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앞에 놓인 세 갈래 분기점

여권·친명·비명발 세 가지 ‘행복회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정치다. 비주류 정치인이 주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고, 강력한 권력자가 한순간에 쪽박을 차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앞날을 두고 많은 이가 이런저런 예측을 하고 있다. 여권, 친명, 비명 세력은 과거 권력자들을 소환해 이 의원과 빗대며 그의 정치력을 시험하고 있다. 각자 돌리는 행복회로에 맞춘 시험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의원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의 여러 원로와 중진 의원들은 그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심지어 몇몇 의원들은 그가 나오면 당이 쪼개진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분당론’까지 제시했다. 이들은 ‘당이 쪼개진다’는 위협과 함께 그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중이다.

사퇴론 속
투표 압승

그러나 이들의 만류를 비웃듯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이 의원에게 표를 몰아 찍어주었다. 이 의원은 최근 평균 75%라는 어마어마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를 당내에 재확인시켰다. 비록 전체 권리당원 숫자와 일부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첫 선거에서의 압도적인 지지율은 전체 권리당원 선거와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셋째 주에 있을 ‘김혜경씨 법카 유용 의혹 발표라는 악재가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의 당 대표 당선을 믿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다.

그의 당 대표 당선이 가시화되자 ‘여권’과 ‘비명’계, ‘친명’계에서는 그의 앞날을 두고 각자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각 측에서 예측하는 그의 미래는 각 진영에서 ‘바라는’ 그림과도 닮아 있다. 세 진영은 각각 이 의원이 이준석의 길, 이회창의 길, 문재인의 길을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선 여권에서는 그가 당에서 아웃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같은 길을 갈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여권에서 이렇게 예측하는 근거는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 의지에 있다.

한 여권 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 내부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이미 끝마친 상태다. 대장동 의혹 하나만 가지고도 기소가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기소는 확정된 상태고 그 시기를 조율중인 상황”이라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부터 크고 작은 고발을 6건이나 당했다.

우선 가장 큰 사건은 ‘대장동 로비·특혜 개발’ 의혹이다.

이 의원이 민주당 경선 운동을 진행하고 있을 당시 정적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의원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특정 업체에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문제는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 회사가 대장동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과도하게 챙겼다는 점이다. 신용등급도 없던 신생회사인 화천대유가 어떻게 이런 막대한 이익금을 챙긴 건지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이 ‘의아함’은 곧 당시 개발 사업을 주관했던 성남시에 대한 ‘의심’으로 바뀌었다. ‘혹시 개발 이익을 챙겨주고 뒤에서 뇌물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그리고 성남시개발공사와 성남시청 의혹의 정점에는 이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업 심사부터 선정, 수익배분까지 모든 것에 관여되어 있는 성남시장 직함상 이 의원은 이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이준석·문재인·이회창 
셋 중 누구의 길로 갈까?

실제 당시 심사와 업체 선정을 도맡아 했던 성남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에는 이 의원의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이 대거 연루됐다. 그의 최측근이라 알려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초대 도개공 사장인 황무성씨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1월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도개공 기획본부장 역시 화천대유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는 빠르게 진척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최근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반부패수사3부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알렸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는 본래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의 대장동 수사팀이 전담했지만 지난달 18일 수사팀은 이를 수사3부에게 넘긴 것이다.

재편된 계기는 이 의원의 연루 의혹을 보다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서원 7명 규모의 수사3부가 집중적으로 수사해 이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꼭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장동 특혜 의혹 이외에도 이 의원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비션캠프 전용 의혹 ▲무료 변론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 5건의 검찰 조사가 더 남아있다.

당초 불거졌던 이 의원 장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건 수사에서는 이 의원의 이름은 거론 되지 않았다. 최철호 KBS PD의 명예훼손 혐의 고발 건은 논외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그의 당 대표 행을 말리는 이들도 그의 사법리스크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을 자주 지적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런 ‘흠 많은’ 당 대표가 야당을 장악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는 눈치다.

<일요시사>와 만난 여당 관계자는 “검찰 또한 이 의원의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며 “그런 모습(야당 대표가 기소되는)이 대중에게 비춰지면 솔직히 우리(여권)는 좋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이기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의원이 대표를 맡는 2년 동안 검찰에 기소되고 계속해서 조사받는 그림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은 ‘야당 대표를 탄압한다’는 평가보다는 ‘당초 불거진 의혹을 해소한다’는 평가가 여론을 지배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여론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준석처럼
재판 위기?

그동안 정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이렇게까지 전방위적으로 받은 사례는 없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이 의원의 검찰 조사가 어떻게 그려질지 정계 전문가들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만났던 다수의 인사들도 “야당 대표가 검찰로부터 기소당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어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검찰 기소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이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다. 그는 현직 당 대표 신분으로 윤리위원회에 ‘성상납 사건 증거 인멸 지시’ 의혹을 받아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지난 6월 경찰조사에서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대가로 수차례 뇌물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 대표를 20차례 넘게 접대했고, 이 과정에서 ‘성접대’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리위에 회부된 건은 뇌물과 성접대가 아닌 증거 인멸 의혹이었다. 지난 대선 기간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을 보내 증거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한창 설왕설래가 이어지던 중 해당 사건 관련 제보자가 이 대표의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을 공개하며 의혹은 한층 짙어졌다. 해당 녹취 파일에는 이 대표가 “사람 하나 보내면 혹시 만나볼 수 있냐”는 목소리가 담겨있었고 윤리위는 이를 핵심 판단 증거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사법시험준비생모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 세 개의 단체가 이 대표를 고발하며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당에서 쫓겨난 수순을 밟고 있는 이 대표는 이제 검경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이런 이 대표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집권여당 대표라고 해도, 단 하나의 의혹만으로 당에서 아웃되고 기소 위기에 놓여진 그가 이 의원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여권 내부의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비명계에서는 이 의원과 또 다른 인사를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제15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야당 대표가 됐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12월18일 대선서 야당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당시 역대 최소 득표 차(1.35%)로 패배하며 대통령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만 해도 이 전 총재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급부상하며 당선 승리가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 이 전 총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계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1993년 당시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중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원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제왕적 대표
친명계 장악

고심 끝에 감사원장 자리를 수락한 그는 이후 당시 성역으로 일컬어지던 청와대 비서실과 국방부, 평화의댐 관련 인사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많은 우려를 이겨내고 감사를 강행해 그는 결국 전직 참모총장, 전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6명을 수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총재가 대권후보로 떠오른 것은 이때부터다. 부당한 압력을 이겨내고 정의를 구현한 ‘대쪽 행보’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그의 전 국민적 인기는 하늘을 찌르게 됐다. 이 같은 인기를 감안한 김 전 대통령은 그를 국무총리로 등용하기에 이르렀다. 

둘의 악연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전 총재는 본인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사사건건 대통령과 대립하며 수많은 갈등을 야기했다.

그전까지 얼굴마담이나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전임 총리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이때 쌓은 인기는 그를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로까지 만들었다.

이 의원이 문 전 대통령과의 악연을 이겨내고 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듭났던 것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둘은 대선에서 역대 최소 득표 차로 패배한 점도 닮아있다.

지금 이 의원의 상황과 똑같이 이 전 총재는 당시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권 대권후보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패배 몇 달 뒤 있었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선출됐다. 당시 그는 전례 없는 ‘제왕적 총재’로 평가받는다.

강력한 당내 장악력과 범보수권에 대한 영향력은 이 전 총재의 강력한 무기가 됐고 이를 십분 활용해 화려한 정치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분당 우려 속 ‘어대명’ 재확인
여전한 사법리스크…기소 여부는?

그러나 그렇게 강한 리더였던 이 전 총재도 두 번의 대권 패배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2002년 대선에서 이 전 총재는 다른 당내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로 다시 한 번 선출됐다. 두 번째 도전에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지면서 ‘패배의 아이콘’으로 전락했고 보수진영의 ‘주류’ 정치인에서 ‘비주류’ 정치인으로 순식간에 밀려났다.

많은 원로 정치인은 두 번의 대선 패배 원흉으로 ‘포용력 부족’을 들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과의 대립을 끝까지 이어간 결과, YS계 인사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출당시켰으며 당 대표 재직 시절엔 김종필 전 총재까지 배척하는 등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제 살 깎아먹기’에 사용했다.

이 의원 역시 ‘제 살을 깎아먹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그는 현재 민주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과 여러 형태로 대립 중에 있으며 이들에 대한 당심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회창은 대선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제왕적 당 총재를 계속해서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또 패배했다”며 “지금 여론조사를 봐도 50%가 넘는 국민이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명계 측은 이 의원이 “문재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한 번의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를 다시 맡아 민심을 회복한 뒤, 그 다음 대선에서 당선되며 민주당을 여당으로 되돌려 놓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역대 최고 득표 수로 진 대선후보’라는 결과를 낳은 바 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약 1469만표를 얻어 1577만표를 얻은 박 전 대통령에게 약 108만표 차이로 낙선했다.

그러나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와는 달리 ‘주류’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앞서 당선된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한 채로 민주당의 당내 규합을 이끌었으며 본인이 진두지휘한 제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누르며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올려놨다. 그가 전당대회에 참여한 2015년 당시에도 이 의원에 대한 견제처럼, 그의 전당대회를 만류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초대 공동대표였던 김한길 전 의원과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개적으로 그의 출마를 반대하며 그가 나오면 ‘탈당한다’는 경고까지 날리던 참이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나간 전대에서 문 전 대통령은 결국 대표로 당선됐고, 분당은 현실화됐다. 김 전 의원과 안 의원이 실제로 ‘탈당’한 것이다.

계파 갈등과 주요 인사들의 탈당 선언, 분당의 현실화 등은 지금 이 의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많이 닮아있다. 친명계 측은 그런 어려움을 뚫고 대통령까지 당선된 문 전 대통령처럼 이 의원도 다음 대선에 나가 당선될 정도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정치생명 
걸려있다

이제 막 여의도에 입성한 이 의원 앞엔 ‘이준석·이회창·문재인’ 세 사람의 정치인이 서있다. 그의 입장에서 가장 좇고 싶은 길은 문 전 대통령의 길이다. 그러나 친문 세력과 대립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문 전 대통령의 ‘꽃길’을 걸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당 대표가 된 후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당내 통합이다. 어떤 역량을 발휘해 당을 하나로 이끌지, 이제 이 의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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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