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구린’ 파타야 살인사건 전모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20 13:21:00
  • 호수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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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죽이고 협박 “정말 나쁜 놈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국인 관광객이 살해된 이른바 ‘파타야 살인사건’과 관련해 현지 교민들이 불안감을 드러냈다. 앞서 유가족은 지난 7일에 실종 신고했지만, 끝내 파타야의 한 저수지서 드럼통 안에 담긴 노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시신은 사망한 지 3~4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달 30일, 관광차 태국에 입국한 노씨의 행방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묘연해졌다. 노씨는 지난 3일(현지시각) 오전 2시경 방콕에 위치한 클럽 ‘루트66’ 앞에서 2명의 한국인 남성과 함께 차를 타고 파타야로 이동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납치라고 보기에 어려운 행동이었다. 

수면제 투약 후···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범행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앞서 용의자들은 이날 오후 방콕의 유흥지 RCA의 한 술집에 노씨를 불러 약을 먹인 것으로 추정된다. 의식이 흐려진 노씨를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옮겼는데 이 과정서 노씨가 정신을 차리면서 몸싸움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행은 노씨의 재산을 노리고 수면제를 먹여 납치했다. 경찰은 이후 노씨가 일행 A씨, B씨, C씨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숨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이 지난 7일, 노씨의 모친에게 “당신 아들이 마약을 버려 손해를 입혔으니 300만밧(태국 화폐 단위·약 1억1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아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마약, 불법 도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죄 동기를 수사 중이다.


일각에선 용의자들이 유가족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 전인 지난 3일과 4일 사이 노씨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3일 용의자들은 파타야 수쿰윗 지역에 콘도서 짐을 챙겼고 이때 용의자 A씨는 먼저 한국으로 귀국했다. 남은 2명은 시신을 담을 드럼통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경찰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지난 4일 용의자들은 클럽서 노씨와 탔던 렌터카를 버리고 다른 픽업트럭으로 갈아타는 모습도 포착됐다. 새 차량의 트렁크에는 노씨의 시신이 발견된 검은색 플라스틱 드럼통이 실려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해당 트럭은 시신이 발견된 저수지 인근 한 숙박시설로 향했다. 

이어 용의자들은 지난 7일 유가족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받은 유가족은 주태국 대한민국대사관에 곧바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담한 용의자들은 8일 노씨의 계좌서 두 차례에 걸쳐 170만원과 200만원을 이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경찰은 용의자들이 노씨의 돈을 뺏을 목적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요하다가 집단폭행이 가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저수지서 드럼통 속 시신 발견
사인은 폭력으로 인한 호흡부전

이들은 지난 9일 오후 9시께 짐칸에 검은 물체를 싣고 숙박업소를 빠져나갔고, 저수지 근처에 약 1시간 주차했다가 숙박업소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태국 경찰은 지난 11일 파타야의 마프라찬 호수에 잠수부를 투입해 시멘트가 가득 찬 200L짜리 드럼통을 건져 올렸고, 그 안에서 노씨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노씨의 시신은 크게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3일(현지시각) 태국 공영방송 TPBS는 노씨의 시신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TPBS는 “피해자의 손가락이 어떻게 잘렸는지는 법의학적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만약 사망 전에 손가락이 절단됐다면 고문의 일환, 사망 후라면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태국 경찰은 노씨 시신 훼손은 증거인멸을 위해 자행된 것으로 봤다. 태국 경찰은 “차 안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피해자 손가락에 피의자들의 DNA 등이 묻은 것을 감추면서 시신 신원 확인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씨의 시신을 1차 부검한 결과 양쪽 갈비뼈 등에서 골절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먼저 붙잡힌 A씨로부터 “주먹과 무릎으로 상복부 등을 때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노씨의 사인은 폭력으로 인한 호흡부전이라는 게 태국 경찰의 주장이다.

시신을 발견한 태국 클롱탄 경찰은 지난 1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방콕 형사법원에 제출했다. 이어 용의자 3명에 대해 살인과 불법 구금, 시신 은닉 등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방콕 남부형사법원은 한국인 용의자들이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증거가 있다고 봤다.

특히, 현지 언론은 용의자들의 여권 사진과 현지 가게서 드럼통을 구입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혀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 등을 모자이크 없이 내보냈다. 국내에선 아직 이들에 대한 신상 정보공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태국 현지 언론은 이날 한국 경찰이 용의자 3명 중 2명을 체포했다는 소식을 보도하며, 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범행 과정서 먼저 귀국한 A씨는 지난 12일 한국의 전북 정읍 자택서, B씨는 14일 캄보디아서 체포됐으며 C씨는 태국서 미얀마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먼저 붙잡힌 A씨는 지난 15일 구속됐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김성진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일당 2명과 노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범행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체포된 2명이 지목한 주범
바로 미얀마 도주 후 잠적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당초 A씨에게 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지난 9일 태국서 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소재를 추적해 붙잡았다. 하지만 A씨가 “아무것도 몰랐고 내가 죽인 게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범행에 직접 가담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자 경찰은 살인 방조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어 경찰은 A씨의 공범 2명을 쫓던 중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숙소서 20대 피의자 B씨를 추가로 붙잡았다. 한국 경찰은 B씨의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공범 C씨는 태국 주변국과 미얀마 등으로 밀입국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C씨를 추적 중이다.

일각에선 추적 중인 C씨가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태국 교민들 사이에선 C씨가 범죄 조직 또는 청부 살해업자라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C씨는 한국서 차량을 털고 현금을 훔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으며, 폭력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현재 체포된 2명은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C씨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 용의자들은 불법 도박 관련 전과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고향 선후배 사이로 지난 3월부터 태국에 장기간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다가 발생한 돈 문제가 사건 범행 동기인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미얀마로 도주했다고 추정되는 C씨를 잡아야 범행의 동기, 목적, 배경, 구체적인 경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알고 지낸 사이

한편, 지난 16일 수사당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현재 C씨가 미얀마로 도주했다는 것도 100% 신뢰하기 어렵다. C씨를 체포하기 어렵게 하려는 조력자들의 허위 제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인이 생전 마약, 불법안마시술소에 연루됐다는 등의 억측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가족의 신고로 지난 7일부터 대응하면서 용의자 3명 중 2명을 신속하게 체포할 수 있었고, 태국 경찰의 수사권을 보장하는 차원서 시신이 발견된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인 공조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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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