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검찰 불안한 동거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4.12 11:14:00
  • 호수 13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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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잡지만…살얼음판 투샷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한 이래 큰 임무가 주어졌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국수본은 검찰과 업무분장을 두고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일각에서 경찰보다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상황이 바뀌자 검경이 함께 힘을 합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 국가수사본부처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출범 이래 중요한 임무가 생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해 국수본이 제 역할을 할 때가 온 것이다. 국수본은 부동산 투기 관련 대대적 수사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권력기관 구조 개편 이후 경찰의 수사 역량이 사실상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 역량
첫 시험대

경찰청은 올해 국수본 출범을 계기로 경찰의 수사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찰대·간부후보 임용자들을 경제범죄수사팀 등 일선 수사부서에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기존 경찰대·간부 후보 임용자들은 임용 후 일선 지구대(또는 파출소)에서 6개월 근무 후 2년간 경찰서 경제팀에 근무했다. 올해 임용자부터는 경찰수사연수원에서 4주간의 수사과정 교육을 이수한 뒤 3년간 필수적으로 수사부서에 근무할 전망이다.

부동산 범죄 혐의 수사는 비교적 입증이 쉽지 않은 분야라는 점에서 체계 개편 전후 비교가 이뤄질 여지가 상당하다. 현재도 검찰 주도로 이뤄진 과거 신도시 관련 수사가 언급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경찰이 수사권 구조조정 국면에서 자신했던 역량을 입증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수본부장도 “사명감을 가지고 수사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자신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수본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두고 거는 기대가 큰 것을 암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검증받는 첫 번째 시험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1년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이 올해 처음 출범한 것을 격려하고 책임 있는 수사를 당부했다.

그는 “올해는 경찰 역사 중 가장 획기적인 개혁이 실현되는 원년”이라며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높아지는 만큼 책임성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국수본의 역할에 대해 “국가 수사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견제와 균형, 정치적 중립의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책임 수사 체계를 확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LH 투기 수사 합심? 힘 합치는 모양새
국민중심 책임수사 표방…실적은 따로?

국수본은 최근 제기된 LH 공사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최승렬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해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국수본에서는 반부패수사과,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정보과가 포함됐고 경기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인천경찰청 등 3개 시·도 경찰청의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도 특별수사단에 편성됐다.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공직자 등의 내부정보 이용 행위, 명의신탁·농지법 위반 등 부동산 부정 취득 여부, 조직적이고 기업화된 불법 거래 등 부동산 투기 행위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이번 의혹 수사를 검찰이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경찰은 그동안 부동산 특별단속 등 역량을 축적해왔다.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사실상 ‘불쾌감’을 표현한 셈이다. 

부동산 문제는 민생 직결 사안이라는 면에서 ‘국민 중심 책임수사’를 표방하는 초대 국수본의 방향성과 부합한다. 실제 경찰은 신도시 관련 의혹 외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 전반에 대한 단속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 LH서울지역본부 ⓒ박성원 기자

부동산 대응 관련, 수사 외 국가·자치 분야에 대한 경찰의 역할 또한 관심받을 전망이다. 투기·개발·건축·임대 등 관련 범죄, 분쟁 상황에 대한 적절한 예방, 조율 가능성에 대한 기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 관련 대응은 김창룡 경찰청장 취임 후 첫 치안 대책이기도 했다. 예방적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경찰이, 일회성 대응이 아닌 지속성 있는 조치를 추진할지 여부 등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수사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곳곳에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형사사법 규제가 느슨한 상황에서 수사를 통해 나올 수 있는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지속성?
미지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에 검찰이 직접 투입되는 것과 관련해 남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검찰은 검찰이 할 영역이 따로 있다고 본다”며 “검찰과 충분히 협의해가면서 경찰은 경찰대로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각자의 업무분장만 충실히 하면 불협화음이 없을 것이라는 의중을 나타낸 것이다.

남 본부장은 이날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투기 수사 초기부터 검찰과 협조해왔고 영장 집행 등의 과정에서 검찰과 교감하면서 진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 본부장은 국수본이 주도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560명으로 확대하고 시·도청 수사책임자를 경무관급으로 격상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수사 범위는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와 차명거래뿐 아니라 기획부동산까지로 확대된다. 범정부 총력 대응체계를 주문한 정세균 국무총리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수본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닌 범죄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수사해 나가면서 영장 신청 등 공소 유지에 필요한 부분을 검찰과 협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동산 투기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최 수사국장은 “검찰도 부동산 부패사범에 대해서 전혀 수사 못할 근거는 없다”며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나 기존에 검찰로 송치된 사건 중에 관련성 있는 범죄를 새로 인지할 땐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국가수사본부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국수본은 검경이 상호 엇박자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최 국장은 “검경 간에 상호 협의가 잘되고 있고 형사 사법체계가 바뀌면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같은 사건이라도 압수수색 영장을 먼저 신청했다고 하던지 등 검경이 크게 부딪혀서 트러블 생길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가 “특수본이 명운을 걸고 수사하고 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흡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지붕 
두 가족

정부가 특수본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500명 규모의 검찰 수사팀을 꾸리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기조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수사 이후 처음으로 LH 직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강제수사와 검찰 송치가 가까워지면서 경찰은 검찰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보이는며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경찰청 국수본에 따르면 국수본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LH 직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2일, 부패방지법 위반(업무상 비밀이용) 혐의로 LH 현직 직원인 A씨를 포함한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LH 전·현직의 광명·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LH 직원에 대한 신병 처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전북경찰청도 다른 LH 직원 1명에 대한 구속영장과 몰수보전을 함께 신청했다.


지난 6일 기준 특수본이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내사·수사 중인 사건은 152건이고 수사 대상자는 639명에 이른다. 지난달 30일 기준 125건·576명과 비교하면 수사 중인 사건 27건이 늘어나고 대상자는 63명 늘었다.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상은 5명이다. 1명은 구속, 4명은 신청 단계를 밟고 있다. 이 중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된 업무를 했던 전 경기도청 간부 공무원에 대해서는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의 요구에 따라 현재 보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LH 관련 수사 초기, 검찰의 수사 필요성 지적을 놓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 본부장은 부동산 투기 수사에 나선 지 4일 뒤인 지난달 8일 “과거 1, 2기 신도시 수사 성과의 상당수가 경찰에서 나왔다”며 검찰이 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특수본 규모 두 배 수준 늘려
수사에서 판결까지 검경 협조

이후 LH 임직원 관련 수사가 속도가 붙지 않자 정 총리는 지난달 27일 “국민 기대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수본 규모는 2배로 확대되고 500명 규모의 검찰 수사팀까지 꾸려졌다.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LH 수사에서 제 역할을 보여줄 기회라고 보고 있다.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구속영장 신청, 기소 등 검찰과 협력해 ‘성과’를 보여줄 때가 오면서 검·경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최 수사국장은 전날 “경기남부청에서 크게 2개 그룹으로 총 64명을 수사 중이고 일부 신병처리를 검토하고 있다”며 “공소 유지로 유죄판결까지 이어지고 땅을 몰수 추징해야 하기 때문에 면밀하게 검찰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는 우리 책임이고 기소와 공소유지는 검찰 책임”이라며 “수사부터 판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검경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창룡 경찰청장

한편 국수본은 수사의 공정성과 국수본 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사 경찰의 직무 관련 비위를 별도로 감찰하는 기능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 4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수본과 전국 시·도 경찰청은 지난주부터 수사감찰관 선발 절차에 돌입했다. 경찰은 이달 중으로 선발과 교육, 현장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선발 예정 인원은 전국 64명으로 ▲국수본 6명 ▲서울 8명 ▲경기남부 6명 ▲부산·대구·경기북부·전북·경북·경남 각 4명 ▲그 외 지역은 각 2명이다.

경찰청은 지역별 사정에 따라 인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수사감찰관들은 국수본부장의 지휘를 받는 수사 담당 경찰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 비위’를 감찰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독직폭행, 직권남용, 금품·향응수수, 사건 개입 등이다.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음주운전, 성폭력, 도박 등의 비위는 경찰 내 기존 감찰부서가 계속 담당한다.

각자 
할 일만?

수사감찰 기능 신설은 국수본의 경찰 조직 내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경찰의 공정성과 국수본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찰을 중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직무 관련 비위는 수사감찰이 일차적으로 살피고 원래 있던 감찰 부서에서도 감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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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