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돈봉투·코인…’ 민주당 잡을 4번째 스캔들

태양광 게이트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의 정책이 또 한 번 뒤집히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표적이 됐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다는 말이 들린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윤석열정부의 1년을 되짚는 과정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문재인정부 지우기’다. 윤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서 문정부의 정책을 손보고 있다.

취임 1주년
흔적 지우기

문정부의 주력 정책 중 하나였던 검찰개혁 법안을 시행령을 통해 일정 정도 무력화시킨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통과시킨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국무회의를 주재해 법안을 공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내각 조각 과정서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했다. 한 장관은 시행령을 손봐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문정부서 증발했던 금융범죄합동수사단도 부활시켰다. 검찰의 권한이 다시 커지면서 그 칼끝은 문정부로 향하고 있다.

외교 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서 줄타기 하면서 ‘중립외교’ 정책을 고수했다. 일본과는 ‘등졌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반면 윤정부는 한·미·일 관계를 공고히 하는 쪽으로 외교정책 방향을 잡았다. 문정부의 ‘친중’ 스탠스를 뒤엎고 중국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렸던 의료 정책도 뒤집혔다. 2017년 8월 문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라 초음파와 MRI 검사 급여 기준을 중증질환서 일반 질환으로 확대했다. 윤 대통령은 문정부의 의료정책을 손보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보건복지부는 뇌·두경부 MRI 급여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문정부서 일어난 사건이 하나둘 사정기관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있다. 문정부서 이미 결론을 내린 서해공무원 피살‧귀순어부 강제북송 사건이 윤석열정부 취임과 동시에 다시 불거졌다. 특히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결론이 뒤집힌 것은 물론 문정부 관계자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비리 혐의
군산시장 포함해 13명 수사 의뢰

문정부 시절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윤정부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 캠프의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 등 악재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서 또 다시 문정부 시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이 감사원 그물망에 걸렸다. 문정부는 임기 초부터 ‘탈원전’을 기조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야심차게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 관련 지원이 두드러졌는데, 이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서 비리 혐의가 발견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강임준 군산시장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전직 과장 2명 등 총 13명이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외 비리 행위에 동참한 민간업체 대표와 직원 등 25명도 수사 참고 사항으로 첨부했다.  


감사원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서 민간업체와 산자부 공무원 간의 유착 비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300㎿ 규모의 민간 주도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로 추진된 곳이다. 

이미 많은데
거듭된 악재

감사원에 따르면 모 태양광 개발기업은 2018~2019년 안면도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했지만 개발을 추진하던 부지의 1/3가량이 ‘목장용지’로 돼있어 토지용도를 변경해야 했다. 해당 기업은 주민 등의 반대로 태안군서 전용 허가가 나지 않자 산자부서 유권해석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알던 당시 산자부 과장으로부터 다른 산자부 과장을 소개받아 ‘용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달라’고 청탁했다. 산자부의 두 과장은 행정고시 동기로 드러났다. 

2019년 1월 청탁을 받은 과장은 부하 사무관을 시켜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이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한다’는 틀린 내용의 유권해석을 만들어 태안군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산자부 과장 1명은 이 기업 대표이사로, 또 다른 과장은 이 기업의 협력업체 전무로 재취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부지가 목장용지서 잡종지로 바뀌면서 공시지가만 100억원이 뛰었다. 또 개발업체는 허가가 지연될 때 내야 하는 지연이자 45억원을 굳혔고 향후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 7억8000만원도 아꼈다.

강임준 군산시장의 경우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강 시장이 2020년 10월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기업을 밀어주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업이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연대보증은 이 사업의 자금 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이었다. 결국 군산시는 최소 연 1.8%p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향후 15년간 군산시에 약 110억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봤다. 

부처 과장에
지자체장까지

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은 업체도 적발됐다. 해당 업체는 2020~2021년 3차례에 걸쳐 산자부가 총괄하는 스마트계량기 보급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평가 자격도 없는 곳에 기술감정 평가를 맡겨 보조금 500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전북대 교수도 감사원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해당 교수는 개발업체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사업 규모를 부풀려 지역 풍력사업을 추진 허가를 받아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이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기 가족 소유인 사업시행사(SPC)를 설립한 후, 시행사가 이 교수 회사의 발전 사업을 넘겨받는 인가를 신청하면서 개발비와 자금 조달 계약을 부풀렸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감사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 비리 연루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태양광 관련 공공기관 임직원 다수가 자신 또는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고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업무를 수행하거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은 경우다.

감사원은 한전 등 유관기관 8곳서 비위 추정 사례자 250여명을 확인해 수사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번 감사 도중 한국전력, 한전 발전 자회사, 지자체 공무원 등의 건강보험 가입 이력 자료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사결정 라인 감찰” 지시
야, ‘총선 악재 될라’ 전전긍긍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지자체장 등 민간업자와 공모해 인허가·계약상 특혜를 제공한 사례와 함께 허위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 교부받은 사례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 과정서 대거 드러난 비리 혐의와 관련해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 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의사결정 라인을 지목한 것인데 조사가 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에 “전임 정부 라인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태양광 비리에 대한 라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감사원서 감사했지만 미처 못한 것을 공직감찰 차원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14일 강경성 산자부 2차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 감사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공식 만남을 가진 강 차관은 감사원 감사에 산자부가 연루된 점에 대해 개인 비위라면서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강 차관은 “재생에너지 담당 부처로서 죄송하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발견된 여러 문제점 등 사업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생에너지 확산·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예산이나 보조금이 많이 늘지 않았나. 감사원이 산자부에 지적한 것은 개인 비위”라며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위법, 부당, 직권남용 등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 감사에 윤 대통령의 감찰 지시 등 문정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확대되면서 여야는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셈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은 태양광 비리 의혹이 ‘제2의 대장동 사태’로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사나 감찰 과정서 혹여나 정치인이 나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혈세 도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번 ‘태양광 비리 카르텔’의 본질은 사실상 당시 문정권이 판을 벌여줬고 여기에 정책을 추진하는 산자부와 인허가를 담당하는 산하 공공기관, 그리고 눈먼 돈을 보고 모여든 태양광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태양광 이권 트로이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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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