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 동조 ‘김용현 사조직’ 정체

아직 살아있는 ‘내란 라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본래 경호처장이었다가 지난해 갑작스럽게 임명됐다. 군 안팎에서도 예상 밖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 전 장관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고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를 자신만의 라인으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말을 잘 따를만한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그가 경호처장일 때부터 실행된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를 ‘용현파’로 만들어야 했다. 실제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을 포함해 핵심 간부들은 김 전 장관에게 ‘충성’했다. 사실상 ‘김용현 사조직’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측근 아성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 주요 보직자는 과장인 김모(육사 56기) 대령, 전임자 수도권 기갑여단 이모(육사 54기) 준장, 인사기획관리과 총괄 이모(육사 60기) 중령, 전임자 수도권 사령부급 행정팀장인 권모(육사 59기) 대령(진·현재 지상작전사령부 근무), 장군인사팀장인 김모(육사 59기) 대령(진), 스마트인재관리담당인 강모(육사 59기) 대령(진) 등이다.

이들 모두 12·3 내란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국방부 직원들의 비판이다.

과장 김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군단 인사처장)이었을 때 소령(행정장교)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에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이 중령은 특전사 경험이 전무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 대한 부대원들의 충성심과 동향 등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오 전 기획관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군인사팀장 김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이었다. 김 전 장관의 비서실장이었던 만큼 그의 사적 일정, 외부 접대, 공식 업무 전반을 도맡았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강호필 지작사령관을 보좌하는 권 대령은 이 중령이 보임받기 전 오 전 기획관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는 강 사령관의 공식 일정 및 사적인 일정 모두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특히 강 사령관의 동향을 오 전 기획관에게 따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수장이던 오 전 기획관은 국방부 내에서 ‘예스맨’이자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부터 신뢰한 인물이다. 부하 직원들로부터 여러 차례 갑질 신고를 받았음에도 징계를 받지 않고 자리를 지켰을 정도다. 군 조직 특성상 ‘상명하복’은 필수이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서나 안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특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 소환 검토
오영대 등에게 불법 계엄 인사 따질 듯

국방부 내 실장급 인사 4명이 각각 공무원 2명, 예비역 2명으로 구성돼있다. 김 전 장관은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존 예비역 자리인 자원관리실장을 공무원 자리로 바꾸려 하기도 했다.

당시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실제 인사는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논의 후 이뤄졌다. 군 안팎에서는 “신 전 장관이 자신의 11개월 재임 기간 동안 김 전 장관이 자신의 장군 인사를 다 박살 내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오 전 기획관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진술조서에도 “2024년 상반기 장군 인사와 관련해 특이사항이 있다”며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새로 진급한 신참으로, 육사 위주로 보직하라고 지시했다”고 적혀 있다.  당시 장성급 인사에선 육사 출신 2명이 여단장으로 임명됐고, 오 전 기획관은 “해당 부대는 모두 비상계엄에 투입된 걸로 안다”고 진술했다.


오 전 기획관의 말대로 이들 부대는 내란 당일 각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로 출동했다. 오 전 기획관은 “장군 인사에는 대통령실 의중이 많이 반영된다”면서 “김용현 장관이 경호처장이고,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 장군 인사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에 자신의 측근들을 포진시키는 데 성공한 김 전 장관은 오 전 기획관에게 내란 당일 ‘계엄 인사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 다만 비상계엄이 빠르게 해제되면서 각 군 본부에 하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계엄 인사 문건 작성을 위한 회의는 이 중령이 주도했다. 당시 국방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됐는데 회의를 하는 게 맞느냐”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의 연락을 받은 오 전 기획관은 ▲계엄 상황에서 용사 휴가 통제 ▲휴가 중인 용사 관혼상제 아닌 이상 내일 중 복귀 ▲해외 학업 목적 위탁 교육생 복귀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 인사 조치도 이 중령이 오 전 기획관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경호처장 시절부터 신임 듬뿍
“진정한 용현파” 핵심 부서에

이를 파악한 내란 특검팀은 지난 13일 오전, 장군 인사팀장이던 김 대령과 또 다른 담당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김 대령 등에게 내란을 준비하기 위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의도에 따라 군 인사가 시행됐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들은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인사다. 지난해 11월 육군 중장 진급자가 없던 건 이례적”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이 중장으로 진급했던 2013년 하반기 인사를 보면 매년 상·하반기 육군 중장 진급자는 존재했다. 김 전 장관이 중장으로 진급할 때는 6명이었다. 하반기 인사 기준으로 2014년 5명, 2015년 7명, 2016년 4명, 2017년 10명, 2018년 4명, 2019년 5명, 2020년 6명, 2021년 6명, 2022년 3명의 육군 중장 진급자가 있었다.

내란 핵심 관계자인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육군 중장의 3성 진급 시기인 2023년 하반기 인사 때도 육군 중장 진급자가 7명이었다. 이들은 방첩사령관·수방사령관·특전사령관 등 보직에서 임무를 수행한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인사 대상자였다.

오 전 기획관도 김 전 장관이 취임 직후 ‘올해는 3성 장군 인사가 없다’고 했는데 두 달 뒤인 11월25일 이를 뒤집고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교체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오 전 기획관은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정진팔 차장이 함께 근무했던 이력이 있고 성격도 무난해 강성인, 김봉수와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정 차장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부사령관을 맡았고 윤 전 대통령 및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참 건물 지휘통제실에 모여있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특검팀은 장군 인사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오 전 기획관을 포함해 이들과 계엄 인사를 논의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검토 중이다.


갑자기 오리발?

한 국방부 출신 인사는 “김용현이 오영대 전 기획관에게 계엄 인사안을 작성하라고 여러 번 재촉했다. 지난해 정보사 문제도 마찬가지로 ‘비상식적 인사’였다고 여러 번 진술했는데 내란이 실패로 끝났기에 특수본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 때 부하 직원들에게 ‘빨리 인사안을 작성하라’고 소리쳤는데 김 전 장관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거부했어야 했다. 그날 오 전 기획관의 행동은 검찰에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과 상반된다”고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1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