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잡힌’ 이재명 사건 키맨들 막전막후

팔다리 묶고 몸통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수사기관이 지난해부터 쫓던 ‘윗선’의 꼬리가 희끄무레 드러나고 있다. 그 꼬리는 아예 감춰져 있던 것도 아니고, 드러나 있던 것도 아닌 상태였다. 포위망이 좁혀 오자 주변 인물이 꼬리를 언급하고 있다. 꼬리를 잡으면 다음에 드러나는 것은 몸통이다.

검찰이 던진 그물망에 대어들이 속속 걸려들고 있다. ‘지지부진’ ‘늑장 수사’ 등의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와는 아예 딴판인 모습이다. 조직을 재정비한 이후 전선을 넓히더니 단숨에 중심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입길에 오르내렸던 ‘윗선’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주변부터
조여간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불거진 사건의 결과를 속속 내놓는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달 8일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의 진술, 유가족이 공개한 사진 등을 토대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전부터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발언도 허위라고 봤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용도변경을 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취득하는 것은 성남시에서 수용할 수 없으므로 성남시가 일정 수익을 확보하고 업무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한 발언도 허위로 보고 기소했다. 

‘측근’ 이화영 구속 이어
‘최측근’ 정진상 압박 중

이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 서면 답변 등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맞부딪쳤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지 나흘 만에 검찰의 소환 통보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국이 급격하게 냉각된 것.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더욱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평화부지사를 지낸 측근으로 현재 킨텍스 대표를 맡고 있다. 

김영록 수원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뇌물및정치자금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동시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범인 도피 등의 혐의를 받는 쌍방울 부회장도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를 제공받는 등 2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임금 9000만원을 지급받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쌍방울그룹 관련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쌍방울그룹이 2018년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을 변호한 변호사들의 수임료 20억여원을 전환사채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이 전 부지사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최종적으로는 이 대표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검찰이 쌍방울그룹과 이 대표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를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납 의혹
후원금 의혹

지난달 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쌍방울과 당시 이 대표 간의 관계, 그 중간 매개체로서 이 전 부지사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면서 나온 표현이다.

당시 조 의원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으로부터 법인카드를 통해 1억여원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30개월 동안 1억원이면 월 300만원 정도”라며 “크게 한꺼번에 많은 돈을 줬다기보다는 품위유지비 정도로 계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든든한 스폰(서) 정도 관계(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를 압박하는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재점화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의 기업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리했다. 하지만 고발인의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지난 2월 재수사가 시작됐다.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 요청을 수차례 묵살했다는 수사 무마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이 대표와 함께 후원금을 낸 기업에 수사가 집중됐다. 첫 번째 타깃은 두산건설이었다. 두산건설은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부지 3000여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져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관계자
입 열렸다

당시 성남시는 용적률과 건축 규모, 연면적 등을 3배가량 높여주고 전체 부지 면적의 10%만을 기부채납 받았다. 그러면서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보완수사 결과를 수원지검에 통보했다. 성남시청, 두산건설, 성남FC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필요한 자료를 확보‧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처음 불송치 결정을 내린 때와 비교해 1년 만에 수사 결과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경찰의 보완수사 결과를 받아든 검찰은 더 나아가 다른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네이버, 차병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네이버는 약 40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제2사옥 건축허가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차병원은 후원금을 33억원을 내고 분당구 야탑동 차병원이 자리한 옛 분당경찰서 부지의 용도변경 등 특혜를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검찰이 수사 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름들이다. 자타공인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 대해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과정에서 “측근이라면 정진상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정 실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정책실장으로 일한 복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대선 때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성남 라인’의 핵심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그를 임명했다. 

당 대표 취임 후 호출
‘윗선’ 가는 다리 될까


정 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윗선’으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과 공모해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정 실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언론인 출신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남욱 변호사(천하동인 4호 소유주)·정영학 회계사(천하동인 5호 소유주)·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팀장)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까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주변의 우려에도 정 실장을 다시 중용하면서 그가 자신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핵심을 향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정 실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으로부터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모든 것을 상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실장을 구단주 대리인으로 생각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곽 전 대표로부터 이 대표와 정 실장 등에게 보낸 메일 등을 임의제출 받는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정 실장이 성남FC 직원과 함께 해외출장을 간 정황도 나왔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 실장은 2015년 성남FC 운영 등에 관여했다. 당시 정 실장은 성남FC 관련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박 의원은 “정상적인 공무원이라면 출장비로 가지, 민간기관이나 산하기관의 돈으로 출장 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진상과 관련 공무원에 대한 수사를 확실하게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턱밑까지
칼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 대표로까지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과 성남FC 간에 후원금이 오갈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관계자의 입이 열린 이상 최소한 조사 자체는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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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