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옥죄는 세 가지 족쇄

네 번째 죽음이 불러온 당 대표 불가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또 죽었다. 네 번째 죽음이다. 우연도 세 번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했는데, 그런 우연이 자그마치 네 번이나 겹쳤다. 이번 죽음에 그동안 꿈쩍 않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동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관련된 ‘사건 참고인들의 죽음’ 이야기다. 유독 이 의원 관련 수사에서만 여러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민주당 전당대회 1차 컷오프 결과가 이 의원 입장에서 최악으로 나왔다. 순항 중이었던 이 의원의 당 대표 항해에 태풍이 몰아치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지난달부터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아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사건과 관련 있던 참고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대중은 일제히 의심 섞인 눈초리를 이 의원에게 쏘아댔다. 왜 하필 또다시 이 의원의 수사 관련자가 죽느냐는 의심이었다. 

끄떡 않던 
지지자들도…

A씨의 죽음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 의원이 사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당대회 선거운동 차 들린 강릉시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한테 엮는다”며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라고 푸념했다.

이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검찰, 경찰의 강압 수사를 견디다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지자들에게 되물었다. 관계자가 죽은 지 4일 만에 나온 최초의 관련 발언이었다. 

그의 말대로 경찰 측은 수사 당시 26일 숨진 A씨가 해당 사건과 크게 관련 없는 것으로 봤었다.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사망 보도 직후 “A씨는 여러 참고인 중 한 명으로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A씨에 대한 추가 조사 계획도 없었다”며 그가 주요 참고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A씨를 주요 참고인인 배모씨의 ‘지인’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경찰은 오히려 그의 죽음이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아함은 며칠 뒤에 바로 풀렸다. A씨가 주요 참고인으로 인식될 만큼 이 의원과의 연결고리가 더러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A씨와 배씨의 관계부터 알아야 한다. A씨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지역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기무사의 일원이었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일하던 당시와 시기가 겹친다.

그는 당시 이 의원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던 배씨와 이때 처음 연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와 A씨는 후에 이 의원을 돕자는 뜻을 함께하며 가까이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배씨는 이 의원이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부터 함께한 그의 최측근이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부터는 비서실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 의원 곁을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김씨의 법카 횡령 사건에 A씨는 어떻게 끼어든 것일까. 연결고리는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방법'이었다. 김씨가 유용했다고 알려진 법인카드는 본래 한도가 걸려있는 카드다. 이 때문에 한도가 걸렸을 때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김씨는 다수의 개인카드로 금액을 선결제한 뒤 취소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취소한 뒤 한도가 풀린 법인 카드로 재결제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과정에 사용된 개인카드 중에 A씨 카드와 배씨의 카드도 섞여 있었다. 다시 말해, A씨는 법인카드를 횡령하는 데 일조한 일종의 ‘참고인’ 수준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A씨가 본인은 “카드만 빌려줬을 뿐 횡령은 모르는 일”이라 증언했다면, 수사는 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컸던 상황이다. 실제로 여기까지가 경찰이 알고 있던 A씨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 

압도적인 권리당원 투표율인데…
앞으로 터질 악재들로 위태위태?

그러나 A씨의 죽음이 알려진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의원과의 추가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A씨가 이 의원이 주재한 회의에 수차례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의원이 ‘관련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던 A씨는 2014년 12월 ‘통합방위협의회 4분기 회의’와 2016년 2월, 6월에 열린 통합방위협의회에도 참석했다. 적어도 서너 차례는 이 의원과 대면 회의를 한 사이였던 것이다.

또, 이 의원의 아들에 대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A씨는 이 의원의 아들이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인사행정처 행정병으로 복무하던 당시에 성남 국군수도병원안에 있는 안보상담소에서 근무했다.

이 당시에는 이 의원 아들의 국군수도병원 특혜 입원 논란이 있던 시기와도 겹친다. 겹치는 시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A씨가 이 의원의 아들 입원 문제에도 개입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는 세 사람 간 연결고리의 화룡점정이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장소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한 빌라였는데,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이곳을 매입한 소유주는 배씨였다.

최근까지 A씨가 이 의원의 최측근인 배씨 소유의 빌라에서 생활했었고, 그곳에서 수사받던 중 그곳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배씨와 이 의원, 그리고 A씨가 아직도 관련됐다는 의혹이 재점화되는 부분이 여기다. 

A씨와 이 의원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권에서는 속으로 하던 의심을 겉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기운이 참 어둡다. 주변에 자꾸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며 "가까운 사람들도 그렇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수사과정에서 유독 죽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되는 참고인의 죽음에 민주당 지지자들 또한 하나둘 의심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민주당사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한 지지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운동했었지만, 지금은 그(이 의원)가 대표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런 의심(참고인의 연이은 죽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좀 무섭다”고 말했다.


압도적 선거 결과에도
동요되는 당심과 민심

지난해와 올해 초에 이 의원과 관련된 주요 참고인 세 명이 더 숨진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2월10일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1차 심사위원이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세상을 떠났고, 같은 달 21일에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 전 처장 또한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평가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올해 1월에는 이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최초 제보자인 시민단체 대표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대선 때까지 세 명, 또 전당대회에 앞서 한 명이 추가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의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점점 달라져간다. 대선 전까지는 ‘우연이겠지’ 치부하던 일들이 주요 선거를 앞두고 다시 벌어지니 ‘우연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속되는 관련 ‘참고인의 죽음’에 이 의원의 표는 계속 떨어져나가는 중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본선에서는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5%, 여론조사 5%를 반영한다.

권리당원 30%는 이 의원의 대세가 변화 없이 굳혀지는 분위기지만, 투표권이 센 대의원을 포함한 나머지 70%는 여론의 동향에 많이 휘둘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의원은 전당대회가 한창인 셋째 주에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라는 대형 악재를 앞두고 있다. 경찰이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사건은 김씨의 법카 횡령 의혹인데, 여기서 치명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국민 여론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의원은 지난 컷오프 때도 ‘압도적인’ 표 차는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민주당 비대위 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표 차이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1위와 2위의 표 차가 생각보다 크게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순위와 득표율은 당헌·당규상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1위가 예상되는 이 의원과 2위의 유력 후보 박용진 의원과의 표 차가 많이 나지 않았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했다.

박주민 의원
탈락은 왜?

가뜩이나 차이가 적게 난 선거에서 ‘경찰 수사 결과’라는 악재가 덮칠 경우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게 야권 내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창 진행 중인 전당대회에서 ‘비명(비 이재명)계’에 유리한 몇 가지 변수가 더해지면 ‘어대명’ ‘확대명’이라는 친명(친 이재명)계 지지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명계 측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유리한 변수는 당 대표 후보들끼리의 단일화다. 지난달 28일 있었던 1차 컷오프 발표 현장에서 이 의원 측은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 의원의 예비 경선 통과는 기정사실이었으나 같이 통과된 후보 중 의외의 인물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재선의 강훈식 의원이다.

강 의원은 당초 낮은 인지도와 옅은 계파 색깔로 1차 컷오프 통과가 기대되던 인물은 아니었다. 여의도에선 2강·2박의 ‘97그룹’ 의원들 중 박용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의 통과를 점치고 있었다. 당내 영향력이나 인지도를 고려하면 이 둘의 통과 가능성이 가장 컸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대로 박용진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했으나, 박주민 의원은 강 의원에 밀리며 탈락했다. 여기에는 최근 입장을 ‘모호하게’ 튼 박주민 의원의 노선이 한몫했다고 전해진다. 

박주민 의원이 속한 97그룹은 젊은 의원들이 당의 쇄신을 책임질 개혁파로서 인식돼 계파색을 굳이 따지자면 비명계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박주민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본선에서 ‘억지로’ 이 의원의 대선을 도운 것이 아니라 경선 과정부터 그의 곁을 지켜온 셈이다.

경선 때부터 이 의원을 도운 다수의 의원들은 보통 ‘친명계’로 인식된다. 친명계로 인식되던 박주민 의원이 개혁파로 분류되기 시작한 건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다.

그는 서울시장 후보에 뛰어들며 당시 예비후보였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하는 등 점차 비명계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서울시 의원 20명이 모여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성명을 낼 때도 박주민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친명계의 좌장격 인물로, 그에게 쓴소리를 낸다는 것은 곧 친명 전체와 등을 지겠다는 것과 똑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그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금 친명계 노선을 탄다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97그룹 중 3명의 의원이 일찌감치 당 대표에 입후보하고 선거운동을 펼칠 때, 박주민 의원만은 끝까지 고심하며 전대 출마를 미뤄왔다.

컷오프 결과 친명계에 최악
최고위 컷오프도 ‘비등비등’

후보 마감 며칠을 앞두고 박주민 의원이 후보 등록을 하자 정계에서는 ‘이재명의 페이스메이커를 위해’라는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는 박 의원이 그동안 이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탓이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재명 한 사람에게 (선거)패배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주된 초점은 왜 우리가 176석을 얻고도 지난 2년 동안 할 것이라고 기대받았던 걸 하지 못했나”라고 이 의원을 두둔했다.

또 지난달 12일에는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서 “(이 의원과)둘이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발언해 둘이 가까운 사이인 것을 대중에게 재확인시켰다.

친명 측에서는 그런 박 의원이 컷오프를 함께 통과한 뒤 당 대표 선거 중간에 이 의원과 단일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따라서 이 때문에 친명계 입장에서는 강 의원의 컷오프 통과가 매우 뼈아픈 결과다. 강 의원은 박주민 의원처럼 ‘포섭 가능한’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박용진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이 더 높은 비명계 의원이다. 당 대표로의 길이 뚜렷했던 이 의원에게 박주민 의원의 컷오프 탈락은 의외의 변수였다.

최고위원 컷오프 결과 또한 친명계의 입맛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예비 경선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17명이 출마했다.

원내 10명, 원외 7명이었는데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던 후보군은 원내서 나온 10명의 의원들이다. 그동안 원외서 컷오프를 통과한 사례가 극히 적기 때문에, 10명의 의원 중 몇 명의 친명계 의원이 통과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친명계로 알려진 최고위원 예비후보는 정청래·양이원영·이수진·서영교·박찬대·장경태 의원이었다. 당초 전원 통과 예상과는 달리 이·양이 의원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친명계에선 총 4명이 통과한 것이다.

비명계 측에에서도 고민정·윤영찬·송갑석·고영인 의원의 동수가 통과했다.

대세로 알려진 ‘친명계’의 세가 예상만큼 두드러지지 못한 셈이다. 4:4로 비등비등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비명계 측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고, 친명계 측은 씁쓸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총 5명이 입성하게 될 지도부에 비명계 4명 전원이 들어가는 것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경우의 수이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 박주민 의원의 컷오프 탈락, 최고위원에서 압도적이지 못한 승리는 이 의원의 당 대표행을 방해하는 악재들이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던 이 의원은 사실 그동안 이겼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또 지면
3연패

그가 진두지휘한 선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늘 지기만 했다. 이번 전대서조차 패배한다면 이 의원은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동안 정치적 타격을 수차례 경험한 이 의원이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택하며 이겨나갈 수 있을지, 끝내 당 대표에 탈락하며 다시 한 번 ‘선거 패배’의 아이콘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