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앞에 놓인 세 갈래 분기점

여권·친명·비명발 세 가지 ‘행복회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정치다. 비주류 정치인이 주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고, 강력한 권력자가 한순간에 쪽박을 차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앞날을 두고 많은 이가 이런저런 예측을 하고 있다. 여권, 친명, 비명 세력은 과거 권력자들을 소환해 이 의원과 빗대며 그의 정치력을 시험하고 있다. 각자 돌리는 행복회로에 맞춘 시험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의원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의 여러 원로와 중진 의원들은 그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심지어 몇몇 의원들은 그가 나오면 당이 쪼개진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분당론’까지 제시했다. 이들은 ‘당이 쪼개진다’는 위협과 함께 그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중이다.

사퇴론 속
투표 압승

그러나 이들의 만류를 비웃듯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이 의원에게 표를 몰아 찍어주었다. 이 의원은 최근 평균 75%라는 어마어마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를 당내에 재확인시켰다. 비록 전체 권리당원 숫자와 일부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첫 선거에서의 압도적인 지지율은 전체 권리당원 선거와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셋째 주에 있을 ‘김혜경씨 법카 유용 의혹 발표라는 악재가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의 당 대표 당선을 믿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다.

그의 당 대표 당선이 가시화되자 ‘여권’과 ‘비명’계, ‘친명’계에서는 그의 앞날을 두고 각자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각 측에서 예측하는 그의 미래는 각 진영에서 ‘바라는’ 그림과도 닮아 있다. 세 진영은 각각 이 의원이 이준석의 길, 이회창의 길, 문재인의 길을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선 여권에서는 그가 당에서 아웃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같은 길을 갈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여권에서 이렇게 예측하는 근거는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 의지에 있다.

한 여권 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 내부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이미 끝마친 상태다. 대장동 의혹 하나만 가지고도 기소가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기소는 확정된 상태고 그 시기를 조율중인 상황”이라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부터 크고 작은 고발을 6건이나 당했다.

우선 가장 큰 사건은 ‘대장동 로비·특혜 개발’ 의혹이다.

이 의원이 민주당 경선 운동을 진행하고 있을 당시 정적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의원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특정 업체에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문제는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 회사가 대장동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과도하게 챙겼다는 점이다. 신용등급도 없던 신생회사인 화천대유가 어떻게 이런 막대한 이익금을 챙긴 건지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이 ‘의아함’은 곧 당시 개발 사업을 주관했던 성남시에 대한 ‘의심’으로 바뀌었다. ‘혹시 개발 이익을 챙겨주고 뒤에서 뇌물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그리고 성남시개발공사와 성남시청 의혹의 정점에는 이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업 심사부터 선정, 수익배분까지 모든 것에 관여되어 있는 성남시장 직함상 이 의원은 이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이준석·문재인·이회창 
셋 중 누구의 길로 갈까?

실제 당시 심사와 업체 선정을 도맡아 했던 성남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에는 이 의원의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이 대거 연루됐다. 그의 최측근이라 알려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초대 도개공 사장인 황무성씨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1월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도개공 기획본부장 역시 화천대유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는 빠르게 진척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최근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반부패수사3부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알렸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는 본래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의 대장동 수사팀이 전담했지만 지난달 18일 수사팀은 이를 수사3부에게 넘긴 것이다.

재편된 계기는 이 의원의 연루 의혹을 보다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서원 7명 규모의 수사3부가 집중적으로 수사해 이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꼭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장동 특혜 의혹 이외에도 이 의원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비션캠프 전용 의혹 ▲무료 변론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 5건의 검찰 조사가 더 남아있다.

당초 불거졌던 이 의원 장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건 수사에서는 이 의원의 이름은 거론 되지 않았다. 최철호 KBS PD의 명예훼손 혐의 고발 건은 논외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그의 당 대표 행을 말리는 이들도 그의 사법리스크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을 자주 지적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런 ‘흠 많은’ 당 대표가 야당을 장악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는 눈치다.

<일요시사>와 만난 여당 관계자는 “검찰 또한 이 의원의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며 “그런 모습(야당 대표가 기소되는)이 대중에게 비춰지면 솔직히 우리(여권)는 좋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이기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의원이 대표를 맡는 2년 동안 검찰에 기소되고 계속해서 조사받는 그림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은 ‘야당 대표를 탄압한다’는 평가보다는 ‘당초 불거진 의혹을 해소한다’는 평가가 여론을 지배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여론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준석처럼
재판 위기?

그동안 정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이렇게까지 전방위적으로 받은 사례는 없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이 의원의 검찰 조사가 어떻게 그려질지 정계 전문가들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만났던 다수의 인사들도 “야당 대표가 검찰로부터 기소당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어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검찰 기소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이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다. 그는 현직 당 대표 신분으로 윤리위원회에 ‘성상납 사건 증거 인멸 지시’ 의혹을 받아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지난 6월 경찰조사에서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대가로 수차례 뇌물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 대표를 20차례 넘게 접대했고, 이 과정에서 ‘성접대’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리위에 회부된 건은 뇌물과 성접대가 아닌 증거 인멸 의혹이었다. 지난 대선 기간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을 보내 증거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한창 설왕설래가 이어지던 중 해당 사건 관련 제보자가 이 대표의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을 공개하며 의혹은 한층 짙어졌다. 해당 녹취 파일에는 이 대표가 “사람 하나 보내면 혹시 만나볼 수 있냐”는 목소리가 담겨있었고 윤리위는 이를 핵심 판단 증거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사법시험준비생모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 세 개의 단체가 이 대표를 고발하며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당에서 쫓겨난 수순을 밟고 있는 이 대표는 이제 검경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이런 이 대표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집권여당 대표라고 해도, 단 하나의 의혹만으로 당에서 아웃되고 기소 위기에 놓여진 그가 이 의원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여권 내부의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비명계에서는 이 의원과 또 다른 인사를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제15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야당 대표가 됐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12월18일 대선서 야당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당시 역대 최소 득표 차(1.35%)로 패배하며 대통령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만 해도 이 전 총재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급부상하며 당선 승리가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 이 전 총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계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1993년 당시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중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원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제왕적 대표
친명계 장악

고심 끝에 감사원장 자리를 수락한 그는 이후 당시 성역으로 일컬어지던 청와대 비서실과 국방부, 평화의댐 관련 인사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많은 우려를 이겨내고 감사를 강행해 그는 결국 전직 참모총장, 전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6명을 수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총재가 대권후보로 떠오른 것은 이때부터다. 부당한 압력을 이겨내고 정의를 구현한 ‘대쪽 행보’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그의 전 국민적 인기는 하늘을 찌르게 됐다. 이 같은 인기를 감안한 김 전 대통령은 그를 국무총리로 등용하기에 이르렀다. 

둘의 악연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전 총재는 본인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사사건건 대통령과 대립하며 수많은 갈등을 야기했다.

그전까지 얼굴마담이나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전임 총리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이때 쌓은 인기는 그를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로까지 만들었다.

이 의원이 문 전 대통령과의 악연을 이겨내고 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듭났던 것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둘은 대선에서 역대 최소 득표 차로 패배한 점도 닮아있다.

지금 이 의원의 상황과 똑같이 이 전 총재는 당시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권 대권후보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패배 몇 달 뒤 있었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선출됐다. 당시 그는 전례 없는 ‘제왕적 총재’로 평가받는다.

강력한 당내 장악력과 범보수권에 대한 영향력은 이 전 총재의 강력한 무기가 됐고 이를 십분 활용해 화려한 정치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분당 우려 속 ‘어대명’ 재확인
여전한 사법리스크…기소 여부는?

그러나 그렇게 강한 리더였던 이 전 총재도 두 번의 대권 패배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2002년 대선에서 이 전 총재는 다른 당내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로 다시 한 번 선출됐다. 두 번째 도전에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지면서 ‘패배의 아이콘’으로 전락했고 보수진영의 ‘주류’ 정치인에서 ‘비주류’ 정치인으로 순식간에 밀려났다.

많은 원로 정치인은 두 번의 대선 패배 원흉으로 ‘포용력 부족’을 들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과의 대립을 끝까지 이어간 결과, YS계 인사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출당시켰으며 당 대표 재직 시절엔 김종필 전 총재까지 배척하는 등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제 살 깎아먹기’에 사용했다.

이 의원 역시 ‘제 살을 깎아먹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그는 현재 민주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과 여러 형태로 대립 중에 있으며 이들에 대한 당심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회창은 대선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제왕적 당 총재를 계속해서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또 패배했다”며 “지금 여론조사를 봐도 50%가 넘는 국민이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명계 측은 이 의원이 “문재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한 번의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를 다시 맡아 민심을 회복한 뒤, 그 다음 대선에서 당선되며 민주당을 여당으로 되돌려 놓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역대 최고 득표 수로 진 대선후보’라는 결과를 낳은 바 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약 1469만표를 얻어 1577만표를 얻은 박 전 대통령에게 약 108만표 차이로 낙선했다.

그러나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와는 달리 ‘주류’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앞서 당선된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한 채로 민주당의 당내 규합을 이끌었으며 본인이 진두지휘한 제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누르며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올려놨다. 그가 전당대회에 참여한 2015년 당시에도 이 의원에 대한 견제처럼, 그의 전당대회를 만류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초대 공동대표였던 김한길 전 의원과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개적으로 그의 출마를 반대하며 그가 나오면 ‘탈당한다’는 경고까지 날리던 참이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나간 전대에서 문 전 대통령은 결국 대표로 당선됐고, 분당은 현실화됐다. 김 전 의원과 안 의원이 실제로 ‘탈당’한 것이다.

계파 갈등과 주요 인사들의 탈당 선언, 분당의 현실화 등은 지금 이 의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많이 닮아있다. 친명계 측은 그런 어려움을 뚫고 대통령까지 당선된 문 전 대통령처럼 이 의원도 다음 대선에 나가 당선될 정도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정치생명 
걸려있다

이제 막 여의도에 입성한 이 의원 앞엔 ‘이준석·이회창·문재인’ 세 사람의 정치인이 서있다. 그의 입장에서 가장 좇고 싶은 길은 문 전 대통령의 길이다. 그러나 친문 세력과 대립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문 전 대통령의 ‘꽃길’을 걸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당 대표가 된 후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당내 통합이다. 어떤 역량을 발휘해 당을 하나로 이끌지, 이제 이 의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