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대선' 이재명 마지막 히든카드

무릎 꿇고 울어도 미동 없는 표심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은 알고 보면 무서운 말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아니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요즘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또 유세 현장에서는 종종 울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스권 지지율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늘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리일까.

이제 진짜 코앞이다. 대선이 한 달가량 남았다. 향후 5년간 국가의 명운을 책임질 대한민국의 리더가 누가 될지 다음달 9일 드디어 정해진다. 수능을 한 달 앞둔 수험생처럼, 후보들은 선거 운동 막판 오답 노트 체크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진
다소 밀려

그동안 어떤 선거운동이 잘못됐는지, 성적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선 무엇을 다시 공부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다. 

오답을 체크한 후 진행돼야 할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편이나 선대위 차원의 큰 혁신은 불가능하겠지만,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이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올라가지도 않았고 크게 내려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30%대의 박스권 지지율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비리가 터져 나와도 두꺼운 팬층이 뒤에서 힘을 싣고 있다는 뜻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박스권 지지율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이 후보는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에서 크게 실책한 부분은 없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처럼 당 대표와의 갈등도 없었고, 말실수나 성의 없는 사과 논란도 없었다. 오히려 유세 현장에 방문할 때마다 진행했던 즉흥 연설은 종종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정계에선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두고 “무난한 선거운동이었고, 무난한 지지율 변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다사다난한 선거운동을 펼쳤던 윤 후보 측은 오히려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고 점점 당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각종 말실수와 부적절한 사과 태도 때문에 슬금슬금 빠져가던 지지율을 보며 고심이 깊었던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내홍 논란 때 특히 지지율이 대폭 하락해 치명적인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과거의 지지율을 모두 회복하더니, 요즘에는 외연 확장에까지 성공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금의 무난함만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점차 상향하고 있는 윤 후보의 지지율을 잡기 위해선 이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가 중요하다.


역대 대선에서 짧은 시간에 지지율 반등을 이루어낸 사례는 총 세 번 있었다. 2002년의 노무현 후보와 2007년의 정동영 후보, 그리고 2016년 홍준표 후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은 아직도 이변으로 회자된다. 처음 대선 출마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2%였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스권 지지율 벗어나야 하는데…
오답 노트 펼치고 최후의 몸부림

그러나 훌륭한 연설 솜씨로 경선을 뚫어내더니 본선에 올라와서는 호적수였던 이회창 후보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그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노 후보였지만 그래도, 2002년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이 후보와 10%포인트 가까이 차이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오차범위 밖의 열세를 겪었던 것이다. 노 후보가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것은 정몽준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였다.

당시 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으로 대선 다크호스로 떠오른 정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는 맹주로 급부상했었다.

노 후보와 정 후보, 둘 다 나오면 필패하는 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는 2, 3위 후보들의 필수 사항이었고, 노 후보는 단일화 조건을 많이 양보해 정 후보에게 제안했다.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통 큰 양보 탓에 이때 노 후보의 참모들은 단일화에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일화 투표 협의가 진행돼 노 후보가 이기는 것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후보는 강행했고 결국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이뤄냈다.

노 후보가 세상을 떠난 뒤 발간된 자서전에는 “나는 정몽준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3위였다. 결단할 때가 온 것이다. 단일 후보가 될 확률은 50%에 조금 모자랐다”며 “(그럼에도)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단일화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민주당 후보라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절반도 안 되는 확률에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을 한 것이다.

이 후보의 권력 의지도 노 전 대통령만큼 강하다면, 단일화를 진행해야만 한다. 확실한 승리는커녕, 질 가능성이 농후해져가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면 파격적인 모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표현했던 민주당의 ‘작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안 후보나 심 후보는 단일화를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가 조건을 많이 양보한다면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
파격적 모험

안 후보는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단일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는 ‘단일화는 없다’는 뉘앙스 보다는 ‘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안 후보 본인도 대선 레이스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모든 방안을 물색 중인 것이다.

사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먼저 시도해야 할 상대는 안 후보보다 심 후보 쪽이다. 크게 볼 때, 여권으로 분류되는 심 후보의 정의당은 이 후보의 표를 빼앗아가는 1순위 정당이다. 이 후보에게 진보주의자들의 표가 상대적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 후보의 존재다.

일각에서는 “여권에서의 단일화도 이뤄내지 않은 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심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보다 더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대선 완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심 후보는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쾌한 내색을 비추며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뜻을 내비쳐왔다.

지난달 12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양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당 체제가 대변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큰 볼륨으로 대변하고, 차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후에 며칠간 칩거에 들어갔던 심 후보는 현재 칩거 전에 밝혔던 거의 모든 입장을 뒤집는 중이다.

칩거 후 돌아온 그는 기자회견에서 “후보와 당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지지율로 표현된 것 같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후보와 당이 모두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의당은 선대위를 전격적으로 해체하고 대대적인 쇄신에 들어갔다. 만일, 이 후보가 심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논의한다면 과거 완강히 반대했던 그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낸 것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부터다. 본인의 선거 전략보다는 상대의 리스크가 크게 붉어지며 ‘어부지리’로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그의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최종 대선에서는 26%의 지지를 받으며 막판 한 달간 약 두 배 올랐다. 당시 대선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시장 시절 인기가 높았던 이 후보가 야권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모든 사람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서울시의 교통 개혁과 청계천 사업 등으로 호평받던 이 후보는 CEO 출신의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매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정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를 구제해 준 것은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이라 불리는 이 후보의 리스크였다.

투자자문회사 BBK는 국내 중견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지만, 후에 거짓된 투자 운용, 사업보고서 날조, 임원진의 횡령 등이 드러나며 경영난에 빠졌고, 2002년 3월에는 평판을 부당하게 높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5000명 이상 피해자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낳는 당시로선 최대의 금융범죄를 저질렀다.

안 먹히는
경제 대통령

이 때문에 BBK와 관련됐다는 의미는 치밀한 금융범죄의 가담했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고, 이를 알고 있던 이 후보는 BBK와 거리를 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 후보의 대학교 강의 동영상이 유출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 후보는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겨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요 요인이 됐다.

나름 순항 중인 윤 후보 또한 각종 비리를 떠안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윤 후보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007년의 이 후보처럼 비리를 인정하는 뉘앙스의 동영상이나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 이 후보는 지지율 급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윤 후보 본인의 비리 의혹으로는 ‘고발 사주’ 사건이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윤 후보가 야권의 여러 인사들의 고발을 부하 검사에게 사주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는 핵심 측근인 손준성 당시 정책관에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전 이사장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고발하라고 지시했다.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할 검찰총장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만으로 ‘고발 사주’건은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는 현재 공수처가 철저히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리스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우자, 장모도 여러 비리 의혹에 휩싸여있다. 배우자 김건희씨는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여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고,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윤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의료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인 이른바 ‘요양급여 불법수급’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심이 아직 남아있고, 사문서 위조 관련 재판 또한 따로 진행 중이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결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노·정·홍’ 과거 반등 사례는?
단일화·네거티브·토론이 기회?

아직 결론이 확실하게 나지 않은 모든 수사 상황에서 한 가지라도 치명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이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한다. 2007년의 정 후보처럼 지지율 급반등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요소가 아직 있는 것이다.

2016년 홍 후보는 TV토론에서의 활약으로 드라마를 그려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이미지가 한창 좋지 못하던 시절에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 후보는 당 이름을 자유한국당으로 교체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5%대를 웃돌던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홍 후보가 TV 토론에서 맹활약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제1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고, 여러 효과적인 프레임을 들고 나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TV 토론이 방영될 때마다 보수 지지층은 그에게로 더욱 결집했고, 대선 한 달 전 7%였던 그의 지지율은 토론 직후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최종 대선에서는 24%까지 올라갔다. 암울했던 시작과 달리 나름 선방한 최종 수치다.

‘TV 토론 카드’는 이 후보가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수중에 가능성 가장 높은 카드다.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를 이뤄내거나 윤 후보의 더 큰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TV 토론은 이 후보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스권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은 ‘대장동 의혹’과 ‘결집되지 않는 지지층’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 만큼이나 커다란 리스크인 대장동 의혹을 떠안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금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몇 달간 함께 일했던 과거 동료들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더욱이 수사 대상이었던 핵심 관련자 두 명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는 상황이다.

아직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한 이 후보가 TV 토론 자리에서 설득력 있는 해명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그에게 의심을 보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일 가능성이 있다. 대장동 이슈만을 주제로 한 토론을 제안한 윤 후보 측의 공격을 잘 막아내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큰 득점 요인이 되는 것이다.

TV 토론은 홍 후보처럼 지지층을 결집시킬 카드로도 쓸 수 있다. 아직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후보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여당 내에서도 큰 계파 없이 지내온 터라, 지지층이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 토론에서 본인의 정치적 사상과 윤 후보와의 치열한 설전을 잘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텃밭 표심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오답노트 정리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나면 이제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할 일은 끝이 난다.

잃어버린
텃밭 민심 

이 후보는 지난달 유세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해 노력하는 타입이지만,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가 어찌되든,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이 후보의 마지막 총력전은 이제 시작된다. 대권을 얻기 위해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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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문다혜, 그날 밤 동선 추적

음주 운전 문다혜, 그날 밤 동선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음주 운전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다혜씨는 7시간 동안 음주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의 사건 당일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도 오후 7시부터 오전 2시30분까지의 다혜씨의 동선을 따라갔다. 지난 5일 오전 2시4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삼거리, 다혜씨가 몰던 녹색 캐스퍼 차량이 삼거리 한복판에 진입한 뒤 차량에 둘러싸여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만취 운전 택시 충돌 그러다 좌회전하는 1톤 탑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간신히 교차로를 빠져나온 다혜씨는 50m가량 더 달리다 갑자기 우측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이때 다혜씨는 옆 차선을 달리던 검은색 택시와 충돌하게 된다. 이후 그는 현장서 한 차례 음주 측정을 진행한 뒤 인근 파출소까지 동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다혜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49%였고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난 7일 서울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는 다혜씨의 음주사고 당일 상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현장서 자연스럽게 음주 측정을 한 차례 했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바로 인접한 파출소까지 걸어서 임의동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혜씨가 본인의 신분을 정확히 밝혔느냐’는 질문에 “운전면허증을 통해 확인했고 특별하거나 구체적인 진술은 없었다”면서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음주사고의 경우 통상적으로 음주 측정과 신분 확인을 하고 사고 개요를 확인한 뒤 귀가시킨 후 나중에 기일을 잡아 불러 조사한다”며 다혜씨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다혜씨가 누구와 어떻게 귀가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은 사생활이라 공개하기가 곤란하다”면서도 “본인이 운전을 안 한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현재 경찰은 피해 택시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보해 분석 중이며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다혜씨가 기자간담회 당일 출석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서울청 관계자는 “아직 조율 중이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혜씨가 음주사고를 내기 전 신호위반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다른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느냐는 질의에 경찰은 “아직 조사 전이므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음주량도 아직 진술받은 게 없다면서 추후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혜씨를 상대로 약물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약물검사 진행 여부에 대해 “강제로 할 근거가 법령에 없으며 구체적으로 계획한 바 없다”고 말했다. “2차 갈 때도 술에 취해” 3차에선 완전 인사불성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다혜씨를 공개적으로 소환할지에 대해 “전혀 논의한 바 없다. 이제껏 해온 대로 일반적인 수사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7시간 전인 지난 4일 오후 6시54분께 이태원 골목길에 모습을 드러냈다. 녹색 캐스퍼 차량을 이태원 골목 이면도로에 주차한 다혜씨는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고급 소고기집으로 들어갔다. 해당 가게는 숙성시킨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 바비큐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로 대표적인 메뉴인 한우등심이 5만3000원, 안심이 5만9000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은 해당 가게가 영업을 종료하는 오후 10시30분경이었다. <일요시사>는 지난 7일, 해당 가게에 들러 다혜씨가 먹은 메뉴가 무엇인지, 동행자는 몇 명이었는지 물었지만 “동행자가 누구인지, 메뉴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다만 이미 1차서 충분히 음주를 한 것으로 보인다. 주변 가게 직원에게 <일요시사>가 ‘다혜씨가 고급 소고기집서 나올 때부터 비틀거렸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그 당시엔 언론에 나온 것처럼 비틀거리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스스로 걷는 게 아니라 동행자에 의지해 걸어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혜씨는 1차 술자리를 마치고 식당서 나와 약 47m 거리에 있는 요리주점으로 향했다. 이후 해당 가게서 2시간가량을 머물렀다. 이미 해당 요리주점서 만취상태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주점 주인은 “여자분이 많이 취했었다”며 “트렌치코트가 막 바닥에 끌릴 정도로 내려와 있어서 그걸 내가 올려드린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미 잔뜩 취한 다혜씨의 음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5일 오전 12시30분경 2명의 남성과 2차로 간 식당을 빠져나와 다른 사람과 부딪힐 뻔하며 갈지자 걸음을 하다 일행인 남성의 손짓을 따라 다른 식당을 방문했다. 마시고 또 마시고 하지만 해당 식당에서는 다혜씨를 쫓아냈다. 해당 음식점 주인은 “당시 다혜씨는 반말을 하면서 책상을 툭툭 치고 선물같은 하얀 물건을 탁자에 내팽개치면서 술을 달라고 했다. 너무 취한 상태로 보여 나가달라고 했지만 ‘술 가져오라고’라고 말하며 나가지 않았다”며 “결국 일행이던 남성이 다른 곳을 가자는 취지로 타일러서 가게를 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일행 중 한 남자가 이끄는 대로 다른 주점에 오전 12시38분쯤 들어갔다. 이때 또 다른 일행은 해당 주점에 같이 동행하지 않았다. 다혜씨는 해당 주점서 두부김치와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는 음주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주점 주인은 “다혜씨가 남성 1명과 들어와 소주 한 병과 두부김치 등을 주문했다”며 “식당에 들어올 때부터 꾸벅꾸벅 졸 정도로 많이 취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행인 남성은 혼자 소주 반 병 정도를 마셨으며 다혜씨는 꾸벅꾸벅 졸다가 일행을 두고 갑자기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다혜씨는 사라진 그 시간부터 집에 가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CCTV 영상서 그는 오전 2시5분께 해당 주점서 걸어 나와 맞은편에 주차된 차량으로 향했다. 해당 차량은 다혜씨가 운전했던 캐스퍼 차량이 아니었다. 그가 비상등이 켜진 차량으로 다가가 문을 수차례 열려 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다혜씨가 차량 문을 여는 동안 바로 옆으로 택시가 지나가는 등 아찔한 모습도 연출됐다. 2분가량 탑승을 시도했지만 끝내 문이 열리지 않자 그는 지친 듯 차량 운전석 문에 기대고 있다가 다시 가게로 향했다. 다혜씨가 자리를 뜬 지 2분가량 지난 뒤 차량 주인으로 추정되는 한 시민이 운전석 문을 열고 차량에 탑승한 뒤 떠났다. 의문 가득한 이태원 행적 그는 오전 2시20분께 차량이 주차돼있던 자리를 지나쳐 자신의 차량으로 향했다. 이후 다혜씨는 차량을 운전해 골목길서 빠져나간 뒤 인근 도로서 사고를 냈다. 사고 이후 파출소로 임의동행되는 과정서 비틀거리거나 경찰관의 손을 뿌리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혜씨가 음주를 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의 행적을 돌아보면 불법주차에 이어 만취운전한 것이 문제가 돼 계속 주목받고 있다. 그가 음주를 즐기는 7시간 동안 차를 주차한 곳은 이태원의 한 골목으로, 해당 구역은 5분가량 정차가 가능한 노란색 점선 구역이다. 즉 불법주·정차를 했던 셈이다. 불법주차를 하기는 했지만 해당 구역은 무조건 견인이 이뤄지는 주·정차 절대 금지구역은 아니었다. 이곳은 이태원 관광특구에 인접한 탓에 주차 단속이 상시 이뤄지는 구역은 아니다. 주·정차한 차량이 통행에 방해되는 때나 지역 주민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에 한해 견인 조치 또는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는 곳으로 전해진다. 다만 다혜씨는 단속 기관인 용산구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지는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불법주차된 다혜씨의 차에 대해 시민 신고가 없었고 현장 단속을 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현장서 단속이 이뤄졌다면 2시간 이상 주차 시 1만원이 추가되는 규정에 따라 최대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과태료 부과는 없었지만 다혜씨가 중형을 피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이 도로교통법상 단순 음주 운전 혐의뿐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위험운전치사상 혐의 검토 여야 가리지 않고 맹비난 경찰이 다혜씨 조사 결과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서 사고를 냈다고 판단되면,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작년 11월~지난 9월 전국 법원서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처벌받은 최근 사례 100건 중 징역형은 91건(실형 8·집행유예 83)이었고 벌금형은 9건이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CCTV에 나온 문다혜씨의 행동 양상을 보게 되면 단순 음주 운전보다 훨씬 형량이 높은 위험운전치상에 해당되는 객관적 지표가 충족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형에 해당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일단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149%라고 하는 것은 적어도 인사불성 상태에 준하는 상태”라며 “더 중요한 것은 약물 또는 알코올로 인해서 운전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운전해서 사람(택시기사)을 다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차량을 마치 자기 차량으로 오인해서 문을 열려고 했던 행위는 완전히 만취했다는 방증이고 자신의 트렌치코트가 계속 땅에 끌리는데 그것도 인식을 못한 점, 비틀거리는 모습은 판례서 인정하는 위험운전치상의 대표적인 행동징표”라고 부연했다. 정치권서도 다혜씨의 음주 운전을 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맹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최고위원은 지난 7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시에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고 말씀하신 것이 있다"며 "그 말씀을 국민들께서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극렬 지지자들은 검찰이 괴롭힌 탓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이 꽉 깨물고 굳이 한번 이해해 보려고 한다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술은 마실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음주 운전까지 변명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형 가능성 부친이 사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다혜씨의 음주 운전을 질타하는 동시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당원은 “임기 끝났으면 사저서 조용히 지냈어야지, 윤써글(윤석열 대통령 비하 표현)정부 만든 주제에 무슨 낯으로 경기도지사를 만나고 다니나. 딸은 음주 운전, 꼴 좋다”고 적었다. 다른 당원은 “(김동연 경기지사는)이재명 대표가 추진하려는 지역화폐 지원금도 반대하고 경기북도를 추진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딸은 음주 운전에 뉴스 도배를 한다. (문 전 대통령은)탈당도 안 하고 당에 부담을 주는 저의가 뭔가”라고 직격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