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잡힌’ 이재명 사건 키맨들 막전막후

팔다리 묶고 몸통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수사기관이 지난해부터 쫓던 ‘윗선’의 꼬리가 희끄무레 드러나고 있다. 그 꼬리는 아예 감춰져 있던 것도 아니고, 드러나 있던 것도 아닌 상태였다. 포위망이 좁혀 오자 주변 인물이 꼬리를 언급하고 있다. 꼬리를 잡으면 다음에 드러나는 것은 몸통이다.

검찰이 던진 그물망에 대어들이 속속 걸려들고 있다. ‘지지부진’ ‘늑장 수사’ 등의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와는 아예 딴판인 모습이다. 조직을 재정비한 이후 전선을 넓히더니 단숨에 중심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입길에 오르내렸던 ‘윗선’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주변부터
조여간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불거진 사건의 결과를 속속 내놓는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달 8일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의 진술, 유가족이 공개한 사진 등을 토대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전부터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발언도 허위라고 봤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용도변경을 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취득하는 것은 성남시에서 수용할 수 없으므로 성남시가 일정 수익을 확보하고 업무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한 발언도 허위로 보고 기소했다. 

‘측근’ 이화영 구속 이어
‘최측근’ 정진상 압박 중

이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 서면 답변 등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맞부딪쳤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지 나흘 만에 검찰의 소환 통보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국이 급격하게 냉각된 것.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더욱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평화부지사를 지낸 측근으로 현재 킨텍스 대표를 맡고 있다. 

김영록 수원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뇌물및정치자금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동시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범인 도피 등의 혐의를 받는 쌍방울 부회장도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를 제공받는 등 2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임금 9000만원을 지급받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쌍방울그룹 관련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쌍방울그룹이 2018년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을 변호한 변호사들의 수임료 20억여원을 전환사채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이 전 부지사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최종적으로는 이 대표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검찰이 쌍방울그룹과 이 대표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를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납 의혹
후원금 의혹

지난달 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쌍방울과 당시 이 대표 간의 관계, 그 중간 매개체로서 이 전 부지사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면서 나온 표현이다.

당시 조 의원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으로부터 법인카드를 통해 1억여원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30개월 동안 1억원이면 월 300만원 정도”라며 “크게 한꺼번에 많은 돈을 줬다기보다는 품위유지비 정도로 계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든든한 스폰(서) 정도 관계(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를 압박하는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재점화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의 기업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리했다. 하지만 고발인의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지난 2월 재수사가 시작됐다.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 요청을 수차례 묵살했다는 수사 무마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이 대표와 함께 후원금을 낸 기업에 수사가 집중됐다. 첫 번째 타깃은 두산건설이었다. 두산건설은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부지 3000여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져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관계자
입 열렸다

당시 성남시는 용적률과 건축 규모, 연면적 등을 3배가량 높여주고 전체 부지 면적의 10%만을 기부채납 받았다. 그러면서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보완수사 결과를 수원지검에 통보했다. 성남시청, 두산건설, 성남FC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필요한 자료를 확보‧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처음 불송치 결정을 내린 때와 비교해 1년 만에 수사 결과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경찰의 보완수사 결과를 받아든 검찰은 더 나아가 다른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네이버, 차병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네이버는 약 40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제2사옥 건축허가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차병원은 후원금을 33억원을 내고 분당구 야탑동 차병원이 자리한 옛 분당경찰서 부지의 용도변경 등 특혜를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검찰이 수사 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름들이다. 자타공인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 대해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과정에서 “측근이라면 정진상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정 실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정책실장으로 일한 복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대선 때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성남 라인’의 핵심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그를 임명했다. 

당 대표 취임 후 호출
‘윗선’ 가는 다리 될까


정 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윗선’으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과 공모해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정 실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언론인 출신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남욱 변호사(천하동인 4호 소유주)·정영학 회계사(천하동인 5호 소유주)·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팀장)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까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주변의 우려에도 정 실장을 다시 중용하면서 그가 자신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핵심을 향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정 실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으로부터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모든 것을 상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실장을 구단주 대리인으로 생각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곽 전 대표로부터 이 대표와 정 실장 등에게 보낸 메일 등을 임의제출 받는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정 실장이 성남FC 직원과 함께 해외출장을 간 정황도 나왔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 실장은 2015년 성남FC 운영 등에 관여했다. 당시 정 실장은 성남FC 관련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박 의원은 “정상적인 공무원이라면 출장비로 가지, 민간기관이나 산하기관의 돈으로 출장 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진상과 관련 공무원에 대한 수사를 확실하게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턱밑까지
칼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 대표로까지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과 성남FC 간에 후원금이 오갈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관계자의 입이 열린 이상 최소한 조사 자체는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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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