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박범계 장관의 한계

호랑이 기세 어디가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정부부처 장관들, 이른바 ‘순장조’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이 임박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지는 모양새다. 기세 좋게 입성한 장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이렇게 유명세를 탄 경우가 있을까. 검찰과 법무부의 수장은 한때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대립했고, 한때는 손발 잘 맞는 ‘동지’처럼 지냈다.

검 잡는
선봉장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개혁해야 할 기관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국민 사이에서 사회 각 분야의 적폐를 해소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국민의 그런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문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검찰의 기소 독점 체제를 깨고 권한을 분산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여권은 검찰개혁 법안 입법화로 발을 맞췄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은 검찰, 행형, 인권 옹호, 출입국 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검찰청법에도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사를 지휘한다고 돼있다. 다시 말해 검찰 ‘길들이기’의 선봉장은 법무부 장관이 맡게 되는 셈이다. 


다만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감독한다고 명시했다. 이 부분을 두고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미묘한 힘겨루기를 벌인 적도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추·윤 대전 이후 발탁
검찰개혁 외치며 입성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 후보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아래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중론이었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독립성을 감안해 통상적인 상명하복 관계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추 전 장관과 윤 후보는 ‘추윤 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큰 갈등을 빚었다.

윤 후보는 당초 문정부에서 가장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 시절 한직으로 좌천됐다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팀에 합류해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하더니 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이라는 꽃길을 걸었다. 

꽃길이 가시밭길로 변한 건 윤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부터다. 윤 후보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고 불거진 가족 비리 의혹에 칼을 댔다.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 포문을 연 것.

이때부터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에 이어 추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가속화됐다. 추 전 장관은 ‘검찰 대학살’로 회자되는 검찰 인사를 시작으로 윤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징계위원회 개최, 직무정지, 행정소송 등 사상 초유의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다. 

전쟁 벌인
수장들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 장관에 낙점된 인물이 바로 박범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박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윤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23기)라는 점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사이에 관계 재정립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추미애 시즌 2’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월1일 취임식에서 “국민의 명령인 검찰개혁을 위한 한 걸음을 이제 막 내디뎠을 뿐”이라며 “권력기관 개혁 과제를 더욱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과 상호 협력을 통해 국민의 인권보호는 물론 각종 범죄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1년, 박 장관은 지난달 28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박 장관의 1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활발한 민생 개선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서는 낙제점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대선과 맞물리면서 취임 초 호랑이 같은 기세는 사라지고 이제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말도 있다. 

박 장관은 취임 첫 행보로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코로나 방역이 민생”이라며 법무부가 아닌 동부구치소로 출근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총 112회 현장 방문으로 이어졌다. 일선 지청과 구치소, 보호관찰소 등을 두루 살피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취임 첫 검찰 인사 때부터 시작된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신현수 당시 민정수석이 재직 40여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신 전 수석은 문정부 유일의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문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악으로 치달은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인사였다.

문제가 발생한 건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서다. 박 장관이 신 전 수석과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 인사안을 발표했다는 것. 인사안을 두고 법무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에 이견이 있었는데, 의견 차가 최종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 인사안이 대통령 선까지 올라가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에 이견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민정수석 패싱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신 전 수석은 청와대의 만류에도 사의를 거두지 않았고 결국 사표는 수리됐다. 

임기 말엔
안 통하네


그보다 앞서 박 장관과 윤 후보가 만난 자리에서도 검찰 인사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지만, 윤 후보의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문정부 관련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고검장은 유임됐고 이후 같은 해 6월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6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는 문정부 관련 사건을 이끌었던 수사팀장이 대거 교체됐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사건 등을 맡았던 검사들은 자리 이동이 이뤄졌다. 

검찰 직제개편과 맞물려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진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친정권으로 분류되거나 박 장관의 참모들이 주요 요직에 오른 반면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됐거나 정권 수사를 맡았던 인사들은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최근 박 장관은 중대재해 관련 외부 전문가를 대검 검사급(검사장)으로 임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그는 중대재해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노동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외부 공모 형식으로 검사장급 보직에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일었다. 수사 지휘 라인에 외부 인사를 보임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검사장 ‘알박기’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박 장관은 계획을 철회하고 검사장 공모를 중단했다. 문정부 임기 말 인사 논란에 부담을 느껴 결정을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첫 검찰 인사부터 패싱 논란 
100회 넘는 민생행보 긍정적

‘정치인 장관’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3선 국회의원인 박 장관은 지명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따라붙었다. 박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해 감찰을 지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한신건영 대표 고 한만호씨와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 최모씨‧김모씨가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한씨가 뇌물을 준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최씨는 2020년 4월 법무부에 진정을 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대검 감찰부에서 맡았다.

대검 감찰부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박 장관의 재심 지시로 이뤄진 대검회의(대검부장·고검장 회의)에서도 의혹을 받는 재소자들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역대 4번째, 문정부 들어서만 3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이어 박 장관은 감찰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른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의 수사 관행을 문제 삼아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을 지시한 것.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의 감찰 지시를 두고 ‘한명숙 구하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7월 박 장관은 합동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명숙 사건의 수사기록을 보면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도 참고인들이 검찰에 100회 이상 소환돼 증언할 내용 등에 대해 미리 조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부적절한 ‘증언 연습’이라고 볼 수 있으며 증인의 기억이 오염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혐의 유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검의 무혐의 처분을 뒤집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성공?
실패?

박 장관은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문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기 말로 갈수록 정부 부처 장관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게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양당 후보가 모두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초유의 상황에서 선거 개입으로 비쳐질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역대 68번째 법무부 장관인 그는 향후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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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