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④북풍은 묻지 않았다

오물 풍선 집착한 질문들, 왜?

[일요시사 취재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내란 특검이 외환죄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단초가 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이른바 ‘북풍 공작’과 관련된 단어와 문장들이 즐비하다. ‘수거’ ‘북한 공격 유도’ 등의 문구가 포착됐다. 특검에 관련 자료를 인계한 경찰과 검찰은 이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일부러?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사 기록에서는 외환죄, 특히 북풍 공작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단지 ‘오물 풍선’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해 12월23일 노 전 사령관의 경기 안산시 ‘아기보살’ 신당에서 확보한 수첩에 국회 봉쇄,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이 적혀있었고 이들을 ‘수거’하라는 표현이 적혀있다고 밝혔다. 계엄 관련 내용 외에도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도 적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진술조서를 분석한 결과, 특수단은 노 전 사령관이 이른바 ‘북풍 공작’을 시도했는지 묻지 않았다.

특수단은 당시 노 전 사령관에게 “2024년 10월경에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북한 고위급 탈북 징후에 관한 언급을 한 사실이 있느냐” “피의자(노 전 사령관)는 언제 누구로부터 어떻게 해당 경로를 청취했느냐” “현재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데 북한 고위급 탈북 징후와 같은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느냐”고 재차 물었으나 노 전 사령관은 이마저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60쪽 수첩엔 ‘북 NLL 공격 유도’ 적시
검도 초기 수사서 ‘노상원 수첩’ 외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지난해 11월 말, 노 전 사령관과 통화를 한 이유를 물었지만 특수단은 이에 대해서도 전혀 묻지 않았다. 문 전 사령관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당시 노 전 사령관이)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요구했다. 수요일 밤은 11월27일로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27일에 귀국하지 못했다.

특수단이 이를 두고 “2024년 11월경 북한의 오물 풍선이 가중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노 전 사령관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그런 얘기는 뉴스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횟수는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특수단이 “문 전 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관련 언급을 한 바 있냐”고 물었지만 노 전 사령관은 계속 입을 열지 않았다.

이는 비상계엄 이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계속되는 오물 풍선 도발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가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통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던 게 아니냐고 물어본 것이었으나, 간접 증거마저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특수본 수사 기록을 보면 표면적으로 검찰은 경찰보다 외환 수사에 적극적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특수본 수사 기록에 따르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지난해 12월14일과 12월24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특수본은 여 전 사령관에게 “지난 11월에 작성한 ‘전시 상황이 와야 한다’는 메모가 적(북한)이 먼저 행동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로 보이는 데 맞느냐”며 계엄 이전에 북한과의 전시 상황을 유도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물었다.

여 전 사령관은 “적은 북한이고, 계엄은 적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사령관에게 북풍 공작에 대해 직접 들은 인물도 있었다.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이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부실한 검경 수사 ‘안 봤나 못 봤나’
내란 특검, 북풍 윗선 대통령실 지목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검찰의 문 전 사령관 진술조서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11월 초 안산 상록수역에서 문 전 사령관과 김 대령을 불러 선관위로 투입될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노 전 사령관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점도 적시돼있다.

그러나 검찰은 핵심 증거로 꼽히는 노상원 수첩을 최종 증거 목록에서 배제했다.

실제로 검찰은 “수첩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노 전 사령관을 외환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고 공소장에도 수첩을 적시하지 않았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전 우리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 북한 공격을 유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지난해 10~11월 ‘평양 무인기 침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들었다’는 군 현역 장교의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파일에는 “브이(V, 윤석열 지칭) 지시다. 국방부·합참 모르게 해야 한다” “브이아이피(VIP)랑 장관이 북한 발표하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드론작전)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0월11일 북한은 “대한민국이 보낸 무인기가 세 차례에 걸쳐 평양에 침투해 삐라(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했지만, 우리 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6월부터 드론작전사령부가 무인기 침투 작전 관련 계획을 용산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을 확보하고,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지난해 10~11월 최소 다섯 차례 진행됐다는 군 관계자의 증언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 패스?

또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10월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연구소에서 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기존 내란 재판 공소 사실에 담기지 않았던 ‘노상원 수첩’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남은 수사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풍 공작에 대한 그간의 진술과 더불어 이를 두고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발언했는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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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