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 저격수’ 추미애의 변심

문 나와 이 칼 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다르크’가 돌아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선전포고 하듯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 대통령, 전 당 대표 등 아군이라고 여겼던 이들이 1차 표적이 되는 모양새다. 작심 발언의 의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5선 국회의원, 당 대표, 그리고 법무부 장관까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입지전적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추 전 장관이 최근 말폭탄을 던지고 있다. 

문정부
구원투수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열을 올렸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 당정의 역량이 집중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됐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임기 말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국민의힘)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해 방점을 찍었다. 

추 전 장관은 문정부 국정 최우선 과제를 완수할 이른바 ‘칼’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자리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추 전 장관은 조 전 장관 의혹에 관한 수사로 문정부와 척을 지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법무부 장관 취임 때부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고한 것보다 높은 수위의 행보가 이어졌다. 인사권, 수사지휘권 등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윤 대통령과 맞붙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추윤 대전’이라는 말로 명명될 만큼 치열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 시기였다.

추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손발을 잘라냈고 수사지휘권을 통해 운신의 폭을 좁혔다. 여기에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해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크리스마스이브인 2020년 12월24일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했던 문 전 대통령은 법원 판결 다음 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추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제청을 한 뒤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언급
임명권자에 전 대표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이 시기의 일이다. 법무부 장관 사퇴 과정서 문 전 대통령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것.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특히 추 전 장관이 국민의힘이 아닌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쪽으로 총구를 겨눈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서 법무부 장관직서 내려온 것이 문 전 대통령이 물러나 달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연락을 받은 뒤 중간에 농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국무총리를 통해 해임 건의를 해달라’ ‘자의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서도 결론은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의 뒤늦은 주장에 민주당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를 둘러싼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 등 갖가지 악재로 어수선한 상황서 추 전 장관의 폭탄 발언에 당황하는 눈치다.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 수습을 하려는 시도에도 추 전 장관의 총구는 계속 불을 뿜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재보궐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됐다”고 말했다. 2021년 초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추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자 이 전 대표가 사퇴를 종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윤대전
판정패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은 문정부가 일관되게 약속한 것이다. 그것을 (이 전 대표가)선거 관리 차원서 유불리를 계산해 좌초시킬 반찬거리가 아니었다”며 거듭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를 연이어 공격하자 민주당 내부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낙(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 경질되는 데 이 전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며 “계속 이러는 건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비명(비 이재명)계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추 전 장관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정치적으로 재기하려고 그런다고 본다. 근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에는 금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동공신으로 추 전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꼽았다. 특히 추 전 장관이 직무집행 정지 등을 진행하면서 윤 대통령에 박해받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의 체급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사퇴한 뒤 정치권에 뛰어 들었고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면서 “그것 때문에(윤 대통령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대통령이 되는 데 거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본다”며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지만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싶다”고 덧붙였다. 

자살골
흑역사

문정부서 요직을 맡고 이 전 대표와 당정 간 합을 맞췄던 추 전 장관이 폭로전에 나서면서 총선, 공천, 이 대표 등이 언급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대표 쪽으로 줄을 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추 전 장관은 총선 출마 여부에 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엄호는 의구심에 기름을 부었다. 추 전 장관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의 계파 갈등에 대해 “(이 대표는)오히려 사법 피해자”라며 “검찰 정권이 사법 리스크를 만들어가는 건데 이 사법 피해자에게 ‘당신 때문’이라고 하며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 대표의 상황을 간디의 ‘무저항 정신’에 비유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런 국가 폭력에 대해서 이 대표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며 “자꾸 방탄국회라고 하니까 (이 대표가)‘그래 나 다 내려놓겠다’고(한 것이다) 어떤 보호장치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겠다고 하는 그런 무저항 정신으로”라고 언급했다. 

일단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 같은 의구심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과 이 대표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안 보내고 할 그런 사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의 폭로와 이 대표의 연관성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에 충정으로서 본인 일을 해오며 느낀 소회를 말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사이의 인사 문제에 관해선 사실 비공개고, 그것을 논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 보고 작심발언?
이 대표와 주거니 받거니?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 역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추 전 장관의 발언에 이 대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저격하고 당시 당 대표였던 이 전 대표를 저격하는 것이 어떻게 이재명 대표에게 줄을 서는 것이 되겠냐”며 “오히려 더 부담돼서 줄을 서려고 해도 줄 설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의 ‘아군 저격’ 행보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추 전 장관의 ‘흑역사’가 이 대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 적이 있다는 점이다. ‘드루킹 특검’으로 정치 생명이 끊어지다시피 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건으로 이 대표는 대선주자로 동력을 얻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8년 1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 전 장관은 자체 수집한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정황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드루킹 사건’의 발단이다. 같은 해 4월 ‘드루킹’ 일당이 구속되면서 김 전 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사건은 당시 여권의 대형 악재로 확대됐다. 

여기에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특검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결국 김 전 지사는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서도 형량을 줄이지 못했고 대법원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추미애 원죄론’이 등장했다. 

그와 별개로 ‘친문 적자’로 불렸던 김 전 지사가 낙마하면서 이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추 전 장관의 당시 행보가 민주당의 대선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어디에?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층(개혁의딸, 개딸)을 잡기 위해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현재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계파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총선이 다가오고 공천 전쟁이 시작되면 계파 갈등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 그때 추 전 장관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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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