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최대 위기 선관위 복마전

소쿠리, 해킹, 특채까지 ‘터질 게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여겨진다. 민의를 모아 대표자를 뽑는 행위는 민주시민의 기본 권리이면서 의무다. 투표로 당락이 갈리는 선거 특성상 심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독립성을 부여하고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선관위 내부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선거와 국민투표를 관리하고 정당과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처리를 담당한다.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갖는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기도 하다. 제3공화국 제5차 개정헌법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각급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근거를 두고 1963년 1월21일 선거관리위원회를 창설해 오늘에 이르렀다. 

무너진
공정성

선관위는 올해 목표와 중점 과제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선거 관리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기반 공고화 ▲미래지향적 선거관리 역량 강화를 내세웠다. 또 헌법상 독립기관인 점과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법과 법률로 임기와 신분을 보장해 외부의 간섭과 영향을 배제하면서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선관위가 ‘중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일종의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 내부서 드러난 의혹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

방어에 급급한 선관위의 태도에 국민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장 공정해야 할 기관서 도덕성에 금이 가는 사안이 전 방위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도 없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최근 선관위는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관위 내부 전수조사 중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등 기존에 확인된 사례 외에 추가로 의심 사례가 나왔다. 5급 이상 직원 전수조사 중 4‧5급 직원 자녀의 경력 채용 사례가 추가로 5건 이상 확인된 것.

현재까지 확인된 사례만 최소 11명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그동안 석연치 않았던 조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

전수조사 끝나지도 않았는데
최소 11명 이상 의혹 불거져

특히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맞물려 선거 기간 중 휴직 인원이 크게 늘어난 점도 알려졌다. 

대통령선거와 전국지방선거가 겹쳤던 지난해 선관위 직원 가운데 200여명이 휴직했다. 과거 10년 상황으로 비교했을 때 2번째로 많은 수치다. 선관위 휴직자 수는 선거가 있는 해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선관위 직원이 선거를 고의로 기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2013~2022년 연도별 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선관위 휴직자 수는 190명이었다. 이 중 육아휴직자는 109명이었다. 가장 많은 휴직자가 발생했던 때는 2021년으로 총 193명이 쉬었다. 그해에는 전국 12개구서 재보궐선거가 열렸다. 지방선거가 치러졌던 2014년에는 138명(육아휴직 120명), 대선이 있던 2017년에는 137명(육아휴직 112명)이 휴직했다. 


그동안 선관위 내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지나치게 늘어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선거가 없는 해에는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기 때문에 휴직을 미루다가 선거를 앞두고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 휴직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선관위 공무원 규칙에 따르면 육아휴직은 분할 사용이 가능하다. 이때 임용권자는 시간선택제임기제공무원 및 한시임기제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빈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웠다.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을 받고 있는 간부가 자신의 자녀를 경력 채용 형태로 해당 자리에 넣었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오랜 관행과 특혜 채용 의혹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직도
배짱을?

국민 여론은 최악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가 <연합뉴스> <연합뉴스TV>의 공동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18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선관위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그 결과 노 위원장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3.3%가 ‘이번 사안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14.1%에 그쳤다.

노 위원장에 대한 사퇴 여론은 정치 성향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72%, 국민의힘 지지자 79.6%가 노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수‧진보‧중도층 모두 70% 이상이 노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했다(무선 전화면접 1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여기에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두고 ‘우왕좌왕’하면서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선관위는 지난 2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정했다. 선관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고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헌법 제97조서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선관위가 빠져 있고 국가공무원법 17조에 ‘인사 사무 감사를 선관위 사무총장이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감사 제외 대상으로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를 정해뒀지만 선관위는 포함되지 않아 직무감찰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감사원 감사에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추가 의혹이 거듭 불거지자 감사원의 강경한 입장에 균열이 가고 있다. 

10명 중 7명
노태악 사퇴

국민의힘 측도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감사원 감사 수용과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두 번째 항의 방문도 진행했다. 지난 8일에는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중앙청년위원회도 항의 방문했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선관위원 전원 사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10개월 앞두고 선관위원이 동반 사퇴하는 것은 조직 혼란을 야기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민주당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은 기자회견서 “총선을 10개월 앞둔 상황서 집권여당이 시도 때도 없이 선관위를 찾아가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선관위 중립성을 훼손하는 정략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을 앞세운 정부여당의 선관위 장악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하며 “선관위에 대한 조사는 권한이 없는 감사원서 할 것이 아니라 국회서 국정조사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조용히 넘어갔던 선관위 관련 논란이 이제야 불붙듯 터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 과정서 감사원과의 전쟁이 또 한 번 재현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한 바 있다. 

소쿠리 투표 사건은 지난 대선서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소쿠리 등에 보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당시 선관위원장인 노정희 전 위원장은 사건이 일어난 지 40여일 만인 지난해 4월에야 사퇴 의사를 밝혀 ‘뒷북 사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감사원과 또 다시 힘겨루기
최악의 국민 여론에 밀릴 듯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대신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해 책임자를 문책했다. 지난해 11월 선관위는 ‘제20대 대선 사전투표관리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사전투표 관리 부실의 원인으로 ▲폭증하는 코로나19 격리자 등 투표 수요 예측 부실 ▲종전 임시기표소 투표 방식에 안주한 정책 판단 오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비합리성 ▲관계기관 협업 미흡 ▲인사·감사 기능의 구조적 제약 등이 꼽혔다. 

선관위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 선거정책실장, 전 선거국장, 선거1과장의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징계위원회는 각 인사에게 정직 3개월, 정직 2개월, 불문경고 등을 의결했다. 현재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진 전 사무총장(대선 당시 사무차장)은 엄중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북한에 의한 해킹 의혹까지 불거졌다. 60년 선관위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선관위는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고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국가정보원의 보안점검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한 해에만 약 4만건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것. 

선관위는 국정원의 보안점검 권고에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가 자녀 특혜 채용과 맞물려 여론이 악화되자 받아들이기로 한 상태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해만 3만9896건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올해 4월까지도 9759건으로 1만여건에 이른다. 

선관위는 사이버 공격 피해 현황에 대해 “해당 사항이 없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면서 “사이버 공격 시도 발생 시 사이버 보안시스템을 운영해 즉시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행안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선관위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시도 7건 중 6건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국정원 등의 보안 컨설팅을 받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달 23일 한발 물러서 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과 3자 합동으로 보안 컨설팅을 수행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총선 앞두고
대폭 물갈이?

선관위는 사면초가 상태다. 감사원은 물론 국회·수사기관 등이 전방위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론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면 선관위를 비호 중인 민주당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다. 선관위가 내세우는 ‘중립 방패’의 위력이 약해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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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