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박범계 법무부 장관 플랜

혹시 했더니 역시 ‘추미애 시즌2’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제2의 ‘추·윤 갈등’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검찰 인사’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검찰과 법무부의 대립을 넘어 청와대로도 사안이 번지는 모양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2020년 내내 정치권을 달군 ‘추·윤 갈등’이 또다시 재현될 기미가 보인다. 검찰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워 싸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까지 번졌다. 추‧윤 갈등의 봉합을 위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뽑은 청와대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인사 불똥
청와대로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이 이어온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라는 대원칙을 존중하고 가다듬겠다”면서도 “검찰총장이 실재하는 이상 당연히 인사하면서는 총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검찰 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아 ‘윤석열 패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인사 발표였다. 당시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청법 제34조 1항’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서 검찰청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월과 8월 추 전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측근들이 전부 잘려나갔고, 문정부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들도 여럿 좌천됐다. 그 자리는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는 친정부 검사들이 차지했다. 문정부 들어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다. 

추‧윤 갈등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 인사 논란 이후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총장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명령 등을 진행했다. 검찰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기습 단행
검찰총장·민정수석 패싱 논란

윤 총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두 차례나 그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전 장관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타격을 입었다. 1년여 동안 이어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에 국정 지지율이 하락했고 국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박 장관은 추·윤 갈등을 매듭짓고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 재정립을 위한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박 장관이 검찰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박 장관은 2013년 11월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징계를 받자, 자신을 ‘범계 아우’로 칭하며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는 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도 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정부는 민정수석에 학자 출신(조국), 감사원 출신(김조원, 김종호)을 발탁하는 등 검찰 출신은 배제해왔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2004년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하면서 당시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훈풍이 부나 했던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또다시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갈등의 불씨는 청와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민정수석 패싱 논란이 제기된 것.

박 장관은 지난 7일 휴일인 일요일에 기습적으로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갈등 봉합
물 건너가

대검검사급 검사 4명을 전보 조치한 이번 인사는 최소한도 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심 국장의 경우 사실상 영전성 인사로 평가됐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정수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이 맡게 됐다. 공석이었던 대검 기조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 검사장이, 춘천지검 검사장으로는 김지용 서울 고검 차장이 전보됐다. 법무부는 “종전 인사 기조를 유지하며 공석 충원 외 검사장급 승진 없이 전보를 최소화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의 휴일 인사 발표는 대검은 물론 윤 총장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한동훈 검사장 복귀 등을 요구했던 윤 총장의 인사 의견도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박 장관과 윤 총장의 회동이 ‘보여주기식’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윤 총장과의 만남 이후 “협의가 아니라 의견 청취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긴 했지만 인사제청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부분이다. 박 장관은 검찰 인사 발표 이후 “총장 입장에선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애를 썼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 수석이 검찰 인사 과정에서 법무부와의 이견을 이유로 사의를 표하면서 청와대가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춘추관에서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견해가 달랐다”며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께서 사표가 아니고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대통령께서 만류했다”고 전했다. 

수사권 뺏고
식물총장화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이 배제됐고, 검찰 중간간부 인사 과정에서도 그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 않아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의 발표는 이 같은 논란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신 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의 내부 갈등설에 대해서는 부인한 상태다. 

검찰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가 검찰 인사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수사가 청와대 코앞까지 치고 들어오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청와대와 여권에서 친정부 검사를 요직에 배치하는 법무부안에 힘을 실었다는 것이다. 실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여권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자체만으로도 강한 반발이 있었다.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 문제로 또다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박 장관의 법무부가 ‘추미애 시즌2’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7월24일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안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 등 6개 범죄 분야에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권을 모두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6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은 영장청구와 기소만 담당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할됐다. 일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은 공수처로 넘어갔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조정된 지 한 달 만에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겠다는 법안이 나온 것이다.

여, 검찰 해체 법안 준비 중
수사권 조정 한 달 만에 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6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2월 중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을 완성해 6월 중 입법 완료하겠다”며 구체적 시기를 언급했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에 따르면, 대검은 해체되고 검찰총장의 직위도 고등공소청장으로 격하된다. 검찰의 이름도 공소청으로 바뀐다.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검찰 해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면 국민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사건 초기 단계부터 어떤 기관이 맡게 될지를 두고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비효율적인 수사 기능 중복으로 혼란과 피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은 검찰청법 제34조 1항, 검찰 인사를 단행할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법을 손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추 전 장관에 이어 박 장관 법무부에서도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만큼 향후 이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검찰총장 힘빼기’ ‘식물총장 고착화’ 등의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대변인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1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검찰 인사를 할 때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숙려하고 자문을 받는 등 절차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인사권은 국민이 뽑아준 대의기구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행사하는 것이므로, 만약 검찰총장이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민주주의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간부도
총장 배제?

한편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법무부는 고위간부 인사 후 일주일 뒤에 중간간부 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신 수석 사의 표명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상과 달리 중간간부 인사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윤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지면 법무부와 검찰 간의 대립각은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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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