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캠프’ 윤석열 군단의 엔드게임

“제3지대 야인들 헤쳐모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이 뜨고 있다. 여론은 뜨겁다. 단숨에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에서 1위 자리로 복귀했다. 자의든 타의든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20대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현재 시점의 선두주자가 과거 대선에서 높은 확률로 대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여야는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김종인?
안철수?

정치권 내에서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내부에서는 4·7 보궐선거 이후 윤 전 총장의 의사를 타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원내에선 검찰 출신 현역 의원들(권영세·유상범·정점식) 등이 윤 전 총장과 개인적인 인연을 갖고 있다. 원외에선 20대 총선에 출마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검 등이 조언 그룹으로 지목된다.

윤 전 총장의 합류는 국민의힘이 ‘파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윤 전 총장의 지지기반은 반문(반문재인)인 동시에 보수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으로 분석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반드시 섭렵해야 하는 지지층이다. 


당내에서는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까지 흘러나온다. 그의 지지율이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민심을 증명한 데다, 지지층 확장의 효과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을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대선 후보로 호평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윤 전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영은 하지만 영입할 단계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당’ 전략으로 보인다.

서초동 떠난 칼잡이 바로 여의도로?
정치권 잇단 ‘러브콜’ 그의 선택은?

그도 그럴 것이,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당내 대권 주자들의 입지가 더 줄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질 경우 반등을 노리던 보수 잠룡들이 대선 등판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이후 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 개편이 이뤄진다면, 당의 입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을 동력 삼아 제3지대에서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합류하면 ‘기성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이 일 가능성이 높다. 내세울 만한 명분도 없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 전 검찰총장의 ‘입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당장 정치 일선에 뛰어들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눈길을 끈 것은 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김한길·정동영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연결고리다. 이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3지대에 있는 이들이 윤 전 총장을 구심점으로 삼아 ‘반문 텐트’를 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 전 총장은 사퇴하기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한길 전 대표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오래전부터 김 전 대표가 윤 전 총장의 물밑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전 대표와 일부 자문그룹이 윤 총장과 주기적으로 만나 사퇴 후 정치적 행보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여권 출신 
윤의 사람들

김 전 대표 역시 한 원로 인사에게 “윤 총장이 정치권에 등장한다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 전한 바 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대표의 인연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총장을 ‘스타’로 만든 그 자리다. 윤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수사에 외압이 있었음을 증언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큰 화제가 됐다. 

둘의 인연은 극적이다. 당시 윤 전 총장은 현직 검사였던 터라 그의 국감 출석 여부는 막판까지 불투명했다. 국감 전날 김 전 대표는 “국감에서(윤 전 총장의) 증언이 나오면 즉시 국감을 중단한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총력 투쟁하자”고 제안했다. 국감 이후 김 전 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윤 전 총장의 즉각적인 수사팀 복귀를 요구했다. 
 

▲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반문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반문 성향의 여권 정치인이다. 민주당에서 4선을 지냈으나 당내 친문(친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 세력과 갈등을 빚으며 지난 2016년 민주당을 탈당했다. 한때 ‘김한길계’로 불렸던 전직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배후가 김 전 대표라면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강경 보수 성향 인사를 제외한 여야의 반문 세력 결집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문 텐트
세력 결집

윤 전 총장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전 대표와의 인연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윤 전 총장이 신임 검찰총장이 된 후 정 전 대표를 찾아가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여주지청장 시절 검찰에 사표를 내려고 했으나, 정 전 대표의 만류가 있었기에 결국 수장이 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대한민국 검찰이 ‘파사현정(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검찰로 거듭날 계기를 맞았다. 최적의 수장을 맡았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오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대선을 위한 ‘야권 개편’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다른 야권 대선 주자를 압도하는 만큼, 그를 구심점으로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먼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해 서울시장직에 오르는 것이다. 이 경우 제3지대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연대’할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통합하는 형태로, 새로운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윤 전 총장의 입지는 제3지대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진보세력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 후보가 총대를 메고, 윤 전 총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보궐선거 기점
윤 중심 야권 개편?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는 어떨까. 여권의 승리로 중도 세력의 ‘허상’을 다시 증명하는 셈이다. 동시에 야권 전체가 한계를 보인 선거가 된다.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되더라도, 야권 자체가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이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을 ‘신기루’로 보는 시각도 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체’가 아닌 검찰개혁 국면에서 누린 ‘반사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과거 제3지대 후보처럼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 청와대 ⓒ고성준 기자

제3지대 후보는 대선의 단골손님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고건 전 국무총리, 2012년 대선 땐 안철수 후보, 2017년 대선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혜성처럼 나타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앞선 후보들과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대척점’에서 컸다는 상징성이 있다. 여권의 집요한 ‘때리기’로 키운 맷집이 있고, 권력 의지도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반문을 기치로 야권이 뭉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과거 제3지대 후보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현재 야권 재편의 중심에 있다는 평가에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강직한 ‘칼잡이’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아울러 외교·안보·경제·교육 등을 총망라한 그의 소신을 명확히 밝힐 필요도 있다. 

발광체?
신기루?

세력 결집 역시 윤 전 총장의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반기문 전 총장은 공무원인 외교관 출신 그룹을 핵심 참모로 기용하면서 정무적 판단에서 뒤처졌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이와 달리 ‘여의도 언어’를 알려줄 정치적 참모들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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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