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보다 더한' 박범계의 독한 승부수

은근히 더 노골적으로 돌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4개월째를 맞았다.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법무부에 입성한 박 장관은 지난 4개월 동안 시종일관 '친정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추 전 장관보다 조용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더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판사 출신 3선 국회의원으로 제20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민주당 생활적폐청산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 각종 부조리 해결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시즌 2냐
재정립이냐

이어 "법원·정부·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강한 의지력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박 장관 지명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 엇갈렸다. 검찰,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강대강으로 맞부딪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당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박 장관이 윤 전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점이 기대의 근거가 됐다. 또 지명 당시 박 장관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이를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저에게 주신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월1일 취임 이후 4개월여 동안 박 장관의 행보는 '친정부'에 방점이 찍혔다. 법무부 장관이면서 동시에 국회의원인 그가 '민주당 의원'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시에 추 전 장관과 달리 검찰과 정면충돌은 자제하지만 검찰 통제는 더 노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두고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이 지검장의 혐의가 적시된 공소장 내용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앞서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전 민정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보고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수사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조 수석은 이 내용을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알려 수사 외압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기 초부터 '이성윤 감싸기'
일관적으로 친정부 행보 보여

해당 사안에 대해 박 장관은 연일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공소장 유출 의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공소장 유출 의혹이 지침 위반에 해당하는 정도로, 불법행위로 수사·처벌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이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의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야당 의원 시절 박 장관은 누구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했다"며 "그랬던 그가 정권이 바뀌고 법무부 장관이 되자 이제 태도를 돌변해 이를 검찰의 불법적 행태라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조 전 수석 등 청와대 인사가 추가로 언급되자 박 장관이 이를 피의사실 공표로 옥죄려 한다는 주장이다.

박 장관은 "단순한 평면 비교, 끼워 맞추기식 비교는 사안을 왜곡한다"며 "공존의 이름으로 마지막 선을 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야당의 내로남불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에 조사 지시를 내리기에 앞서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부터 단행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

박 장관의 '이성윤 감싸기'는 임기 초부터 시작됐다. 박 장관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추 전 장관이 검찰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는, 이른바 '윤석열 패싱'으로 논란을 빚은 점을 의식한 듯 박 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총장과 만남을 가졌다.

사상 초유의
피고인 신분

윤 전 총장은 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검장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되면서 또 다시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패싱 논란은 청와대에서도 터져 나왔다. 주말인 지난 2월7일 기습적으로 단행된 검찰인사를 두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신 수석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돼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속 검찰인사에서 윤 전 총장과 신 수석의 의견이 일정 부분 반영되면서 신 수석은 잠정 복귀했지만 불편한 동거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3월4일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시도에 반발해 사의를 표하자 즉각 수용했다. 중수청은 여권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골자로 하는 카드로 분석됐다.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검찰을 떠났다. 청와대는 신 수석도 즉시 교체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이 지검장을 감싸는 뉘앙스의 언급을 수차례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12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3월말 이 지검장을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4·7 재보선 등 정치 일정과 차기 검찰총장 인선 시기가 맞물린 점을 고려해 기소 시점을 미뤄왔다. 이 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군 포함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빠지면서 기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지검장이 소집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10일 '기소 권고' 의견을 낸 것도 수사팀에 힘을 더했다.

이 지검장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지검장은 검찰 안팎에서 용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단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은 박 장관에게로 넘어갔다.

버티기에
힘 실어줘


이 지검장이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법무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지검장 기소에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1일 법조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지검장에 대한 징계 청구 관련 질문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절차 및 기준과 직무배제 및 징계는 별도의 트랙이자 절차, 제도"라면서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하는 것도 아니고 별개로 감사도 가능하다. 별개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검사장 독직폭행 사건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검사도 별다른 인사조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직위해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는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국민 법 감정에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 장관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한 것을 두고 '억지춘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원지검은 "형사소송법 256조(타관송치)에 의해 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의 범죄지 관할로 이송한 것으로 적법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검장의 공소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범케이스가 왜 김 전 차관 사건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했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조짐
한명숙 사건 수사지휘권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박 장관은 월성 1호기 경제성 부당평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단서가 있다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이 원칙"이라면서도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답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절히 지휘·감독하겠다며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박 장관이 취임 후 처음 발동한 수사지휘권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1심 당시 재소자들의 거짓 증언 의혹 사건'에서였다.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은 대법원 판결로 종결됐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여권 대모' 한 전 총리의 명예 회복을 위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한명숙 구하기'라는 것.

박 장관은 지난 3월17일 해당 사건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기소를 주장하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라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명령한 것. 

조 대행이 대검 부장회의에 전국 고검장을 참여시키는 묘수를 냈다. 회의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 2명은 기소, 2명은 기권했다. 박 장관은 불기소 결론에 대해 사실상 수용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한 전 총리 사건의 실체적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최초 조사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관행이 부적절했다는 단면이 드러났다"며 감찰에 착수했다. 

박 장관은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제청했다. 김 전 차관은 문정부에서 감사원 감사위원, 공정거래위원장 등 요직마다 최종 후보군에 오를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친정부 인사’다.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하면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 받아왔다. 앞서 박 장관은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친정부 총장
내부 인사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바로 대규모 검찰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 있을 검찰인사가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어온 박 장관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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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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