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목줄 쥔’ 성남FC 후원금 중간 체크

대장동보다 더 큰 불씨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면초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전방위에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방탄 배지를 달고 ‘개딸(개혁의 딸들)’을 앞세웠지만 급소를 향해 오는 칼은 날카롭기만 하다. 여기에 대형 선거에서 연달한 패하면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선거는 정당 지도부의 무덤이다. 이기면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얻지만 지면 정치생명까지 위협받는다. 선거에 진 후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끝으로 국민 앞에서 모습을 감추는 것도 정치생명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자숙 대신
의원 출마

‘책임론’과 ‘쇄신’은 선거 패배에 흔하게 따라 붙는 표현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고 정당을 새로 고쳐야 한다는 일종의 공식이다. 문제는 이 공식을 따르지 않을 때 발생한다. 국민의 마음, 이른바 표심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공식이 주는 힘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과 쇄신이라는 정석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불체포특권이 있는 ‘방탄 배지’를 위한 출마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0.5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선에서 진 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궤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17군데 광역단체장 중 5석을 건지는 데 그쳤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단위로 넘어가면 압도적인 패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심지어 진보진영이 대다수를 점했던 교육감 선거에서도 그 격차가 확연히 줄었다. 대선은 5년, 지방선거는 4년 만에 공수가 바뀐 것.

이 의원은 두 번의 선거에서 중심 역할을 맡았다. 대선 때는 직접 대표 선수로 뛰었고, 지방선거 때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의 후보들을 지원했다. 이 의원은 전투(계양을 보궐선거)에서는 이기고 전쟁(지방선거)은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방선거 직후 한 야당 의원은 ‘한 명 살고 다 죽었다’는 글을 SNS에 올려 이 의원 책임론에 불을 댕겼다. 또 결과적으로는 이겼지만 선거 과정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던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 한때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도 말이 나왔다. 

‘이재명 책임론’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권 경쟁과 함께 오히려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혐의 처분 후 재수사 돌입
성남시청·성남FC 압수수색

이 의원을 둘러싼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이 의원의 발목을 꽁꽁 옭아매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검찰이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진행된 2번의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크게 약진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검찰 입장에서는 오는 9월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6대 범죄 수사권이 2대(부패·경제)로 줄어드는 만큼 박차를 가한다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함께 이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성남FC 의혹은 사건 진행 과정에서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진 터라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관심도 높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을 두고 처음 제기됐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총 161억5000만원이다.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선정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의원이었다.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의원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책임론 나와
불출마 압박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월 이 의원과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가 이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에 나섰고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발이 이뤄진 지 3년여 만이다. 이후 고발인의 이의신청에 따라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송치됐다. 

성남FC 의혹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재점화됐다. 지난 1월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차장검사(현재 퇴직)가 돌연 사직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된 것.

성남FC 사건 수사팀과 이를 지휘한 박 전 차장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에 걸쳐 냈지만 당시 성남지청장이던 박은정 지청장이 이를 부당하게 막았다는 내용이다.

파장이 계속되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수원지검은 성남지청에 다시 보완수사를 지시,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강제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지난달 성남시청, 성남FC, 두산건설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지난 2일 성남시 정책기획·도시계획·건축·체육진흥·정보통신과 등 5개 부서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17일에는 성남FC와 두산건설을 압수수색했다. 후원금을 받은 주체와 후원금을 낸 기업을 상대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처음이다. 

대선 한 달 전
다시 수면 위로


성남FC로 흘러간 후원금을 두고 다양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성남F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성남시-네이버-시민단체 희망살림-성남FC 등 4자간 협약을 통해 ‘우회 지원’을 진행하면서 논란을 낳았다. 당시 네이버는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희망살림은 성남FC에 39억원을 집행했다. 

당시 4자 협약식에는 이 의원,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 곽선우 성남FC 대표가 참석했다. 성남시의 한 시민단체는 4자 협약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협약서에 기재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 대신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가 서명하는 과정에서 위임장이 제출되지 않은 점 ▲희망살림 대표 대신 이사인 제 전 의원이 서명한 점 등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체는 4자 협약과 관련, 이 의원과 제 전 의원 등을 고발한 상태다.

또 다른 의문은 성남FC가 받은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느냐는 점이다. 최근 성남FC의 후원금 일부가 이 의원 측근에게 흘러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 측은 “성남FC는 사내 규정에 의해 광고를 유치한 자에게 성과 보수를 지원했다. 이는 구단경영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시민구단을 비롯한 대부분의 프로축구단이 차용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남FC 역시 규정에 따른 성과 보수를 지급했을 뿐이고, 측근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방식의 이익을 취하게 한 사실은 없다. 이런 사정으로 이른바 ‘후원금 의혹’은 이미 무혐의로 수사 종결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규정대로 돈을 지급했을 뿐 ‘측근 챙기기’가 아니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윤곽 드러나는 후원금 흐름
여 “자금 세탁 의혹 있다”

이 의원 측의 해명에도 국민의힘은 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22일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성남FC 후원금을 자금 세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또 다시 ‘이재명 의혹’이다. 이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백현동 개발 특혜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장남 불법 도박 및 성매매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운영 등 각종 비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이 보도됐다”며 “2015~2017년 3년간 성과급 지급 내역을 확인해보면,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3인이 후원금 유치 성과급의 90.6%를 챙겨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남FC 규정에는 광고나 후원금을 유치해오면 임직원은 최대 10%, 공무원과 일반 시민은 최대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고 돼있다. 이때 공무원이 포상 대상에 포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 사항으로 일각에서는 외부 유출, 자금 세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윗선’ 수사가 지지부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보다 성남FC 의혹이 좀 더 빠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에서 성남FC로 지급된 후원금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몸통’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의 창
의원의 방패

이 의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자숙 대신 배지를 택했다. 여기에 당 대표 도전도 저울질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칼, 이 의원의 방패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사 무마 의혹 박은정 지청장은?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법무부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대립각을 세운 이른바 ‘친정부 검사’다.

법조계에서는 박 지청장이 성남FC 사건 수사 무마 의혹으로 입건된 상태인 만큼 명예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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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