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잡는 전공의 딜레마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달래도 보고 때려도 봤지만 요지부동이다. 큰 그림은 완성됐는데 디테일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어떤 방법을 써도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정 갈등의 마지막 과제인 전공의 복귀 문제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큰 불을 껐다고 자축하기엔 잔불이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써봐도 변화가 없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라는 큰 산을 넘었는데 전공의 복귀라는 또 다른 산을 만난 격이다.

당근이냐

전공의는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인턴 및 레지던트를 말한다. 병원의 핵심 인력이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야기된 의정 갈등서 선봉장 역할을 담당했다. 

전공의는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가장 먼저 행동했다. 전공의의 강경 대응 이후 의대생, 의대 교수 등이 움직였다.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의 극심한 갈등 끝에 의대 정원 확대가 확정된 이후에도 전공의 복귀가 요원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이후 다양한 카드를 꺼냈다. 전공의 복귀를 법적으로 압박하는 강경책을 쓰기도 했고, 이들에게 가해질 행정처분을 모두 철회한다는 내용의 회유책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카드는 꼼짝도 않는 전공의 앞에 무용지물이 됐다.


전공의 이탈은 의료 공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의정 갈등으로 의사가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환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의료현장에 남은 의료진은 과부하에 걸렸고 의료 공백이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탈한 전공의를 ‘살리느냐 죽이느냐’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전공의의 자발적인 복귀를 기다리자니 의료 공백은 메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강제 복귀를 위한 방식은 이미 실패했다. 그렇다고 복귀를 위한 당근을 주면 자리를 지킨 다른 전공의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 것이다. 

결국 정부는 복귀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기한을 못 박는 방식을 택했다. 전공의 문제를 계속 끌고 가기엔 의료 공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정부는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했다.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골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나중에 의료공백이 완화되면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은데 향후에도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못 박았다. 추후에 있을 우려까지 차단하는 내용의 회유책을 제시한 것이다.

동시에 전공의가 사직 후 1년 이내 동일 연차와 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는 수련 규정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수련에 재응시할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크게 한발 물러선 것이다. 

행정처분 철회에도 요지부동
‘의사 불패’ 비판에도 회유책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사 불패’를 끊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계적 법 집행,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책을 무력화하는 의료계 악습을 끊겠다던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퇴보한 점을 지적했다. 

앞서 2020년 의대 증원 무산 당시에 문재인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고 의대생의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구제했다. 결국 문정부 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의사에 대한 특혜이자, 결국 의사가 이긴다는 선례를 또 한 번 되풀이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전공의의 사직·복귀 여부를 15일까지 밝히라고 ‘최후통첩’했다. 전공의의 결정에 따라 부족한 인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수련병원에 요구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공의 정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전공의 복귀를 위해 병원을 압박하는 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에도 전공의 복귀는 미지수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월 성명을 내고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정부는 전공의의 요구사항을 일정 정도 정책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공의는 필수의료 패키지, 의대 정원 확대 백지화 등에 대한 첨예한 입장차를 들어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의료계서도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공의 사이서 복귀에 대한 분위기가 좋지 않기에 이를 상쇄할 정도의 ‘당근’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회유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전공의 수련 규정에 적용한 특례가 문제로 떠올랐다. 사직 전공의가 오는 9월부터 다른 병원서 수련받을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의료계에서는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가 사직한 뒤 ‘빅5’ 등 수도권 병원으로 몰릴 가능성을 염려했다.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책이 지역의료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학회와 전국 34개 의대 교수는 입장문과 공동성명을 내고 지방이나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 대형 병원, 인기과로 이동하는 지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취할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지방 의료인력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서 정부 방침으로 지역의료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일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사직 처리하라는 정부의 압박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공의 사직 시점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수련병원은 전공의의 사직서를 2월29일자로 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전공의가 떠난 날짜다. 

전공의는 지난 2월을 사직서 수리 시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사직서 수리 시점이 2월이어야 전공의 복귀 여지가 있다고 본다. 6월로 처리하면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은 물론 퇴직금 등 재정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채찍이냐

반면 정부는 수련병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부가 사직서 금지 명령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6월4일부터 장래효로 철회한 것이므로 6월3일까지는 명령의 효력이 유지된다”며 사직서 처리 시점은 지난달 4일 이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병원과 전공의 당사자 간 법률 관계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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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