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19명’ 부천 호텔 화재…대형참사로 번진 이유는?

객실 내 스프링클러 미설치·에어매트 논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시 중동 소재의 한 호텔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 7명, 부상 12명의 사상자를 냈다. 부상자는 3명이 중상, 9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27명의 투숙객 중 절반 이상인 19명이 숨지거나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셈인데 어떻게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됐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최상층 바로 아래인 8~9층 외에 7층부터 1층까지는 투숙객이 거의 없었던 부분도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천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9분경 호텔 8층 객실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된 화재는 9층으로 번졌으며 해당 층에 머무르고 있던 투숙객들이 변을 당했다.

23일 오전까지 밝혀진 사망자는 20대서 50대 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이들은 8층과 9층의 객실 내부 및 계단, 복도서 발견됐다. 한 여성은 8층 계단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을 거뒀다.

이날 화재를 인지한 일부 투숙객 중 2명의 남녀는 소방당국에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지만,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매트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날 호텔 외부 바닥에 설치됐던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뛰어내렸던 2명은 결국 사망했다. 매체는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에 8층 객실 창문서 투숙객으로 추정되는 1명(여성)이 뛰어내린 뒤 에어매트 위아래가 뒤집히는 장면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후 3초 후 또 다른 1명(남성)이 뒤집힌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사망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브리핑에 따르면, 당시 에어매트는 완전히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신호수가 뛰어내리라는 신호도 하지 않은 상태서 뛰어내렸으며 하필 착지 지점이 가장자리였다. 이로 인한 반동으로 바닥에 놓여 있던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두 번째 뛰어내렸던 투숙객은 에어매트에 닿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에어매트는 통상 화재 발생 등 급박한 상황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까닭에 이로 인한 안전사고는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매트가 뒤집혔다’는 보도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선 목소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에어매트가 완전히 설치되지 않은 상황서 뛰어내린 것으로 나왔는데, 하필 위치도 가운데가 아닌 바깥쪽이라 충격 하중이 분산되지 못했다”며 “에어매트는 바람을 적당히 넣는 게 아니다. 한쪽에선 계속 공기 주입하고 일정 이상의 공기는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로 돼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누리꾼은 “에어매트의 바람은 빵빵하게 넣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기가 들어가고 자동으로 과압 배출되는 구조로 돼있으며 대부분 보유 중인 에어매트는 5층 이하 저층용”이라며 “급박한 상황에 달리 방법이 없으니 설치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위급 시 투숙객의 완강기 사용 및 확인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됐다. 소방법에 따르면, 호텔 등 숙박시설 등의 객실 내에는 1개의 완강기 또는 2개 이상의 간이완강기가 설치돼있어야 한다.

‘피난기구의 환재안전기준’ 제4조(적응 및 설치개수)에는 ‘피난기구는 층마다 설치하되, 숙박시설·노유자시설 및 의료시설로 사용되는 층에는 해당 층의 바닥면적 500㎡마다 1개 이상 설치하도록 돼있다. 또 완강기 강하 시 로프가 소방 대상물과 접촉해 손상되지 않도록 하며, 로프 길이는 부착 위치서 지면 기타 피난상 유효한 착지 면까지의 길이로 명시하고 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서 “10층 이하의 숙박시설 객실마다 완강기로 대표되는 피난기구들이 비치돼있는데 이를 투숙객들이 제대로 있는지,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확인하는 것도 잘 챙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천소방서 등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를 받은 뒤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3시간 만인 10시26분경에 완전히 불을 껐다. 이날 화재 현장엔 경찰 90여명 및 소방관 160여명, 부천시 공무원 60여명이 투입됐으며, 펌프차 등의 차량 70여대가 동원됐다.

지난 2003년 준공된 해당 호텔은 9층 총 63개 객실로 이뤄져 있으며 건축 당시엔 객실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6층 이상 신축 건물에 층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는 소방법이 지난 2017년에 개정돼 해당 호텔은 대상에 포함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해당 호텔은 진입 가능한 도로가 좁아 소방서 사다리차가 화재 현장까지 접근할 수 없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호텔의 입구는 번화가의 일방통행 1차선 도로인 데다 노면 곳곳마다 거주자우선주차구역으로 설정돼있어 대형 차량의 출입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해당 호텔은 한 층에 9객실로 8~9층은 18객실로 운영되고 있고, 이날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상당수의 투숙객이 2개층 위주로 몰려 있었던 부분에 대한 의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보통 투숙객들이 고층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운영 관리상 특정층부터 채운 후 아랫층의 객실로 방을 배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보통 숙박 손님은 윗층부터 방을 내주는데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일 꼭대기층 다 차면 그다음 아래층, 해당 층이 다 차면 그 아랫층으로 내주는 식인데, 투숙객들도 높은 층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대실의 경우 낮은 층부터 내줘서 윗층으로 올라가는 편”이라며 “대실 빠지고 나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숙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대실했던 객실은 빈방부터 정리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보통 사람들은 고층을 선호해서 먼저 입실하는 고객들의 경우 고층에 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늦게 찾아오는 경우는 아래층을 배정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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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