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상수’ 윤석열 창당 시나리오

돌다리 두드리고 한강 건넌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변수’에서 ‘상수’로 안착했다. 그의 발걸음에 눈길이 가는 까닭이다. 높은 지지율 덕에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창당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다. 홀로서기를 위한 지역적 기반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인사청문회 당시 ‘정치에 소질도 없고 생각도 없다’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달랐다. 윤 전 총장은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질문에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그였지만,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다.

정계로?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시기는 4·7 재보선 한 달여 전.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국민 보호를 외쳤다.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으로 읽혔다. 높은 지지율은 덤이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은 ‘윤 전 총장 대선 출마’로 굳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37.2%의 지지를 기록했다.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각각 24.2%, 13.3%였다(지난 12∼13일 진행, 15일 발표, 전국 만 18세 이상 111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윤 전 총장은 지지율 변화에서도 앞섰다. 일주일 전 같은 조사에 비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4.8%포인트 늘었다. 이 지사는 0.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이 위원장은 1.6%포인트 하락했다(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


윤 전 총장은 이번 달부터 오는 4월까지 특별한 정치활동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대선 1년 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부터 정치적 결집 시기가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일각에선 4·7 재보선 이후를 그의 정치 입문 시점으로 점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은 어떻게 정치를 시작할까. 그는 정치인 출신이 아닌 검사 출신이다. 정치 경력은 ‘0’에 가깝다. 그만큼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 홀로서기보다 기존 세력과의 결집에 무게가 실린 이유다. 하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는 다른 시각을 낳게 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가 지난 14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지난 12~13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0명),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 정당에 대해 ‘윤석열 제3지대 신당’이 28.0%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어 민주당 21.8%, 국민의힘 18.3%, 국민의당 7.0% 순이었다. 거대 양당을 모두 앞선 기록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

지지율 고공행진…내친김에 당대표?
지역은 충청, 중도 표심 잡고 시작?

윤 전 총장이 창당을 한다면 지역적 구심점은 어디일까. 정치권 안팎에선 충청도를 꼽는다.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출생지가 충남 논산·공주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운 윤 전 총장에게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지역으로 여겨진다. 야권의 충청 맹주는 5선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다. 마침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을 반기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할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겠다는 윤석열에게 주저 없이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충청 지역이 ‘민심 풍향계’로 여겨지는 점도 윤 전 총장에게는 매력적이다. 충청은 매 선거의 향배를 가르는 대표적인 중도 지역으로, 캐스팅보터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이 선거를 좌우했다. 윤 전 총장이 중도 표심을 확보한 상태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우위를 선점한 채로 출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성원 기자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다면 ‘건너야 할 강’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 전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기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는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다.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적폐 청산 기조에서 선봉을 맡았던 셈이다. 보수진영에서 윤 전 총장을 무작정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윤 전 총장의 ‘대구 발언’은 의미심장하게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사직 하루 전 대구지검을 방문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장”이라며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총장으로서 마지막 공식 일정이 ‘보수의 성지’ 대구였다는 건 우연이었을까.

윤 전 총장의 ‘몸값’이 오르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윤 전 총장을 ‘차기 대선에서 당선 확률이 높은 인물’로 낙점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것이 성사되면 당선이 강력한 대선주자가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어떻게 정치 행보를 이을지 예측을 못하겠다”며 “그러나 국민의힘과 함께하기에는 당 정체성에 대해 께름칙할 것이기에 당에서 이를 정리해줄까 하는 고민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 해결책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사법적 차원이고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정치 행위라, 이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