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최대 위기 선관위 복마전

소쿠리, 해킹, 특채까지 ‘터질 게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여겨진다. 민의를 모아 대표자를 뽑는 행위는 민주시민의 기본 권리이면서 의무다. 투표로 당락이 갈리는 선거 특성상 심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독립성을 부여하고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선관위 내부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선거와 국민투표를 관리하고 정당과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처리를 담당한다.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갖는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기도 하다. 제3공화국 제5차 개정헌법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각급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근거를 두고 1963년 1월21일 선거관리위원회를 창설해 오늘에 이르렀다. 

무너진
공정성

선관위는 올해 목표와 중점 과제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선거 관리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기반 공고화 ▲미래지향적 선거관리 역량 강화를 내세웠다. 또 헌법상 독립기관인 점과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법과 법률로 임기와 신분을 보장해 외부의 간섭과 영향을 배제하면서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선관위가 ‘중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일종의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 내부서 드러난 의혹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

방어에 급급한 선관위의 태도에 국민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장 공정해야 할 기관서 도덕성에 금이 가는 사안이 전 방위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도 없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최근 선관위는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관위 내부 전수조사 중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등 기존에 확인된 사례 외에 추가로 의심 사례가 나왔다. 5급 이상 직원 전수조사 중 4‧5급 직원 자녀의 경력 채용 사례가 추가로 5건 이상 확인된 것.

현재까지 확인된 사례만 최소 11명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그동안 석연치 않았던 조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

전수조사 끝나지도 않았는데
최소 11명 이상 의혹 불거져

특히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맞물려 선거 기간 중 휴직 인원이 크게 늘어난 점도 알려졌다. 

대통령선거와 전국지방선거가 겹쳤던 지난해 선관위 직원 가운데 200여명이 휴직했다. 과거 10년 상황으로 비교했을 때 2번째로 많은 수치다. 선관위 휴직자 수는 선거가 있는 해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선관위 직원이 선거를 고의로 기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2013~2022년 연도별 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선관위 휴직자 수는 190명이었다. 이 중 육아휴직자는 109명이었다. 가장 많은 휴직자가 발생했던 때는 2021년으로 총 193명이 쉬었다. 그해에는 전국 12개구서 재보궐선거가 열렸다. 지방선거가 치러졌던 2014년에는 138명(육아휴직 120명), 대선이 있던 2017년에는 137명(육아휴직 112명)이 휴직했다. 


그동안 선관위 내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지나치게 늘어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선거가 없는 해에는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기 때문에 휴직을 미루다가 선거를 앞두고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 휴직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선관위 공무원 규칙에 따르면 육아휴직은 분할 사용이 가능하다. 이때 임용권자는 시간선택제임기제공무원 및 한시임기제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빈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웠다.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을 받고 있는 간부가 자신의 자녀를 경력 채용 형태로 해당 자리에 넣었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오랜 관행과 특혜 채용 의혹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직도
배짱을?

국민 여론은 최악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가 <연합뉴스> <연합뉴스TV>의 공동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18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선관위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그 결과 노 위원장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3.3%가 ‘이번 사안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14.1%에 그쳤다.

노 위원장에 대한 사퇴 여론은 정치 성향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72%, 국민의힘 지지자 79.6%가 노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수‧진보‧중도층 모두 70% 이상이 노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했다(무선 전화면접 1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여기에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두고 ‘우왕좌왕’하면서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선관위는 지난 2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정했다. 선관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고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헌법 제97조서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선관위가 빠져 있고 국가공무원법 17조에 ‘인사 사무 감사를 선관위 사무총장이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감사 제외 대상으로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를 정해뒀지만 선관위는 포함되지 않아 직무감찰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감사원 감사에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추가 의혹이 거듭 불거지자 감사원의 강경한 입장에 균열이 가고 있다. 

10명 중 7명
노태악 사퇴

국민의힘 측도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감사원 감사 수용과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두 번째 항의 방문도 진행했다. 지난 8일에는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중앙청년위원회도 항의 방문했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선관위원 전원 사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10개월 앞두고 선관위원이 동반 사퇴하는 것은 조직 혼란을 야기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민주당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은 기자회견서 “총선을 10개월 앞둔 상황서 집권여당이 시도 때도 없이 선관위를 찾아가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선관위 중립성을 훼손하는 정략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을 앞세운 정부여당의 선관위 장악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하며 “선관위에 대한 조사는 권한이 없는 감사원서 할 것이 아니라 국회서 국정조사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조용히 넘어갔던 선관위 관련 논란이 이제야 불붙듯 터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 과정서 감사원과의 전쟁이 또 한 번 재현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한 바 있다. 

소쿠리 투표 사건은 지난 대선서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소쿠리 등에 보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당시 선관위원장인 노정희 전 위원장은 사건이 일어난 지 40여일 만인 지난해 4월에야 사퇴 의사를 밝혀 ‘뒷북 사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감사원과 또 다시 힘겨루기
최악의 국민 여론에 밀릴 듯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대신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해 책임자를 문책했다. 지난해 11월 선관위는 ‘제20대 대선 사전투표관리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사전투표 관리 부실의 원인으로 ▲폭증하는 코로나19 격리자 등 투표 수요 예측 부실 ▲종전 임시기표소 투표 방식에 안주한 정책 판단 오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비합리성 ▲관계기관 협업 미흡 ▲인사·감사 기능의 구조적 제약 등이 꼽혔다. 

선관위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 선거정책실장, 전 선거국장, 선거1과장의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징계위원회는 각 인사에게 정직 3개월, 정직 2개월, 불문경고 등을 의결했다. 현재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진 전 사무총장(대선 당시 사무차장)은 엄중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북한에 의한 해킹 의혹까지 불거졌다. 60년 선관위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선관위는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고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국가정보원의 보안점검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한 해에만 약 4만건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것. 

선관위는 국정원의 보안점검 권고에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가 자녀 특혜 채용과 맞물려 여론이 악화되자 받아들이기로 한 상태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해만 3만9896건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올해 4월까지도 9759건으로 1만여건에 이른다. 

선관위는 사이버 공격 피해 현황에 대해 “해당 사항이 없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면서 “사이버 공격 시도 발생 시 사이버 보안시스템을 운영해 즉시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행안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선관위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시도 7건 중 6건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국정원 등의 보안 컨설팅을 받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달 23일 한발 물러서 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과 3자 합동으로 보안 컨설팅을 수행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총선 앞두고
대폭 물갈이?

선관위는 사면초가 상태다. 감사원은 물론 국회·수사기관 등이 전방위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론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면 선관위를 비호 중인 민주당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다. 선관위가 내세우는 ‘중립 방패’의 위력이 약해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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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