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죽어 나가는’ 양평군 장애인센터, 무슨 일이?

대통령보다 만나기 힘든 군수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조리의 총집합’.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등 직원이 6명 남짓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지난 10여년간 불거진 일이다. 그사이 한 사람은 사망했고, 한 사람은 목을 맸다가 간신히 살아났다. 오랜 시간 바짝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제가 죽었으면 조금 더 이슈가 됐을까요?” 지난 15일, 양평역 인근에서 만난 정모씨는 대뜸 그렇게 말했다. 목에는 깁스를 한 채였고 왼쪽 눈은 새빨갰다. ‘선택’의 후유증을 세게 앓고 있는 상태였다. 정씨는 주변 사람에게 적지 않은 상흔을 남기고도 또다시 ‘선택’을 시도하려 했다. 그의 지난 4년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유서 쓰고 
극단적 선택

지난달 20일 정씨는 일터에서 목을 맸다. 오전 배차를 마치고 점심시간 즈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날 끈을 산 정씨는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눈물을 흘렸다. 끈을 목에 걸고 아이스박스를 발로 찬 순간이 정씨가 기억한 마지막이다.

이후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이 그를 발견해 끌어 내렸다. 의사는 “천운”이라고 했다. 

정씨는 양평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양평군센터)의 운전원이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 차량 운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사업이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시·도 단위의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관리하는 시·군·구 단위의 지회가 운영한다. 


양평군센터의 경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관리하는 양평군지회가 운영 주체다. 회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지회장은 센터장 임면권을 가지며 전반적인 센터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임기는 4년이다. 양평군지회는 2022년 1월 장모씨가 지회장으로 선출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장 지회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그의 사무실 책상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장 지회장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날짜의 유서에서 “장○○의 집요한 괴롭힘에 더는 버틸 수가 없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죽으면 장○○가 한 악마같은 짓을 모조리 밝혀주세요” 등의 문구가 발견됐다.

정씨는 고소‧고발, 이의신청 등으로 수차례에 걸친 경찰조사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서에도 “그동안의 고소‧고발은 무혐(의)로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장○○ XXX는 센터장님이 4명이 바뀌었음에도 이의제기를 주문하고 저를 자르려고 불굴의 의지로 제 목을 조여왔습니다”는 부분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주장하며 목매
그제야 부랴부랴 찾아간 군수

정씨는 장 지회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상담원 윤모씨를 도와준 이후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지병으로 사망했다. 윤씨의 남편은 아내의 사망 이후 장 지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장 지회장이 지회장 지위를 이용해 윤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취지다. 

<일요시사>와 만난 윤씨의 남편은 “아내가 생전에 이런 일을 당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한탄했다. 윤씨는 사망 전날까지도 양평군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민원을 양평군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남편은 “소송비용이 더 들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한 회원이 상담원이었던 윤씨의 배차에 불만을 표하자 장 지회장이 이 문제로 여러 차례 전화해 호통치고 무례한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괴롭힘이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에 이르기까지 계속됐다는 설명이다. 윤씨는 2020년 6월2일에 암 진단을 받은 뒤 같은 달 28일 사망했다. 


윤씨의 동료였던 정씨는 이 소송에 사실확인서, 증언 등을 통해 장 지회장이 윤씨를 괴롭혔다는 유족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원고(윤씨 측) 패소 판결이 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윤씨에 대한 장 지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일부 인정했다. 장 지회장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제8민사부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의 원인이 된다”고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 지회장이 윤씨에게 한 일부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고소·고발 난무
조용할 날 없어

이후 정씨는 장 지회장의 타깃이 자신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업무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경찰조사에서 무혐의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이의신청 등을 통해 끊임없이 괴롭혔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장 지회장은 센터장들을 시켜(자신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양평군센터는 사문서 위·변조, 소송사기 등의 혐의로 정씨를 고소했다. 정씨가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위조하고, 윤씨의 소송에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허위라며 소송사기를 저질렀다는 취지다. 이후 경찰조사가 진행됐고 정씨는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양평군센터의 센터장들은 연이어 경찰조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게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지난 2월 양평군센터에 센터장으로 취임한 최모씨는 정씨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라는 장 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센터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씨 등에 대한 자료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장 지회장은 여러 차례 경찰에(정씨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라고 했지만 민·형사상으로 다 끝난 상황이고 센터장에 부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평군센터에서 사건이 벌어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2015년 양평군센터 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자행한 전 행복콜(양평군 교통약자지원센터) 센터장이 징역형을 받는 일이 있었다. 또 불과 3~4년 사이 센터장이 수차례 바뀌는 등 양평군센터 내부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처음 두드러진 사건 이후 무려 10년 가까이 송사가 계속됐다.

거듭된 사건
다 손 놨다


정씨는 사건 직후 가족과 함께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를 찾았고 양평군수를 만났다. 지난 24일에는 양평군센터 앞에서 시위도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일요시사>와의 두 차례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안 바뀔 것 같아요” “결국 대충 이러다 말겠죠” 등의 말을 거듭했다. 4년여 동안 지속된 일에 잔뜩 체념한 상태였다. 

정씨의 한탄은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센터장은 지회장이 겸임하거나 지회장이 공개채용을 통해 임명하는 구조다. 시·도지부나 지회는 회원 투표를 통해 연합회장과 지회장을 선출하는데 센터장은 임명직의 형태다.

다시 말해 연합회장과 지회장은 면직이 쉽지 않지만 센터장은 언제든지 잘려 나갈 수 있다.

양평군센터는 성추행 등의 비위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경우 등을 포함해 지난 4년 새 센터장이 4번이나 바뀌었다. 그 가운데 2명은 5개월, 2개월 만에 물러났다. 여기에 장 지회장이 센터장 직무대행을 겸직한 시기까지 합치면 1년을 넘긴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지회장이 가진 센터장 임면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양평군센터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장 지회장은 센터장 임면 외에 센터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임면권 자체가 센터에 휘두르는 권력”이라고 주장했다. 장 지회장이 센터장을 통해 자신을 압박했다는 정씨의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양평군센터 관계자나 주변인들은 양평군지회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양평군이 양평군센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평군센터는 양평군에서 90%, 경기도에서 10%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2015년부터 잡음 계속됐다
센터장도 4번이나 바뀌었다

양평군센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박모씨는 “양평군은 그동안 센터 직원들의 문제 제기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니까 그제야 대책을 마련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정씨의 소식을 듣고 양평군수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움직이는 건가”라고 분노했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도 사건 직후 민원조사단을 파견해 진상파악에 나서고 장 지회장을 센터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면서도 그의 거취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선출직인 지자체장을 근거 없이 해임하지 못하듯이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도 양평군 지회장을 함부로 인사조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지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정 수준 이상의 형사처벌이 결정되면 그 이후에야 조치할 수 있다는 게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의 입장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측은 “민원조사단의 조사가 끝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8월 중순 전에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양평군센터가 지회가 아닌 연합회로 업무를 보고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양평군에 센터와 지회를 분리하는 방안을 건의하려 한다”고 전했다. 

양평군 측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의 결론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양평군센터의 운영 주체는 양평군지회고 관리·감독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맡고 있다. 센터장 임명 과정에서 군의 승인이 필요하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센터 일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양평군센터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데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의 조치를 할 수도 있는지 묻자 “보조금 횡령이나 부당 이용 등의 돈 관련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보조금 지급 중단은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진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보조금 지급이 일정 기간 중단된 바 있다.

결국 피해는
이용자에게?

임기 5개월째에 접어든 최 센터장은 “일단 지회가 센터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조치가 내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센터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센터와 지회가 빨리 정상화돼 더 이상 이용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평군 지회장의 해명 “나 때문 아냐…억울”

지난 2022년 2월부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양평군 지회장을 맡고 있는 장모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씨의 극단적 선택은 자신이 아니라 현 센터장인 최모씨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씨에 대한 고소·고발·이의신청은 정당한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장 지회장은 “정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날 이용자의 민원 제기가 있었다. 그 민원에 대해 최 센터장이 정씨에게 블랙박스를 요구했는데 정씨는 ‘블랙박스를 매일 지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안다. 그에 대해 최 센터장이 정씨에게 시말서를 요구했고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씨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의 시말서 요구가 정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씨는 정신을 차린 이후 “최 센터장 때문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장 문제 주장

유서에 쓴 대로 장 지회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장 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장 회장은 “사망한 윤씨의 경우에도 법원이 기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이 내가 윤씨를 괴롭혀 죽게 했다는 말을 하고 다녀서 피해가 막심했다”며 “정씨가(소송에) 낸 사실확인서를 보니까 전부 허위였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센터 차원에서 소송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지회장은 정씨의 주장대로 센터장들에게 이의신청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장 지회장은 양평군센터에서 정씨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장 지회장은 “지금 센터 업무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 센터가 지회를 건너뛰고 연합회에 보고하고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내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 이후의 상황은 결정을 보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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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