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 검찰이 쥔 양날의 검

쓰리고냐 독박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LH 사태’ 수사에 검찰이 투입됐다. 그동안 검찰 참여를 제한했던 정부가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검찰은 늦게나마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실력 발휘와 독박이라는 ‘양날의 검’을 쥐게 된 셈이다. 

▲ LH 사태 수사를 위해 검찰이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검찰 수사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성원 기자

지난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2월24일 광명과 시흥을 3기 신도시로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국토부와 LH는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일 메시지를 내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외쳤다. 

큰 판 벌리고
결과 ‘맹탕’

정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출범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편성됐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도 설치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초기 합조단에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가 1명 파견돼 법률 지원 역할을 한 게 전부였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외에 직접 수사권이 제한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죄 혐의가 발견될 때만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수사를 주도해 성과를 낸 바 있다. 검찰의 부동산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도 검찰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검찰 투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달 11일 정부는 LH 직원들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 외에 7명이 추가로 적발된 것이다. 정부의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는 LH 사태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LH 사태가 대통령 지지율과 4·7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하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부랴부랴 총력전을 당부했다. 검사와 수사권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투입을 두고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지난 한 달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뒤늦게 검찰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흔들리고 재보선까지
수사 성과 없자 뒤늦게 SOS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45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단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인력을 2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사범을 철저히 색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검·경 간 긴밀한 협조 아래 부동산 투기 사범을 엄정히 사법처리하겠다”며 “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다. 이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은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전액 환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것”이라며 “부동산 부패 관련 송치사건 및 검찰 자체 첩보로 수집된 6대 중대범죄는 직접 수사하도록 하겠다. 기존의 부동산 부패사건도 재검토해 혐의 발견 시 직접 수사하겠다”고 전했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대검은 전국 검찰청마다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4명, 수사관 6~8명으로 구성된 1개 부급 규모의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기로 했다. 최대 560명 규모의 수사 인력이 부동산 투기 수사에 투입될 예정이다. 당초 LH 사태가 불거졌을 때 경기도 광명·시흥 관할청(수원지검 안산지청)에만 소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것과 비교해 대폭 확대된 것이다. 

여기에 투기 공직자 전원 구속과 법정 최고형 구형 원칙을 밝혔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일선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근절 총력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지시에는 구속영장 청구와 구형, 공소 유지 관련 대책이 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범죄 혐의가 발견될 때까지 수사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속 수사
법정 최고형

또 대검은 최근 5년 내 이미 처분이 끝난 부동산 투기 사건을 다시 검토해 필요하면 추가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재기수사 명령’에 의한 사건은 형사법에 따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재기수사는 처음 사건을 맡은 검찰청의 상급청이 추가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 해당 검찰청으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검찰을 향해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말 그대로 명운을 걸고 부동산 적폐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수본을 중심으로 한 경찰의 수사가 절대로 중요하고 검찰도 충분히 유기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며 “송치 이후 검찰이 나머지 수사를 할 수도 있고 범죄수익 환수, 공소유지 등이 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지난달 31일 LH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법령상 한계라든가 실무상 어려움은 잘 알고 있으나 국가비상상황인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지혜를 모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이어 “중대한 부동산 투기 범죄는 기본적으로 공적 정보와 민간 투기세력의 자본이 결합하는 구조로 이뤄지며 이 부패 고리를 끊을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검찰 입장에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진 상황이다. 1989년 노태우정부는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부천시 중동·안양시 평촌·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사건 수사
대검, 궁여지책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1990년 2월 검찰은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당시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987명이 구속됐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했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인천 검단·화성 동탄1~2·평택 고덕·수원 광교·성남 판교·서울 송파(위례)·양주 옥정·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또 다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두 번째 합수본을 설치했다. 당시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 공무원 27명이 적발됐다. 공무원 일부는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꾀했다.

LH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는 별개로 제약 역시 많은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경제·부패·공직자 범죄라 해도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급 이상, 3000만원 이상 뇌물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초기부터 수사에 뛰어든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뜻.

대검이 과거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검찰을 배제하더니 경찰이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하자 그제야 손을 내민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2기 신도시 때랑 양상 달라
내부에서는 “권한 없이 책임만”

일각에서는 LH 사태와 관련해 이후에 불거질 수 있는 ‘부실수사’ 논란에 검찰 책임론을 얹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에도 수사를 맡겼는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이른바 ‘독박’을 씌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검찰 내부에서도 성과를 내기엔 이미 늦은 상황에서 비판만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여권에서는 이미 LH 사태가 불거진 직후부터 ‘검찰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작년 7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LH 사태의 책임을 검찰에 돌렸다. 
 

▲ 정세균 국무총리

그는 지난달 16일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 7월에 추 전 장관이 기획부동산과 전문 사모펀드 등 금융 투기 자본의 불법행위, 개발 제한지역과 농지 등에 대한 무허가 개발행위, 차명거래 행위,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 등 부동산 투기 범죄를 엄단하라고 지시했는데, 검찰이 별로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도 “부동산 시장의 부패는 검찰 책임”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지난달 14일 추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 ‘검찰 공화국과 부패 공화국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 해운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언급하며 “검찰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어쩌면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까. 이영복(엘시티 회장)과 같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조장한 세력은 바로 막강한 수사·기소 권한을 가지고도 제대로 수사·기소를 하지 않고 유착한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조차 지난달 11일 “3기 신도시 얘기는 2018년부터 있었고, 부동산이나 아파트 투기는 이미 2~3년 전부터 문제가 됐는데 (검찰이)수사권이 있을 때는 뭘 했느냐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처음엔
검찰 탓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검찰 500명을 포함, 수사팀을 2000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770명 매머드급 합수본을 출범시킨다고 적극 홍보한 게 언젠데 이젠 2000명인가. 한 달 동안 접근금지시켰던 검찰은 500명이나 지금 투입한다니.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수사를 망치게 될 고집을 부렸는지 가타부타 설명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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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