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대선' 이재명 마지막 히든카드

무릎 꿇고 울어도 미동 없는 표심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은 알고 보면 무서운 말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아니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요즘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또 유세 현장에서는 종종 울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스권 지지율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늘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리일까.

이제 진짜 코앞이다. 대선이 한 달가량 남았다. 향후 5년간 국가의 명운을 책임질 대한민국의 리더가 누가 될지 다음달 9일 드디어 정해진다. 수능을 한 달 앞둔 수험생처럼, 후보들은 선거 운동 막판 오답 노트 체크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진
다소 밀려

그동안 어떤 선거운동이 잘못됐는지, 성적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선 무엇을 다시 공부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다. 

오답을 체크한 후 진행돼야 할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편이나 선대위 차원의 큰 혁신은 불가능하겠지만,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이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올라가지도 않았고 크게 내려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30%대의 박스권 지지율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비리가 터져 나와도 두꺼운 팬층이 뒤에서 힘을 싣고 있다는 뜻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박스권 지지율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이 후보는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에서 크게 실책한 부분은 없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처럼 당 대표와의 갈등도 없었고, 말실수나 성의 없는 사과 논란도 없었다. 오히려 유세 현장에 방문할 때마다 진행했던 즉흥 연설은 종종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정계에선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두고 “무난한 선거운동이었고, 무난한 지지율 변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다사다난한 선거운동을 펼쳤던 윤 후보 측은 오히려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고 점점 당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각종 말실수와 부적절한 사과 태도 때문에 슬금슬금 빠져가던 지지율을 보며 고심이 깊었던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내홍 논란 때 특히 지지율이 대폭 하락해 치명적인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과거의 지지율을 모두 회복하더니, 요즘에는 외연 확장에까지 성공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금의 무난함만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점차 상향하고 있는 윤 후보의 지지율을 잡기 위해선 이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가 중요하다.


역대 대선에서 짧은 시간에 지지율 반등을 이루어낸 사례는 총 세 번 있었다. 2002년의 노무현 후보와 2007년의 정동영 후보, 그리고 2016년 홍준표 후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은 아직도 이변으로 회자된다. 처음 대선 출마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2%였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스권 지지율 벗어나야 하는데…
오답 노트 펼치고 최후의 몸부림

그러나 훌륭한 연설 솜씨로 경선을 뚫어내더니 본선에 올라와서는 호적수였던 이회창 후보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그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노 후보였지만 그래도, 2002년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이 후보와 10%포인트 가까이 차이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오차범위 밖의 열세를 겪었던 것이다. 노 후보가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것은 정몽준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였다.

당시 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으로 대선 다크호스로 떠오른 정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는 맹주로 급부상했었다.

노 후보와 정 후보, 둘 다 나오면 필패하는 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는 2, 3위 후보들의 필수 사항이었고, 노 후보는 단일화 조건을 많이 양보해 정 후보에게 제안했다.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통 큰 양보 탓에 이때 노 후보의 참모들은 단일화에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일화 투표 협의가 진행돼 노 후보가 이기는 것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후보는 강행했고 결국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이뤄냈다.

노 후보가 세상을 떠난 뒤 발간된 자서전에는 “나는 정몽준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3위였다. 결단할 때가 온 것이다. 단일 후보가 될 확률은 50%에 조금 모자랐다”며 “(그럼에도)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단일화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민주당 후보라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절반도 안 되는 확률에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을 한 것이다.

이 후보의 권력 의지도 노 전 대통령만큼 강하다면, 단일화를 진행해야만 한다. 확실한 승리는커녕, 질 가능성이 농후해져가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면 파격적인 모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표현했던 민주당의 ‘작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안 후보나 심 후보는 단일화를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가 조건을 많이 양보한다면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
파격적 모험

안 후보는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단일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는 ‘단일화는 없다’는 뉘앙스 보다는 ‘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안 후보 본인도 대선 레이스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모든 방안을 물색 중인 것이다.

사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먼저 시도해야 할 상대는 안 후보보다 심 후보 쪽이다. 크게 볼 때, 여권으로 분류되는 심 후보의 정의당은 이 후보의 표를 빼앗아가는 1순위 정당이다. 이 후보에게 진보주의자들의 표가 상대적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 후보의 존재다.

일각에서는 “여권에서의 단일화도 이뤄내지 않은 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심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보다 더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대선 완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심 후보는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쾌한 내색을 비추며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뜻을 내비쳐왔다.

지난달 12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양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당 체제가 대변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큰 볼륨으로 대변하고, 차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후에 며칠간 칩거에 들어갔던 심 후보는 현재 칩거 전에 밝혔던 거의 모든 입장을 뒤집는 중이다.

칩거 후 돌아온 그는 기자회견에서 “후보와 당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지지율로 표현된 것 같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후보와 당이 모두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의당은 선대위를 전격적으로 해체하고 대대적인 쇄신에 들어갔다. 만일, 이 후보가 심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논의한다면 과거 완강히 반대했던 그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낸 것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부터다. 본인의 선거 전략보다는 상대의 리스크가 크게 붉어지며 ‘어부지리’로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그의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최종 대선에서는 26%의 지지를 받으며 막판 한 달간 약 두 배 올랐다. 당시 대선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시장 시절 인기가 높았던 이 후보가 야권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모든 사람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서울시의 교통 개혁과 청계천 사업 등으로 호평받던 이 후보는 CEO 출신의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매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정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를 구제해 준 것은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이라 불리는 이 후보의 리스크였다.

투자자문회사 BBK는 국내 중견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지만, 후에 거짓된 투자 운용, 사업보고서 날조, 임원진의 횡령 등이 드러나며 경영난에 빠졌고, 2002년 3월에는 평판을 부당하게 높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5000명 이상 피해자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낳는 당시로선 최대의 금융범죄를 저질렀다.

안 먹히는
경제 대통령

이 때문에 BBK와 관련됐다는 의미는 치밀한 금융범죄의 가담했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고, 이를 알고 있던 이 후보는 BBK와 거리를 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 후보의 대학교 강의 동영상이 유출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 후보는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겨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요 요인이 됐다.

나름 순항 중인 윤 후보 또한 각종 비리를 떠안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윤 후보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007년의 이 후보처럼 비리를 인정하는 뉘앙스의 동영상이나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 이 후보는 지지율 급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윤 후보 본인의 비리 의혹으로는 ‘고발 사주’ 사건이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윤 후보가 야권의 여러 인사들의 고발을 부하 검사에게 사주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는 핵심 측근인 손준성 당시 정책관에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전 이사장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고발하라고 지시했다.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할 검찰총장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만으로 ‘고발 사주’건은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는 현재 공수처가 철저히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리스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우자, 장모도 여러 비리 의혹에 휩싸여있다. 배우자 김건희씨는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여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고,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윤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의료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인 이른바 ‘요양급여 불법수급’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심이 아직 남아있고, 사문서 위조 관련 재판 또한 따로 진행 중이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결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노·정·홍’ 과거 반등 사례는?
단일화·네거티브·토론이 기회?

아직 결론이 확실하게 나지 않은 모든 수사 상황에서 한 가지라도 치명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이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한다. 2007년의 정 후보처럼 지지율 급반등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요소가 아직 있는 것이다.

2016년 홍 후보는 TV토론에서의 활약으로 드라마를 그려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이미지가 한창 좋지 못하던 시절에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 후보는 당 이름을 자유한국당으로 교체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5%대를 웃돌던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홍 후보가 TV 토론에서 맹활약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제1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고, 여러 효과적인 프레임을 들고 나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TV 토론이 방영될 때마다 보수 지지층은 그에게로 더욱 결집했고, 대선 한 달 전 7%였던 그의 지지율은 토론 직후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최종 대선에서는 24%까지 올라갔다. 암울했던 시작과 달리 나름 선방한 최종 수치다.

‘TV 토론 카드’는 이 후보가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수중에 가능성 가장 높은 카드다.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를 이뤄내거나 윤 후보의 더 큰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TV 토론은 이 후보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스권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은 ‘대장동 의혹’과 ‘결집되지 않는 지지층’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 만큼이나 커다란 리스크인 대장동 의혹을 떠안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금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몇 달간 함께 일했던 과거 동료들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더욱이 수사 대상이었던 핵심 관련자 두 명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는 상황이다.

아직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한 이 후보가 TV 토론 자리에서 설득력 있는 해명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그에게 의심을 보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일 가능성이 있다. 대장동 이슈만을 주제로 한 토론을 제안한 윤 후보 측의 공격을 잘 막아내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큰 득점 요인이 되는 것이다.

TV 토론은 홍 후보처럼 지지층을 결집시킬 카드로도 쓸 수 있다. 아직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후보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여당 내에서도 큰 계파 없이 지내온 터라, 지지층이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 토론에서 본인의 정치적 사상과 윤 후보와의 치열한 설전을 잘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텃밭 표심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오답노트 정리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나면 이제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할 일은 끝이 난다.

잃어버린
텃밭 민심 

이 후보는 지난달 유세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해 노력하는 타입이지만,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가 어찌되든,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이 후보의 마지막 총력전은 이제 시작된다. 대권을 얻기 위해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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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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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