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아리셀 공장 화재 참담하게 지켜본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화성 사고, 우연 아닌 필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불과 31초 사이에 4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실종자 명단을 보고 ‘살아만 있으라’고 가슴 졸이던 가족은 신원을 확인하기도 어려울 만큼 훼손된 시신과 마주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필연적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담합니다. 참담합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탄식했다. 취재진은 지난 26일, 경기도 의정부시 곤제역 인근서 김 대표를 만났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김 대표는 “30년 이주노동자 역사상 가장 큰 참사”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폭발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날 화재로 사망한 23명은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시신 훼손이 심했다. DNA 대조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남성은 6명, 여성은 17명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26일 아리셀 공장과 인력공급 업체인 메이셀, 한신다이아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 자택 등 회사 관계자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박 대표 등 아리셀 관계자 3명과 인력공급 업체 관계자 2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 전원 출국금지 조치된 상태다.

31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사업주를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서 노동자 사망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됐고 지난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일단 회사 관계자 일부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처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실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업주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기업활동 위축 등을 우려한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법에 규정된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 등의 충실한 업무 수행’ 의무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동시에 사망자 23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되면서 ‘불법파견’ 의혹도 불거졌다. 파견법은 원칙적으로 32개 업종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며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업무’는 파견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파견이 금지된 업종이다.

사망자 23명, 18명 외국인 노동자
“죽을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환경”

하지만 이번에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가 맡았던 군용 일차전지 검수와 포장 업무는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업무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 측은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도급 인력으로 이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인력공급 업체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업체 메이셀 측은 언론 인터뷰서 “우리는 아리셀에 직접 갈 수도 없다”며 “아리셀이 불법파견을 받았으면서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 파견을 두고 아리셀과 메이셀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유족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타국서 사망한 가족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사람’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못하고 ‘인력’으로만 여기는 듯하다”며 “일회용품 쓰듯이 노동력만 쏙 빼먹고 부품 취급을 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이번 아리셀 사고 같은 일은 또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진행 중인 현실,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구조, 특히 경제구조를 ‘착취 공장형 재벌왕국’이라고 명명하면서 10%의 기업이 나라 전체 기업 이익의 90%를 싹쓸이하는 구조가 현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고령사회에 진입하자 정부는 인구감소를 명분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데리고 오고 있다”며 “그들을 착취 공장형 재벌왕국의 먹이사슬 끄트머리에 법과 제도로 고정해 놓고 다치거나 죽을 위험이 높은 일을 집중적으로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리셀 사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리튬 배터리 제조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사업장이나 국가는 작업장을 반드시 1층에 놓는다고 한다. 매우 위험한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아리셀 사고의 경우 2층 작업장서 불이 시작됐고 이 때문에 인명피해도 컸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산재보상

실제 경고음은 분명히 있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4월17일, 도내 소방서에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3류 자연발화성 물질 및 금수성 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 컨설팅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5일 화성소방서 남양119안전센터가 아리셀 공장을 방문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남양119안전센터장을 비롯해 4명이 아리셀 공장 안전관리 담당 직원 3명을 대상으로 대피 등 비상대응 방법을 설명하고 3류 위험물의 특성 설명, 위험물 사고 사례 등을 소개했다. 

또 남양119안전센터는 지난 3월28일에도 아리셀 공장의 소방 여건을 조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화성소방서로부터 확보해 공개한 ‘소방 활동 자료조사서’를 보면 ‘연소 확대 요인’ 항목에 ‘사업장 내 11개 동 건물 위치, 상황 발생 시 급격한 연소로 인한 연소 확대 우려 있음’이라고 기재돼있다. 

인명 피해를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조사서에 따르면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 지역’ 항목에 ‘3동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 있음’이라고 돼있다. 이번 화재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서 시작됐다. 업체의 안전불감증과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이번 사고서 외국인 노동자는 파견을 통해 공장에 배치됐다. 그들이 작업장 구조나 대피로에 익숙할 리가 없다”며 “아리셀 공장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안전 교육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980년대 10여년 동안 노동자와 부대끼며 선교활동을 해온 김 대표는 7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일단 경기북부 지역서 외국인 노동자 산재 관련 사건이 일어나면 김 대표가 나선다. 대표로 있는 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비롯해 시민단체가 합심해 사건을 공론화하고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내가 만난 산재 피해자를 보면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며 “기업은 이익 극대화에만 골몰해 외국인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투자 자체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있는 안전장치도 빼버리고 일을 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1년에 프레스 기계로 절단된 외국인 노동자의 손가락이 열두 가마니라는 말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그 정도로 원시적인 산재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산재보상도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여전히 ‘높은 산’이다. 실제 아리셀 사건의 경우도 다치고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보상 가능성이 의문으로 떠올랐다.

경고음
있었지만…


현행법상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미등록(불법) 체류자를 포함해 모든 근로자는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메이셀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모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언어장벽, 고용불안 등으로 보상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연장은 사업주에 달려 있다.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도 고용주의 사인이 필요하다. 모든 외국인 노동자는 하루라도 더 우리나라에 체류해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입국한다. 이런 상황서 산재 피해를 언급하고 보상까지 받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약하나마 법과 제도가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열려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사고 현황을 볼 때 ‘산재 은폐율’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재 은폐율은 산재 사고를 당해도 신고조차 하지 않는 비율을 뜻한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은폐율이 80%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배경으로 2021년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이 발간한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게재된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해당 연구서 산재 은폐율은 66.6%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대표는 “해당 연구는 노동자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50인 미만 사업장서 일한다. 내국인 노동자의 경우도 66.6%보다 산재 은폐율이 높을 텐데 외국인 노동자는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표면상 드러나는 산재 비율을 20%로 봐도 산재 사망자는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많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산재로 인해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매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망자 수가 135명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정말 최소한의 수치”라며 “돌연사 등으로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도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돌연사한 외국인 노동자의 일부는 ‘과로사’로 인한 사망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가의 의지 중요한데 윤 정권은…
‘속헹씨 사건’처럼 관심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캄보디아 절에서 일단 화장을 하고 약식으로 장례를 치른다.

김 대표는 “해당 절에서 장례를 집행하는 캄보디아 스님이 있는데 그분이 2022년 집례한 돌연사한 외국인 노동자의 장례만 20건이 넘었다. 그해 우리나라에 일하던 캄보디아인 노동자는 2만5000명 정도다. 그중 2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인을 알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고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도 적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들 중 일부가 과로 등의 이유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망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나 통계는 없다.

김 대표는 변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하면서도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입국시킬 수 있는 근거로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면서 그 내용을 좋지 않은 쪽으로 개악하는 등 윤정권의 노동정책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고용허가제를 ‘개악’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먼저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사업장 이동의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사유와 이력에 대한 정보를 고용노동부가 수집해 사업주에게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 ‘블랙리스트’를 만들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거나 부당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개악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데리고 오면서 법과 제도는 그들을 더 옥죄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밝은 전망을 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서 사업주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상황서 정부가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며 “윤정권의 경우는 지나치게 사업주 쪽으로 치우쳐 있다. 중대재해법을 확대하는 일에 정부가 소극적인 것도, 고용허가제를 개악한 것도 전부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국가의 시선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한 줄기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노력, 국민의 관심, 언론과의 연대 등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주거권 운동으로 발전한 ‘속헹씨 사건’을 언급했다. 2020년 12월 포천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씨가 비닐하우스서 잠을 자다가 동사한 사건이다. 

김 대표의 추적으로 속헹씨 사건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고 시민단체 등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산재로 인정받았다. 속헹씨 사건은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지자체 차원의 조사가 이뤄졌고 일부 지자체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기숙사를 짓는 등 산재 사망사고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깨어있는 시민
마중물 역할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개선 운동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법과 제도가 그들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있다. 그러니 깨어 있는 시민과 단체, 언론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속헹씨 사건이 있기 전에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권 운동은 아주 미미했다. 하지만 모두의 관심이 속헹씨 사건에 응집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런 불씨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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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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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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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