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달항아리’ 최형욱

다, 잘될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 소재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서 작가 최영욱의 개인전 ‘Karma: All is Well’전을 준비했다. 최영욱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소울아트스페이스서 5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이번 전시엔 신작 29점을 공개한다. 

최형욱의 달항아리는 둥글고 넉넉한 자태를 고스란히 평면으로 옮겨왔다는 찬사를 받는다. 흙과 사람의 체온으로 빚은 달항아리는 어느 공간에 둬도 기품 있고 차분하며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발하는 미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채움

최형욱 역시 달항아리를 처음 마주하고 “표면의 작은 흠과 변형된 색, 비정형의 형태를 지닌 그 존재는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고 회고했다. 그는 달항아리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관계 속에서 소통하기를 원한다. 

‘Karma’로 명제한 작품 속 빙렬은 하나의 인생으로 은유된다. 세필로 항아리 전체에 촘촘하게 그려낸 선은 삶을 영위하며 만나는 수많은 인연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아우르는 상징이다.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형태의 우리네 삶과 닮아 있다. 

최형욱은 “내가 표현한 이미지는 내 삶의 기억, 내 삶의 이야기다. 나는 내 그림 속에 내 삶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것”이라고 작업노트에 기록했다. 무수한 선의 교차, 미세한 색점 등은 희미하다가도 진하게 이어지며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되는 인생의 영원한 관계성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최영욱은 이번 전시서 가로로 길게 뻗은 캔버스에 항아리 속 산수화로 배경을 채운 후 달항아리 한 점을 덩그러니 그려 넣거나 화면의 중앙이 아닌 하단에 배치한 달항아리를 선보인다. 높이 180㎝의 대형 캔버스에 항아리의 실루엣은 완전히 지우고 표면의 빙렬로만 가득 채운 작품에서는 큰 변화가 드러난다.

희미한 산수풍경에 빙렬 위로 부유하는 미세한 색상의 변화, 원형으로 피어오른 색점이 묘사돼 있다. 

이전보다 미니멀해진 작품은 캔버스 밖 하얀 벽면까지 확장되는 느낌이다. 달항아리를 바라보며 정진해 온 명상의 깊이, 최소한의 것을 다루고 있지만, 면면을 이루는 요소를 통해 치열한 최형욱의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다.  

삶의 기억과 이야기
다르지만 닮은 우리

무반사 아크릴 액자 속 두 개의 캔버스가 흑과 백의 대비를 이루며 설치돼 있다. 심플한 색면작업 같지만 들여다보면 서서히 드러나는 달항아리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뜨거운 가마서 장박을 까맣게 그을리는 연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달항아리의 태생을 떠올리게 한다. 

최형욱은 배경색에 차이를 둬 유백색, 회백색, 청백색 등의 여러 톤을 만들어 달항아리를 변주한다. 색의 대비를 다루는 그의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는 전체적인 조화와 통일성을 부여한다. 순백이 가지는 순박하고 도도한 정신세계,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 것과도 어우러질 수 있는 깊은 정서가 그의 작품의 잘 어우러진다는 평이다. 

서성록 미술평론가는 “‘모든 것이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달항아리와 조용히 만나는 시간을 통해 비워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한다’는 최형욱의 말처럼 채움은 비움에서 드러나는 이치를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사회에 빼곡하게 찬 성장논리 속에서 최형욱은 채움과 비움에서 비롯된다는 ‘깊이 있는 질서’의 덕목을 환기시킨다”고 부연했다.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최형욱과 갤러리의 인연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행과도 같은 회화의 변주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비디오와 공간 설치, NFT 등의 실험을 병행하며 한층 더 작품의 영역을 넓혀왔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All is Well’이라는 타이틀처럼 모든 것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다 잘될 거야’ 이른바 만사형통의 위로를 통해 안식을 누리고 새로운 도전을 축복하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움

그러면서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달항아리가 가지는 역사적 해석과 시선을 살펴보거나 그것을 제작했던 과거 전문도공의 장인정신, 당시 사람이 실용하거나 관조했을 풍경과 기원을 떠올려 볼 수 있겠다”며 “실재하는 달항아리 도자는 아니지만 하나의 대상을 붙들고 씨름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적 실험을 통해 본래의 그것만큼이나 깊은 사유와 심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최영욱의 힘을 느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9월2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최영욱은?]

최영욱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국내외서 40여회 이상 개인전을 진행했다.

다수의 그룹전과 포커스 아트페어(런던), 아트 마이애미(미국), 쾰른 아트페어(독일), 싱가포르 아트페어(싱가포르), 미 아트페어(이탈리아)등 국제적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작품은 필라델피아 뮤지엄(미국), 스페인 왕실(스페인), 빌게이츠 재단(미국), 룩셈부르크 왕실(룩셈부르크), 유엔녹색기후기금GCF(인천),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돼 있다. 

2010년 빌 게이츠 재단이 작품을 소장하면서 미술계에 큰 이슈가 됐고 각국의 오피니언 또한 그의 작품을 주목했다.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의 한국가곡집 ‘향수’의 앨범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미술 신탁 NFT를 발행하는 등 세계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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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