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캠프’ 윤석열 군단의 엔드게임

“제3지대 야인들 헤쳐모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이 뜨고 있다. 여론은 뜨겁다. 단숨에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에서 1위 자리로 복귀했다. 자의든 타의든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20대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현재 시점의 선두주자가 과거 대선에서 높은 확률로 대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여야는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김종인?
안철수?

정치권 내에서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내부에서는 4·7 보궐선거 이후 윤 전 총장의 의사를 타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원내에선 검찰 출신 현역 의원들(권영세·유상범·정점식) 등이 윤 전 총장과 개인적인 인연을 갖고 있다. 원외에선 20대 총선에 출마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검 등이 조언 그룹으로 지목된다.

윤 전 총장의 합류는 국민의힘이 ‘파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윤 전 총장의 지지기반은 반문(반문재인)인 동시에 보수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으로 분석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반드시 섭렵해야 하는 지지층이다. 


당내에서는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까지 흘러나온다. 그의 지지율이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민심을 증명한 데다, 지지층 확장의 효과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을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대선 후보로 호평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윤 전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영은 하지만 영입할 단계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당’ 전략으로 보인다.

서초동 떠난 칼잡이 바로 여의도로?
정치권 잇단 ‘러브콜’ 그의 선택은?

그도 그럴 것이,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당내 대권 주자들의 입지가 더 줄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질 경우 반등을 노리던 보수 잠룡들이 대선 등판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이후 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 개편이 이뤄진다면, 당의 입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을 동력 삼아 제3지대에서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합류하면 ‘기성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이 일 가능성이 높다. 내세울 만한 명분도 없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 전 검찰총장의 ‘입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당장 정치 일선에 뛰어들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눈길을 끈 것은 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김한길·정동영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연결고리다. 이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3지대에 있는 이들이 윤 전 총장을 구심점으로 삼아 ‘반문 텐트’를 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 전 총장은 사퇴하기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한길 전 대표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오래전부터 김 전 대표가 윤 전 총장의 물밑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전 대표와 일부 자문그룹이 윤 총장과 주기적으로 만나 사퇴 후 정치적 행보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여권 출신 
윤의 사람들

김 전 대표 역시 한 원로 인사에게 “윤 총장이 정치권에 등장한다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 전한 바 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대표의 인연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총장을 ‘스타’로 만든 그 자리다. 윤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수사에 외압이 있었음을 증언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큰 화제가 됐다. 

둘의 인연은 극적이다. 당시 윤 전 총장은 현직 검사였던 터라 그의 국감 출석 여부는 막판까지 불투명했다. 국감 전날 김 전 대표는 “국감에서(윤 전 총장의) 증언이 나오면 즉시 국감을 중단한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총력 투쟁하자”고 제안했다. 국감 이후 김 전 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윤 전 총장의 즉각적인 수사팀 복귀를 요구했다. 
 

▲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반문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반문 성향의 여권 정치인이다. 민주당에서 4선을 지냈으나 당내 친문(친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 세력과 갈등을 빚으며 지난 2016년 민주당을 탈당했다. 한때 ‘김한길계’로 불렸던 전직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배후가 김 전 대표라면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강경 보수 성향 인사를 제외한 여야의 반문 세력 결집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문 텐트
세력 결집

윤 전 총장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전 대표와의 인연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윤 전 총장이 신임 검찰총장이 된 후 정 전 대표를 찾아가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여주지청장 시절 검찰에 사표를 내려고 했으나, 정 전 대표의 만류가 있었기에 결국 수장이 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대한민국 검찰이 ‘파사현정(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검찰로 거듭날 계기를 맞았다. 최적의 수장을 맡았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오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대선을 위한 ‘야권 개편’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다른 야권 대선 주자를 압도하는 만큼, 그를 구심점으로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먼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해 서울시장직에 오르는 것이다. 이 경우 제3지대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연대’할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통합하는 형태로, 새로운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윤 전 총장의 입지는 제3지대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진보세력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 후보가 총대를 메고, 윤 전 총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보궐선거 기점
윤 중심 야권 개편?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는 어떨까. 여권의 승리로 중도 세력의 ‘허상’을 다시 증명하는 셈이다. 동시에 야권 전체가 한계를 보인 선거가 된다.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되더라도, 야권 자체가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이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을 ‘신기루’로 보는 시각도 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체’가 아닌 검찰개혁 국면에서 누린 ‘반사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과거 제3지대 후보처럼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 청와대 ⓒ고성준 기자

제3지대 후보는 대선의 단골손님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고건 전 국무총리, 2012년 대선 땐 안철수 후보, 2017년 대선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혜성처럼 나타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앞선 후보들과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대척점’에서 컸다는 상징성이 있다. 여권의 집요한 ‘때리기’로 키운 맷집이 있고, 권력 의지도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반문을 기치로 야권이 뭉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과거 제3지대 후보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현재 야권 재편의 중심에 있다는 평가에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강직한 ‘칼잡이’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아울러 외교·안보·경제·교육 등을 총망라한 그의 소신을 명확히 밝힐 필요도 있다. 

발광체?
신기루?

세력 결집 역시 윤 전 총장의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반기문 전 총장은 공무원인 외교관 출신 그룹을 핵심 참모로 기용하면서 정무적 판단에서 뒤처졌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이와 달리 ‘여의도 언어’를 알려줄 정치적 참모들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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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