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08 01:0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죄를 지은 사람을 죽음으로 처단할 수 있을까? 사형제도는 어느 국가에서나 ‘뜨거운 감자’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최근 법무부가 몇몇 연쇄살인범을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사형 집행의 전조일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20개 국가서 88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2021년(579건)에 비해 53% 늘어난 수치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나라는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사형 집행 건수는 국가 기밀로 분류돼 확인할 수 없다. 수천 건으로 추산된다. 북한과 베트남도 집계서 제외돼 실제 사형 집행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을 한꺼번에 집행한 뒤 중단했다. 사형제도에 관한 존폐 논쟁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사형제도 존치론자와 폐지론자가 줄다리기의 양 끝에 서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다. 그 균형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범죄가 일어날 때 미묘하게 무너지곤 한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난동 사건, 묻지마 범죄 등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중교통으로 대법원에 입성했던 대법원장이 관용차를 타고 떠났다. 기대를 받았던 취임 때와 달리 퇴임은 비판으로 가득하다. 대법원장은 6년의 업적을 항변해보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임기를 <일요시사>가 되짚어봤다. “31년5개월 동안 사실심(1·2심) 법정서 당사자와 호흡하며 재판만 해온 사람”이라며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이번에 보여드릴 것으로 기대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이후 한 발언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김 전 대법원장의 ‘수준’에 관한 냉혹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큰 기대 더 큰 실망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법원장 지명은 ‘파격’ 그 자체였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일선 법원장의 대법원장 직행은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큰 파장을 낳았다. 김 전 대법원장의 발탁은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잇따라 승진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깜짝 인사’로 꼽혔다. 지난달 24일 김 전 대법원장은 6년 임기를 마치고 대법원을 떠났다. 앞서 22일에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서 퇴임식을 가졌다. 이날 퇴임식서 김 전 대법원장은 ‘좋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라흰갤러리서 서원미 작가의 개인전 ‘카우보이 휘슬’을 준비했다. 서원미는 ‘페이싱’ ‘블랙커튼’ ‘카니발 헤드’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시리즈인 ‘숨바꼭질’ 연작으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서원미 작가는 개인전 ‘카우보이 휘슬’서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사용했던 매체인 ‘말’에 주목했다. 이야기는 상상력을 말로 변환해 건설한 세상이다. 다시 말해 말과 이미지는 이 세계를 축조하는 전부나 다름없다. 그림과 입에서 나오는 말은 소설과 영화의 내러티브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갖는다. ‘카우보이 휘슬’ 전시는 말로 하는 스토리에 방점을 두고 말을 좇는 그림의 향연이다. 지난 작업서 서원미는 작가 자신을 둘러싼 서사나 역사적 사건을 캔버스에 옮기곤 했다. 이제는 지상에서의 모든 현상을 열린 비유로 감지해 실제와 꿈의 몽타주를 더듬는 이미지를 모색 중이다. 서원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매체를 찾던 중 말에 모험을 걸어보기로 했다. 말에 담긴 힘이나 말(word)과 말(horse)의 의미를 오가는 양가적인 리듬에 관심을 기울였다. 전시 제목인 ‘카우보이 휘슬’은 카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펼친 포위망이 제1야당 대표를 꽁꽁 묶고 있다. 국회의원 배지, 당 대표, 단식투쟁 등 각종 방패가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측근의 ‘입’이 있다. 이미 신병이 확보된 측근의 진술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검찰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 이 과정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시작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단추를 끼운 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거듭된 사법 리스크에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 단식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영 신통치 않다. 두 번째 구속영장 지난 18일, 검찰은 백현동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지난 2월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7개월 만이다. 당시 국회에 회부된 체포동의안은 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맞잡은 손은 접착제를 붙여놓은 듯 떨어질 줄 몰랐다. 뭔지 모를 것을 지키기 위해 둥글게 둘러선 채였다. 썩고 있는 고인 물에 누군가 돌을 던졌다. 물 튀는 소리를 감추려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몸을 웅크렸다. 곧이어 수면이 잠잠해졌다. 물은 다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한국과 관계지역의 미술사 연구를 위해 1989년 9월18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1960년 8월15일 고미술품 애호가였던 전형필·최순우·진홍섭·황수영·김원룡 선생이 모여 만든 고고미술동인회가 전신이다. 2020년 60주년에 이어 올해 창립 63주년을 맞았다. 창립 63년 미술사 연구 최근 한국미술사학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회원 간 논문 표절 시비가 불거졌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는 최근 표절 제보 건에 최종 심의 결과와 제재 조치를 내놨다. 제보자가 문제를 제기한 지 9개월 만이다. 이 과정서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모 교수는 2012년 영국 소아스 런던대학교서 ‘Sabangbul during the Chos˘on dynasty: regional developme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두산갤러리서 정희민 작가의 개인전 ‘수신자들(Receivers)’을 준비했다. 정희민은 지난해 제13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된 이미지의 존재 방식과 지각 방식을 탐색해왔다. 두산연강재단은 연강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유지를 기려 두산연강예술상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에 제정된 이 상은 심사위원 3명의 추천과 심사를 통해 공연·미술 분야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를 선정해 지원한다. 지난해 제13회 수상자는 정희민 작가다. 합성 정희민은 회화를 축으로 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신체적․정서적 이슈에 다가간다. 이번 전시 ‘수신자들(Receiver)’서 회화의 평면성을 벗어난 이미지를, 얇고 연약하지만 모든 것을 감각하고 껴안을 수 있는 껍질로 환유하고 원초적인 상태의 생식과 창조의 가능태를 호출했다. 쉽게 짓이겨지고 바스러지는 연약한 잎과 촉수를 가진 꽃은 모든 자극을 수용해내는 주체가 되기 위해 자신의 여리고 민감한 부분을 지켜내며 오랜 시간을 견뎌낸 존재다. 정희민은 이런 꽃잎의 힘을 모티브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쏟은 물과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언제나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SNS가 발달하고부터는 ‘잊혀질 권리’가 사라진 수준이다. 특히 정치인의 말과 글은 무게감이 남달라서 오랜 시간 떠돈다.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족쇄가 돼 발목을 단단히 붙잡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 부닥쳤다. 대선 경선 때 처음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윤석열정부 들어 전열을 재정비한 검찰은 이 대표를 수사하는 데 공력을 쏟아붓고 있다. 당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불붙은 주도권 경쟁서 이 대표는 비명(비 이재명)계의 눈치도 봐야 한다. 사면초가 출구 없다 여기에 정치권이 중시하는 명절 ‘밥상머리 이야기’ 주제로 관심이 옮겨갈 위기에 봉착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또다시 체포동의안 표결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정치권의 표결에 따라 가결되든 부결되든 이야기는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 없다. 민주당 역시 자연스럽게 이 대표와 얽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민주당이 오랜 시간 골머리를 썩는 이유다. 국민 여론이 싸늘한 것도 부담이다. 2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카카오서 운영 중인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한 사기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기업 홍보를 위한 서비스가 사기꾼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한 놈만 걸려라’ 식의 사기에 이용자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팔짱을 낀 채 이 같은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 기준 카카오톡 앱 사용자 수는 4790만명에 이른다. 1년 전(4645만명)과 비교해 3% 늘었다.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5120만명 가운데 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비판이 빗발쳤지만 아성은 굳건했다. 전 국민 95% 이용 카카오는 메신저 분야서 차지한 압도적인 우위를 발판 삼아 다방면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모두 녹아 있는 ‘공룡기업’이라는 수식어는 카카오톡의 성공으로부터 비롯됐다. ‘카카오톡 채널’ 역시 카카오톡 이용자 수를 배경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는 기업 등을 위한 서비스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을 ‘누구나 무료로 만드는 카카오톡 안의 비즈니스 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용자가 기업 등이 개설한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충북 청주시 소재 쉐마미술관은 ‘Schema Only Place’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와 기획을 실험하기 위해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의도를 담았다. 지난해 구축된 이 플랫폼은 지역 미술관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문화예술 활동의 제약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운영된다. 쉐마미술관서 지역의 젊은 회화 작가인 김도수·김라연 작가를 선정해 ‘확장된 인식: 동맹’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들의 작품세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인공지능(AI) 파트너십을 교육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젊은 작가의 성장을 지켜보며 ‘Schema Only Place’에 전시해 성과를 보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새로운 실험 한영애 쉐마미술관 큐레이터는 “쉐마미술관의 기획, 작가의 작품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오픈해 지역을 넘어 소개하려 한다”며 “온라인 세계에 구축된 쉐마미술관 가상 전시공간의 시도와 접근은 지역 미술관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영역서의 예술창작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김도수 작가가 참여했다. 김도수는 주위의 사람과 주도면밀한 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부분의 사람은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경찰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며 ‘민중의 지팡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믿음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피해자가 짊어져야 한다. 오는 14일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1주기를 맞는 날이다. 지난해 9월14일 서울교통공사 여직원이 자신의 근무지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서 동료 직원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가해자 전주환은 피해자에 대한 불법 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앞둔 상태였다. 최후의 보루 신당역 사건은 스토킹 범죄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스토킹으로 시작해 살인까지 이어지는 범죄가 신당역 사건 이후에도 끊이지 않으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피해자의 신변을 현행보다 더 강력한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변화는 더뎠다. 지난 6월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서 통과됐다. 신당역 사건 이후 9개월 만이다. 당초 스토킹 범죄에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수 순천 10·19 사건’ 이른바 여순사건을 연구하는 역사학자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다. 학자로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도 역으로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피해자를 몰아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서 욕설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특히 역사학자는 과거 일어난 사건을 연구하고 기록해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사명감을 원동력 삼아 나아간다. 역사학자의 연구와 기록은 그 자체로 다시 역사가 된다. 산적한 연구 소재 ‘여수 순천 10·19 사건’(이하 여순사건)은 1948년 전남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14연대 일부 군인이 정부의 ‘여순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전남과 전북, 경남 일부서 이념 간 대립이 극에 달했고 이 과정서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 여순사건은 오랜 시간 수면 아래 묻혀 있었다. 사건의 명칭조차 권력의 입김에 따라 멋대로 바뀌었다. 희생자는 불명예를 씻지 못했고 그 유족은 70년 넘는 시간 동안 숨죽인 채 살아야 했다. 그러다 더 늦기 전에 여순사건의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 결과 20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한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가 제제 작가의 개인전 ‘Children of the Forest: 숲의 아이들’을 준비했다. 제제는 어린아이 형상에 자유롭게 드로잉된 조각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녹여낸 팝아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제 작가는 개인전 ‘Children of the Forest: 숲의 아이들’ 전시서 3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기존 조각서 변화된 형태를 시도하고 아크릴로 제작된 평면작업에 집중했다. ‘숲’ 연작과 함께 꾸준히 발표해온 ‘아이스크림/도넛’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과 대형 조각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총 24점의 신작이 공개될 예정이다. 친근함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류의 산업문명이 지구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켰다. 이 과정서 다양한 환경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위기를 맞은 인간은 자초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 때문에 나타난 피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인간이 겪는 재해가 자연에는 오히려 이롭고 회복의 기회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과도 맞닥뜨려야 한다. 인간의 생존은 자연과의 공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것이 인류의 합의된 내용이자 지향해나가야 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크든 작든 위기는 조용히 오는 법이 없다. 사건이 일어난 후 복기를 해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전조증상’이 있었다. 문제는 경고를 무시할 때 일어난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바로 이 상태다. 경고음은 줄기차게 울리고 있는데 변화는 요원하다. 기자 앞에 앉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탁자에 잔뜩 늘어놓은 자료를 뒤적이면서 “사실 몇 박 며칠을 얘기해도 다 못할 건데…”라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 관해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대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서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소리 없이 다가온 위기 조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000여명 등 총 3000~40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른바 “떠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조 교수가 보낸 응급의료체계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받았다. 수십통에 이르는 이메일에는 조 교수가 오랜 시간 파악한 현실과 함께 경고가 담겨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응급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섬뜩한 진단이었다. 조 교수는 현재의 응급의료체계를 ‘타이타닉호’에 비유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한 이후 서서히 침몰했듯 응급의료체계도 붕괴 단계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연관된 사건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실제 잘잘못을 가리는 재판이 한창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1인’을 찾아내 고발했다. 2021년 8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진행된 일이 우후죽순처럼 수면 위로 올라와 ‘사법 리스크’로 확대됐다. 헌정사상 첫 소환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를 옭아매고 있는 사법 리스크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다. 대장동 사건보다 뒤늦게 관심을 받았지만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결정적 순간마다 검찰의 주요 카드로 사용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무렵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네이버, 두산건설 등 몇몇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검찰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적시한 후원금 액수는 13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건희 컬렉션’이 전라도에 상륙한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 17일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 조우’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지역 순회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2020년 작고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컸다고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 조우’는 전남도립미술관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다. 2021년에는 기증받은 19점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미술관 기증작까지 폭을 넓혀 총 43명 작가의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말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가 표현한 그림의 주제와 작가 노트의 흐름에 따라 3개의 주제로 나뉘어 구성됐다. 전시 1·2·3부의 주제는 작가의 에세이집이나 화문집의 구절서 선별‧발췌한 것이다. 전남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창작의 고통과 희열이 담긴 작가의 글을 통해 관람객이 작가의 시상과 예술적 영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작품뿐만 아니라 풍성한 아카이브 자료를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의 이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저 맞춤형 낚시 전문 플랫폼 히트업(산호오션테크)이 25일, 서울 한국콘텐츠진흥원서 선상루어낚시 프로리그 PLA(Premier League of Anglers)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히트업이 새롭게 출범한 프로낚시 리그 PLA 운영 방향과 경기 규칙 등에 대해 소개하고,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설명회에는 PLA 참가 선수들을 비롯해 낚시 선박 업체, 조구사, 해양수산부 관계자 등 총 17명이 참여했다. 히트업에 따르면 PLA 우승 상금은 1억원으로, 리그 통합 우승팀의 상금 규모는 6000만원이며, 선수 개별 상금은 4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아울러 매 라운드마다 팀에게 승리 수당도 지급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PLA 사무국서 규정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팀 등록에 필요한 유니폼과 로고 시안을 사무국에 제출해야 하며, PLA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도 이수해야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아울러 공정한 경기를 위해 선수 장비도 사전에 검수받아야 한다. PLA 리그 1라운드는 오는 11월 제주도서 열린다. 라운드마다 국내를 대표하는 낚시 포인트서 투어식으로 경기가 개최될 예정으로, 2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누군가의 죽음이 입법 시스템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건 과정서 드러난 법의 허점과 틈새를 피해자의 죽음이 메워주는 식이다. 문제는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이다. 가족은 피해자를 제물로 삼아 변화할 사회를 기다리며 여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들의 기다림에는 기약이 없다. 한 여성이 자신의 집 앞에서 살해됐다. 누군가의 딸, 엄마, 언니 그리고 동생이었던 여성은 마지막 말도 남기지 못한 채 한 남성의 칼부림에 사망했다. 피해자의 날벼락 같은 죽음은 가족을 덮쳤다.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이들은 슬퍼할 새도 없었다. 피해자의 죽음 너머 가족이 짊어져야 할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서른여덟 피지 못하고 지난달 17일 오전 5시50분경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서 이은총씨가 전 남자친구 A씨의 칼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살려 달라’는 은총씨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A씨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손에 큰 부상을 입었다. 가슴과 배 등에 치명상을 입은 은총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범행은 은총씨가 어머니, 딸과 함께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 부근서 일어났다. 유가족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라흰갤러리서 류노아·이제 작가의 2인전 ‘언캐니’를 준비했다. 전시 제목인 언캐니(uncanny)는 존재의 근원적인 불가해성을 직면할 때 일상의 무언가로부터 실감하게 되는 혼란과 불안의 정서를 의미한다. 류노아와 이제 작가가 참여한 2인전 언캐니는 삶에 내재된 생소함과 불확실성을 두 작가가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살펴보고 그들이 자각한 낯섦이 어떤 의미에 도달하는지 조명하는 취지서 기획됐다. 시간을 새기다 두 작가는 언캐니를 감지하는 과정서 주어진 조건에 관성적이거나 타성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낯선 감각과 부딪치며 인식의 균열을 경험한 끝에 보다 넓은 세계를 자각하고 안정된 결말을 거부하는 미완의 단계가 도리어 풍부한 자력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류노아의 작품은 2015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작업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작업의 방향을 고민했던 류노아의 지난 시간이 작업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셈이다. 류노아는 생존이라는 당면 과제 앞에서 삶을 버텨야 했던 유학 시절의 불안과 긴장을 주로 표현해왔다. 그러다 몸의 통증으로 몇 달을 앓아눕게 되면서 이제껏 실감하지 못했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특정 직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중립성을 최대한 지켜달라는 의미다. 특히 자신의 판단에 따라 타인의 인생이 좌지우지될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더더욱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양쪽 모두에게 미움을 받을 수도 있고 유혹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다 눈을 딱 감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한쪽에 줄을 대면 언젠가는 그 줄이 ‘썩은 동아줄’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심판 역할 버린 판사? 최근 한 판사의 중립성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시작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벌금 500만원으로,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과한 형량이 나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앞서 정 의원은 2017년 9월 자신의 SNS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번 깨진 그릇은 붙여도 금이 남는 법이다’. 신뢰와 관련해 흔히 쓰이는 말이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발달로 과거의 사건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시대인 만큼 한 번의 잘못은 곧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 대상이 공권력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국에 있는 경찰서는 257개에 이른다. 그중 서울에만 31개가 있다. 250여개가 넘는 경찰서 중 유독 자주 언급되는 곳이 있다. 바로 강남경찰서다. 수년 전 ‘버닝썬 게이트’로 크게 잃어버린 신뢰를 현재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에이스였다가… 특히 ‘롤스로이스 사건’으로 또 한 번 크게 주목받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오후 8시10분께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서 20대 여성이 롤스로이스 차량에 치인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인 신모씨는 사건 당시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는 머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뇌사 상태다. 신씨는 사건이 일어나고 약 10일이 돼서야 구속됐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