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군기반장’ 노영민 시한부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0.26 10:28:00
  • 호수 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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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장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왕실장이 사라졌다. 취임 초기 ‘군기반장’으로 불리며 강력한 그립감을 보였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지만, ‘똘똘한 한 채’ 논란 이후 그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사표가 반려되고 나서는 사실상 청와대에서의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가 곳곳에서는 노 실장 교체설이 나돌며 후임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된다. <일요시사>는 용두사미에 그친 왕실장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성준 기자

청와대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사이의 어정쩡한 동거가 곧 끝날 조짐이다. 정가에서는 청와대가 노 실장의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특정 인사의 인사 검증 동의서가 청와대에 제출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 최초의 ‘불명예 제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 정권 최초
불명예 제대?

노 실장은 존재감을 급격히 상실했다. 국무회의, 수석·보좌관 회의 등 청와대의 주요 회의석상에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특별한 지시나 발언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똘똘한 한 채’ 사건이 분기점이었다. 당시 노 실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 강남의 반포아파트와 충북 청주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던 노 실장이 반포아파트 대신 청주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자신이 3선을 한 지역구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강남의 아파트는 지키려는 모습에 여론은 급격히 냉각됐다. 청와대가 ‘강남 불패’ 신화를 재확인시킨 꼴이었다.


청와대 발표가 오락가락한 점도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이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밝혔지만, 40여분 뒤 청주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당에서조차 노 실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 중 “(노 실장의 청주 집 처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여러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으며, 김남국 의원도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해찬 당시 대표는 불쾌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결국 노 실장은 고개를 숙였다. 의도와 다르게 강남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과였다. 그럼에도 논란은 지속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인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존재감 어디로…강한 그립감 사라진 지 오래
결국 용두사미로? 해이해진 내부 개편 임박?

풍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기관 정기 감사결과를 9월 발표했다. 


감사원이 청와대의 부당한 업무 처리와 기강 해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도운 측근들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에서 매월 수백만원의 자문료를 급여처럼 받은 사실을 적발해 주목받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출신의 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2019년 1월부터 월 400만원씩 총 5200만원을 지급받았으며,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목희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송 의원과 같은 방식으로 각각 5513만원, 1억4099만원을 수령했다.
 

▲ ▲청와대

현행법상 비상임·비상근 위원장에게 자문료를 월급처럼 지급하는 일은 불법이다.

세 사람 모두 문 대통령의 측근이다. 송 의원은 지난 19대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의 자문기구인 국민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 시장은 같은 대선에서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장을, 이 전 의원은 18대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 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청와대의 어린이날 기념 영상 용역 발주 과정에서 발생한 계약법 위반, 경호처 직원들의 무단 외부 강의, 청와대 내 미술품 관리 소홀 등 12건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6건에 대해서는 ‘주의’, 나머지 6건에는 ‘통보’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계약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노 실장에게 직접 주의를 줬다. 감사 결과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감사원이 대통령비서실 등 청와대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노 실장 입장에서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지난해 1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노 실장에게 붙은 별명은 ‘군기반장’이었다. 친문 좌장인 노 실장이라면 청와대 직원들을 강한 그립감으로 쥘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 예상은 노 실장 취임 초기부터 들어맞았다. 

카리스마? 
힘 떨어져

노 실장은 빠르게 청와대 기강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50·60세대 무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일이 대표적이다. 논란이 있고 하루 만에 단행된 문책성 인사였다. 현 정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속전속결’ 조치에 청와대 직원들은 긴장했다. 이 같은 속전속결의 배경에는 노 실장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 실장은 취임 일성에서 ‘춘풍추상’을 강조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혹하라는 뜻으로 이는 청와대 직원들에게 날린 경고장이었다. 규율이 잡히면서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의장 공기부터 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성준 기자

노 실장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여러 지시를 내리며 장악력을 높여갔다. 청와대 비서진·비서들에게 업무 내용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켰으며, 또 이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대면보고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에게 휴식을 주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실장급이 ‘전결’을 하는 상황을 늘려 비서진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뜻도 내포돼있었다.

청와대 밖에서는 활발한 활동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을 지원했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 취임 직후부터 그에게 재계와의 소통을 당부했다. 국회의원 시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신성장산업포럼 대표로 활동했던 노 실장은 민주당 내에서 ‘경제에 밝은 정치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노 실장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현 정권 3대 핵심 신성장 동력을 추려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대 산업 현장에서 문 대통령을 수행한 사람이 바로 노 실장이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던 지난해 11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에 전폭적인 투자·지원도 아끼지 않았다”며 문재인정부 전반기를 평가했다. 

똘똘한 한 채
역풍 제대로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VIP(대통령)의 뜻’이라며 민주당 이낙연 대표에 차기 국무총리직을 맡도록 설득한 사람도 바로 노 실장으로 알려져 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로 가는 일은 의전서열 상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은 정세균 당시 총리 후보자에게 “입법부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이는 예상된 논란이었다. 노 실장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노 실장은 즉각 대통령비서실과 안보실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정책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바로 1주택 이외 처분 권고였다. 

청와대가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수도권 내에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는 것이 노 실장의 권고 내용이었다. 
 

▲ 우윤근 주중대사

그러나 이는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이어지며 결국 노 실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노 실장은 대국민 사과 이후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노 실장과 함께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5명도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총 6명의 실장·수석 인사가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청와대 다주택 참모진의 주택 매매 과정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노 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의 사표를 반려했다. 청와대와 노 실장 사이 ‘어정쩡한 동거’의 시작이었다.

청와대 개편이 곧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노 실장이 교체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어정쩡한 동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후임 하마평 솔솔∼
순장조 실장 누구?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가 노 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남 광양 출생인 그는 이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한 중진 의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원내대표였던 우 전 대사는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국회 사무총장과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우 전 대사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잘 알려져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이던 우 전 대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반가움을 나타내던 중 우 전 대사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우 전 대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기도 한다. 

문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우 전 대사는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민주캠프 산하 ‘동행본부’본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선대위 직능·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이었다.
 

▲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도 차기 비서실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탕평 인사에 적임자인 까닭이다. 경북 상주 출생인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을 대표하는 ‘영남 맹주’다. 비록 21대 총선과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낙선하며 부침을 겪고 있지만, 대권주자로 꼽힐 정도로 중량감이 있다. 

내부 승진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석을 실장으로 올리는 안이다. 만약 청와대가 내부 승진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승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최 수석은 애초에 실장급이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수석은 ‘친문 실세’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본부 제1상황실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에는 사무총장, 총무본부장, 당무감사원 감사위원 등 당의 요직을 두루 겸하면서 친문으로 자리 잡았다. 친노·비노 간의 갈등이 격화됐던 당시에는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정쩡한
동거 끝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후보로 자주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혼돈에 빠져 있는 현 상황에서 당장 비서실장으로 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후보 중 한 명이지만,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어려울 것이라고 정가는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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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