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목줄 쥔’ 성남FC 후원금 중간 체크

대장동보다 더 큰 불씨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면초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전방위에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방탄 배지를 달고 ‘개딸(개혁의 딸들)’을 앞세웠지만 급소를 향해 오는 칼은 날카롭기만 하다. 여기에 대형 선거에서 연달한 패하면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선거는 정당 지도부의 무덤이다. 이기면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얻지만 지면 정치생명까지 위협받는다. 선거에 진 후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끝으로 국민 앞에서 모습을 감추는 것도 정치생명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자숙 대신
의원 출마

‘책임론’과 ‘쇄신’은 선거 패배에 흔하게 따라 붙는 표현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고 정당을 새로 고쳐야 한다는 일종의 공식이다. 문제는 이 공식을 따르지 않을 때 발생한다. 국민의 마음, 이른바 표심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공식이 주는 힘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과 쇄신이라는 정석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불체포특권이 있는 ‘방탄 배지’를 위한 출마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0.5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선에서 진 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궤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17군데 광역단체장 중 5석을 건지는 데 그쳤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단위로 넘어가면 압도적인 패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심지어 진보진영이 대다수를 점했던 교육감 선거에서도 그 격차가 확연히 줄었다. 대선은 5년, 지방선거는 4년 만에 공수가 바뀐 것.

이 의원은 두 번의 선거에서 중심 역할을 맡았다. 대선 때는 직접 대표 선수로 뛰었고, 지방선거 때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의 후보들을 지원했다. 이 의원은 전투(계양을 보궐선거)에서는 이기고 전쟁(지방선거)은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방선거 직후 한 야당 의원은 ‘한 명 살고 다 죽었다’는 글을 SNS에 올려 이 의원 책임론에 불을 댕겼다. 또 결과적으로는 이겼지만 선거 과정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던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 한때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도 말이 나왔다. 

‘이재명 책임론’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권 경쟁과 함께 오히려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혐의 처분 후 재수사 돌입
성남시청·성남FC 압수수색

이 의원을 둘러싼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이 의원의 발목을 꽁꽁 옭아매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검찰이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진행된 2번의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크게 약진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검찰 입장에서는 오는 9월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6대 범죄 수사권이 2대(부패·경제)로 줄어드는 만큼 박차를 가한다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함께 이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성남FC 의혹은 사건 진행 과정에서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진 터라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관심도 높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을 두고 처음 제기됐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총 161억5000만원이다.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선정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의원이었다.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의원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책임론 나와
불출마 압박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월 이 의원과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가 이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에 나섰고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발이 이뤄진 지 3년여 만이다. 이후 고발인의 이의신청에 따라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송치됐다. 

성남FC 의혹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재점화됐다. 지난 1월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차장검사(현재 퇴직)가 돌연 사직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된 것.

성남FC 사건 수사팀과 이를 지휘한 박 전 차장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에 걸쳐 냈지만 당시 성남지청장이던 박은정 지청장이 이를 부당하게 막았다는 내용이다.

파장이 계속되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수원지검은 성남지청에 다시 보완수사를 지시,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강제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지난달 성남시청, 성남FC, 두산건설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지난 2일 성남시 정책기획·도시계획·건축·체육진흥·정보통신과 등 5개 부서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17일에는 성남FC와 두산건설을 압수수색했다. 후원금을 받은 주체와 후원금을 낸 기업을 상대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처음이다. 

대선 한 달 전
다시 수면 위로


성남FC로 흘러간 후원금을 두고 다양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성남F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성남시-네이버-시민단체 희망살림-성남FC 등 4자간 협약을 통해 ‘우회 지원’을 진행하면서 논란을 낳았다. 당시 네이버는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희망살림은 성남FC에 39억원을 집행했다. 

당시 4자 협약식에는 이 의원,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 곽선우 성남FC 대표가 참석했다. 성남시의 한 시민단체는 4자 협약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협약서에 기재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 대신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가 서명하는 과정에서 위임장이 제출되지 않은 점 ▲희망살림 대표 대신 이사인 제 전 의원이 서명한 점 등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체는 4자 협약과 관련, 이 의원과 제 전 의원 등을 고발한 상태다.

또 다른 의문은 성남FC가 받은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느냐는 점이다. 최근 성남FC의 후원금 일부가 이 의원 측근에게 흘러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 측은 “성남FC는 사내 규정에 의해 광고를 유치한 자에게 성과 보수를 지원했다. 이는 구단경영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시민구단을 비롯한 대부분의 프로축구단이 차용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남FC 역시 규정에 따른 성과 보수를 지급했을 뿐이고, 측근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방식의 이익을 취하게 한 사실은 없다. 이런 사정으로 이른바 ‘후원금 의혹’은 이미 무혐의로 수사 종결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규정대로 돈을 지급했을 뿐 ‘측근 챙기기’가 아니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윤곽 드러나는 후원금 흐름
여 “자금 세탁 의혹 있다”

이 의원 측의 해명에도 국민의힘은 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22일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성남FC 후원금을 자금 세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또 다시 ‘이재명 의혹’이다. 이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백현동 개발 특혜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장남 불법 도박 및 성매매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운영 등 각종 비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이 보도됐다”며 “2015~2017년 3년간 성과급 지급 내역을 확인해보면,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3인이 후원금 유치 성과급의 90.6%를 챙겨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남FC 규정에는 광고나 후원금을 유치해오면 임직원은 최대 10%, 공무원과 일반 시민은 최대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고 돼있다. 이때 공무원이 포상 대상에 포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 사항으로 일각에서는 외부 유출, 자금 세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윗선’ 수사가 지지부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보다 성남FC 의혹이 좀 더 빠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에서 성남FC로 지급된 후원금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몸통’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의 창
의원의 방패

이 의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자숙 대신 배지를 택했다. 여기에 당 대표 도전도 저울질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칼, 이 의원의 방패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사 무마 의혹 박은정 지청장은?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법무부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대립각을 세운 이른바 ‘친정부 검사’다.

법조계에서는 박 지청장이 성남FC 사건 수사 무마 의혹으로 입건된 상태인 만큼 명예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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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