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 검찰이 쥔 양날의 검

쓰리고냐 독박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LH 사태’ 수사에 검찰이 투입됐다. 그동안 검찰 참여를 제한했던 정부가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검찰은 늦게나마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실력 발휘와 독박이라는 ‘양날의 검’을 쥐게 된 셈이다. 

▲ LH 사태 수사를 위해 검찰이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검찰 수사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성원 기자

지난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2월24일 광명과 시흥을 3기 신도시로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국토부와 LH는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일 메시지를 내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외쳤다. 

큰 판 벌리고
결과 ‘맹탕’

정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출범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편성됐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도 설치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초기 합조단에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가 1명 파견돼 법률 지원 역할을 한 게 전부였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외에 직접 수사권이 제한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죄 혐의가 발견될 때만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수사를 주도해 성과를 낸 바 있다. 검찰의 부동산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도 검찰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검찰 투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달 11일 정부는 LH 직원들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 외에 7명이 추가로 적발된 것이다. 정부의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는 LH 사태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LH 사태가 대통령 지지율과 4·7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하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부랴부랴 총력전을 당부했다. 검사와 수사권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투입을 두고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지난 한 달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뒤늦게 검찰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흔들리고 재보선까지
수사 성과 없자 뒤늦게 SOS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45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단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인력을 2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사범을 철저히 색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검·경 간 긴밀한 협조 아래 부동산 투기 사범을 엄정히 사법처리하겠다”며 “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다. 이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은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전액 환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것”이라며 “부동산 부패 관련 송치사건 및 검찰 자체 첩보로 수집된 6대 중대범죄는 직접 수사하도록 하겠다. 기존의 부동산 부패사건도 재검토해 혐의 발견 시 직접 수사하겠다”고 전했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대검은 전국 검찰청마다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4명, 수사관 6~8명으로 구성된 1개 부급 규모의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기로 했다. 최대 560명 규모의 수사 인력이 부동산 투기 수사에 투입될 예정이다. 당초 LH 사태가 불거졌을 때 경기도 광명·시흥 관할청(수원지검 안산지청)에만 소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것과 비교해 대폭 확대된 것이다. 

여기에 투기 공직자 전원 구속과 법정 최고형 구형 원칙을 밝혔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일선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근절 총력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지시에는 구속영장 청구와 구형, 공소 유지 관련 대책이 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범죄 혐의가 발견될 때까지 수사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속 수사
법정 최고형

또 대검은 최근 5년 내 이미 처분이 끝난 부동산 투기 사건을 다시 검토해 필요하면 추가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재기수사 명령’에 의한 사건은 형사법에 따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재기수사는 처음 사건을 맡은 검찰청의 상급청이 추가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 해당 검찰청으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검찰을 향해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말 그대로 명운을 걸고 부동산 적폐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수본을 중심으로 한 경찰의 수사가 절대로 중요하고 검찰도 충분히 유기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며 “송치 이후 검찰이 나머지 수사를 할 수도 있고 범죄수익 환수, 공소유지 등이 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지난달 31일 LH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법령상 한계라든가 실무상 어려움은 잘 알고 있으나 국가비상상황인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지혜를 모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이어 “중대한 부동산 투기 범죄는 기본적으로 공적 정보와 민간 투기세력의 자본이 결합하는 구조로 이뤄지며 이 부패 고리를 끊을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검찰 입장에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진 상황이다. 1989년 노태우정부는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부천시 중동·안양시 평촌·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사건 수사
대검, 궁여지책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1990년 2월 검찰은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당시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987명이 구속됐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했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인천 검단·화성 동탄1~2·평택 고덕·수원 광교·성남 판교·서울 송파(위례)·양주 옥정·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또 다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두 번째 합수본을 설치했다. 당시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 공무원 27명이 적발됐다. 공무원 일부는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꾀했다.

LH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는 별개로 제약 역시 많은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경제·부패·공직자 범죄라 해도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급 이상, 3000만원 이상 뇌물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초기부터 수사에 뛰어든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뜻.

대검이 과거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검찰을 배제하더니 경찰이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하자 그제야 손을 내민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2기 신도시 때랑 양상 달라
내부에서는 “권한 없이 책임만”

일각에서는 LH 사태와 관련해 이후에 불거질 수 있는 ‘부실수사’ 논란에 검찰 책임론을 얹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에도 수사를 맡겼는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이른바 ‘독박’을 씌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검찰 내부에서도 성과를 내기엔 이미 늦은 상황에서 비판만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여권에서는 이미 LH 사태가 불거진 직후부터 ‘검찰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작년 7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LH 사태의 책임을 검찰에 돌렸다. 
 

▲ 정세균 국무총리

그는 지난달 16일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 7월에 추 전 장관이 기획부동산과 전문 사모펀드 등 금융 투기 자본의 불법행위, 개발 제한지역과 농지 등에 대한 무허가 개발행위, 차명거래 행위,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 등 부동산 투기 범죄를 엄단하라고 지시했는데, 검찰이 별로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도 “부동산 시장의 부패는 검찰 책임”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지난달 14일 추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 ‘검찰 공화국과 부패 공화국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 해운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언급하며 “검찰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어쩌면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까. 이영복(엘시티 회장)과 같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조장한 세력은 바로 막강한 수사·기소 권한을 가지고도 제대로 수사·기소를 하지 않고 유착한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조차 지난달 11일 “3기 신도시 얘기는 2018년부터 있었고, 부동산이나 아파트 투기는 이미 2~3년 전부터 문제가 됐는데 (검찰이)수사권이 있을 때는 뭘 했느냐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처음엔
검찰 탓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검찰 500명을 포함, 수사팀을 2000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770명 매머드급 합수본을 출범시킨다고 적극 홍보한 게 언젠데 이젠 2000명인가. 한 달 동안 접근금지시켰던 검찰은 500명이나 지금 투입한다니.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수사를 망치게 될 고집을 부렸는지 가타부타 설명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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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