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대선' 이재명 마지막 히든카드

무릎 꿇고 울어도 미동 없는 표심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은 알고 보면 무서운 말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아니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요즘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또 유세 현장에서는 종종 울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스권 지지율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늘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리일까.

이제 진짜 코앞이다. 대선이 한 달가량 남았다. 향후 5년간 국가의 명운을 책임질 대한민국의 리더가 누가 될지 다음달 9일 드디어 정해진다. 수능을 한 달 앞둔 수험생처럼, 후보들은 선거 운동 막판 오답 노트 체크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진
다소 밀려

그동안 어떤 선거운동이 잘못됐는지, 성적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선 무엇을 다시 공부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다. 

오답을 체크한 후 진행돼야 할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편이나 선대위 차원의 큰 혁신은 불가능하겠지만,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이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올라가지도 않았고 크게 내려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30%대의 박스권 지지율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비리가 터져 나와도 두꺼운 팬층이 뒤에서 힘을 싣고 있다는 뜻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박스권 지지율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이 후보는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에서 크게 실책한 부분은 없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처럼 당 대표와의 갈등도 없었고, 말실수나 성의 없는 사과 논란도 없었다. 오히려 유세 현장에 방문할 때마다 진행했던 즉흥 연설은 종종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정계에선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두고 “무난한 선거운동이었고, 무난한 지지율 변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다사다난한 선거운동을 펼쳤던 윤 후보 측은 오히려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고 점점 당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각종 말실수와 부적절한 사과 태도 때문에 슬금슬금 빠져가던 지지율을 보며 고심이 깊었던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내홍 논란 때 특히 지지율이 대폭 하락해 치명적인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과거의 지지율을 모두 회복하더니, 요즘에는 외연 확장에까지 성공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금의 무난함만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점차 상향하고 있는 윤 후보의 지지율을 잡기 위해선 이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가 중요하다.


역대 대선에서 짧은 시간에 지지율 반등을 이루어낸 사례는 총 세 번 있었다. 2002년의 노무현 후보와 2007년의 정동영 후보, 그리고 2016년 홍준표 후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은 아직도 이변으로 회자된다. 처음 대선 출마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2%였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스권 지지율 벗어나야 하는데…
오답 노트 펼치고 최후의 몸부림

그러나 훌륭한 연설 솜씨로 경선을 뚫어내더니 본선에 올라와서는 호적수였던 이회창 후보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그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노 후보였지만 그래도, 2002년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이 후보와 10%포인트 가까이 차이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오차범위 밖의 열세를 겪었던 것이다. 노 후보가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것은 정몽준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였다.

당시 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으로 대선 다크호스로 떠오른 정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는 맹주로 급부상했었다.

노 후보와 정 후보, 둘 다 나오면 필패하는 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는 2, 3위 후보들의 필수 사항이었고, 노 후보는 단일화 조건을 많이 양보해 정 후보에게 제안했다.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통 큰 양보 탓에 이때 노 후보의 참모들은 단일화에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일화 투표 협의가 진행돼 노 후보가 이기는 것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후보는 강행했고 결국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이뤄냈다.

노 후보가 세상을 떠난 뒤 발간된 자서전에는 “나는 정몽준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3위였다. 결단할 때가 온 것이다. 단일 후보가 될 확률은 50%에 조금 모자랐다”며 “(그럼에도)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단일화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민주당 후보라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절반도 안 되는 확률에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을 한 것이다.

이 후보의 권력 의지도 노 전 대통령만큼 강하다면, 단일화를 진행해야만 한다. 확실한 승리는커녕, 질 가능성이 농후해져가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면 파격적인 모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표현했던 민주당의 ‘작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안 후보나 심 후보는 단일화를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가 조건을 많이 양보한다면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
파격적 모험

안 후보는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단일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는 ‘단일화는 없다’는 뉘앙스 보다는 ‘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안 후보 본인도 대선 레이스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모든 방안을 물색 중인 것이다.

사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먼저 시도해야 할 상대는 안 후보보다 심 후보 쪽이다. 크게 볼 때, 여권으로 분류되는 심 후보의 정의당은 이 후보의 표를 빼앗아가는 1순위 정당이다. 이 후보에게 진보주의자들의 표가 상대적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 후보의 존재다.

일각에서는 “여권에서의 단일화도 이뤄내지 않은 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심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보다 더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대선 완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심 후보는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쾌한 내색을 비추며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뜻을 내비쳐왔다.

지난달 12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양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당 체제가 대변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큰 볼륨으로 대변하고, 차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후에 며칠간 칩거에 들어갔던 심 후보는 현재 칩거 전에 밝혔던 거의 모든 입장을 뒤집는 중이다.

칩거 후 돌아온 그는 기자회견에서 “후보와 당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지지율로 표현된 것 같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후보와 당이 모두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의당은 선대위를 전격적으로 해체하고 대대적인 쇄신에 들어갔다. 만일, 이 후보가 심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논의한다면 과거 완강히 반대했던 그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낸 것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부터다. 본인의 선거 전략보다는 상대의 리스크가 크게 붉어지며 ‘어부지리’로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그의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최종 대선에서는 26%의 지지를 받으며 막판 한 달간 약 두 배 올랐다. 당시 대선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시장 시절 인기가 높았던 이 후보가 야권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모든 사람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서울시의 교통 개혁과 청계천 사업 등으로 호평받던 이 후보는 CEO 출신의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매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정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를 구제해 준 것은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이라 불리는 이 후보의 리스크였다.

투자자문회사 BBK는 국내 중견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지만, 후에 거짓된 투자 운용, 사업보고서 날조, 임원진의 횡령 등이 드러나며 경영난에 빠졌고, 2002년 3월에는 평판을 부당하게 높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5000명 이상 피해자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낳는 당시로선 최대의 금융범죄를 저질렀다.

안 먹히는
경제 대통령

이 때문에 BBK와 관련됐다는 의미는 치밀한 금융범죄의 가담했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고, 이를 알고 있던 이 후보는 BBK와 거리를 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 후보의 대학교 강의 동영상이 유출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 후보는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겨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요 요인이 됐다.

나름 순항 중인 윤 후보 또한 각종 비리를 떠안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윤 후보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007년의 이 후보처럼 비리를 인정하는 뉘앙스의 동영상이나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 이 후보는 지지율 급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윤 후보 본인의 비리 의혹으로는 ‘고발 사주’ 사건이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윤 후보가 야권의 여러 인사들의 고발을 부하 검사에게 사주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는 핵심 측근인 손준성 당시 정책관에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전 이사장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고발하라고 지시했다.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할 검찰총장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만으로 ‘고발 사주’건은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는 현재 공수처가 철저히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리스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우자, 장모도 여러 비리 의혹에 휩싸여있다. 배우자 김건희씨는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여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고,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윤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의료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인 이른바 ‘요양급여 불법수급’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심이 아직 남아있고, 사문서 위조 관련 재판 또한 따로 진행 중이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결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노·정·홍’ 과거 반등 사례는?
단일화·네거티브·토론이 기회?

아직 결론이 확실하게 나지 않은 모든 수사 상황에서 한 가지라도 치명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이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한다. 2007년의 정 후보처럼 지지율 급반등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요소가 아직 있는 것이다.

2016년 홍 후보는 TV토론에서의 활약으로 드라마를 그려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이미지가 한창 좋지 못하던 시절에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 후보는 당 이름을 자유한국당으로 교체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5%대를 웃돌던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홍 후보가 TV 토론에서 맹활약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제1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고, 여러 효과적인 프레임을 들고 나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TV 토론이 방영될 때마다 보수 지지층은 그에게로 더욱 결집했고, 대선 한 달 전 7%였던 그의 지지율은 토론 직후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최종 대선에서는 24%까지 올라갔다. 암울했던 시작과 달리 나름 선방한 최종 수치다.

‘TV 토론 카드’는 이 후보가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수중에 가능성 가장 높은 카드다.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를 이뤄내거나 윤 후보의 더 큰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TV 토론은 이 후보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스권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은 ‘대장동 의혹’과 ‘결집되지 않는 지지층’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 만큼이나 커다란 리스크인 대장동 의혹을 떠안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금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몇 달간 함께 일했던 과거 동료들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더욱이 수사 대상이었던 핵심 관련자 두 명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는 상황이다.

아직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한 이 후보가 TV 토론 자리에서 설득력 있는 해명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그에게 의심을 보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일 가능성이 있다. 대장동 이슈만을 주제로 한 토론을 제안한 윤 후보 측의 공격을 잘 막아내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큰 득점 요인이 되는 것이다.

TV 토론은 홍 후보처럼 지지층을 결집시킬 카드로도 쓸 수 있다. 아직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후보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여당 내에서도 큰 계파 없이 지내온 터라, 지지층이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 토론에서 본인의 정치적 사상과 윤 후보와의 치열한 설전을 잘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텃밭 표심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오답노트 정리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나면 이제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할 일은 끝이 난다.

잃어버린
텃밭 민심 

이 후보는 지난달 유세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해 노력하는 타입이지만,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가 어찌되든,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이 후보의 마지막 총력전은 이제 시작된다. 대권을 얻기 위해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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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