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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22일 13시54분

정치


‘추 리스크’ 이낙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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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도 저럴 수도 ‘사면추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면‘추’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임에도, 이낙연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빗대 표현한 말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 ▲ 최근 아들 병역 문제로 연일 야권으로부터 맹폭을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포연이 자욱하다.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 중이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쟁터는 추 장관 아들의 ‘황제 병가’ 논란이다.

잇따른 의혹
수세 몰렸다

“소설을 쓰시네”라는 추 장관의 발언 이후 2개월여 만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됐다. 지난 7월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서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여야가 맞붙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 윤한홍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서 해당 사건을 뭉개고 그 대가로 법무부 차관 자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추 장관은 “소설을 쓰시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야 의원이 충돌했고, 법사위는 파행됐다. 다시 속개된 회의서 추 장관은 “(아들이)특권을 누린 적은 없으며, 1시간도 탈영한 적이 없고, 특혜 병가도 받은 적 없다”며 “다리 치료가 덜 끝나 의사 소견과 적법 절차에 따라 군생활을 다 마쳤다”고 해명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뇌관이 또 다시 터졌다. 지난달 25일 국회 법사위에 참석한 추 장관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발끈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인 서씨에 대한 병가 기록이 전혀 없다고 추 장관을 몰아세웠다. 

질의를 한 통합당 전주혜 의원은 “병무청으로부터 2016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카투사 4000명에 대한 기록을 받았는데, (추 장관 아들 성씨인)서씨 중에 진료 목적으로 휴가를 간 사람 4명의 기록은 모두 2017년 6월25일 이후여서 추 장관 아들과 무관하다”며 “군대 미복귀 시점인 2017년 6월25일 이전인데, 병가 기록이 전혀 없다. 장관이 위증을 한 건가, 아니면 병무청과 국방부가 자료를 은폐한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추 장관은 현장서 “수사를 하면 밝혀질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황제 병가’ 논란에 ‘보좌관 전화’ 논란이 더해졌다. 통합당 신원식 의원은 추 장관의 보좌관이라고 밝힌 인물이 서씨의 휴가를 전화로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이어 터지는 아들 논란…
선배 대표에게 고언 힘들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추 장관에게 질의가 이어졌고, 추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역시 해명자료를 내 “현재까지 수사 결과 당시 추 의원 보좌관이 병가 연장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대한 부대 관계자의 진술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해명은 하루 만에 위기를 맞았다. 신 의원은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부대 관계자의 녹취를 공개했다. 서씨의 병가가 연장되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는 것.

신 의원은 “‘보좌관이 전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한 추 장관과 동부지검의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대국민 거짓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 의원 측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서씨를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중앙일보>를 통해 “해당 청탁은 민주당 당 대표실로부터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시 추 장관은 민주당 당 대표였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병역 논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 서씨와 추 장관의 보좌관, 군 관계자 등 5명을 군형법상 군무이탈과 군무 기피 목적 위계죄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추 장관 측은 반격에 나섰다. 서씨의 법률대리인 측에서 무릎 수술 관련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변호인단이 내놓은 자료는 ▲ 2015년 4월7일 왼쪽 무릎 수술 기록지 ▲(군 복무 중인) 2017년 4월5일 ‘오른쪽 무릎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서 ▲2017년 6월21일 ‘수술 후 회복 중으로 약 3개월간 가료(휴식)가 필요하다’는 진단서 등 3종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서씨는 병원 소견서를 부대 지원반장에게 보여주며 군 병원의 진단을 신청했고, 2017년 4월12일 국군양주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를 근거로 같은 해 6월5일부터 14일까지 병가를 냈다. 이어 23일까지 병가를 연장하고, 여기에 더해 나흘간 개인 휴가를 쓴 뒤 27일 부대에 복귀했다.

서씨는 2차 병가가 끝나는 날인 23일 휴가 연장 승인을 받지 못했는데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외압 등으로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퇴 촉구
특임검사도?

대립이 첨예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의혹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 추 장관의 사퇴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추 장관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아들 의혹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수사팀의 수사 관련 보고를 앞으로도 받지 않을 것이며, 검찰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치권은 추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국민의힘은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 장관 본인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특임검사나 특별검사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는 논리다. 동부지검의 수사에 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8개월 동안 수사에 진척이 없었음은 물론, 수사팀이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 관련 진술을 조서에서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진 결과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은 추 장관 엄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야권은 전임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처럼 추 장관도 가족 비리가 드러난 이상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은 ‘조국 아빠 찬스’의 데자뷔로 느낀다”며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서 “지금 추 장관과 관련한 무차별적 폭로와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내 현안을 책임지는 원내대표가 당 공식회의에서 장관의 자녀 관련 의혹을 언급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민주당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민주당 내부에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상대로 조사하고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4.1%포인트 떨어진 33.7%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8%포인트 상승한 32.8%로 나타났다. 

엄호 총력
말실수는…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이다. 특히 남성과 20대, 50대 등에서 지지층 이탈이 두드러졌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견한다. 주변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문건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엄호 ▲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지난 10일 추 장관 부부가 서씨의 휴가에 관해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의 국방부 자체 문건이 확인됐다. 최근 국방부 인사복지실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을 보면, 서씨의 부모(추 장관 부부)가 병가 연장 방법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국방부에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야권은 이를 외압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엄호로부터 비롯된 실언이 쏟아졌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서 “카투사는 육군처럼 훈련하지 않는다.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카투사서 휴가를 갔느냐 안 갔느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카투사서 복무했다. 

카투사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카투사 예비역 모임은 성명을 통해 “우 의원이 국방 의무를 수행 중인 수많은 장병과 수십만 예비역 카투사들의 명예와 위신을 깎아내렸다”며 “카투사 내에서도 업무 강도는 제각각이고, 육군 일부 부대보다 힘들게 군 생활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카투사 비하’ 논란에 결국 우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김남국 의원은 일련의 야당 공세의 이유로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온 의원이 많아서라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중 군 미필자는 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2명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3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민주당 지지율 추락
탈출구 보이지 않아

설훈 의원은 ‘국방부 문건’과 관련해 “오죽하면 민원을 했겠나”라고 발언, 정청래 의원은 보좌관의 전화 논란에 “우리가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그럼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두둔해 질타를 받았다.

서씨 변호인단은 지난 9일 서씨의 부대 배치와 관련한 청탁 의혹을 제기한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내용의 녹취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추 장관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추 장관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호기롭게 출범했던 이낙연 대표 체제는 난감할 따름이다.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민생 입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국회 상임위 회의와 대정부 질문, 기자회견 등에서 추 장관 아들 논란이 거듭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 악수 나누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야권의 공세에 이 대표는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 이유로 ‘직분에 맞는 언행’이라는 이 대표의 지론을 든다. 당 대표로서 장관의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선수를 절대적으로 고려하는 국회의 불문율 때문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추 장관은 여성 최초 5선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대표까지 지냈다. 그런 추 장관에게 4선인 이 대표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지난 7월15일 법정 시한을 넘겼다. 여야의 지난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추 장관이 낙마한다면 야권과의 파워 대결서 밀릴 수 있다. 추 장관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민주당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추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야권을 의심하는 이유다. 

공수처 출범
저지하려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당 차원서 진상조사를 하자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나, 검찰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당 진상조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점도 문제다. 출범 초부터 ‘추미애 리스크’라는 악재를 떠안은 이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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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해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 설립 취지부터 흔들 이날 공수처법 국회 통과로 공수처 출범은 2020년 7월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보였다. 민주당 등 여권은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행사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늦어졌고, 그로 인해 공수처 출범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지난해 12월10일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5명)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 2020년 12월28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판사 출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검사 출신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 2인으로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가운데 김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 특검 수사관 등 다양한 경력이 있는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시작부터 기대와 우려 김 선임연구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됐다. 공수처 출범을 두고 여야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김 처장의 임명을 환영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공수처의 지난 석 달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직 구성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은 물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 5급 비서관 채용 특혜 의혹, 김 처장의 발언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뚜렷한 돌파구 없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부터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처장과 공수처 차장으로 발탁된 여운국 변호사는 둘 다 판사 출신이다. 김 처장은 처장과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이라 수사 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 “부장검사, 검사장급을 포함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지난 1월29일 김 처장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수처 처장, 차장을 포함한 검사 25명 중 검사 출신 인원은 절반을 넘을 수 없다. 부장검사를 포함해 최대 12명을 임명할 수 있다”며 “인사위원회 검토를 받아봐야겠지만 처장 개인의 의견으로는 그 12명에 특수수사를 포함한 수사 경험이 있는 분들이 지원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현재 조직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법에 규정한 검사 정원 25명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수사팀을 이끌어갈 부장검사는 정원의 절반인 2명만 추천돼 추가 채용이 불가피하다. 추천 인원 가운데 검찰 출신도 3명 안팎에 불과한 처지라 나머지 비검찰 출신 검사들을 교육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김 처장이 위원장을 맡은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지난 2일 회의를 열어 부장검사 후보자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평검사 추천까지 포함하면 공수처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한 19명의 검사를 최종 선별했다. 검사, 판사 출신인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인사위를 통과한 공수처 검사 19명 중 검찰 출신은 4명가량으로 알려졌다. 당초 4명을 선발하는 부장검사 자리에 40명, 19명을 뽑는 평검사 자리에 193명이 지원해 ‘10대 1’ 경쟁률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수사 능력 등 자질을 갖춘 지원자는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출금 의혹 관계자들의 기소 권한을 두고도 공수처는 검찰과 충돌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기소했다.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도 대검은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권으로 내부 충돌 검찰이 공수처의 의견과 다른 판단을 하면서 두 기관의 정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그동안 ‘검사에 대한 독점적 기소권’과 ‘공소권 유보부 이첩권’을 주장했다. 차 본부장은 검사가 아니지만 이 검사는 검사기 때문에 기소 권한이 공수처에 있다는 주장이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 여건 미비 등을 이유로 검찰에 재이첩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재송치하라”고 요구했지만 검찰에서 두 사람을 기소한 것. 이성윤 지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황제조사’ 논란,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7일 김 처장이 관용차를 이용해 이 지검장을 청사로 들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다. 김 처장은 당시 이 지검장과 그의 변호인을 만난 이유에 대해 면담 및 기초 조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조서를 남기지 않아 논란이 됐다. 문제가 확산되자 공수처는 “(이 지검장)면담 당시 공수처에 관용차가 두 대 있었는데 2호차는 체포 피의자 호송으로 피의자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어서 이용할 수 없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2호차인 소나타 차량을 사용할 수 없어 처장 관용차인 제네시스를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익 신고인은 “2호차인 소나타 차량은 체포 피의자 호송용이 아닌 일반 업무용이고 출고 시 장착된 키즈락 기능 이외에 호송 피의자 도주를 막기 위한 뒷좌석 문열림 관련 차량개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김 처장과 공수처 대변인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이 지검장을 태운 관용차를 운전한 5급 김모 비서관의 특별채용 과정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김 처장은 취임과 함께 김 비서관을 공모 과정 없이 특별채용 했다. 특히 그가 여당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으로 번졌다. 김 처장은 지난 15일 기자들의 질문에 “특혜로 살아온 인생에는 모든 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직 구성·중립·황제조사 논란 1호 수사는 과연…돌파구 찾을까 앞서 공수처는 지난 2일 “공무원임용시험령 별표에 의하면 변호사는 5급 별정직공무원 임용 자격이 있고 공수처장 비서는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적법한 자격을 갖춰 채용된 것이므로 특혜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15일에도 설명자료를 내고 “인사청문회를 며칠 앞두고, 당시 처장 임명 일자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이에 맞춰 즉시 부임할 수 있는 변호사여야 했다”며 공개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처장 비서는 처장을 수행, 일정 관리 등을 하는 별정직으로, 별정직 비서는 대개 공개경쟁을 채용하지 않는다”며 “종전에는 연고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처장과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을 채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현재 검사 선발 정원을 절반 가까이 채우지 못한 채 수사에 착수해야 할 처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검사 13명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잇따른 논란으로 위기에 처한 공수처는 ‘1호 수사’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 12일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서 “우리 처가 당면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도록 자문위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립성, 공정성 논란 등 공수처 설립 취지가 흔들릴 만큼 여러 악재가 불거졌지만 수사를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첩이냐 직접이냐 1호 수사 사건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이 될지, 새로운 사건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 전 차관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등 검찰 이첩 사건을 우선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김 처장은 공수처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해 성과를 낼만한 사건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기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총 837건으로 이중 부산참여연대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를 고발한 사건 등 10건 내외가 주요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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