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윤석열 ‘대권’ 큰그림

이낙연 잡고 이재명 맞장 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을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 만에 수용 의사를 밝혔다. 야인이 된 윤 총장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그의 선택에 따라 재보궐선거는 물론 대선까지 요동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을 1년 남짓 앞둔 상황에서 윤 총장이 또 다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권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입법 추진을 반대하며 직을 던진 것. 지난 2일 언론 인터뷰, 3일 대구 방문 발언, 4일 사의 표명 등 중수청에 대한 작심 비판 발언을 쏟아낸 지 이틀 만에 내린 결정이다. 

작심 발언
이틀 만에

윤 총장은 이날 대검철창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중수청 입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중수청법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개의 범죄 수사권조차 완전히 폐지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물러나면서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이 됐다. 추·윤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킨 윤 총장이었기에 임기를 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결국 중도 사퇴를 선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 만에 즉각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이 공개 사의 표명을 통해 정치적 색깔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사표 수리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수청 반대 명분으로 사의
문 대통령 초스피드로 수용

지난 1월18일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을 마무리하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직을 다하라는 시그널로 풀이됐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 수용 이후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바로 수리했다. 신 전 수석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은 빚은 후 여러 차례 사의를 밝힌 바 있다. 후임 민정수석에는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민정수석에 다시 비 검찰출신을 임명하면서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윤 총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검찰 내부망에 ‘검찰가족께 드리는 글’을 올려 고별인사를 남겼다. 그는 “오늘 검찰총장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지만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라며 “이는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 실무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며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번 잘못 설계되면 국민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껏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들의 덕분”이라며 “동요하지 말고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정수석도
사표 수리

그간 윤 총장의 중도 사퇴를 주장해왔던 민주당은 그의 이번 행보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돼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허 대변인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왔다”며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이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윤석열 죽이기로 포장하며 정치검찰의 능력을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해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참담한 날”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윤 총장이 결국 직을 내려놓았다.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고 전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이어 “문재인정권의 ‘우리 윤 총장님’이 사퇴하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브레이크가 없어지는 셈이다.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술용 메스가 없어지는 격”이라며 “정권의 핵심과 그 하수인들은 당장 희희낙락할지 몰라도, 이제 앞으로 오늘 윤 총장이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총장 사의를 두고 여야가 극과 극의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사퇴가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1년 가까이 갈등을 빚으면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떠오른 바 있다. 추 전 장관과의 갈등이 극에 달할 무렵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여론조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 비난
야, 떨떠름

실제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버리고 야인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여야는 윤 총장의 선언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여권의 경우 가덕도 신공항, 재난지원금 이슈 등이 윤 총장 이슈에 모두 잠식될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민의힘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했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슈는 국민의힘 후보자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였다. 민주당 박 후보에 맞설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문제를 두고 기싸움이 한창이었던 것. 

이 와중에 ‘윤석열 이슈’가 불거지면서 선거판은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타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시장 선거와는 딴판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여야 일대 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쉽게 승자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인 상황에서 정치권은 윤 총장의 사퇴가 어느 쪽에 유리할지를 두고 셈 계산에 나선 상황이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조사한 2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재보선 성격에 대해 ‘국정 안정론’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3%, ‘정권 심판론’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로 팽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선을 바라보는 여야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현재 대선주자 구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선두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야권에서는 변변한 후보조차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윤 총장은 그 사이에서 대선지지율 3위권에 안착해 있다. 보수 잠룡이 전멸하다시피 한 야권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 윤 총장의 사퇴에 대선주자들이 말을 보탰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한 명의 국민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표현도 충분히 하고 결국 정치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리적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후폭풍에 촉각 세워
재보궐·대선판 요동칠 듯

그러면서도 “착잡하다. 선축된 권력으로부터 임명된 공직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며 “검찰이 있는 죄를 덮고 없는 죄를 만들며 권력을 행사하는 적폐 노릇을 하지 않았느냐는 점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이 대표는 윤 총장 사퇴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며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보다, 하는 느낌은 있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윤 총장 사퇴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물론 내가 예상을 하지는 않았다”며 “윤 총장이 임기 내내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을 잘 받들고 국민들의 여망인 검찰개혁을 잘 완수해주기를 기대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사퇴 시점이 절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발의한 이른바 ‘윤석열 출마금지법’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현직 검사나 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판·검사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되는 것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됐다면 윤 총장은 오는 9일까지 물러나야 내년 대선(2022년 3월9일)에 나설 수 있다. 최 대표가 법안을 발의할 당시 윤 총장은 대권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야권에선 최 대표가 발의한 법안을 두고 ‘윤석열 죽이기 완결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윤 총장 사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마 제가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판·검사 출마제한법’ 때문에 오늘을 택한 건 아니겠지요?”라고 올렸다. 

출마방지법
5일 전에…

윤 총장이 당장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1년여 전에 검찰총장 직을 내려놓은 만큼 충분한 시간을 거쳐 거취 표명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어떤 움직임을 취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이미 선거 정국에 들어선 상황에 윤 총장이 또다시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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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