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옥죄는 세 가지 족쇄

네 번째 죽음이 불러온 당 대표 불가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또 죽었다. 네 번째 죽음이다. 우연도 세 번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했는데, 그런 우연이 자그마치 네 번이나 겹쳤다. 이번 죽음에 그동안 꿈쩍 않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동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관련된 ‘사건 참고인들의 죽음’ 이야기다. 유독 이 의원 관련 수사에서만 여러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민주당 전당대회 1차 컷오프 결과가 이 의원 입장에서 최악으로 나왔다. 순항 중이었던 이 의원의 당 대표 항해에 태풍이 몰아치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지난달부터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아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사건과 관련 있던 참고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대중은 일제히 의심 섞인 눈초리를 이 의원에게 쏘아댔다. 왜 하필 또다시 이 의원의 수사 관련자가 죽느냐는 의심이었다. 

끄떡 않던 
지지자들도…

A씨의 죽음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 의원이 사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당대회 선거운동 차 들린 강릉시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한테 엮는다”며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라고 푸념했다.

이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검찰, 경찰의 강압 수사를 견디다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지자들에게 되물었다. 관계자가 죽은 지 4일 만에 나온 최초의 관련 발언이었다. 

그의 말대로 경찰 측은 수사 당시 26일 숨진 A씨가 해당 사건과 크게 관련 없는 것으로 봤었다.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사망 보도 직후 “A씨는 여러 참고인 중 한 명으로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A씨에 대한 추가 조사 계획도 없었다”며 그가 주요 참고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A씨를 주요 참고인인 배모씨의 ‘지인’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경찰은 오히려 그의 죽음이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아함은 며칠 뒤에 바로 풀렸다. A씨가 주요 참고인으로 인식될 만큼 이 의원과의 연결고리가 더러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A씨와 배씨의 관계부터 알아야 한다. A씨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지역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기무사의 일원이었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일하던 당시와 시기가 겹친다.

그는 당시 이 의원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던 배씨와 이때 처음 연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와 A씨는 후에 이 의원을 돕자는 뜻을 함께하며 가까이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배씨는 이 의원이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부터 함께한 그의 최측근이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부터는 비서실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 의원 곁을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김씨의 법카 횡령 사건에 A씨는 어떻게 끼어든 것일까. 연결고리는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방법'이었다. 김씨가 유용했다고 알려진 법인카드는 본래 한도가 걸려있는 카드다. 이 때문에 한도가 걸렸을 때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김씨는 다수의 개인카드로 금액을 선결제한 뒤 취소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취소한 뒤 한도가 풀린 법인 카드로 재결제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과정에 사용된 개인카드 중에 A씨 카드와 배씨의 카드도 섞여 있었다. 다시 말해, A씨는 법인카드를 횡령하는 데 일조한 일종의 ‘참고인’ 수준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A씨가 본인은 “카드만 빌려줬을 뿐 횡령은 모르는 일”이라 증언했다면, 수사는 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컸던 상황이다. 실제로 여기까지가 경찰이 알고 있던 A씨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 

압도적인 권리당원 투표율인데…
앞으로 터질 악재들로 위태위태?

그러나 A씨의 죽음이 알려진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의원과의 추가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A씨가 이 의원이 주재한 회의에 수차례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의원이 ‘관련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던 A씨는 2014년 12월 ‘통합방위협의회 4분기 회의’와 2016년 2월, 6월에 열린 통합방위협의회에도 참석했다. 적어도 서너 차례는 이 의원과 대면 회의를 한 사이였던 것이다.

또, 이 의원의 아들에 대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A씨는 이 의원의 아들이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인사행정처 행정병으로 복무하던 당시에 성남 국군수도병원안에 있는 안보상담소에서 근무했다.

이 당시에는 이 의원 아들의 국군수도병원 특혜 입원 논란이 있던 시기와도 겹친다. 겹치는 시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A씨가 이 의원의 아들 입원 문제에도 개입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는 세 사람 간 연결고리의 화룡점정이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장소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한 빌라였는데,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이곳을 매입한 소유주는 배씨였다.

최근까지 A씨가 이 의원의 최측근인 배씨 소유의 빌라에서 생활했었고, 그곳에서 수사받던 중 그곳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배씨와 이 의원, 그리고 A씨가 아직도 관련됐다는 의혹이 재점화되는 부분이 여기다. 

A씨와 이 의원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권에서는 속으로 하던 의심을 겉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기운이 참 어둡다. 주변에 자꾸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며 "가까운 사람들도 그렇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수사과정에서 유독 죽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되는 참고인의 죽음에 민주당 지지자들 또한 하나둘 의심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민주당사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한 지지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운동했었지만, 지금은 그(이 의원)가 대표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런 의심(참고인의 연이은 죽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좀 무섭다”고 말했다.


압도적 선거 결과에도
동요되는 당심과 민심

지난해와 올해 초에 이 의원과 관련된 주요 참고인 세 명이 더 숨진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2월10일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1차 심사위원이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세상을 떠났고, 같은 달 21일에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 전 처장 또한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평가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올해 1월에는 이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최초 제보자인 시민단체 대표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대선 때까지 세 명, 또 전당대회에 앞서 한 명이 추가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의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점점 달라져간다. 대선 전까지는 ‘우연이겠지’ 치부하던 일들이 주요 선거를 앞두고 다시 벌어지니 ‘우연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속되는 관련 ‘참고인의 죽음’에 이 의원의 표는 계속 떨어져나가는 중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본선에서는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5%, 여론조사 5%를 반영한다.

권리당원 30%는 이 의원의 대세가 변화 없이 굳혀지는 분위기지만, 투표권이 센 대의원을 포함한 나머지 70%는 여론의 동향에 많이 휘둘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의원은 전당대회가 한창인 셋째 주에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라는 대형 악재를 앞두고 있다. 경찰이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사건은 김씨의 법카 횡령 의혹인데, 여기서 치명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국민 여론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의원은 지난 컷오프 때도 ‘압도적인’ 표 차는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민주당 비대위 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표 차이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1위와 2위의 표 차가 생각보다 크게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순위와 득표율은 당헌·당규상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1위가 예상되는 이 의원과 2위의 유력 후보 박용진 의원과의 표 차가 많이 나지 않았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했다.

박주민 의원
탈락은 왜?

가뜩이나 차이가 적게 난 선거에서 ‘경찰 수사 결과’라는 악재가 덮칠 경우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게 야권 내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창 진행 중인 전당대회에서 ‘비명(비 이재명)계’에 유리한 몇 가지 변수가 더해지면 ‘어대명’ ‘확대명’이라는 친명(친 이재명)계 지지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명계 측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유리한 변수는 당 대표 후보들끼리의 단일화다. 지난달 28일 있었던 1차 컷오프 발표 현장에서 이 의원 측은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 의원의 예비 경선 통과는 기정사실이었으나 같이 통과된 후보 중 의외의 인물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재선의 강훈식 의원이다.

강 의원은 당초 낮은 인지도와 옅은 계파 색깔로 1차 컷오프 통과가 기대되던 인물은 아니었다. 여의도에선 2강·2박의 ‘97그룹’ 의원들 중 박용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의 통과를 점치고 있었다. 당내 영향력이나 인지도를 고려하면 이 둘의 통과 가능성이 가장 컸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대로 박용진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했으나, 박주민 의원은 강 의원에 밀리며 탈락했다. 여기에는 최근 입장을 ‘모호하게’ 튼 박주민 의원의 노선이 한몫했다고 전해진다. 

박주민 의원이 속한 97그룹은 젊은 의원들이 당의 쇄신을 책임질 개혁파로서 인식돼 계파색을 굳이 따지자면 비명계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박주민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본선에서 ‘억지로’ 이 의원의 대선을 도운 것이 아니라 경선 과정부터 그의 곁을 지켜온 셈이다.

경선 때부터 이 의원을 도운 다수의 의원들은 보통 ‘친명계’로 인식된다. 친명계로 인식되던 박주민 의원이 개혁파로 분류되기 시작한 건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다.

그는 서울시장 후보에 뛰어들며 당시 예비후보였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하는 등 점차 비명계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서울시 의원 20명이 모여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성명을 낼 때도 박주민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친명계의 좌장격 인물로, 그에게 쓴소리를 낸다는 것은 곧 친명 전체와 등을 지겠다는 것과 똑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그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금 친명계 노선을 탄다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97그룹 중 3명의 의원이 일찌감치 당 대표에 입후보하고 선거운동을 펼칠 때, 박주민 의원만은 끝까지 고심하며 전대 출마를 미뤄왔다.

컷오프 결과 친명계에 최악
최고위 컷오프도 ‘비등비등’

후보 마감 며칠을 앞두고 박주민 의원이 후보 등록을 하자 정계에서는 ‘이재명의 페이스메이커를 위해’라는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는 박 의원이 그동안 이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탓이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재명 한 사람에게 (선거)패배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주된 초점은 왜 우리가 176석을 얻고도 지난 2년 동안 할 것이라고 기대받았던 걸 하지 못했나”라고 이 의원을 두둔했다.

또 지난달 12일에는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서 “(이 의원과)둘이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발언해 둘이 가까운 사이인 것을 대중에게 재확인시켰다.

친명 측에서는 그런 박 의원이 컷오프를 함께 통과한 뒤 당 대표 선거 중간에 이 의원과 단일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따라서 이 때문에 친명계 입장에서는 강 의원의 컷오프 통과가 매우 뼈아픈 결과다. 강 의원은 박주민 의원처럼 ‘포섭 가능한’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박용진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이 더 높은 비명계 의원이다. 당 대표로의 길이 뚜렷했던 이 의원에게 박주민 의원의 컷오프 탈락은 의외의 변수였다.

최고위원 컷오프 결과 또한 친명계의 입맛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예비 경선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17명이 출마했다.

원내 10명, 원외 7명이었는데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던 후보군은 원내서 나온 10명의 의원들이다. 그동안 원외서 컷오프를 통과한 사례가 극히 적기 때문에, 10명의 의원 중 몇 명의 친명계 의원이 통과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친명계로 알려진 최고위원 예비후보는 정청래·양이원영·이수진·서영교·박찬대·장경태 의원이었다. 당초 전원 통과 예상과는 달리 이·양이 의원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친명계에선 총 4명이 통과한 것이다.

비명계 측에에서도 고민정·윤영찬·송갑석·고영인 의원의 동수가 통과했다.

대세로 알려진 ‘친명계’의 세가 예상만큼 두드러지지 못한 셈이다. 4:4로 비등비등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비명계 측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고, 친명계 측은 씁쓸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총 5명이 입성하게 될 지도부에 비명계 4명 전원이 들어가는 것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경우의 수이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 박주민 의원의 컷오프 탈락, 최고위원에서 압도적이지 못한 승리는 이 의원의 당 대표행을 방해하는 악재들이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던 이 의원은 사실 그동안 이겼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또 지면
3연패

그가 진두지휘한 선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늘 지기만 했다. 이번 전대서조차 패배한다면 이 의원은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동안 정치적 타격을 수차례 경험한 이 의원이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택하며 이겨나갈 수 있을지, 끝내 당 대표에 탈락하며 다시 한 번 ‘선거 패배’의 아이콘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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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