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08 02:0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간으로서 마땅해 해야 할 도리에 어그러진 행동을 하면 ‘패륜을 저질렀다’고 한다. 패륜을 저지른 사람은 ‘패륜아’라고 칭한다. 한국 사회에서 패륜아는 부모에게 못된 짓을 하는 자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천륜이라고 했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리로 맺은 인연이기 때문에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천륜을 어기면 즉, 부모-자녀 간에 도리를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끊어진 천륜 최근 자녀에게 ‘남보다도 못하게’ 구는 부모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폭언을 내뱉거나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만큼이나 여론이 좋지 않다. 듣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도 왕왕 일어난다. 방송인 박수홍의 가정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처음에는 형과의 문제로만 알려진 사안이 부모 등 가족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수홍은 형 부부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검찰 대질조사 과정에서 박수홍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말 그대로 가족이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앞서 박수홍은 형 부부를 계약료·출연료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형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단법인 한원미술관에서 진민욱 작가의 초대전 ‘어제 걸은 길(The road that I walked yesterday)’을 준비했다. 진민욱은 현대미술의 범주 안에서 동양화의 현대성을 추구하며 전통 채색화의 명맥을 계승해나가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재단법인 한원미술관은 한국 미술계의 허리 격인 기성작가의 재발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수년간 창작활동에 매진해온 이들이 저마다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며 작가로서의 긴 호흡을 위해 예술적 역량을 완성해나가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느린 발걸음 한원미술관은 다양한 장르 속에서 매체에 대한 고민과 다변적 실험을 거듭하는 작가의 행보를 중시하고 지금까지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코자 했다. 진민욱의 이번 전시는 예비 중견작가의 도약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한원미술관의 설립 취지와 맞닿아 있다. 진민욱은 2019년 한원미술관에서 개최한 제10회 화가 ‘화첩: 심상공간’에 참여했다. 당시 전통회화의 이동 시점에 따른 대상과 배경의 경계가 도식적으로 구분된 화면을 선보인 바 있다. 그의 투명하고 담백한 색채와 풍부한 조형미에서 발현되는 노련함은 작업의 무게감을 더한다. 이는 성실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수사기관이 지난해부터 쫓던 ‘윗선’의 꼬리가 희끄무레 드러나고 있다. 그 꼬리는 아예 감춰져 있던 것도 아니고, 드러나 있던 것도 아닌 상태였다. 포위망이 좁혀 오자 주변 인물이 꼬리를 언급하고 있다. 꼬리를 잡으면 다음에 드러나는 것은 몸통이다. 검찰이 던진 그물망에 대어들이 속속 걸려들고 있다. ‘지지부진’ ‘늑장 수사’ 등의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와는 아예 딴판인 모습이다. 조직을 재정비한 이후 전선을 넓히더니 단숨에 중심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입길에 오르내렸던 ‘윗선’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주변부터 조여간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불거진 사건의 결과를 속속 내놓는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달 8일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명확한 기준은 신뢰와 맞닿아 있다. 사안이나 상황에 따라 바뀌는 기준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국가기관에서 진행하는 일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다. 국가가 정한 기준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공정한 잣대에서 나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스타트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최근 국가기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한 직원의 퇴사를 두고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보인 모습에 큰 실망감을 느낀 것. 기관 맞아? A 대표는 “국가기관의 태도에 당황스러움을 넘어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던 B씨는 회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서울지노위에 제소했다. A 대표는 B씨의 퇴사 과정에서 어떤 부당한 부분도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서울지노위와 중노위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 대표가 B씨를 부당해고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B씨에게 일정 기간 동안의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서울지노위가 A 대표에게 부과한 이행강제금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서초구 소재 페리지갤러리에서 함진 작가의 개인전 ‘엄마’를 준비했다. 경원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초소형 미니어처 조각을 만드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미니어처를 실제 사물과 함께 배치해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을 만든다. 함진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 초소형 인물을 실제 사물과 함께 배치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이후 검정의 단색으로 이뤄진 추상적인 형상으로 자신만의 조형감각을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색이 다채롭게 드러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개인전 ‘엄마’에서는 여러 형태와 색을 가진 입체 작업을 소개한다. 단어 그대로 함진이 작업을 만들어 가는 방식은 단순하다. 색깔 점토(폴리머클레이)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그는 특별한 도구 없이 손으로 작업한다. 점토는 손으로 온전히 다루기 용이한 재료이기 때문. 함진은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작업을 위해 손을 사용해왔다. 정확하게는 손바닥이나 손가락이 아닌 손끝이 그의 도구다. 우선 다양한 색의 점토를 조금씩 떠내서 두 손가락으로 비벼 뒤섞는다. 그리고 이를 넓게 펼쳐서 가느다란 철사 혹은 나무 꼬챙이와 같은 기본 뼈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2년8개월이 흘렀다.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와의 공존,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부 국민은 여전히 코로나와의 공존을 거부하고 있다. 파헤치고 뜯어봐야 할 진상규명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 선봉에 선 김두천 코로나 진상규명 시민연대 상임회장을 만났다. 경마 경기처럼 전해지던 코로나19 확진자 수, 사망자 수 보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 변화에 따라 널을 뛰던 정부 정책도 잠잠해졌다. 2020년 1월 코로나 창궐 이후 국가 전체가 들썩였던 게 오래전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확진자, 사망자, 백신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2020년 본격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정책이 쏟아졌다. 정부 정책은 국민 통제를 통한 확진자 수 억제를 목표로 시행됐다. 하지만 대유행이 반복되면서 힘을 잃었고 국민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결국 정부는 코로나와의 공존을 택했다. 현재 우리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이유다. 김두천 코로나 진상규명 시민연대(이하 코진연) 상임회장은 “국민이 품고 있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표류하고 있다. 내부의 불만, 외부의 불신이 겹치면서 구성원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주요 인사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계륵,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초기와 비교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갈수록 존재감이 옅어지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불안불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지난해 1월21일 출범했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는 출범까지 지독한 산통을 겪었다. 60년 넘게 유지된 검찰 권력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라 안팎으로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안 발의로 힘을 실었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지 8개월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5년 동안 이어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진 순간이다. 공수처법 통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김남표 작가의 개인전 ‘Origin-Instant Landscape’를 준비했다. 2020년 11월 개인전 ‘검질’ 이후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김남표의 두 번째 전시다. 김남표 작가는 2020년 개인전을 가진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호리아트스페이스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새롭게 확장된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15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인조모 바늘을 이용한 스크래칭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은 관람객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섬세함의 극치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바늘로 김남표가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6년 전.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으로 1점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개월간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만 혹은 수십만번의 미세한 터치를 가해야 원하는 장면을 얻어낼 수 있는 회화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진명 미술평론가는 “김남표는 종교적 차원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화에서 숭고는 영원해야 한다고 믿는 점에서 그는 본질주의자이며 진정한 회화주의자”라며 “현실에서 숭고를 느끼고 찾아야 한다고 믿는 부분에서 수평적 숭고의 실천자”라고 설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는 시종일관 신중했다. 대화 도중 뜸을 들여 단어를 골랐다. 한 줄의 ‘작가 소개’를 고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 작품 속 무명작가인 ‘나’와는 달랐다. 김영권 작가가 ‘문제작’ <대통령의 뒷모습>을 들고 <일요시사>를 찾아왔다. 큰 키에 구부정한 자세를 한 남성이 <일요시사> 편집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모자를 한 손에 쥐고 가방을 옆으로 맨 채로 연신 물을 마셨다. 가방 안에는 손바닥만한 수첩과 볼펜, 최근에 나왔다는 신작, 그리고 초고 한 묶음이 들어 있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4일 오후였다. 과거와 현재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건 작가 입장에서 큰 모험이다. 독자에게 배경 설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내는 대신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인식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사건을 다룰 때는 그 민감함의 수준이 끝없이 높아지곤 한다. 김영권 작가가 내민 원고지 1200장 분량의 시사 에세이 <대통령의 뒷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서울 해방촌에 자리한 무지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어느 쪽이 더 강한 지는 맞부딪쳐 봐야 알 수 있다. 그동안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변죽만 울리던 검찰과 거대 야당이 제대로 맞붙는 모양새다. 선공은 검찰이다. 전초전이 길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감돌기 시작한 전운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칼끝을 다듬었고 민주당은 방패로 삼을 법안을 만들었다. 검찰의 최종 목표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원, 당 대표, 개딸(개혁의 딸) 등 여러 겹의 방패를 둘러 입었다. 변죽만 울리다 처음에는 집안싸움이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시발점이 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할 당시 특정 업체에 이익금이 집중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면서 개발 이익금이 정관계 유력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로비 의혹도 함께 부상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무렵 추진된 사업이었다.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언론인 출신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남욱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갤러리이배에서 박효진과 배상순의 ‘예술의 품격(The Dignity of Art)’ 전시를 준비했다. 두 작가는 영국(박효진)과 일본(배상순)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술에서 품격은 작품의 진정한 가치나 그 작품이 지니는 위엄을 뜻한다. 미술작품이 품격을 갖춘다는 것은 공감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고무시키는 데 있다. 매개체 이런 점에서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로 얼룩진 박효진의 조각은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공허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동시에 삶의 방향성에 대해 우아하게 설득하는 매우 품위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배상순의 벨벳회화는 흑백의 단색과 무수한 선으로 구성된다. 시간의 축적과 함께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파장과 깊이를 표현한다. 이는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관람객으로 하여금 인간 내면의 성찰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미술작품은 형태, 색채, 재료, 기술 등에 의해 만들어진 작가의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산물이다. 인간으로서 작가의 영혼이 스며든 미술작품은 품격을 지닌다. 작가는 창작한 작품에 품격을 부여하고 관람객은 그 품격을 공유한다. 인간의 욕망 공허의 역설 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악마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10여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성범죄자가 다음 달 사회로 돌아온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또 다른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한 지 2년 만이다. 출소 일자가 다가오면서 범행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의 신상이 공개되는 성범죄자 알림e도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2017년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조두순은 2008년 8세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성폭력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당초 징역 15년의 징역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면서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또 다른 악마 해당 청원에는 무려 61만5000명의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청원에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면 청와대 혹은 정부 관계자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조두순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두순 사건 때문에 성폭력특례법이 강화됐고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과 그 틈새를 이용한 시행령이 맞부딪치는 모양새다. 이번 갈등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의 기싸움 이상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칼이 겨누는 곳에는 야당 대표가 있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를 거치면서 검찰 관련 신조어가 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의미하는 검수완박에 이어 ‘검찰 수사권 원상복구’를 뜻하는 검수원복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수사권 전쟁 정치권으로 윤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탄생으로 검찰은 4개월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 인사 과정에서 검찰 출신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검찰인사와 검찰총장 지명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달 들어서는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임계점까지 치솟는 모양새다. 검수원복 시행령(7일), 검수완박 법안 시행(10일) 등 검찰 수사권 관련 굵직한 이슈가 집중됐기 때문. 법안이든 시행령이든 한 번 처리되면 번복은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최정아갤러리에서 조각가 정현의 ‘정현 드로잉 개인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신작 드로잉 작품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정현의 드로잉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관람객에게 신작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정현은 평범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조각 못지 않은 육중함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품을 만든다. 폐 침목이나 버려진 아스팔트 등 폐자재를 재료로 절제되고 응축된 추상에 가까운 인체를 조각한다. 날것의 재료를 통해 예측불허의 우연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현은 수천장의 드로잉을 남기곤 했다. 2차원 평면 조각 작업에 앞서 머리와 가슴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거친 콜타르를 이용해 종이 위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을 신체에서 꺼내 내던져놨기에 정현의 드로잉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정현이 드로잉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석유 원유 제조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는 찌꺼기인 콜타르다. 콜타르는 주로 아스팔트 콘크리트에 녹여 도로에 깔린다. 정현은 이 검은색 유상 액체를 목재나 헝겊, 붓 등에 묻혀 떠오르는 감정을 스케치한다. 폐기물에 부여하는 존재감 틀에 갇히지 않은 사유방식 더 이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화재의 가치는 이어받은 자의 의지에 비례한다. 그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 그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문화재의 생명력과 직결된다. 우리는 조상이 남긴 눈부신 문화와 그 집약체를 잘 지켜가고 있는가. 650여년 전 인쇄된 한 권의 고서적이 그 대답을 대신하는 듯하다. 바로 직지(直指)다. 1377년, 1455년, 1972년, 1995년, 2001년 그리고 2022년. 정식 서명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고려 우왕 때인 1377년 금속활자로 인쇄된 고서적으로 ‘직지심체요절’ ‘직지’ 등의 약칭으로 불린다. 145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찍어낸 <성서>보다 78년 앞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았다.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1880년대 후반 주한대리공사로 부임한 콜랑 드 플랑시가 수집한 문화재 중에 직지가 포함돼 프랑스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직지는 상·하 2권으로 구성돼있는데 이 중 하권 1권만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전시돼있다. 1972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도서의 해’ 책 박람회에서 그 실물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2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주 작은 혈액이라도 묻어 있기만 한다면 10년, 20년, 100년이 지나도 DNA 검출은 가능하다는 거야. 현대 의학이 피해자에게 준 선물이지.” - 드라마 <시그널> 중 차수현(김혜수)의 대사. 2016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은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시그널>은 1~2화에서 아동 유괴 사건을 다뤘는데 형사 차수현이 용의자 오연수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DNA를 언급한다. 유괴 사건의 공소시효가 10분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그땐 못 잡아도… <시그널> 차수현의 대사가 현실화됐다. 20여년 동안 장기 미제로 해결이 요원했던 사건이 DNA 식별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 것. 지난 시간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수사의 쾌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로써 유가족은 물론 경찰에게도 ‘마음의 짐’이었던 장기 미제사건 해결의 길이 열렸다. 지난달 28일 대전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대전 국민은행 권총 살인강도 사건’ 용의자로 50대 남성 2명을 검거해 구속 수감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21년 만이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직 경찰관과 그의 아내가 자살 기도자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혁범 경감과 아내 김유미씨.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에 사는 부부는 주말이면 백련산 오솔길을 산책하곤 했다. 지난 7월30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6시30분경 백련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부부가 나무 옆에 웅크리고 있는 A씨를 발견한 시간은 오전 8시5분경. A씨의 손목은 피로 흥건한 상태였다. 권 경감은 “(A씨의)손목에 5㎝ 정도 자해 흔적이 있었고 주변에 피가 낭자했다. 마치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고 발견 당시를 떠올렸다. 부부가 함께 자주 산에 올라 서대문경찰서서 감사장 받아 권 경감이 손수건으로 A씨의 손목을 압박해 지혈하는 사이 아내 김씨는 119에 신고했다. 이후 부부는 A씨를 부축해 산 아래로 내려왔다. A씨는 산을 내려오는 내내 ‘죽고 싶다, 힘들다’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부부는 A씨를 다독이면서 300m가량 내려와 119에 인계했다. 평소 권 경감은 백련산 오솔길을 맨발로 걷는다고 한다. 이날도 맨발로 걷고 있다가 A씨와 함께 산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김아영 작가의 개인전 ‘문법과 마법’전을 준비했다. 김아영은 한국 근현대사, 지정학, 이송, 초국적 이동 등 역사적 사실과 동시대의 첨예한 이슈에 대한 방대한 리서치를 통해 복합적인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여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김아영은 영상·사운드·퍼포먼스·소설·텍스트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변서사·픽션 만들기, 내러티브성, 세계 구축, 신화 짓기 등의 전개 방식을 통해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인 이야기를 창조한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영상 미학에서 벗어난 독창적 접근과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 김아영은 개인전 ‘문법과 마법’ 전시에서 여성 배달 라이더 에른스트 모(Ernst Mo)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에른스트 모는 Monster(괴물)의 철자를 재배치한 이름이다. 에른스트 모는 테크노 오리엔탈리즘과 아시아 퓨처리즘 사이에 놓인 가상의 도시 ‘서울’에 산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 댄서의 소속 라이더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라이더는 댄서로 지칭되는데, 일반-파워-마스터-신-고스트 순으로 계급화돼 구분된다. 에른스트 모는 최상의 능력자인 고스트 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민족대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즐거워야 할 명절 연휴지만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집은 한숨이 앞설 전망이다. 물가가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 <일요시사>가 최근 20년간(2003년~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살펴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던 물가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소비자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8개월 동안 오른 끝에 약간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달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4.7%)보다 0.4%포인트 내린 4.3%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날씨 영향 물가 상승 기류가 소폭 꺾인 것과는 별개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올해도 올랐다. 코로나19 창궐로 명절에 가족끼리 모이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국민의 절반 정도는 여전히 유교식 제사와 차례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명절 차례상 차림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차례상에는 과일, 육류, 야채 등이 골고루 올라간다. 그렇다 보니 지역별 날씨 상황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총장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문제를 제기한 교수가 보직해임되는 일이 벌어졌다. 장관이 공석인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고성환 물러나!” 지난 6월13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정문에서 고성환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서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문희 방송대 행정학과 교수. 당시 부산지역대학 학장을 맡고 있던 강 교수는 이날 집회를 위해 상경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 감사와 1순위 총장 후보자 선출 과정이 맞물리면서 교내에 고 총장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고 총장은 ▲겸직 위반 ▲세금 체납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겸직을 위해서는 기관장 승인이 필요한데, 고 총장은 방송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기업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여기에 고 총장이 운영하던 회사가 세금을 체납해 ‘서울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른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의 채무 때문에 고 총장은 급여를 압류당하기도 했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고 총장은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