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윤석열 ‘대권’ 큰그림

이낙연 잡고 이재명 맞장 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을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 만에 수용 의사를 밝혔다. 야인이 된 윤 총장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그의 선택에 따라 재보궐선거는 물론 대선까지 요동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을 1년 남짓 앞둔 상황에서 윤 총장이 또 다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권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입법 추진을 반대하며 직을 던진 것. 지난 2일 언론 인터뷰, 3일 대구 방문 발언, 4일 사의 표명 등 중수청에 대한 작심 비판 발언을 쏟아낸 지 이틀 만에 내린 결정이다. 

작심 발언
이틀 만에

윤 총장은 이날 대검철창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중수청 입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중수청법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개의 범죄 수사권조차 완전히 폐지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물러나면서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이 됐다. 추·윤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킨 윤 총장이었기에 임기를 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결국 중도 사퇴를 선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 만에 즉각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이 공개 사의 표명을 통해 정치적 색깔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사표 수리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수청 반대 명분으로 사의
문 대통령 초스피드로 수용

지난 1월18일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을 마무리하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직을 다하라는 시그널로 풀이됐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 수용 이후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바로 수리했다. 신 전 수석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은 빚은 후 여러 차례 사의를 밝힌 바 있다. 후임 민정수석에는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민정수석에 다시 비 검찰출신을 임명하면서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윤 총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검찰 내부망에 ‘검찰가족께 드리는 글’을 올려 고별인사를 남겼다. 그는 “오늘 검찰총장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지만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라며 “이는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 실무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며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번 잘못 설계되면 국민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껏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들의 덕분”이라며 “동요하지 말고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정수석도
사표 수리

그간 윤 총장의 중도 사퇴를 주장해왔던 민주당은 그의 이번 행보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돼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허 대변인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왔다”며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이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윤석열 죽이기로 포장하며 정치검찰의 능력을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해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참담한 날”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윤 총장이 결국 직을 내려놓았다.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고 전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이어 “문재인정권의 ‘우리 윤 총장님’이 사퇴하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브레이크가 없어지는 셈이다.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술용 메스가 없어지는 격”이라며 “정권의 핵심과 그 하수인들은 당장 희희낙락할지 몰라도, 이제 앞으로 오늘 윤 총장이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총장 사의를 두고 여야가 극과 극의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사퇴가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1년 가까이 갈등을 빚으면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떠오른 바 있다. 추 전 장관과의 갈등이 극에 달할 무렵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여론조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 비난
야, 떨떠름

실제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버리고 야인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여야는 윤 총장의 선언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여권의 경우 가덕도 신공항, 재난지원금 이슈 등이 윤 총장 이슈에 모두 잠식될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민의힘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했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슈는 국민의힘 후보자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였다. 민주당 박 후보에 맞설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문제를 두고 기싸움이 한창이었던 것. 

이 와중에 ‘윤석열 이슈’가 불거지면서 선거판은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타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시장 선거와는 딴판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여야 일대 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쉽게 승자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인 상황에서 정치권은 윤 총장의 사퇴가 어느 쪽에 유리할지를 두고 셈 계산에 나선 상황이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조사한 2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재보선 성격에 대해 ‘국정 안정론’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3%, ‘정권 심판론’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로 팽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선을 바라보는 여야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현재 대선주자 구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선두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야권에서는 변변한 후보조차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윤 총장은 그 사이에서 대선지지율 3위권에 안착해 있다. 보수 잠룡이 전멸하다시피 한 야권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 윤 총장의 사퇴에 대선주자들이 말을 보탰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한 명의 국민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표현도 충분히 하고 결국 정치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리적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후폭풍에 촉각 세워
재보궐·대선판 요동칠 듯

그러면서도 “착잡하다. 선축된 권력으로부터 임명된 공직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며 “검찰이 있는 죄를 덮고 없는 죄를 만들며 권력을 행사하는 적폐 노릇을 하지 않았느냐는 점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이 대표는 윤 총장 사퇴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며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보다, 하는 느낌은 있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윤 총장 사퇴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물론 내가 예상을 하지는 않았다”며 “윤 총장이 임기 내내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을 잘 받들고 국민들의 여망인 검찰개혁을 잘 완수해주기를 기대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사퇴 시점이 절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발의한 이른바 ‘윤석열 출마금지법’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현직 검사나 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판·검사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되는 것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됐다면 윤 총장은 오는 9일까지 물러나야 내년 대선(2022년 3월9일)에 나설 수 있다. 최 대표가 법안을 발의할 당시 윤 총장은 대권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야권에선 최 대표가 발의한 법안을 두고 ‘윤석열 죽이기 완결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윤 총장 사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마 제가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판·검사 출마제한법’ 때문에 오늘을 택한 건 아니겠지요?”라고 올렸다. 

출마방지법
5일 전에…

윤 총장이 당장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1년여 전에 검찰총장 직을 내려놓은 만큼 충분한 시간을 거쳐 거취 표명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어떤 움직임을 취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이미 선거 정국에 들어선 상황에 윤 총장이 또다시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