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코트’ 대법관 13명 성향 분석

진보색 빠졌다 이재명 운명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조희대 코트’가 완성됐다. 사법부가 새 진용을 갖추면서 ‘조희대 체제’의 색깔이 더 짙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물급 정치인의 재판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대법관 구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이숙연 신임 대법관 임명을 재가했다. 국회는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임명동의안은 통과시켰지만 이 대법관은 보류한 바 있다. 이 대법관의 딸 조모씨의 ‘아빠 찬스’ 논란이 문제가 된 것이다. 

새 인물들

조씨는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산 비상장 주식을 다시 아버지에게 팔아 6년 만에 약 63배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 대법관은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37억원 상당의 해당 주식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회는 지난 5일 본회의서 재석 271명 가운데 찬성 206명, 반대 58명, 기권 7명으로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이 대법관은 취임식서 “인사 청문 과정서 저와 가족의 신변 문제로 심려를 끼쳐 너무나 송구스럽다”며 “재판 업무뿐만 아니라 신변 문제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겸허하고 엄격한 자세로 임하라는 주권자의 질책과 당부를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지난 2일 노경필 대법관과 박영재 대법관이 취임했고, 이번에 이 대법관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조희대 체제’가 완성됐다. 법조계에서는 새롭게 임명된 3명의 대법관 모두 중도 성향으로 분류한다. 


지난 1일 퇴임한 김선수 전 대법관과 노정희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 이동원 전 대법관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평가받았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2명 줄어들고 중도 성향의 대법관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향후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체 대법관 성향으로 따지면 조 대법원장과 오석준 대법관은 보수, 노태악·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 대법관은 중도, 김상환·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오는 12월, 김상환 대법관의 임기가 마무리되면 대법원의 진보 성향은 더 옅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방향성이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중요 사건을 다룬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한다. 6대6으로 의견이 나뉘면 대법원장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지난달 18일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조희대 코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일부나마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소송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소씨는 동성 반려자 김용민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배우자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으로부터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이숙연 임명 재가
중도 성향 늘어나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소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동성혼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아래서는 동성 부부를 법적으로 허용되는 부부와 유사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본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이날 판결이 조희대 코트의 ‘중도 중심’ 성향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해당 판결에 대한 대법관 13명의 의견은 9대 4로 갈렸다. 진보 성향 5명(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오경미)과 중도 성향 4명(조희대·서경환·신숙희·엄상필)이 다수 의견을 구성했다.

반면 보수 성향 2명(이동원·오석준)과 중도 성향 2명(노태악‧권영준) 등 4명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배우자는 이성 간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는데 동성 간 결합에는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판결을 내린 김선수·노정희·이동희 대법관이 노경필‧박영재‧이숙연 대법관으로 바뀌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진보 3, 보수 1, 중도 9로 재편됐다. 중도 성향의 대법관이 판결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거물급 정치인 관련 재판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관련해 진행 중인 재판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사건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의혹 등의 사건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1심 선고가 난 사건은 아직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 등과 관련해 이르면 오는 10월경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만 제기된 상태다. 이 전 대표와 관련된 사건이 대법원까지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대법관의 성향은 민감한 이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로 구사일생한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당시 경기도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서 토론회에 참석해 친형 강제 입원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 정치 생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전 대표는 대선에 나설 수 있었다. 

향후 판결은?

이 과정서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부탁을 받고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무죄 판결을 주도했다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씨가 대법원 판결을 전후해 권 전 대법관의 대법원 사무실을 8차례 찾아갔고 권 전 대법관이 퇴임 후 화천대유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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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