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윤석열 ‘배우자 리스크’

한 술 더 뜨는 영부인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 이념적으로 권위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국가수반의 배우자를 ‘국모’로 칭하곤 했다. 한국에선 ‘영부인’ ‘퍼스트레이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그동안 대통령을 내조하는 역할에만 국한됐던 영부인이 최근 전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영부인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부인의 본래 뜻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영부인은 사실상 법적 명칭은 아니다.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대통령경호법) 4조(경호대상)는 ‘대통령과 그 가족’을 경호 대상으로 명시했다.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2조(가족의 범위)는 대통령 및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가족으로 규정한다.

법에도 없는
가족에 불과

대통령경호법과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어디에서도 ‘영부인’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표현이 정식 명칭에 가까운 셈이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총 12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모두 남성이어서 대통령 배우자에 관한 주목도가 상당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법적으로 대통령의 가족일 뿐 어떤 권한도 없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라는 타이틀은 현실에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한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최근 들어 대통령 배우자의 대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는 언론 노출 빈도가 역대 대통령 배우자와 비교해 꽤 높은 편이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리스크’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태였다. 선출직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본선을 통해 이른바 ‘검증의 산’을 넘어야 했다. 


이 과정서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김건희 리스크’로 통칭됐다. 첫 손에 꼽히는 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권오수 전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3년간 91명 명의의 계좌 150여개를 동원해 허위 주문을 반복, 2000원대 후반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8000원까지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서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명의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의혹에 관한 재판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해소돼야 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특검’으로 가기 위한 동력을 얻을 필요가 있는 상태였다. 1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대선후보 시절 각종 논란
조용한 내조 약속했지만…

권 전 회장에 대한 법원 판결을 두고 정치권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깨졌다고 해석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여사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봤다. 검찰과 권 전 회장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정쟁의 불씨는 살아있는 상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 유일하게 남은 혐의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해당 의혹이 해소되면 ‘김건희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셈이고,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 프레임에 써먹을 수 있는 카드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협찬’ 의혹은 올해 불기소 처분됐다. 김 여사가 2018~2019년 진행했던 전시서 대기업의 협찬 의혹이 불거졌고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서 협찬 업체 대표 등은 강제수사를 진행한 것과 달리 김 여사에 관한 조사는 두 차례의 서면으로 끝나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김 여사가 허위경력으로 대학 강사 등에 채용됐다는 혐의 역시 지난해 9월 불송치로 결정됐다.

허위경력 해명 과정서의 거짓말 의혹 혐의, 아파트 전세권 설정 관련 거짓 해명 의혹 등도 무혐의 처분됐다.

문제는 수사기관의 판단으로 사건이 마무리돼도 또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는 의혹이다. 마치 ‘김건희의 풍선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풍선 효과는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곳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논란마다
정쟁으로

최근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김 여사가 언급되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양평군 양서면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과정서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정쟁으로 확산됐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은 29㎞로 짧은 거리에 불과하지만 오랜 지역 숙원사업이다. 2017년 1월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된 데 이어 2019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했다.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이때까지 노선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강상면 일대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취임 초와 맞물리는 시기다. 김 여사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종점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특혜 의혹이 ‘땅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바뀐 종점 인근에 민주당 인사의 땅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의혹을 ‘민주당 게이트’로 명명하고 공세를 펼치는 중이고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여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또 다시 정쟁의 중심에 선 셈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습 바쁜
대통령실

<뉴시스>가 지난 9~10일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8%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와 비교해 2%p 떨어진 수치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와 함께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문재인정부 시절 김정숙 여사를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가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정치권이 반응하면서 정쟁으로 번지는 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는 임기 말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문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도전 당시 김정숙 여사는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며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는 배우자로 큰 인기를 누렸다. 김정숙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고 과거 일화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심을 모았다. 

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높은 지지율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을 시기 김정숙 여사의 지분은 상당했다. 수해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자와 부대끼며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정숙 여사의 서민적이면서 적극적인 행보는 대통령의 인기를 넘어설 정도로 국민을 자극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정숙 여사는 문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부분 동행했다. 이 과정서 외유성 순방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과 관련한 논란은 정권이 교체된 뒤 열린 지난해 국감서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소탈한 이미지로 호감도 높았다가
옷값·외유성 순방 논란 ‘비호감’

김정숙 여사의 순방 논란은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을 문제 삼은 민주당 의원이 김정숙 여사의 순방을 감싼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에 문제를 제기하자 국민의힘서 김정숙 여사의 해외순방 사례를 들고 맞불을 놓는 식이다.

‘옷값 의혹’은 김정숙 여사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를 180도 뒤집는 논란이었다. 2018년 6월 시민단체 납세자연맹은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김정숙 여사 관련 의전비용 등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김정숙 여사가 옷값으로 세금 수억원을 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국가 안보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납세자연맹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청와대는 1심에 불복, 즉시 항소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퇴임과 동시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서 15년이 지나야 열람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김정숙 여사의 이름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방미 중인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민주당 소속 전직 양평군수가 자신의 배우자와 김정숙 여사간 친분을 강조하며 노선 변경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을 두고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전임 정부의 대통령 배우자와 현 정부의 대통령 배우자가 동시에 입길에 오른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닮은 꼴?
다른 꼴?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전 각종 논란에 관해 해명하면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김건희 여사의 보폭은 누구보다 넓은 상태다. 김정숙 여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논란으로 퇴임 이후에도 문 전 대통령과 부정적인 이슈로 소환되는 중이다. 김건희 여사는 이미 김정숙 여사의 전철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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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