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대선' 이재명 마지막 히든카드

무릎 꿇고 울어도 미동 없는 표심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은 알고 보면 무서운 말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아니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요즘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또 유세 현장에서는 종종 울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스권 지지율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늘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리일까.

이제 진짜 코앞이다. 대선이 한 달가량 남았다. 향후 5년간 국가의 명운을 책임질 대한민국의 리더가 누가 될지 다음달 9일 드디어 정해진다. 수능을 한 달 앞둔 수험생처럼, 후보들은 선거 운동 막판 오답 노트 체크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진
다소 밀려

그동안 어떤 선거운동이 잘못됐는지, 성적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선 무엇을 다시 공부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다. 

오답을 체크한 후 진행돼야 할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편이나 선대위 차원의 큰 혁신은 불가능하겠지만,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이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올라가지도 않았고 크게 내려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30%대의 박스권 지지율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비리가 터져 나와도 두꺼운 팬층이 뒤에서 힘을 싣고 있다는 뜻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박스권 지지율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이 후보는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에서 크게 실책한 부분은 없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처럼 당 대표와의 갈등도 없었고, 말실수나 성의 없는 사과 논란도 없었다. 오히려 유세 현장에 방문할 때마다 진행했던 즉흥 연설은 종종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정계에선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두고 “무난한 선거운동이었고, 무난한 지지율 변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다사다난한 선거운동을 펼쳤던 윤 후보 측은 오히려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고 점점 당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각종 말실수와 부적절한 사과 태도 때문에 슬금슬금 빠져가던 지지율을 보며 고심이 깊었던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내홍 논란 때 특히 지지율이 대폭 하락해 치명적인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과거의 지지율을 모두 회복하더니, 요즘에는 외연 확장에까지 성공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금의 무난함만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점차 상향하고 있는 윤 후보의 지지율을 잡기 위해선 이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가 중요하다.


역대 대선에서 짧은 시간에 지지율 반등을 이루어낸 사례는 총 세 번 있었다. 2002년의 노무현 후보와 2007년의 정동영 후보, 그리고 2016년 홍준표 후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은 아직도 이변으로 회자된다. 처음 대선 출마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2%였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스권 지지율 벗어나야 하는데…
오답 노트 펼치고 최후의 몸부림

그러나 훌륭한 연설 솜씨로 경선을 뚫어내더니 본선에 올라와서는 호적수였던 이회창 후보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그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노 후보였지만 그래도, 2002년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이 후보와 10%포인트 가까이 차이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오차범위 밖의 열세를 겪었던 것이다. 노 후보가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것은 정몽준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였다.

당시 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으로 대선 다크호스로 떠오른 정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는 맹주로 급부상했었다.

노 후보와 정 후보, 둘 다 나오면 필패하는 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는 2, 3위 후보들의 필수 사항이었고, 노 후보는 단일화 조건을 많이 양보해 정 후보에게 제안했다.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통 큰 양보 탓에 이때 노 후보의 참모들은 단일화에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일화 투표 협의가 진행돼 노 후보가 이기는 것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후보는 강행했고 결국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이뤄냈다.

노 후보가 세상을 떠난 뒤 발간된 자서전에는 “나는 정몽준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3위였다. 결단할 때가 온 것이다. 단일 후보가 될 확률은 50%에 조금 모자랐다”며 “(그럼에도)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단일화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민주당 후보라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절반도 안 되는 확률에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을 한 것이다.

이 후보의 권력 의지도 노 전 대통령만큼 강하다면, 단일화를 진행해야만 한다. 확실한 승리는커녕, 질 가능성이 농후해져가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면 파격적인 모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표현했던 민주당의 ‘작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안 후보나 심 후보는 단일화를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가 조건을 많이 양보한다면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
파격적 모험

안 후보는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단일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는 ‘단일화는 없다’는 뉘앙스 보다는 ‘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안 후보 본인도 대선 레이스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모든 방안을 물색 중인 것이다.

사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먼저 시도해야 할 상대는 안 후보보다 심 후보 쪽이다. 크게 볼 때, 여권으로 분류되는 심 후보의 정의당은 이 후보의 표를 빼앗아가는 1순위 정당이다. 이 후보에게 진보주의자들의 표가 상대적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 후보의 존재다.

일각에서는 “여권에서의 단일화도 이뤄내지 않은 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심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보다 더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대선 완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심 후보는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쾌한 내색을 비추며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뜻을 내비쳐왔다.

지난달 12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양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당 체제가 대변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큰 볼륨으로 대변하고, 차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후에 며칠간 칩거에 들어갔던 심 후보는 현재 칩거 전에 밝혔던 거의 모든 입장을 뒤집는 중이다.

칩거 후 돌아온 그는 기자회견에서 “후보와 당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지지율로 표현된 것 같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후보와 당이 모두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의당은 선대위를 전격적으로 해체하고 대대적인 쇄신에 들어갔다. 만일, 이 후보가 심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논의한다면 과거 완강히 반대했던 그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낸 것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부터다. 본인의 선거 전략보다는 상대의 리스크가 크게 붉어지며 ‘어부지리’로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그의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최종 대선에서는 26%의 지지를 받으며 막판 한 달간 약 두 배 올랐다. 당시 대선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시장 시절 인기가 높았던 이 후보가 야권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모든 사람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서울시의 교통 개혁과 청계천 사업 등으로 호평받던 이 후보는 CEO 출신의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매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정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를 구제해 준 것은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이라 불리는 이 후보의 리스크였다.

투자자문회사 BBK는 국내 중견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지만, 후에 거짓된 투자 운용, 사업보고서 날조, 임원진의 횡령 등이 드러나며 경영난에 빠졌고, 2002년 3월에는 평판을 부당하게 높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5000명 이상 피해자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낳는 당시로선 최대의 금융범죄를 저질렀다.

안 먹히는
경제 대통령

이 때문에 BBK와 관련됐다는 의미는 치밀한 금융범죄의 가담했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고, 이를 알고 있던 이 후보는 BBK와 거리를 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 후보의 대학교 강의 동영상이 유출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 후보는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겨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요 요인이 됐다.

나름 순항 중인 윤 후보 또한 각종 비리를 떠안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윤 후보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007년의 이 후보처럼 비리를 인정하는 뉘앙스의 동영상이나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 이 후보는 지지율 급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윤 후보 본인의 비리 의혹으로는 ‘고발 사주’ 사건이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윤 후보가 야권의 여러 인사들의 고발을 부하 검사에게 사주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는 핵심 측근인 손준성 당시 정책관에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전 이사장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고발하라고 지시했다.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할 검찰총장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만으로 ‘고발 사주’건은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는 현재 공수처가 철저히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리스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우자, 장모도 여러 비리 의혹에 휩싸여있다. 배우자 김건희씨는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여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고,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윤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의료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인 이른바 ‘요양급여 불법수급’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심이 아직 남아있고, 사문서 위조 관련 재판 또한 따로 진행 중이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결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노·정·홍’ 과거 반등 사례는?
단일화·네거티브·토론이 기회?

아직 결론이 확실하게 나지 않은 모든 수사 상황에서 한 가지라도 치명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이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한다. 2007년의 정 후보처럼 지지율 급반등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요소가 아직 있는 것이다.

2016년 홍 후보는 TV토론에서의 활약으로 드라마를 그려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이미지가 한창 좋지 못하던 시절에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 후보는 당 이름을 자유한국당으로 교체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5%대를 웃돌던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홍 후보가 TV 토론에서 맹활약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제1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고, 여러 효과적인 프레임을 들고 나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TV 토론이 방영될 때마다 보수 지지층은 그에게로 더욱 결집했고, 대선 한 달 전 7%였던 그의 지지율은 토론 직후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최종 대선에서는 24%까지 올라갔다. 암울했던 시작과 달리 나름 선방한 최종 수치다.

‘TV 토론 카드’는 이 후보가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수중에 가능성 가장 높은 카드다.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를 이뤄내거나 윤 후보의 더 큰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TV 토론은 이 후보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스권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은 ‘대장동 의혹’과 ‘결집되지 않는 지지층’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 만큼이나 커다란 리스크인 대장동 의혹을 떠안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금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몇 달간 함께 일했던 과거 동료들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더욱이 수사 대상이었던 핵심 관련자 두 명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는 상황이다.

아직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한 이 후보가 TV 토론 자리에서 설득력 있는 해명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그에게 의심을 보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일 가능성이 있다. 대장동 이슈만을 주제로 한 토론을 제안한 윤 후보 측의 공격을 잘 막아내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큰 득점 요인이 되는 것이다.

TV 토론은 홍 후보처럼 지지층을 결집시킬 카드로도 쓸 수 있다. 아직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후보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여당 내에서도 큰 계파 없이 지내온 터라, 지지층이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 토론에서 본인의 정치적 사상과 윤 후보와의 치열한 설전을 잘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텃밭 표심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오답노트 정리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나면 이제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할 일은 끝이 난다.

잃어버린
텃밭 민심 

이 후보는 지난달 유세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해 노력하는 타입이지만,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가 어찌되든,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이 후보의 마지막 총력전은 이제 시작된다. 대권을 얻기 위해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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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