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리스크’ 이낙연의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14 10:23:57
  • 호수 1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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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도 저럴 수도 ‘사면추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면‘추’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임에도, 이낙연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빗대 표현한 말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 ▲ 최근 아들 병역 문제로 연일 야권으로부터 맹폭을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포연이 자욱하다.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 중이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쟁터는 추 장관 아들의 ‘황제 병가’ 논란이다.

잇따른 의혹
수세 몰렸다

“소설을 쓰시네”라는 추 장관의 발언 이후 2개월여 만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됐다. 지난 7월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서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여야가 맞붙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 윤한홍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서 해당 사건을 뭉개고 그 대가로 법무부 차관 자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추 장관은 “소설을 쓰시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야 의원이 충돌했고, 법사위는 파행됐다. 다시 속개된 회의서 추 장관은 “(아들이)특권을 누린 적은 없으며, 1시간도 탈영한 적이 없고, 특혜 병가도 받은 적 없다”며 “다리 치료가 덜 끝나 의사 소견과 적법 절차에 따라 군생활을 다 마쳤다”고 해명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뇌관이 또 다시 터졌다. 지난달 25일 국회 법사위에 참석한 추 장관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발끈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인 서씨에 대한 병가 기록이 전혀 없다고 추 장관을 몰아세웠다. 

질의를 한 통합당 전주혜 의원은 “병무청으로부터 2016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카투사 4000명에 대한 기록을 받았는데, (추 장관 아들 성씨인)서씨 중에 진료 목적으로 휴가를 간 사람 4명의 기록은 모두 2017년 6월25일 이후여서 추 장관 아들과 무관하다”며 “군대 미복귀 시점인 2017년 6월25일 이전인데, 병가 기록이 전혀 없다. 장관이 위증을 한 건가, 아니면 병무청과 국방부가 자료를 은폐한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추 장관은 현장서 “수사를 하면 밝혀질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황제 병가’ 논란에 ‘보좌관 전화’ 논란이 더해졌다. 통합당 신원식 의원은 추 장관의 보좌관이라고 밝힌 인물이 서씨의 휴가를 전화로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이어 터지는 아들 논란…
선배 대표에게 고언 힘들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추 장관에게 질의가 이어졌고, 추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역시 해명자료를 내 “현재까지 수사 결과 당시 추 의원 보좌관이 병가 연장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대한 부대 관계자의 진술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해명은 하루 만에 위기를 맞았다. 신 의원은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부대 관계자의 녹취를 공개했다. 서씨의 병가가 연장되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는 것.


신 의원은 “‘보좌관이 전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한 추 장관과 동부지검의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대국민 거짓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 의원 측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서씨를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중앙일보>를 통해 “해당 청탁은 민주당 당 대표실로부터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시 추 장관은 민주당 당 대표였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병역 논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 서씨와 추 장관의 보좌관, 군 관계자 등 5명을 군형법상 군무이탈과 군무 기피 목적 위계죄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추 장관 측은 반격에 나섰다. 서씨의 법률대리인 측에서 무릎 수술 관련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변호인단이 내놓은 자료는 ▲ 2015년 4월7일 왼쪽 무릎 수술 기록지 ▲(군 복무 중인) 2017년 4월5일 ‘오른쪽 무릎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서 ▲2017년 6월21일 ‘수술 후 회복 중으로 약 3개월간 가료(휴식)가 필요하다’는 진단서 등 3종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서씨는 병원 소견서를 부대 지원반장에게 보여주며 군 병원의 진단을 신청했고, 2017년 4월12일 국군양주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를 근거로 같은 해 6월5일부터 14일까지 병가를 냈다. 이어 23일까지 병가를 연장하고, 여기에 더해 나흘간 개인 휴가를 쓴 뒤 27일 부대에 복귀했다.

서씨는 2차 병가가 끝나는 날인 23일 휴가 연장 승인을 받지 못했는데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외압 등으로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퇴 촉구
특임검사도?

대립이 첨예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의혹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 추 장관의 사퇴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추 장관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아들 의혹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수사팀의 수사 관련 보고를 앞으로도 받지 않을 것이며, 검찰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치권은 추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국민의힘은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 장관 본인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특임검사나 특별검사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는 논리다. 동부지검의 수사에 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8개월 동안 수사에 진척이 없었음은 물론, 수사팀이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 관련 진술을 조서에서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진 결과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은 추 장관 엄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야권은 전임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처럼 추 장관도 가족 비리가 드러난 이상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은 ‘조국 아빠 찬스’의 데자뷔로 느낀다”며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서 “지금 추 장관과 관련한 무차별적 폭로와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내 현안을 책임지는 원내대표가 당 공식회의에서 장관의 자녀 관련 의혹을 언급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민주당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민주당 내부에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상대로 조사하고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4.1%포인트 떨어진 33.7%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8%포인트 상승한 32.8%로 나타났다. 

엄호 총력
말실수는…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이다. 특히 남성과 20대, 50대 등에서 지지층 이탈이 두드러졌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견한다. 주변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문건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엄호 ▲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지난 10일 추 장관 부부가 서씨의 휴가에 관해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의 국방부 자체 문건이 확인됐다. 최근 국방부 인사복지실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을 보면, 서씨의 부모(추 장관 부부)가 병가 연장 방법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국방부에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야권은 이를 외압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엄호로부터 비롯된 실언이 쏟아졌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서 “카투사는 육군처럼 훈련하지 않는다.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카투사서 휴가를 갔느냐 안 갔느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카투사서 복무했다. 


카투사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카투사 예비역 모임은 성명을 통해 “우 의원이 국방 의무를 수행 중인 수많은 장병과 수십만 예비역 카투사들의 명예와 위신을 깎아내렸다”며 “카투사 내에서도 업무 강도는 제각각이고, 육군 일부 부대보다 힘들게 군 생활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카투사 비하’ 논란에 결국 우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김남국 의원은 일련의 야당 공세의 이유로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온 의원이 많아서라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중 군 미필자는 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2명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3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민주당 지지율 추락
탈출구 보이지 않아

설훈 의원은 ‘국방부 문건’과 관련해 “오죽하면 민원을 했겠나”라고 발언, 정청래 의원은 보좌관의 전화 논란에 “우리가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그럼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두둔해 질타를 받았다.

서씨 변호인단은 지난 9일 서씨의 부대 배치와 관련한 청탁 의혹을 제기한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내용의 녹취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추 장관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추 장관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호기롭게 출범했던 이낙연 대표 체제는 난감할 따름이다.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민생 입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국회 상임위 회의와 대정부 질문, 기자회견 등에서 추 장관 아들 논란이 거듭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 악수 나누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야권의 공세에 이 대표는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 이유로 ‘직분에 맞는 언행’이라는 이 대표의 지론을 든다. 당 대표로서 장관의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선수를 절대적으로 고려하는 국회의 불문율 때문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추 장관은 여성 최초 5선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대표까지 지냈다. 그런 추 장관에게 4선인 이 대표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지난 7월15일 법정 시한을 넘겼다. 여야의 지난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추 장관이 낙마한다면 야권과의 파워 대결서 밀릴 수 있다. 추 장관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민주당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추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야권을 의심하는 이유다. 

공수처 출범
저지하려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당 차원서 진상조사를 하자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나, 검찰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당 진상조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점도 문제다. 출범 초부터 ‘추미애 리스크’라는 악재를 떠안은 이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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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