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2인자 ‘주공 투기’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4.19 11:27:27
  • 호수 13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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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다며…5채나 구입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구동환 기자 = 누군가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집을 산다. 또 다른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산다. 누군가에게 아파트 1채는 ‘꿈’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파트 5채가 ‘껌’이다. 전자가 내 집 마련에 허덕이는 서민이라면, 한때 LH 2인자까지 올랐던 A씨는 후자에 해당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는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경기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발표 1주일 만에 터져 나온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국민들은 좌절과 절망을 동시에 경험했다. LH 직원들은 내부정보를 활용, 토지를 사들여 금전적 이득을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투자? 투기?
오래된 관행

LH 직원의 투기 행태는 개발 호재를 노린 땅 사들이기에 국한되지 않았다. LH 직원이 L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사들이고, 이를 통해 시세차익을 꾀했던 정황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최근 전 LH 직원이 재직 시절 본인과 가족 명의로 전국 각지에 LH가 공급한 주택 15채를 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기 수원·동탄, 경남 등에서 순번추첨, 수의계약, 추첨체 분양 등의 수법으로 주택을 분양받았다. 이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지만, LH는 ‘견책’ 징계로 마무리했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LH 직원 1900명이 LH 공공임대 주택(279명) 및 공공분양 주택(1621명)을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례들은 LH 직원이 갭투자 명목으로 LH가 분양한 공공임대주택을 사들이는 행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졌음을 엿보게 한다. 심지어 LH 고위직 임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한주택공사(현 LH)의 2인자 자리까지 올랐던 A씨가 대표적이다.

LH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이하 주택공사)에서 부사장을 지낸 A씨는 1999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수원 권선3지구 주공3단지아파트를 여러 채 샀다. 당시 A씨의 직책은 기획조정실장으로, LH에 따르면 기획조정실은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다.

분양받은 아파트 투기용 전락
주택사업 사전정보 얻었을까?

주공아파트는 주택공사 시절 지은 아파트로, 회사 이름을 줄여 ‘주공’이라 불렀다. 주거환경이 불안한 서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진행된 사업이다. 서민들은 주공아파트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 기회를 얻었다.

A씨는 수원 권선3단지 주공3단지아파트 334동 4층과 5층 2채, 336동 17층 3채 등 총 5채를 사들였다. A씨가 산 아파트 전용면적은 84.43㎡(25.54평)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평당 예상 분양가는 300~310만원 선이다. 평당 300만원으로 어림잡아 분양가를 계산해보면 1채 당 7662만원으로 추정된다. 5채를 사는 데 총 약 3억8000만원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지는 공공 분양임대·5년 임대주택 등의 혼합 형태다. 공공분양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일정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추첨으로 분양하는 시스템이다. 분양 절차는 일간 신문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선정한 뒤 동·호 추첨 분양계약 체결 입주순서를 밟는다.


분양에 넣은 사람 가운데 소득·자산 등을 보고 판단해 분양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당첨된 사람은 분양 계약을 통해 공공분양으로 입주할 수 있다.

5년 공공임대도 공공분양과 입주 과정은 비슷하지만 조건이 조금 다르다. 5년 동안 임대로 거주한 뒤 이후에 분양으로 전환하는 제도다. 해당 단지 공공임대의 경우 2006년 분양전환이 이뤄졌다. A씨가 5채 모두 1999년 8월17일 산것으로 보아 공공분양 전형으로 계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 정보
입수했나?

당초 분양주택은 1인 1채 계약이 원칙이었다. 주공아파트는 분양 당첨이 된다고 한들 2채 이상이 계약이 성사될 수 없다. A씨는 어떻게 5채나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었을까. 

현직자도 공공주택 입주조건이 되느냐는 물음에 LH 관계자는 “공개모집이기 때문에 현직자도 조건만 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적인 문제가 없지만 사업 총괄을 맡은 A씨가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있어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수원 권선3단지 주공3단지아파트는 분양이 더뎠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분양에 앞서 주공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무주택자 ▲일정 수준의 자산과 소득수준 등의 입주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예외의 경우도 존재했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아파트가 미분양이 계속 일어나는 ‘극심한 미분양’에 한해 입주조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당시 1999년 8월25일 <연합뉴스>는 ‘주공아파트 미분양 물량 매매 활기’ 기사에서 미분양 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수원 권선3지구 주공3단지아파트 230채 중 180채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A씨가 아파트 5채를 매매한 시기는 <연합뉴스> 보도보다 일주일가량 앞선 1999년 8월17일이다. 

수원 권선3단지 주공3단지아파트가 당시 극심한 미분양 상태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해당 기사에는 주택공사가 (1999년) 9월말까지 미분양 주공아파트 5채 이상 분양자에게 20%의 계약금을 10%로 할인해주고 중도금을 잔금으로 이월시켜 준다는 내용도 나온다.

A씨가 5채 이상 분양자 구매 혜택을 미리 알고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의심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LH 관계자는 “분양주택 관련 업무는 판매기획처, 건설건축은 공공주택 기획처에서 담당한다. 기획조정실은 분양주택 관련해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기획조정실에서 사업 전반 모든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공아파트는 후보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평균 5년이 소요된다. 수원 권선3지구 주공3단지아파트의 경우 2001년 8월경 준공과 입주가 시작됐다. A씨는 그 기간 동안 경영관리실, 기획조정실, 사업담당 이사 등을 지냈다.


주택공사에서 진행한 주공아파트 사업과 무관한 부서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 A씨는 공사 내 입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1975년 대한주택공사에 입사해 자재·택지·인사·기획·경영평가 등 관리 부문을 두루 거쳤다. 1995년 10월에는 출자관리실 실장으로 승진, 이후 1998년 1월까지 경영관리실장으로 근무하다 경남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같은 해 8월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받았다. 

이후 2000년~2001년 사업담당 이사, 2001년 1~8월 총무이사, 2003년 7월까지 사업이사를 지냈다. 2003년부터는 부사장으로 취임해 2004년 당시 주택공사 사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 사퇴했을 당시 사장 직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몇몇 언론은 2006년 퇴임 때까지 30년 넘게 주택공사의 핵심요직을 넘나든 그를 가리켜 ‘주공맨’이라 지칭했다. 

31년 근무 
‘주공맨’ 

2002년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업무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시작하면서 경기 과천 신도시 건설부터 현재 국민임대주택 건설까지 청춘을 주공에서 다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 말대로라면 주공아파트 사업은 그의 손을 한 번씩 거쳤다고 추측된다.

또 임금피크제 등 도입, 아산 신도시 개발사업을 지휘하면서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여 선후배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A씨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충남개발공사 초대 사장,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전도시공사 사장으로 역임했다.


A씨는 공기업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원 권선3지구 주공3단지아파트를 계속 보유했다. A씨가 충청남도 개발 공사 사장이었던 2009년 3월 충남도청 도보를 통해 ‘재산등록 및 변동사항 공개목록’이 공개됐다. A씨 재산 내역에 수원 권선3지구 주공3단지아파트 5채가 확인된다.

A씨가 산 아파트 5채를 살펴보면 종전가 총 4억5000만원에서 실거래가가 2채는 5200만원, 3채는 5700만원 증가해 총 3억1100만원이 올랐다. A씨는 아파트 5채로, 7억2500만원 수준의 자산을 갖고 있는 셈이다. 

대전도시공사 사장 시절이었던 2011년 3월 A씨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면 아파트 3채는 1억5500만원, 2채는 1억5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아파트 5채를 합치면 7억6500만원이다. 2년 동안 4000만원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때 A씨는 21억8437만9000원을 신고해 대전 5개 자치구 의회 의원과 공직유관단체장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약 9억원 정도하는 아파트에 수원 권선3단지 주공3단지 아파트 5채까지 소유했다. 

입주 분양가 7600만원 추정
최근 실거래가 4억원 웃돌아

2012년 10월 A씨는 336동 17층 한 채를 2억2000만원에 매각한다. 2013년 3월 대전광역시가 공개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A씨의 재산을 살펴보면 팔고 남은 아파트 실거래가 각 800만원씩 올라 총 3200만원의 차익을 거둔다. 같은 해 A씨는 2억2000만원에 아파트 1채를 판다.

A씨가 대전도시공사 사장 마지막 임기였던 2014년 재산 내역을 보면 갖고 있던 아파트 3채에서 총 900만원이 올랐다. 수원권선3지구 주공3단지 3채를 4억7000만원을 소유했다고 신고했다. 이듬해에도 A씨는 아파트 1채를 2억5500만원에 매각한다. 

A씨가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2채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수원 권선3지구 주공3단지아파트는 분당선 매탄권선역이 도보 5분 거리에 있고 화홍고등학교와 명당초등학교가 단지 바로 건너편에 있고 화홍중, 남수원중, 권선고 등 도보거리에 학교가 많아 학세권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도서관 등의 교육시설도 가까워 각광받고 있다.

호재가 있는 수원 권선3지구 주공3단지아파트는 지난달 20일 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금 팔아도 A씨는 최소 8억원 넘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3억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아파트 5채를 산 A씨가 지금까지 계속 갖고 있었더라면 20억원이 넘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수원과 연고도 없는 A씨가 수원 권선3지구 주공3단지 아파트에 한 번도 살지 않으면서 아파트 5채를 구입한 것은 도의적인 문제로 비춰질 수 있다.

“정부 말 듣고
미분양 산 것”

해당 의혹에 대해 A씨는 당시 정부 정책에 때문에 임대사업자 제도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였다고 해명했다. 당시 IMF 직후 분양 아파트가 많이 나오자 주택공사 직원들이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이때 A씨도 수원권선3단지 주공A아파트 5채를 사들이며 임대사업자가 됐다고 반박했다. 

<jsjang@ilyosisa.co.kr>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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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