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박범계 장관의 한계

호랑이 기세 어디가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정부부처 장관들, 이른바 ‘순장조’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이 임박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지는 모양새다. 기세 좋게 입성한 장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이렇게 유명세를 탄 경우가 있을까. 검찰과 법무부의 수장은 한때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대립했고, 한때는 손발 잘 맞는 ‘동지’처럼 지냈다.

검 잡는
선봉장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개혁해야 할 기관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국민 사이에서 사회 각 분야의 적폐를 해소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국민의 그런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문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검찰의 기소 독점 체제를 깨고 권한을 분산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여권은 검찰개혁 법안 입법화로 발을 맞췄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은 검찰, 행형, 인권 옹호, 출입국 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검찰청법에도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사를 지휘한다고 돼있다. 다시 말해 검찰 ‘길들이기’의 선봉장은 법무부 장관이 맡게 되는 셈이다. 


다만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감독한다고 명시했다. 이 부분을 두고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미묘한 힘겨루기를 벌인 적도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추·윤 대전 이후 발탁
검찰개혁 외치며 입성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 후보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아래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중론이었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독립성을 감안해 통상적인 상명하복 관계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추 전 장관과 윤 후보는 ‘추윤 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큰 갈등을 빚었다.

윤 후보는 당초 문정부에서 가장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 시절 한직으로 좌천됐다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팀에 합류해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하더니 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이라는 꽃길을 걸었다. 

꽃길이 가시밭길로 변한 건 윤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부터다. 윤 후보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고 불거진 가족 비리 의혹에 칼을 댔다.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 포문을 연 것.

이때부터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에 이어 추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가속화됐다. 추 전 장관은 ‘검찰 대학살’로 회자되는 검찰 인사를 시작으로 윤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징계위원회 개최, 직무정지, 행정소송 등 사상 초유의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다. 

전쟁 벌인
수장들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 장관에 낙점된 인물이 바로 박범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박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윤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23기)라는 점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사이에 관계 재정립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추미애 시즌 2’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월1일 취임식에서 “국민의 명령인 검찰개혁을 위한 한 걸음을 이제 막 내디뎠을 뿐”이라며 “권력기관 개혁 과제를 더욱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과 상호 협력을 통해 국민의 인권보호는 물론 각종 범죄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1년, 박 장관은 지난달 28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박 장관의 1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활발한 민생 개선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서는 낙제점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대선과 맞물리면서 취임 초 호랑이 같은 기세는 사라지고 이제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말도 있다. 

박 장관은 취임 첫 행보로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코로나 방역이 민생”이라며 법무부가 아닌 동부구치소로 출근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총 112회 현장 방문으로 이어졌다. 일선 지청과 구치소, 보호관찰소 등을 두루 살피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취임 첫 검찰 인사 때부터 시작된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신현수 당시 민정수석이 재직 40여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신 전 수석은 문정부 유일의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문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악으로 치달은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인사였다.

문제가 발생한 건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서다. 박 장관이 신 전 수석과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 인사안을 발표했다는 것. 인사안을 두고 법무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에 이견이 있었는데, 의견 차가 최종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 인사안이 대통령 선까지 올라가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에 이견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민정수석 패싱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신 전 수석은 청와대의 만류에도 사의를 거두지 않았고 결국 사표는 수리됐다. 

임기 말엔
안 통하네


그보다 앞서 박 장관과 윤 후보가 만난 자리에서도 검찰 인사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지만, 윤 후보의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문정부 관련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고검장은 유임됐고 이후 같은 해 6월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6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는 문정부 관련 사건을 이끌었던 수사팀장이 대거 교체됐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사건 등을 맡았던 검사들은 자리 이동이 이뤄졌다. 

검찰 직제개편과 맞물려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진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친정권으로 분류되거나 박 장관의 참모들이 주요 요직에 오른 반면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됐거나 정권 수사를 맡았던 인사들은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최근 박 장관은 중대재해 관련 외부 전문가를 대검 검사급(검사장)으로 임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그는 중대재해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노동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외부 공모 형식으로 검사장급 보직에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일었다. 수사 지휘 라인에 외부 인사를 보임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검사장 ‘알박기’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박 장관은 계획을 철회하고 검사장 공모를 중단했다. 문정부 임기 말 인사 논란에 부담을 느껴 결정을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첫 검찰 인사부터 패싱 논란 
100회 넘는 민생행보 긍정적

‘정치인 장관’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3선 국회의원인 박 장관은 지명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따라붙었다. 박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해 감찰을 지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한신건영 대표 고 한만호씨와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 최모씨‧김모씨가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한씨가 뇌물을 준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최씨는 2020년 4월 법무부에 진정을 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대검 감찰부에서 맡았다.

대검 감찰부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박 장관의 재심 지시로 이뤄진 대검회의(대검부장·고검장 회의)에서도 의혹을 받는 재소자들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역대 4번째, 문정부 들어서만 3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이어 박 장관은 감찰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른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의 수사 관행을 문제 삼아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을 지시한 것.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의 감찰 지시를 두고 ‘한명숙 구하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7월 박 장관은 합동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명숙 사건의 수사기록을 보면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도 참고인들이 검찰에 100회 이상 소환돼 증언할 내용 등에 대해 미리 조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부적절한 ‘증언 연습’이라고 볼 수 있으며 증인의 기억이 오염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혐의 유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검의 무혐의 처분을 뒤집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성공?
실패?

박 장관은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문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기 말로 갈수록 정부 부처 장관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게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양당 후보가 모두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초유의 상황에서 선거 개입으로 비쳐질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역대 68번째 법무부 장관인 그는 향후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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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