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윤석열 ‘배우자 리스크’

한 술 더 뜨는 영부인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 이념적으로 권위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국가수반의 배우자를 ‘국모’로 칭하곤 했다. 한국에선 ‘영부인’ ‘퍼스트레이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그동안 대통령을 내조하는 역할에만 국한됐던 영부인이 최근 전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영부인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부인의 본래 뜻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영부인은 사실상 법적 명칭은 아니다.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대통령경호법) 4조(경호대상)는 ‘대통령과 그 가족’을 경호 대상으로 명시했다.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2조(가족의 범위)는 대통령 및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가족으로 규정한다.

법에도 없는
가족에 불과

대통령경호법과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어디에서도 ‘영부인’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표현이 정식 명칭에 가까운 셈이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총 12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모두 남성이어서 대통령 배우자에 관한 주목도가 상당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법적으로 대통령의 가족일 뿐 어떤 권한도 없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라는 타이틀은 현실에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한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최근 들어 대통령 배우자의 대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는 언론 노출 빈도가 역대 대통령 배우자와 비교해 꽤 높은 편이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리스크’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태였다. 선출직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본선을 통해 이른바 ‘검증의 산’을 넘어야 했다. 


이 과정서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김건희 리스크’로 통칭됐다. 첫 손에 꼽히는 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권오수 전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3년간 91명 명의의 계좌 150여개를 동원해 허위 주문을 반복, 2000원대 후반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8000원까지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서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명의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의혹에 관한 재판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해소돼야 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특검’으로 가기 위한 동력을 얻을 필요가 있는 상태였다. 1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대선후보 시절 각종 논란
조용한 내조 약속했지만…

권 전 회장에 대한 법원 판결을 두고 정치권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깨졌다고 해석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여사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봤다. 검찰과 권 전 회장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정쟁의 불씨는 살아있는 상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 유일하게 남은 혐의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해당 의혹이 해소되면 ‘김건희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셈이고,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 프레임에 써먹을 수 있는 카드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협찬’ 의혹은 올해 불기소 처분됐다. 김 여사가 2018~2019년 진행했던 전시서 대기업의 협찬 의혹이 불거졌고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서 협찬 업체 대표 등은 강제수사를 진행한 것과 달리 김 여사에 관한 조사는 두 차례의 서면으로 끝나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김 여사가 허위경력으로 대학 강사 등에 채용됐다는 혐의 역시 지난해 9월 불송치로 결정됐다.

허위경력 해명 과정서의 거짓말 의혹 혐의, 아파트 전세권 설정 관련 거짓 해명 의혹 등도 무혐의 처분됐다.

문제는 수사기관의 판단으로 사건이 마무리돼도 또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는 의혹이다. 마치 ‘김건희의 풍선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풍선 효과는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곳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논란마다
정쟁으로

최근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김 여사가 언급되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양평군 양서면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과정서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정쟁으로 확산됐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은 29㎞로 짧은 거리에 불과하지만 오랜 지역 숙원사업이다. 2017년 1월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된 데 이어 2019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했다.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이때까지 노선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강상면 일대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취임 초와 맞물리는 시기다. 김 여사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종점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특혜 의혹이 ‘땅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바뀐 종점 인근에 민주당 인사의 땅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의혹을 ‘민주당 게이트’로 명명하고 공세를 펼치는 중이고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여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또 다시 정쟁의 중심에 선 셈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습 바쁜
대통령실

<뉴시스>가 지난 9~10일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8%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와 비교해 2%p 떨어진 수치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와 함께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문재인정부 시절 김정숙 여사를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가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정치권이 반응하면서 정쟁으로 번지는 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는 임기 말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문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도전 당시 김정숙 여사는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며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는 배우자로 큰 인기를 누렸다. 김정숙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고 과거 일화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심을 모았다. 

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높은 지지율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을 시기 김정숙 여사의 지분은 상당했다. 수해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자와 부대끼며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정숙 여사의 서민적이면서 적극적인 행보는 대통령의 인기를 넘어설 정도로 국민을 자극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정숙 여사는 문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부분 동행했다. 이 과정서 외유성 순방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과 관련한 논란은 정권이 교체된 뒤 열린 지난해 국감서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소탈한 이미지로 호감도 높았다가
옷값·외유성 순방 논란 ‘비호감’

김정숙 여사의 순방 논란은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을 문제 삼은 민주당 의원이 김정숙 여사의 순방을 감싼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에 문제를 제기하자 국민의힘서 김정숙 여사의 해외순방 사례를 들고 맞불을 놓는 식이다.

‘옷값 의혹’은 김정숙 여사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를 180도 뒤집는 논란이었다. 2018년 6월 시민단체 납세자연맹은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김정숙 여사 관련 의전비용 등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김정숙 여사가 옷값으로 세금 수억원을 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국가 안보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납세자연맹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청와대는 1심에 불복, 즉시 항소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퇴임과 동시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서 15년이 지나야 열람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김정숙 여사의 이름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방미 중인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민주당 소속 전직 양평군수가 자신의 배우자와 김정숙 여사간 친분을 강조하며 노선 변경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을 두고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전임 정부의 대통령 배우자와 현 정부의 대통령 배우자가 동시에 입길에 오른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닮은 꼴?
다른 꼴?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전 각종 논란에 관해 해명하면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김건희 여사의 보폭은 누구보다 넓은 상태다. 김정숙 여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논란으로 퇴임 이후에도 문 전 대통령과 부정적인 이슈로 소환되는 중이다. 김건희 여사는 이미 김정숙 여사의 전철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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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