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리스크’ 이낙연의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14 10:23:57
  • 호수 1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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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도 저럴 수도 ‘사면추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면‘추’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임에도, 이낙연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빗대 표현한 말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 ▲ 최근 아들 병역 문제로 연일 야권으로부터 맹폭을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포연이 자욱하다.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 중이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쟁터는 추 장관 아들의 ‘황제 병가’ 논란이다.

잇따른 의혹
수세 몰렸다

“소설을 쓰시네”라는 추 장관의 발언 이후 2개월여 만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됐다. 지난 7월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서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여야가 맞붙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 윤한홍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서 해당 사건을 뭉개고 그 대가로 법무부 차관 자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추 장관은 “소설을 쓰시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야 의원이 충돌했고, 법사위는 파행됐다. 다시 속개된 회의서 추 장관은 “(아들이)특권을 누린 적은 없으며, 1시간도 탈영한 적이 없고, 특혜 병가도 받은 적 없다”며 “다리 치료가 덜 끝나 의사 소견과 적법 절차에 따라 군생활을 다 마쳤다”고 해명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뇌관이 또 다시 터졌다. 지난달 25일 국회 법사위에 참석한 추 장관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발끈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인 서씨에 대한 병가 기록이 전혀 없다고 추 장관을 몰아세웠다. 

질의를 한 통합당 전주혜 의원은 “병무청으로부터 2016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카투사 4000명에 대한 기록을 받았는데, (추 장관 아들 성씨인)서씨 중에 진료 목적으로 휴가를 간 사람 4명의 기록은 모두 2017년 6월25일 이후여서 추 장관 아들과 무관하다”며 “군대 미복귀 시점인 2017년 6월25일 이전인데, 병가 기록이 전혀 없다. 장관이 위증을 한 건가, 아니면 병무청과 국방부가 자료를 은폐한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추 장관은 현장서 “수사를 하면 밝혀질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황제 병가’ 논란에 ‘보좌관 전화’ 논란이 더해졌다. 통합당 신원식 의원은 추 장관의 보좌관이라고 밝힌 인물이 서씨의 휴가를 전화로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이어 터지는 아들 논란…
선배 대표에게 고언 힘들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추 장관에게 질의가 이어졌고, 추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역시 해명자료를 내 “현재까지 수사 결과 당시 추 의원 보좌관이 병가 연장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대한 부대 관계자의 진술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해명은 하루 만에 위기를 맞았다. 신 의원은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부대 관계자의 녹취를 공개했다. 서씨의 병가가 연장되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는 것.


신 의원은 “‘보좌관이 전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한 추 장관과 동부지검의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대국민 거짓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 의원 측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서씨를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중앙일보>를 통해 “해당 청탁은 민주당 당 대표실로부터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시 추 장관은 민주당 당 대표였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병역 논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 서씨와 추 장관의 보좌관, 군 관계자 등 5명을 군형법상 군무이탈과 군무 기피 목적 위계죄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추 장관 측은 반격에 나섰다. 서씨의 법률대리인 측에서 무릎 수술 관련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변호인단이 내놓은 자료는 ▲ 2015년 4월7일 왼쪽 무릎 수술 기록지 ▲(군 복무 중인) 2017년 4월5일 ‘오른쪽 무릎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서 ▲2017년 6월21일 ‘수술 후 회복 중으로 약 3개월간 가료(휴식)가 필요하다’는 진단서 등 3종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서씨는 병원 소견서를 부대 지원반장에게 보여주며 군 병원의 진단을 신청했고, 2017년 4월12일 국군양주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를 근거로 같은 해 6월5일부터 14일까지 병가를 냈다. 이어 23일까지 병가를 연장하고, 여기에 더해 나흘간 개인 휴가를 쓴 뒤 27일 부대에 복귀했다.

서씨는 2차 병가가 끝나는 날인 23일 휴가 연장 승인을 받지 못했는데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외압 등으로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퇴 촉구
특임검사도?

대립이 첨예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의혹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 추 장관의 사퇴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추 장관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아들 의혹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수사팀의 수사 관련 보고를 앞으로도 받지 않을 것이며, 검찰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치권은 추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국민의힘은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 장관 본인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특임검사나 특별검사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는 논리다. 동부지검의 수사에 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8개월 동안 수사에 진척이 없었음은 물론, 수사팀이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 관련 진술을 조서에서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진 결과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은 추 장관 엄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야권은 전임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처럼 추 장관도 가족 비리가 드러난 이상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은 ‘조국 아빠 찬스’의 데자뷔로 느낀다”며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서 “지금 추 장관과 관련한 무차별적 폭로와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내 현안을 책임지는 원내대표가 당 공식회의에서 장관의 자녀 관련 의혹을 언급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민주당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민주당 내부에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상대로 조사하고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4.1%포인트 떨어진 33.7%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8%포인트 상승한 32.8%로 나타났다. 

엄호 총력
말실수는…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이다. 특히 남성과 20대, 50대 등에서 지지층 이탈이 두드러졌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견한다. 주변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문건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엄호 ▲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지난 10일 추 장관 부부가 서씨의 휴가에 관해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의 국방부 자체 문건이 확인됐다. 최근 국방부 인사복지실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을 보면, 서씨의 부모(추 장관 부부)가 병가 연장 방법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국방부에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야권은 이를 외압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엄호로부터 비롯된 실언이 쏟아졌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서 “카투사는 육군처럼 훈련하지 않는다.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카투사서 휴가를 갔느냐 안 갔느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카투사서 복무했다. 


카투사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카투사 예비역 모임은 성명을 통해 “우 의원이 국방 의무를 수행 중인 수많은 장병과 수십만 예비역 카투사들의 명예와 위신을 깎아내렸다”며 “카투사 내에서도 업무 강도는 제각각이고, 육군 일부 부대보다 힘들게 군 생활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카투사 비하’ 논란에 결국 우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김남국 의원은 일련의 야당 공세의 이유로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온 의원이 많아서라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중 군 미필자는 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2명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3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민주당 지지율 추락
탈출구 보이지 않아

설훈 의원은 ‘국방부 문건’과 관련해 “오죽하면 민원을 했겠나”라고 발언, 정청래 의원은 보좌관의 전화 논란에 “우리가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그럼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두둔해 질타를 받았다.

서씨 변호인단은 지난 9일 서씨의 부대 배치와 관련한 청탁 의혹을 제기한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내용의 녹취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추 장관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추 장관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호기롭게 출범했던 이낙연 대표 체제는 난감할 따름이다.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민생 입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국회 상임위 회의와 대정부 질문, 기자회견 등에서 추 장관 아들 논란이 거듭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 악수 나누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야권의 공세에 이 대표는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 이유로 ‘직분에 맞는 언행’이라는 이 대표의 지론을 든다. 당 대표로서 장관의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선수를 절대적으로 고려하는 국회의 불문율 때문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추 장관은 여성 최초 5선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대표까지 지냈다. 그런 추 장관에게 4선인 이 대표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지난 7월15일 법정 시한을 넘겼다. 여야의 지난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추 장관이 낙마한다면 야권과의 파워 대결서 밀릴 수 있다. 추 장관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민주당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추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야권을 의심하는 이유다. 

공수처 출범
저지하려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당 차원서 진상조사를 하자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나, 검찰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당 진상조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점도 문제다. 출범 초부터 ‘추미애 리스크’라는 악재를 떠안은 이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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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