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앞에 놓인 세 갈래 분기점

여권·친명·비명발 세 가지 ‘행복회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정치다. 비주류 정치인이 주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고, 강력한 권력자가 한순간에 쪽박을 차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앞날을 두고 많은 이가 이런저런 예측을 하고 있다. 여권, 친명, 비명 세력은 과거 권력자들을 소환해 이 의원과 빗대며 그의 정치력을 시험하고 있다. 각자 돌리는 행복회로에 맞춘 시험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의원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의 여러 원로와 중진 의원들은 그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심지어 몇몇 의원들은 그가 나오면 당이 쪼개진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분당론’까지 제시했다. 이들은 ‘당이 쪼개진다’는 위협과 함께 그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중이다.

사퇴론 속
투표 압승

그러나 이들의 만류를 비웃듯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이 의원에게 표를 몰아 찍어주었다. 이 의원은 최근 평균 75%라는 어마어마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를 당내에 재확인시켰다. 비록 전체 권리당원 숫자와 일부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첫 선거에서의 압도적인 지지율은 전체 권리당원 선거와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셋째 주에 있을 ‘김혜경씨 법카 유용 의혹 발표라는 악재가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의 당 대표 당선을 믿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다.

그의 당 대표 당선이 가시화되자 ‘여권’과 ‘비명’계, ‘친명’계에서는 그의 앞날을 두고 각자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각 측에서 예측하는 그의 미래는 각 진영에서 ‘바라는’ 그림과도 닮아 있다. 세 진영은 각각 이 의원이 이준석의 길, 이회창의 길, 문재인의 길을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선 여권에서는 그가 당에서 아웃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같은 길을 갈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여권에서 이렇게 예측하는 근거는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 의지에 있다.

한 여권 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 내부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이미 끝마친 상태다. 대장동 의혹 하나만 가지고도 기소가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기소는 확정된 상태고 그 시기를 조율중인 상황”이라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부터 크고 작은 고발을 6건이나 당했다.

우선 가장 큰 사건은 ‘대장동 로비·특혜 개발’ 의혹이다.

이 의원이 민주당 경선 운동을 진행하고 있을 당시 정적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의원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특정 업체에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문제는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 회사가 대장동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과도하게 챙겼다는 점이다. 신용등급도 없던 신생회사인 화천대유가 어떻게 이런 막대한 이익금을 챙긴 건지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이 ‘의아함’은 곧 당시 개발 사업을 주관했던 성남시에 대한 ‘의심’으로 바뀌었다. ‘혹시 개발 이익을 챙겨주고 뒤에서 뇌물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그리고 성남시개발공사와 성남시청 의혹의 정점에는 이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업 심사부터 선정, 수익배분까지 모든 것에 관여되어 있는 성남시장 직함상 이 의원은 이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이준석·문재인·이회창 
셋 중 누구의 길로 갈까?

실제 당시 심사와 업체 선정을 도맡아 했던 성남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에는 이 의원의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이 대거 연루됐다. 그의 최측근이라 알려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초대 도개공 사장인 황무성씨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1월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도개공 기획본부장 역시 화천대유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는 빠르게 진척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최근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반부패수사3부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알렸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는 본래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의 대장동 수사팀이 전담했지만 지난달 18일 수사팀은 이를 수사3부에게 넘긴 것이다.

재편된 계기는 이 의원의 연루 의혹을 보다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서원 7명 규모의 수사3부가 집중적으로 수사해 이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꼭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장동 특혜 의혹 이외에도 이 의원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비션캠프 전용 의혹 ▲무료 변론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 5건의 검찰 조사가 더 남아있다.

당초 불거졌던 이 의원 장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건 수사에서는 이 의원의 이름은 거론 되지 않았다. 최철호 KBS PD의 명예훼손 혐의 고발 건은 논외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그의 당 대표 행을 말리는 이들도 그의 사법리스크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을 자주 지적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런 ‘흠 많은’ 당 대표가 야당을 장악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는 눈치다.

<일요시사>와 만난 여당 관계자는 “검찰 또한 이 의원의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며 “그런 모습(야당 대표가 기소되는)이 대중에게 비춰지면 솔직히 우리(여권)는 좋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이기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의원이 대표를 맡는 2년 동안 검찰에 기소되고 계속해서 조사받는 그림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은 ‘야당 대표를 탄압한다’는 평가보다는 ‘당초 불거진 의혹을 해소한다’는 평가가 여론을 지배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여론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준석처럼
재판 위기?

그동안 정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이렇게까지 전방위적으로 받은 사례는 없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이 의원의 검찰 조사가 어떻게 그려질지 정계 전문가들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만났던 다수의 인사들도 “야당 대표가 검찰로부터 기소당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어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검찰 기소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이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다. 그는 현직 당 대표 신분으로 윤리위원회에 ‘성상납 사건 증거 인멸 지시’ 의혹을 받아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지난 6월 경찰조사에서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대가로 수차례 뇌물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 대표를 20차례 넘게 접대했고, 이 과정에서 ‘성접대’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리위에 회부된 건은 뇌물과 성접대가 아닌 증거 인멸 의혹이었다. 지난 대선 기간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을 보내 증거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한창 설왕설래가 이어지던 중 해당 사건 관련 제보자가 이 대표의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을 공개하며 의혹은 한층 짙어졌다. 해당 녹취 파일에는 이 대표가 “사람 하나 보내면 혹시 만나볼 수 있냐”는 목소리가 담겨있었고 윤리위는 이를 핵심 판단 증거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사법시험준비생모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 세 개의 단체가 이 대표를 고발하며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당에서 쫓겨난 수순을 밟고 있는 이 대표는 이제 검경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이런 이 대표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집권여당 대표라고 해도, 단 하나의 의혹만으로 당에서 아웃되고 기소 위기에 놓여진 그가 이 의원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여권 내부의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비명계에서는 이 의원과 또 다른 인사를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제15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야당 대표가 됐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12월18일 대선서 야당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당시 역대 최소 득표 차(1.35%)로 패배하며 대통령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만 해도 이 전 총재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급부상하며 당선 승리가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 이 전 총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계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1993년 당시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중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원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제왕적 대표
친명계 장악

고심 끝에 감사원장 자리를 수락한 그는 이후 당시 성역으로 일컬어지던 청와대 비서실과 국방부, 평화의댐 관련 인사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많은 우려를 이겨내고 감사를 강행해 그는 결국 전직 참모총장, 전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6명을 수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총재가 대권후보로 떠오른 것은 이때부터다. 부당한 압력을 이겨내고 정의를 구현한 ‘대쪽 행보’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그의 전 국민적 인기는 하늘을 찌르게 됐다. 이 같은 인기를 감안한 김 전 대통령은 그를 국무총리로 등용하기에 이르렀다. 

둘의 악연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전 총재는 본인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사사건건 대통령과 대립하며 수많은 갈등을 야기했다.

그전까지 얼굴마담이나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전임 총리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이때 쌓은 인기는 그를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로까지 만들었다.

이 의원이 문 전 대통령과의 악연을 이겨내고 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듭났던 것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둘은 대선에서 역대 최소 득표 차로 패배한 점도 닮아있다.

지금 이 의원의 상황과 똑같이 이 전 총재는 당시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권 대권후보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패배 몇 달 뒤 있었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선출됐다. 당시 그는 전례 없는 ‘제왕적 총재’로 평가받는다.

강력한 당내 장악력과 범보수권에 대한 영향력은 이 전 총재의 강력한 무기가 됐고 이를 십분 활용해 화려한 정치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분당 우려 속 ‘어대명’ 재확인
여전한 사법리스크…기소 여부는?

그러나 그렇게 강한 리더였던 이 전 총재도 두 번의 대권 패배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2002년 대선에서 이 전 총재는 다른 당내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로 다시 한 번 선출됐다. 두 번째 도전에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지면서 ‘패배의 아이콘’으로 전락했고 보수진영의 ‘주류’ 정치인에서 ‘비주류’ 정치인으로 순식간에 밀려났다.

많은 원로 정치인은 두 번의 대선 패배 원흉으로 ‘포용력 부족’을 들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과의 대립을 끝까지 이어간 결과, YS계 인사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출당시켰으며 당 대표 재직 시절엔 김종필 전 총재까지 배척하는 등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제 살 깎아먹기’에 사용했다.

이 의원 역시 ‘제 살을 깎아먹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그는 현재 민주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과 여러 형태로 대립 중에 있으며 이들에 대한 당심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회창은 대선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제왕적 당 총재를 계속해서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또 패배했다”며 “지금 여론조사를 봐도 50%가 넘는 국민이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명계 측은 이 의원이 “문재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한 번의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를 다시 맡아 민심을 회복한 뒤, 그 다음 대선에서 당선되며 민주당을 여당으로 되돌려 놓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역대 최고 득표 수로 진 대선후보’라는 결과를 낳은 바 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약 1469만표를 얻어 1577만표를 얻은 박 전 대통령에게 약 108만표 차이로 낙선했다.

그러나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와는 달리 ‘주류’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앞서 당선된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한 채로 민주당의 당내 규합을 이끌었으며 본인이 진두지휘한 제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누르며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올려놨다. 그가 전당대회에 참여한 2015년 당시에도 이 의원에 대한 견제처럼, 그의 전당대회를 만류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초대 공동대표였던 김한길 전 의원과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개적으로 그의 출마를 반대하며 그가 나오면 ‘탈당한다’는 경고까지 날리던 참이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나간 전대에서 문 전 대통령은 결국 대표로 당선됐고, 분당은 현실화됐다. 김 전 의원과 안 의원이 실제로 ‘탈당’한 것이다.

계파 갈등과 주요 인사들의 탈당 선언, 분당의 현실화 등은 지금 이 의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많이 닮아있다. 친명계 측은 그런 어려움을 뚫고 대통령까지 당선된 문 전 대통령처럼 이 의원도 다음 대선에 나가 당선될 정도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정치생명 
걸려있다

이제 막 여의도에 입성한 이 의원 앞엔 ‘이준석·이회창·문재인’ 세 사람의 정치인이 서있다. 그의 입장에서 가장 좇고 싶은 길은 문 전 대통령의 길이다. 그러나 친문 세력과 대립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문 전 대통령의 ‘꽃길’을 걸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당 대표가 된 후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당내 통합이다. 어떤 역량을 발휘해 당을 하나로 이끌지, 이제 이 의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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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