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드러난 스포츠협회 민낯

재주는 선수가, 돈은 임원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이다. 선수들이 땀과 눈물로 쟁취한 메달의 이면이 드러나고 있다.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4년마다 반복되는 ‘한여름의 꿈’. <일요시사>가 파리올림픽서 드러난 우리나라 대표팀의 명암을 조명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시작된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하 파리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뒤로하고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32개 종목 329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 파리올림픽서 한국은 금메달 13개를 따냈다. 당초 목표치였던 금메달 5개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낮은 기대
역대급 성적

한국은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만 파견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래 48년 만의 최소 인원이다. 여자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종목의 집단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우리 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5개 이상 종합순위 15위였다. 효자종목인 양궁을 비롯해 펜싱, 배드민턴 등에서 메달을 예상했다. 

개막 전까지 화제성도 낮았다. 인기 종목인 축구, 야구, 배구 등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좀처럼 올림픽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하지만 사격 10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서 박하준과 금하준이 은메달, 김우민이 남자 수영 400m 자유형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후 여자 사격 10m 공기권총서 오예진이 금메달, 김예지가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양궁 남자 리커브 단체, 사격 여자 25m 권총 등에서 금맥이 터졌다. 특히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따내는 등 예상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성적으로 초반 화제성을 주도했다. 


‘전통의 금밭’ 양궁은 금메달 5개로 남녀 전 종목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자 대표팀 김우진과 여자 대표팀 임시현은 개인과 단체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올랐다. 펜싱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서 금메달을, 오상욱은 사브르 개인전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을 차지했다. 

총, 칼, 활 등을 사용하는 종목서 잇따라 메달을 획득해 ‘무기의 나라’라는 말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기도 했다. 유도, 탁구 종목서도 메달이 쏟아졌다. 탁구 혼성 복식서 임종훈과 신유빈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유도 여자 57㎏급에서 허미미가 은메달, 김하윤이 +78㎏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유도 혼성 단체전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안세영 작심발언에 체육계 발칵
사격연맹은 수장이 돌연 사임해

일찌감치 금메달 예상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서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는 물론 국민의 응원도 고조됐다. 절정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 출전한 안세영의 금메달 소식이었다. 안세영은 결승전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2대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하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종목 우승은 남녀를 통틀어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준결승 승리 직후 ‘낭만 있게 끝내겠다’는 말을 지킨 안세영은 자타공인 ‘셔틀콕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관식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상황이 반전됐다. 

시상식을 마친 안세영은 공동취재구역서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 10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서 얻은 무릎 부상에 대한 대표팀의 대처 과정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서도 안세영의 비판은 계속됐다.

그는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세영에 따르면 재검진서 부상 정도가 심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지난해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며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을 나가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했다.

독기 품은
셔틀콕 여왕

안세영은 “대표팀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도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안세영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은퇴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추측부터 배드민턴협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까지 여론이 들끓었다. 금메달을 딴 직후라 안세영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서 나온 폭로여서 그 파급력은 더 컸다. 이후 안세영은 SNS 글을 통해 각종 추측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안세영은 “일단 숙제를 끝낸 기분에 좀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저의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어서 참… 저의 서사는 고비 고비가 쉬운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며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단 소통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이야기해 드리고 싶었는데 또 자극적인 기사들로 재생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해 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에 대해 한 번은 고민해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며 글을 맺었다.

이후 안세영의 발언에 배드민턴협회가 반박하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사안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일단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안세영과)갈등은 없었다.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담은 A4용지 1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한체육회
조사 진행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의 부상 방치 의혹 ▲(안세영의)개인 트레이너 계약 여부 ▲(안세영의)개인 자격 대회 출전 가능성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7일 입국한 안세영은 “난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대회 후에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의 갈등은 체육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한체육회는 감사원 출신 감사관, 경찰 수사관 출신 체육회 청렴시민감사관과 국민권익위 출신 감사관, 여성위원회 위원 등 외부 감사 전문과 4명과 체육회 법무팀장, 감사실장으로 조사위를 꾸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잡음이 나오는 건 배드민턴만이 아니었다. 파리올림픽서 역대급 성과를 거둔 사격서도 수장이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지난 6일 “신명주 회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기간에 불거진 신 회장의 임금체불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종합병원인 명주병원을 운영하는 신 회장은 대한하키협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 6월 사격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사격연맹은 2002년부터 한화그룹이 회장사를 맡아오다 지난해 11월 물러나 6개월 넘게 회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명주병원은 최근 고용노동부에 임금이 체불됐다는 관련 신고가 10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4년에 한 번 ‘반짝’ 이슈로
지속적인 관심 있어야 변화

당장 포상금 문제도 불거졌다. 파리올림픽서 메달을 딴 5명에 대한 포상금 지급을 논의해야 할 시기에 신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사격연맹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포상금은 규정에 따라 총 3억1500만원(선수 2억1000만원, 지도자 1억500만원)이다.

신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사비를 털어서라도 포상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체육계 등에서는 매번 올림픽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올림픽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양궁협회는 4년마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수 선발 방식, 물심양면의 지원 등 양궁협회와 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칭송이 높다. 

그와 동시에 선수 지원이 부족한 협회에 대한 비판도 빗발친다. 최근 배드민턴협회와 사격연맹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한배구협회의 과거 행보가 재조명되는 것도 그 한 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배구 여제’ 김연경을 필두로 세계 4강을 두 번이나 노크했다.

특히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이번 올림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타 종목서 메달 레이스가 부진해 여자배구 대표팀의 활약이 국민에게 큰 즐거움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서 높은 성적을 거둔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배구협회의 지원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김치찌개 회식’, 통역사 없이 대회를 치른 2016 리우올림픽 ‘부실 지원’, 귀국 후 논란 발언으로 난리가 났던 2020 도쿄올림픽까지 배구협회의 ‘흑역사’는 그 면면도 화려했다. 

좋든 나쁘든
지나면 끝

하지만 일각에서는 4년에 한 번 쏟아지는 ‘반짝 관심’으로는 엘리트체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바꿀 수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메달을 많이 따든 적게 따든 국민의 관심은 잠깐에 불과하기에 대대적인 변화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지적이다.

체육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좋은 이슈든, 나쁜 이슈든 한 달이면 다 사라질 것”이라며 “4년 뒤에야 또다시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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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