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막무가내’ 진도군 장애인센터 폐쇄 내막

골칫거리 차라리 없애버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척박한 길을 홀로 걸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걷는 동료가 생겼다. 응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자꾸만 발목을 잡는 손이 있었다. 고지가 눈앞인데 가는 걸음마다 제동이 걸렸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법원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까지 안 가본 데가 없었다. 진도군청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일은 숨 쉬듯 자연스러워졌다. 평범한 직장인이 3년 만에 ‘5인 미만 사업장’ 해고 노동자의 선봉장이 됐다. 역으로 말하면 3년간 사건이 해결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상황은
달라졌지만…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목동의 한 카페에서 박주연씨를 만났다. 박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일로 서울에 온 참이었다. 노조 사무실에서 4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하고 왔다는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그간의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대체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기자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을 내놨다. 

<일요시사>가 박씨의 사연을 최초 보도한 시기는 2021년 7월이다(<일요시사> 1333호 ‘<단독> 갑론을박 ‘말 많은’ 장애인이동센터 무슨 일이…’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0703). 그로부터 2년6개월이 지나는 동안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전라남도 인권센터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인정 결과를 근거로 인권기관, 법원 등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난관을 뚫고 얻어낸 쾌거였다. 


박씨는 2015년 12월 전남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센터)에 입사했다. 센터는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라남도지부 산하의 진도군지회에서 운영한다. 이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게 차량 운행을 통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진도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된다.

센터는 센터장 1인, 운전원 2인, 사무원 1인 등 총 4인으로 구성됐다. 박씨는 운전원→운전원 겸 사무원→운전원 등으로 센터 상황에 따라 보직이 바뀌었다. 박씨가 센터 내부 상황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202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센터장이었던 이모씨가 자신에게 폭언, 욕설을 하고 차별대우를 한다며 전라남도 인권센터를 찾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센터 사무원인 곽모씨로부터 부당대우와 차별대우 등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전라남도 인권센터에 조사를 신청했다. 인권센터는 2020년 5월과 2021년 3월 박씨의 상황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진도군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도지부 ▲전라남도 도지사 등에 관리·감독 강화,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정직 3개월의 징계와 해고였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센터의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투쟁의 시발점이 된 731만5160원은 오랜 시간 박씨를 괴롭혔다. 박씨는 “(투쟁을)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보조금을 횡령했다’ ‘쌈짓돈으로 썼다’는 불명예를 벗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송 패소하자 센터 문 닫아
군, 보조금 소급 적용 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속도’로 센터에서 잘린 박씨는 대외로 전선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손해배상청구‧해고무효 소송도 진행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센터 상황에 대해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해고에 대해서는 무효 판결을 내렸다. 

센터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발병한 ‘적응장애’에 관해 광주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상 질병이라고 판정했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인권기관부터 사법기관에 이르기까지 박씨가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며 이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박씨의 상황을 잘못 보도한 언론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박씨의 상황에 공감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생겼다. 또 다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와 연대해 부당함을 소리 높여 알렸다. 박씨가 원한 건 명예회복과 복직이었다. 자신에게 씌워진 ‘보조금 유용’이라는 가시관을 벗고 다시 직장에 들어가 정년까지 일하는 것.

손에 잡힐 듯했던 목표는 센터와 운영 주체, 관리·감독기관의 행보로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 

더 놀랄 일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박씨의 생각을 부수듯 센터는 폐쇄를 신청했다. 손해배상과 해고무효 소송 패소 이후 항소하면서 말 그대로 센터를 닫아 버린 것이다. 센터의 운영 주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군지회도 해산 절차를 밟다가 간신히 제동이 걸렸다. 박씨는 센터와 진도군지회의 행보에 황당함을 드러냈다.

박씨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변화는 없다. 오히려 직장이 없어져서 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사건이 이렇게 된 데는 진도군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진도군이 적정한 순간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했거나 조율을 진행했다면 사안이 이 지경까지 엉망으로 꼬이진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진도군은 박씨 관련 사건에 관해 ‘두어 발자국’ 정도 떨어져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센터의 운영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군지회가 하고 있고 진도군은 보조금만 지급할 뿐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과는
그대로

센터 폐쇄와 관련해서도 서류만 갖춰지면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센터 폐쇄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멀찍이 떨어져 사건을 방조하고 있는 진도군의 책임 회피성 태도가 사건을 악화시켰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도군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관여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편에 선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가해자를 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명 진도군은 센터의 운영 주체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장애인 복지시설 사업안내’ 자료에 따르면 센터의 운영 주체는 ‘사단법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및 시·도지부, 시·군·구지회다. 단, 이 단체가 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자치단체장이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하지만 진도군이 센터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센터가 운영되는 데 있어 진도군의 보조금이 큰 부분을 담당한다는 점이 언급된다. 센터는 매년 전라남도와 진도군으로부터 1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다.

2022년 진도군 예산 내역에 따르면 센터에 배정된 예산은 1억4260만원으로 전라남도에서 2860만원, 진도군에서 1억1400만원을 잡아놨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법기관, 인권기관 등에서 박씨의 상황에 관한 대책 마련의 주체로 진도군과 진도군수를 꼽았다는 사실이다.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박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던 전라남도 인권센터는 진도군수에게 ‘센터에 대한 정기적인 지도·점검 강화’를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사회복지시설 내 직원에 대한 괴롭힘 및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해고처분 등으로 볼 여지가 큰 이 사건 센터의 현재 상황에 대해 지도‧감독의 방법과 관련 적용 법조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진도군수에게 표명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박씨의 손해배상청구, 해고 무효확인 소송 판결문 곳곳에도 센터의 관리‧감독 역할을 진도군이 맡고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박씨의 해고 무효확인 소송 1심 판결문에서 ‘이 사건 운영규정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군지회가 감독관청인 진도군수의 승인을 받아 센터 운영에 적용해왔다’고 적었다. 


안 준다더니
갑자기 줬다

해당 운영규정에 따르면 센터 직원의 포상과 징계를 정하는 운영위원회 위원 자격 중 하나로 ‘진도군 장애인 복지업무 담당 공무원’이 명시돼있다. 박씨는 “운영위원회와 인사위원회에 진도군 관계자가 참여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전적으로든 운영적으로든 진도군의 영향력이 센터에 분명히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박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진도군의 ‘방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군수는 사회복지사업법 제51조1항에 따라 “사회복지사업을 운영하는 자의 소관업무에 관해 지도‧감독을 하며 필요한 경우 그 업무에 관해 보고 또는 관계 서류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사무소 또는 시설에 출입해 검사 또는 질문을 하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진도군이 센터 사건과 관련해 공문 발송 등의 행위를 했기 때문에 지도·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린 것. 박씨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법이 최근에 시행되면서 관련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았고 재판부 입장에서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리기엔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문 발송 등의 행위만 보고 진도군이 지도·감독 의무를 다했다고 보는 것은 재판부에서 좁게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며 “공문을 보내는 행위를 넘어서 진도군의 조치가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지 실제 센터 사건 해결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1심 재판에는 진도군의 보조금 소급 적용 등 석연치 않은 일에 대한 부분이 빠졌다”며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다른 판단을 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씨는 ‘진도군이 2022년 7월분부터 이 사건 센터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판결문의 마지막 부분을 언급했다. 

지난해 1월 전라남도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따른 문제해결 촉구’ 공문을 센터에 보냈다. 전라남도는 ‘도민인권보호관 시정권고에 대한센터의 불수용과 지자체의 지도·감독 방관을 이유로 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근거로 문제 해결 시까지 도비 보조금을 미교부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진도군은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보조금 교부조건 및 소급적용 불가 안내’ 공문을 센터에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2022년 센터 운영비 등 1개월분 보조금 교부 결정시 보건복지부, 법제처 관련 법 해석 및 검토 후 보조금 추가 교부 결정 예정으로 교부 조건을 명시했다”며 “결정 전 추진한 사업에 대해 사업비 집행이 불가함을 안내한 바 있다”고 했다. 

군수, “다 덮으라” 회유 의혹
당선인 시절 “일주일 주겠다”

의문이 나오는 대목은 이후 2~6월분 보조금이 소급 적용돼 센터에 지원됐다는 사실이다. 진도군 장애인복지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지난해 1월 이후 전라남도에서 센터에 대한 도비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하면서 진도군은 자체 예산만으로 운영비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변호사 자문을 구한 결과, 해석이 각각 달라 법제처에 법률 해석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급기관의 법령 해석에 시간이 오래 걸려 특별한 행정처분 없이 장애인을 위한 공익적 기능을 가진 시설을 운영하고도 보조금 미교부에 따른 피해를(갑질의 가해자일지라도 객관적 사실관계를 법적으로 다투고 있으므로) 센터의 종사자가 부담하는 부적정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진도군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보조금을 소급 적용해 센터를 지원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진도군은 박씨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22년 7월부터 센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주장을 내세워 방조 책임에서 벗어났다.

심지어 센터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해명대로면 진도군은 센터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계속해야 하고 폐쇄를 진행하려는 진도군지회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 진도군 관계자는 센터 운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어떤 대책을 펴고 있느냐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장애인 콜택시, 바우처 택시 서비스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진도군의 보조금 소급 적용은 가해자를 위한 조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피해자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가해자를 위해 ‘소급 적용’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정말 장애인을 위해 지원한 것이라면 센터 폐쇄에 대해서는 왜 ‘서류가 구비되면 수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나.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조금 소급 적용은 김희수 진도군수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과 2018년 진도군수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3수 끝에 당선된 김 군수는 진도군청에서 군내면장, 지산면장, 조도면장, 농산유통과장, 환경녹지과장 등을 지낸 공무원 출신 정치인으로 당적이 없는 무소속이다.

최근 김 군수가 박씨를 상대로 ‘다 덮으라’는 말을 하며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진도군수로 당선된 김 군수가 당선인 시절인 6월, 박씨와의 면담 자리에서 ‘복직시켜줄 테니 다 덮으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 것.

이날 대화는 박씨와 박씨의 친척이 함께 자리한 선거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박씨는 “당시 군수님(당시 당선인 신분)이 ‘내 임기 중에 시끄러운 게 싫다. 내 임기 때 벌어진 일도 아니고 전 군수 때 일로 내가 피해 보는 것도 싫다. 책임지고 복직시켜줄 테니까 소송이고 뭐고 다 덮고 조용히 살아라”며 “일주일 시간을 줄 테니 다 덮고 조용히 갈지 아니면 10년, 20년 노조랑 싸우고 있을지 마음대로 해라. 나는 노조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섭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당시 김 군수의 말에 모멸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그 자리에서도,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덮을 수 없다,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김 군수에게 표했다. 당시 박씨는 “지난번 저와 면담하신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노동부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고무효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센터는 현재 상태를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 이후로는 깜깜 무소식이라는 것이다.

피해자만
피눈물

진도군 홍보팀 관계자는 “군수님께 해당 내용에 대해 여쭤봤는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치·운영 주체인 진도군지회의 해산 결정이 있었지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해산 신청 관련 진상조사 중에 있다”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빠른 시일 내 처리 협조 요청을 하는 등 추이를 지켜보며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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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