세한다.

그 외에도 다수의 청와대 출신과 86그룹 민주당 의원, 민간전문가 다수가 연구원에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엉이 모임 사조직 논란을 의식한 듯 연구원은 정책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적 논의보다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정책 어젠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그러나 내년부터 매해 굵직한 선거가 예정돼있어 정치권은 연구원이 선거 국면에서 친문 후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연구원에 합류한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가 대권 도전을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해철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이 언급된다. 민주당 당대표·원내대표 선거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내년 5월에 치러진다. 현재 연구원은 싱크탱크의 성격이 강하지만, 향후 정치세력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친문은 이 대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친문의 지지는 지난 8·29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을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인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민주당에 입당한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친문이 잠행을 깨고 전면에 나선 이유에 대해 정치권은 대선주자들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꼽는다. 이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지만, 누구 한 명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당대회 전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주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 대표와 이 지사 모두 친문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잠행을 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지지율 답보 상태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친문이 제3의 인물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친문 세력 일부라도 흡수해야 당내 경선에서 승산이 있다. 친문 인사들은 이낙연 체제에서 당의 요직에 대거 등용됐다.

일등공신들
분파 가능성도

박광온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 홍익표 의원은 민주연구원장, 최인호 의원은 수석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당 대표 정무실장, 청와대 일자리수석 출신의 정태호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으로 기용됐다. 이 대표 측은 주요 선거를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친문의 분파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싱크탱크’ 실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내년 3월 출범을 준비 중이다.

출범 이후 대선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 이낙연표 대선 공약을 만드는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싱크탱크의 대표를 맡을 것으로 전해지며, 민주당 내 경제공부 모임인 ‘경국지모’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최운열 전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 등이 싱크탱크에 합류한다.

이 대표가 내각을 이끌던 시절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들도 일부 싱크탱크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경제 분과 소장에는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사회 분과 소장에는 정근식 서울대 교수, 정치 분과 소장에는 김남국 고려대 교수, 국민건강 분과 소장에는 김재상 이화여대 교수가 내정됐다. 

싱크탱크는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시점인 내년 3월 법인으로 전환해 정식 싱크탱크로 진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였던 시절 곁을 보좌한 남평오 전 총리실 민정실장이 실무를 준비한다.

친문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4.0 연구원과 함께 본격적인 세력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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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