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약자와의 동행’ 김기철 한국노총 서울본부 의장

“노동 존중의 시대 아직 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노동자가 죽어 나가고 있다. 내국인, 외국인, 청년 등 노동자의 죽음은 이제 더 이상 사회를 놀라게 하지 못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는 법에 기댈 수도 없다. 노동의 가치는 나락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철 한국노총 서울본부 의장은 “노동 존중의 시대는 아직 멀었다”고 한탄했다.

19세 아들이 일터에서 갑자기 죽었다. 유가족은 진상규명을 위해 곡기를 끊었다. 회사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반복되는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유가족의 외침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메아리로만 남았다. 또 다른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그 메아리를 이어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반복되는
노동자 죽음

화마가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층 작업장서 시작된 불은 내국인 노동자 5명, 외국인 노동자 18명을 집어삼켰다. 인력 공급 과정을 두고 도급·파견업체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사이 타국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은 뒷전이 됐다. 어느 순간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는 ‘관성’처럼 여겨지고 있다.

김기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서울본부 의장은 “노동자는 상품이 아니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를 물건 취급하는 사용자를 향한 일침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서울본부서 김 의장을 만났다. 해외 출장으로 다소 지친 기색이었지만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한국노총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함께 국내 노동계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22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한국노총의 조합원은 112만1000명, 노조 수는 2325개에 이른다. 한국노총은 2021년 이후 1노총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노총은 노동계가 참여하는 정부 기구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김 의장은 2022년부터 산별노조 500여개, 조합원 약 19만명의 한국노총 서울본부를 이끌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대의원 배정 기준 등의 문제로 재선거까지 치르는 우여곡절 끝에 22대 서울본부 의장으로 당선됐다. 당시 김 의장은 ‘화합과 복지의 서울노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선거에 나섰다.

김 의장은 “선거 과정서 규정 문제가 나왔다. 그게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고통이 뒤따랐다”며 “특히 안타까웠던 점은 선거를 치르면서 노노 갈등이 야기된 부분이다. 화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본부의 ‘복지’ 제도를 강화해 궁극적으로는 조합원 간의 연대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단체협약이나 임금교섭 등 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선봉장’보다는 산별노조를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노총 지역본부는 각 노조가 사용자와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이를 교섭해나가는 과정서 힘을 실어주는 든든한 ‘뒷배’로 존재한다. 끊임없는 소통이 전제돼야 하는 기구다. 

택시회사 조합장으로 노동운동의 길
단체협약·임금교섭에선 강성 투쟁

김 의장은 “의장은 산별노조의 대표자와 항상 교류해야 한다. 조합원이 2만명에 이르는 대형 노조부터 50여명도 안 되는 작은 노조까지 모든 산별노조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려움도 많고 문제도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의장이 되자마자 의욕적으로 서울본부 ‘개조’에 나섰다. 

당장 선거 과정서 불거진 규정 문제를 손질했고 회계도 투명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랜 시간 변동이 없던 직원의 임금도 손봤다. 김 의장은 “노동조합은 재정이 튼튼해야 제대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 규모와 재정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관심을 쏟았다. 또 서울시 25개구 노인 요양원에 김장 김치를 지원하고 장학사업을 벌이는 등 ‘복지’에 초점을 맞춘 사업도 꾸준히 진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논의해 지자체 차원서 ‘약자와의 동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소통을 이어갔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김 의장은 지난 4월30일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김 의장은 그 공을 서울본부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해줘서 노동절에 훈장을 받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직원들에게)항상 고맙다”고 감사해했다. 

인터뷰 도중 김 의장을 찾는 직원들이 여러 차례 의장실을 드나들었다. 워크샵 단복을 제작하는 문제를 두고도 전화가 걸려 왔다. 김 의장은 직원들을 일일이 상대하면서 세부 내용을 살폈다. 오랜 시간 노동운동을 해온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내부 개조
외부 활동

김 의장은 30년 넘게 이 길을 걸으면서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시작한 택시 운전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잠깐 하고 말아야지’라고 생각한 일이 노동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1992년 몸담고 있던 택시회사 노조 조합장으로 선출된 게 시작이었다.

김 의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고 나처럼 가방끈이 짧은 사람은 그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며 “또 사용자가 노조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쓰는 게 비일비재하던 시대였다. 나도 어느 날 사장이 봉투를 주길래 그걸 얼굴에 집어 던졌더니 그다음부터는 돈 얘기를 하지 않더라”고 회상했다.

조합원의 대표로 나선 김 의장은 임금교섭, 단체협약 등을 해내야 했다. 조합장은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자리인 만큼 사측으로부터 무엇이든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발품을 팔아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손으로 써가며 단체협약서를 작성하던 시대였다. 결국 김 의장이 답을 찾은 건 ‘현장’이었다. 

김 의장은 “서점이라고는 종로서적, 영풍문고, 교보문고 3개밖에 없던 시절이다. 그런데 거기에도 근로기준법 관련 책은 많지 않았다. 찾고 찾다가 다른 회사 단체협약서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그걸 구해봤다. 공부 끝에 126개 조항을 일일이 손으로 써서 ‘내 것’(단체협약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운행 도중 사고로 차를 폐차할 상황이 돼도 노동자에게 수리비를 요구할 수 없게 하는 등 단체협약 내용의 60% 이상을 관철시켰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김 의장은 1992년 처음 조합장에 당선된 이후 내리 12선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조합원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이 만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여러 차례 ‘내가 졌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가 원할 때에는 언제든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돼있다. 그 조항을 가지고 연차휴가를 요구하다가 회사에 경영상 어려움이 있으면 (연차를)안 줘도 된다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사측이 들고나오면 내가 지는 거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36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며 현장서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온 김 의장에게 윤석열정부나 국회의원들의 탁상공론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노동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나 국회의원 입법, 심지어 사법부의 판결까지 현장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반적으로 사회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한번 직장에 들어가면 거기에 매여 있어야 하고 장기 근속해야 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지 않았나. 젊은 친구들은 짧게 일하고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거나 문화생활을 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 맞게 노동현장이 바뀌었다는 걸(위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서 찾은
답으로 행동

그러면서 운수 계통 이야기를 꺼냈다. 택시나 버스, 화물 등의 현장에 노동자가 없다는 것이다.

김 의장에 따르면 현재 운수 현장의 노동자 연령대가 고령화되고 있다. 60대 운전자가 30~40%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김 의장은 “택시에는 완전월급제, 버스에는 공영제가 언급되면서 임금이 줄었다. 당연히 노동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화성의 화재사고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 전주의 한 공장서 숨진 청년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여의도의 국회의원 300명이 결국 ‘그들만의 리그’에 있다는 게 이런 것이다. 법을 만들 때 시행령 등을 통해 (법의)구멍을 잘 틀어막아야 하는데 표에 눈이 멀어 사고가 일어날 때만 반짝 시늉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렇다 보니 법에 허점이 많고 사고가 일어나도 노동자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인간의 두뇌가 충격을 받으면 그게 딱 49일 간다고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우리가 배운 게 뭐가 있나. 반복되고 반복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30점’ 정도로 혹평했다.

김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이라 검사 특유의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상명하복의 문화, 고집 같은 게 드러나면서 주변에 적을 만드는 식이다. 윤정부서 추진하는 노동개혁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노동탄압’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노조의 정치 참여는 필요하지만 ‘세력화’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은 “노조가 정치 세력화되는 순간 노조는 죽는다. 어느 한쪽 편에 서게 되면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총선 때도 노동계서 국회의원을 배출했지만 진정으로 노동운동을 위해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2022년 ‘화합과 복지’ 내세워 당선
노동조합 “정치 세력화되면 죽는다”

강한 어조로 윤정부와 국회의원에 대해 ‘쓴쏘리’를 쏟아내던 김 의장은 30여년 노동운동 과정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는 질문에 얼굴이 풀어졌다. 조합장 시절 사용자의 책상을 뒤엎거나 노숙투쟁, 단식투쟁 등을 언급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신 그는 후원과 봉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 의장은 “1997년도인가 한 조합원이 찾아와 다른 조합원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아이가 샴쌍둥이라고 했다. 간만 하나고 다른 장기는 전부 따로 있는데 배가 붙어서 나온 샴쌍둥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놀라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에 샴쌍둥이 소식을 알리고 모금 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샴쌍둥이 분리수술이 이뤄졌다. 분리된 쌍둥이 가운데 1명은 10세 때 사망했고 또 다른 1명은 현재 생존해 있는 상태다. 김 의장은 30년의 세월에도 두 아이의 이름을 정확히 언급했다. 살아 있는 1명은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김 의장에게 카드를 보낸다고 한다.

김 의장은 “(살아 있는) 아이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봉사를 다니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필리핀 한센인 마을 봉사와 후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의장은 “내 지인이 25년째 필리핀 한센인 마을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1000만원 정도씩 몇 년간 후원했다”며 “필리핀쌀이 비싼 편인데 그 한센인들이 고마움을 표현한다고 봉지에 쌀을 넣어서 주곤 한다. 한센병 때문에 손가락이 잘린 사람도 있고 그런데 그런 손으로 쌀봉지를 건네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앞으로도 화합과 복지에 힘쓰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때로는 강성 투쟁도 필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파업도 해야 한다. 하지만 파업은 생계와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 조합장을 할 때 파업을 진행한 적 있는데 조합원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내 사전에 파업은 없다’는 신조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타까워도
계속 가야

70대인 김 의장은 인생의 절반 가까이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그럼에도 노동 존중의 시대는 아직 멀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시대가 언제 올지 모르는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는 뜻도 드러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계속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언급하면서 “내 조합원만큼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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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