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대선' 이재명 마지막 히든카드

무릎 꿇고 울어도 미동 없는 표심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은 알고 보면 무서운 말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아니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요즘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또 유세 현장에서는 종종 울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스권 지지율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늘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리일까.

이제 진짜 코앞이다. 대선이 한 달가량 남았다. 향후 5년간 국가의 명운을 책임질 대한민국의 리더가 누가 될지 다음달 9일 드디어 정해진다. 수능을 한 달 앞둔 수험생처럼, 후보들은 선거 운동 막판 오답 노트 체크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진
다소 밀려

그동안 어떤 선거운동이 잘못됐는지, 성적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선 무엇을 다시 공부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다. 

오답을 체크한 후 진행돼야 할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편이나 선대위 차원의 큰 혁신은 불가능하겠지만,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이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올라가지도 않았고 크게 내려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30%대의 박스권 지지율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비리가 터져 나와도 두꺼운 팬층이 뒤에서 힘을 싣고 있다는 뜻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박스권 지지율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이 후보는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에서 크게 실책한 부분은 없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처럼 당 대표와의 갈등도 없었고, 말실수나 성의 없는 사과 논란도 없었다. 오히려 유세 현장에 방문할 때마다 진행했던 즉흥 연설은 종종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정계에선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두고 “무난한 선거운동이었고, 무난한 지지율 변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다사다난한 선거운동을 펼쳤던 윤 후보 측은 오히려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고 점점 당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각종 말실수와 부적절한 사과 태도 때문에 슬금슬금 빠져가던 지지율을 보며 고심이 깊었던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내홍 논란 때 특히 지지율이 대폭 하락해 치명적인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과거의 지지율을 모두 회복하더니, 요즘에는 외연 확장에까지 성공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금의 무난함만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점차 상향하고 있는 윤 후보의 지지율을 잡기 위해선 이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가 중요하다.

역대 대선에서 짧은 시간에 지지율 반등을 이루어낸 사례는 총 세 번 있었다. 2002년의 노무현 후보와 2007년의 정동영 후보, 그리고 2016년 홍준표 후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은 아직도 이변으로 회자된다. 처음 대선 출마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2%였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스권 지지율 벗어나야 하는데…
오답 노트 펼치고 최후의 몸부림

그러나 훌륭한 연설 솜씨로 경선을 뚫어내더니 본선에 올라와서는 호적수였던 이회창 후보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그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노 후보였지만 그래도, 2002년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이 후보와 10%포인트 가까이 차이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오차범위 밖의 열세를 겪었던 것이다. 노 후보가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것은 정몽준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였다.

당시 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으로 대선 다크호스로 떠오른 정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는 맹주로 급부상했었다.

노 후보와 정 후보, 둘 다 나오면 필패하는 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는 2, 3위 후보들의 필수 사항이었고, 노 후보는 단일화 조건을 많이 양보해 정 후보에게 제안했다.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통 큰 양보 탓에 이때 노 후보의 참모들은 단일화에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일화 투표 협의가 진행돼 노 후보가 이기는 것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후보는 강행했고 결국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이뤄냈다.

노 후보가 세상을 떠난 뒤 발간된 자서전에는 “나는 정몽준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3위였다. 결단할 때가 온 것이다. 단일 후보가 될 확률은 50%에 조금 모자랐다”며 “(그럼에도)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단일화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민주당 후보라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절반도 안 되는 확률에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을 한 것이다.

이 후보의 권력 의지도 노 전 대통령만큼 강하다면, 단일화를 진행해야만 한다. 확실한 승리는커녕, 질 가능성이 농후해져가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면 파격적인 모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표현했던 민주당의 ‘작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안 후보나 심 후보는 단일화를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가 조건을 많이 양보한다면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
파격적 모험

안 후보는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단일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는 ‘단일화는 없다’는 뉘앙스 보다는 ‘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안 후보 본인도 대선 레이스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모든 방안을 물색 중인 것이다.

사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먼저 시도해야 할 상대는 안 후보보다 심 후보 쪽이다. 크게 볼 때, 여권으로 분류되는 심 후보의 정의당은 이 후보의 표를 빼앗아가는 1순위 정당이다. 이 후보에게 진보주의자들의 표가 상대적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 후보의 존재다.

일각에서는 “여권에서의 단일화도 이뤄내지 않은 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심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보다 더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대선 완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심 후보는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쾌한 내색을 비추며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뜻을 내비쳐왔다.

지난달 12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양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당 체제가 대변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큰 볼륨으로 대변하고, 차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후에 며칠간 칩거에 들어갔던 심 후보는 현재 칩거 전에 밝혔던 거의 모든 입장을 뒤집는 중이다.

칩거 후 돌아온 그는 기자회견에서 “후보와 당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지지율로 표현된 것 같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후보와 당이 모두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의당은 선대위를 전격적으로 해체하고 대대적인 쇄신에 들어갔다. 만일, 이 후보가 심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논의한다면 과거 완강히 반대했던 그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낸 것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부터다. 본인의 선거 전략보다는 상대의 리스크가 크게 붉어지며 ‘어부지리’로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그의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최종 대선에서는 26%의 지지를 받으며 막판 한 달간 약 두 배 올랐다. 당시 대선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시장 시절 인기가 높았던 이 후보가 야권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모든 사람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서울시의 교통 개혁과 청계천 사업 등으로 호평받던 이 후보는 CEO 출신의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매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정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를 구제해 준 것은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이라 불리는 이 후보의 리스크였다.

투자자문회사 BBK는 국내 중견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지만, 후에 거짓된 투자 운용, 사업보고서 날조, 임원진의 횡령 등이 드러나며 경영난에 빠졌고, 2002년 3월에는 평판을 부당하게 높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5000명 이상 피해자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낳는 당시로선 최대의 금융범죄를 저질렀다.

안 먹히는
경제 대통령

이 때문에 BBK와 관련됐다는 의미는 치밀한 금융범죄의 가담했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고, 이를 알고 있던 이 후보는 BBK와 거리를 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 후보의 대학교 강의 동영상이 유출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 후보는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겨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요 요인이 됐다.

나름 순항 중인 윤 후보 또한 각종 비리를 떠안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윤 후보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007년의 이 후보처럼 비리를 인정하는 뉘앙스의 동영상이나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 이 후보는 지지율 급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윤 후보 본인의 비리 의혹으로는 ‘고발 사주’ 사건이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윤 후보가 야권의 여러 인사들의 고발을 부하 검사에게 사주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는 핵심 측근인 손준성 당시 정책관에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전 이사장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고발하라고 지시했다.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할 검찰총장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만으로 ‘고발 사주’건은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는 현재 공수처가 철저히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리스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우자, 장모도 여러 비리 의혹에 휩싸여있다. 배우자 김건희씨는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여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고,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윤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의료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인 이른바 ‘요양급여 불법수급’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심이 아직 남아있고, 사문서 위조 관련 재판 또한 따로 진행 중이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결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노·정·홍’ 과거 반등 사례는?
단일화·네거티브·토론이 기회?

아직 결론이 확실하게 나지 않은 모든 수사 상황에서 한 가지라도 치명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이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한다. 2007년의 정 후보처럼 지지율 급반등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요소가 아직 있는 것이다.

2016년 홍 후보는 TV토론에서의 활약으로 드라마를 그려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이미지가 한창 좋지 못하던 시절에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 후보는 당 이름을 자유한국당으로 교체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5%대를 웃돌던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홍 후보가 TV 토론에서 맹활약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제1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고, 여러 효과적인 프레임을 들고 나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TV 토론이 방영될 때마다 보수 지지층은 그에게로 더욱 결집했고, 대선 한 달 전 7%였던 그의 지지율은 토론 직후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최종 대선에서는 24%까지 올라갔다. 암울했던 시작과 달리 나름 선방한 최종 수치다.

‘TV 토론 카드’는 이 후보가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수중에 가능성 가장 높은 카드다.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를 이뤄내거나 윤 후보의 더 큰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TV 토론은 이 후보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스권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은 ‘대장동 의혹’과 ‘결집되지 않는 지지층’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 만큼이나 커다란 리스크인 대장동 의혹을 떠안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금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몇 달간 함께 일했던 과거 동료들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더욱이 수사 대상이었던 핵심 관련자 두 명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는 상황이다.

아직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한 이 후보가 TV 토론 자리에서 설득력 있는 해명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그에게 의심을 보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일 가능성이 있다. 대장동 이슈만을 주제로 한 토론을 제안한 윤 후보 측의 공격을 잘 막아내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큰 득점 요인이 되는 것이다.

TV 토론은 홍 후보처럼 지지층을 결집시킬 카드로도 쓸 수 있다. 아직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후보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여당 내에서도 큰 계파 없이 지내온 터라, 지지층이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 토론에서 본인의 정치적 사상과 윤 후보와의 치열한 설전을 잘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텃밭 표심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오답노트 정리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나면 이제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할 일은 끝이 난다.

잃어버린
텃밭 민심 

이 후보는 지난달 유세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해 노력하는 타입이지만,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가 어찌되든,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이 후보의 마지막 총력전은 이제 시작된다. 대권을 얻기 위해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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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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