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견묘 이야기> ‘댕쪽이 상담소’ 김태우 훈련사

“아무리 좋고 예뻐도 개는 개답게 키워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어사전에 ‘반려’의 뜻을 찾아보면 ‘짝이 되는 동무’라고 나온다. 어느 덧 세상은 바뀌었다. 인간과 동물이 ‘반려’ 관계가 돼 살아가는 시대가 왔다. 반려동물의 수는 늘고 있고 시장 규모는 성장을 넘어 팽창 중이다. 그와 동시에 유기견, 펫티켓, 안락사 등 이면의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1000만 반려동물의 시대’를 집중조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연구보고서 <농업 전망 2024: 불확실성의 시대의 농업·농촌, 도전과 미래>를 발간했다. 보고서 5장에서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 현황과 대응 과제’를 다뤘다. 반려동물 시장이 불과 몇 년 새 국내서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찬반 양론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규모는 2012년 364만가구서 2022년 602만가구로 10년 만에 238만가구가 늘었다. 개체 수는 2012년 556만마리서 2022년 799만마리로 234만마리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9200억원에 달했고 2028년에는 4조12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야흐로 반려동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직업군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 ‘반려동물 훈련사’가 특히 이목을 끌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와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펫티켓(펫+에티켓)’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훈련사는 이 과정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유튜브에는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펫튜브’가 인기몰이 중이다. 종이 다른 개체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의사나 훈련사 등 전문가의 시선으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채널 역시 주목도가 높다. 그래서인지 펫튜브 영상서 ‘갑론을박’의 장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도기에 접어 들면서 개인의 경험과 행동 양식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서 김태우 훈련사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댕쪽이 상담소’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다.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김 훈련사의 훈련 방식을 두고 찬반양론이 맞부딪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의 한 스튜디오서 김 훈련사를 만났다. 김 훈련사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입담을 뽐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나?’ 걱정될 정도로 강도 높은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말이 아니라 영상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패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김 훈련사는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5개월 만인 지난달 구독자 수 10만명을 달성한 채널에 주는 ‘실버버튼’을 받았다. 그는 “10만 구독자 채널 중에서도 단 10%만이 실버버튼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3일 기준) ‘댕쪽이 상담소’의 구독자 수는 14만7000명에 이른다.

유년시절의 외로움은 김 훈련사의 인생을 크게 바꿔놨다. 그는 “보육원 출신이라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20대 초반부터 ‘빠마’라는 푸들을 키우면서 훈련사에 관심이 생겼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버려진 경험이 있어서인지 유기견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고 동질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사실 김 훈련사는 어린 시절에는 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동네 슈퍼마켓, 오토바이 가게 사장님들이 하나같이 강아지를 키웠다. 그 당시에는 개를 목줄에 매서 키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학교를 오갈 때마다 개들이 나를 물려고 해서 도망다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랬던 김 훈련사는 방송프로그램 등을 통해 강형욱 훈련사를 보게 된 뒤 훈련사의 길로 걷게 됐다. 그는 “어떻게 하면 유기견을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강 훈련사를 보게 됐고, 현장서 보호자의 인식을 개선하면 지금의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훈련사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훈련사는 “한국애견협회와 한국애견연맹 두 단체가 지정한 훈련소서 숙식을 하면서 스승님 어깨 너머로 일을 배웠다. 목욕하고 밥 주고 용변을 치워주면서 산책시키고 훈련하는 모든 과정을 1~2년간 배우고 난 뒤에 훈련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로움 달래려 키운 푸들
강형욱 보고 훈련사 도전

이 과정을 거쳐 김 훈련사가 처음으로 만난 개는 셰퍼드였다. 그는 “그 친구가 경비견 출신이었는데 정말 사나웠다. 내 실수로 견사문을 열어두고 다른 견사를 살피러 갔었는데 그 친구가 배회하고 있더라. 정말 무섭게 생겼는데 어떻게해서든 그 친구를 데리고 가기 위해 줄을 잡는 순간 옆구리를 물렸다. 그때 물린 상처가 아직도 있다”고 회상했다.

김 훈련사는 훈련 도중에 개에게 물린 상처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가 공격할 때 훈련사가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훈련사는 개에게 물리지 않게끔 움직임이 빨라야 한다. 예를 들어 경찰이 범인을 제압할 때 둔하면 안 되듯 훈련사도 몸놀림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훈련사의 교정 방식은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개를 개답게 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대’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 훈련사는 개를 교정하는 과정서 옆구리를 찌르거나 바디 블로킹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간식 등 유화책을 이용해 개를 교정시키는 방식과는 차별화된 지점이다.

김 훈련사는 “시대의 흐름이나 배경이 많이 바뀌었고 정서도 변했다. 그 정서에 따라 나타난 교육법이 ‘오냐 오냐’ 방식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 행동인데 바로 잡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 간식으로는 절대 교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새로운 자극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금의 훈련법을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에게도 새로운 자극이기 때문에 효과는 즉각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자의 행동에 따라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훈련사는 “사실 개 행동 교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보호자의 행동 교정인 셈이다. 아무리 개를 교정해도 보호자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개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훈련사는 한 마리의 개를 교정하는 데 2~4주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개의 문제 행동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면 시간을 두고 보호자와 소통하면서 영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직접 대면해서는 개의 문제 행동과 성향, 환경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행동, 지역 상권까지 살핀다.

그는 “지역 상권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이 많이 사는 동네인지 도시인지에 따라 펫티켓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 입마개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김 훈련사는 모든 견종에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맹견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도시서 안락사가 가능해졌다”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손을 뻗는다거나 술에 취해 개를 부르는 식으로 사람이 개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다 피해가 발생하면 개는 안락사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모든 개가 (입마개를 해서)어떤 상황서도 사람을 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소신대로


김 훈련사는 “개는 개답게 키우는 게 맞다. 때리고 학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은 사람답게 교육하듯이 개는 개답게 훈육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개를 개로 존중해야 하는데 개를 사람처럼 교육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독자가 영상을 보고 흔들리지 않으셔서 나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 해오던 그대로 소신껏 전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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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