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 검찰이 쥔 양날의 검

쓰리고냐 독박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LH 사태’ 수사에 검찰이 투입됐다. 그동안 검찰 참여를 제한했던 정부가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검찰은 늦게나마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실력 발휘와 독박이라는 ‘양날의 검’을 쥐게 된 셈이다. 

▲ LH 사태 수사를 위해 검찰이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검찰 수사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성원 기자

지난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2월24일 광명과 시흥을 3기 신도시로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국토부와 LH는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일 메시지를 내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외쳤다. 

큰 판 벌리고
결과 ‘맹탕’

정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출범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편성됐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도 설치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초기 합조단에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가 1명 파견돼 법률 지원 역할을 한 게 전부였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외에 직접 수사권이 제한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죄 혐의가 발견될 때만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수사를 주도해 성과를 낸 바 있다. 검찰의 부동산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도 검찰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검찰 투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달 11일 정부는 LH 직원들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 외에 7명이 추가로 적발된 것이다. 정부의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는 LH 사태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LH 사태가 대통령 지지율과 4·7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하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부랴부랴 총력전을 당부했다. 검사와 수사권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투입을 두고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지난 한 달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뒤늦게 검찰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흔들리고 재보선까지
수사 성과 없자 뒤늦게 SOS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45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단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인력을 2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사범을 철저히 색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검·경 간 긴밀한 협조 아래 부동산 투기 사범을 엄정히 사법처리하겠다”며 “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다. 이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은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전액 환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것”이라며 “부동산 부패 관련 송치사건 및 검찰 자체 첩보로 수집된 6대 중대범죄는 직접 수사하도록 하겠다. 기존의 부동산 부패사건도 재검토해 혐의 발견 시 직접 수사하겠다”고 전했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대검은 전국 검찰청마다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4명, 수사관 6~8명으로 구성된 1개 부급 규모의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기로 했다. 최대 560명 규모의 수사 인력이 부동산 투기 수사에 투입될 예정이다. 당초 LH 사태가 불거졌을 때 경기도 광명·시흥 관할청(수원지검 안산지청)에만 소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것과 비교해 대폭 확대된 것이다. 

여기에 투기 공직자 전원 구속과 법정 최고형 구형 원칙을 밝혔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일선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근절 총력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지시에는 구속영장 청구와 구형, 공소 유지 관련 대책이 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범죄 혐의가 발견될 때까지 수사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속 수사
법정 최고형

또 대검은 최근 5년 내 이미 처분이 끝난 부동산 투기 사건을 다시 검토해 필요하면 추가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재기수사 명령’에 의한 사건은 형사법에 따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재기수사는 처음 사건을 맡은 검찰청의 상급청이 추가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 해당 검찰청으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검찰을 향해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말 그대로 명운을 걸고 부동산 적폐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수본을 중심으로 한 경찰의 수사가 절대로 중요하고 검찰도 충분히 유기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며 “송치 이후 검찰이 나머지 수사를 할 수도 있고 범죄수익 환수, 공소유지 등이 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지난달 31일 LH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법령상 한계라든가 실무상 어려움은 잘 알고 있으나 국가비상상황인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지혜를 모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이어 “중대한 부동산 투기 범죄는 기본적으로 공적 정보와 민간 투기세력의 자본이 결합하는 구조로 이뤄지며 이 부패 고리를 끊을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검찰 입장에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진 상황이다. 1989년 노태우정부는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부천시 중동·안양시 평촌·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사건 수사
대검, 궁여지책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1990년 2월 검찰은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당시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987명이 구속됐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했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인천 검단·화성 동탄1~2·평택 고덕·수원 광교·성남 판교·서울 송파(위례)·양주 옥정·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또 다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두 번째 합수본을 설치했다. 당시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 공무원 27명이 적발됐다. 공무원 일부는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꾀했다.

LH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는 별개로 제약 역시 많은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경제·부패·공직자 범죄라 해도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급 이상, 3000만원 이상 뇌물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초기부터 수사에 뛰어든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뜻.

대검이 과거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검찰을 배제하더니 경찰이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하자 그제야 손을 내민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2기 신도시 때랑 양상 달라
내부에서는 “권한 없이 책임만”

일각에서는 LH 사태와 관련해 이후에 불거질 수 있는 ‘부실수사’ 논란에 검찰 책임론을 얹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에도 수사를 맡겼는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이른바 ‘독박’을 씌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검찰 내부에서도 성과를 내기엔 이미 늦은 상황에서 비판만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여권에서는 이미 LH 사태가 불거진 직후부터 ‘검찰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작년 7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LH 사태의 책임을 검찰에 돌렸다. 
 

▲ 정세균 국무총리

그는 지난달 16일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 7월에 추 전 장관이 기획부동산과 전문 사모펀드 등 금융 투기 자본의 불법행위, 개발 제한지역과 농지 등에 대한 무허가 개발행위, 차명거래 행위,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 등 부동산 투기 범죄를 엄단하라고 지시했는데, 검찰이 별로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도 “부동산 시장의 부패는 검찰 책임”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지난달 14일 추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 ‘검찰 공화국과 부패 공화국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 해운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언급하며 “검찰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어쩌면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까. 이영복(엘시티 회장)과 같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조장한 세력은 바로 막강한 수사·기소 권한을 가지고도 제대로 수사·기소를 하지 않고 유착한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조차 지난달 11일 “3기 신도시 얘기는 2018년부터 있었고, 부동산이나 아파트 투기는 이미 2~3년 전부터 문제가 됐는데 (검찰이)수사권이 있을 때는 뭘 했느냐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처음엔
검찰 탓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검찰 500명을 포함, 수사팀을 2000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770명 매머드급 합수본을 출범시킨다고 적극 홍보한 게 언젠데 이젠 2000명인가. 한 달 동안 접근금지시켰던 검찰은 500명이나 지금 투입한다니.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수사를 망치게 될 고집을 부렸는지 가타부타 설명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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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