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전쟁’ 김종인-윤여준의 윤석열 쟁탈전

‘칼잡이’를 잡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야권의 쟁탈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을 이끌만한 ‘킹메이커’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손꼽히는 ‘킹메이커’다. 이들은 정치권에 몸담은 세월만 40년이다. 두 사람은 YS(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다른 길을 걸으며, 여야 할 것 없이 각종 선거판을 이끌었다.

고공행진 
우량주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에 참여해 경제민주화 정책 등을 주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진두지휘한 공도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를 이끌며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윤 전 장관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이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선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를, 2012년엔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에서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도왔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제3지대를 구축한 점은 그의 큰 치적으로 꼽힌다.

그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당시 국민의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신생 정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과거 정치권의 새 인물과 의기투합해 돕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2년 안 대표가 정치판에 입문할 당시 두 ‘책사’는 멘토로 나섰지만 이는 잠시에 그쳤다. 최근 이들은 안 대표에게 야박한 점수를 주고 있다.

중도·개혁 성향은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장관의 공통점이다. 21대 대선은 그 어떤 선거보다 중도 민심이 결과를 가를 전망이다. 이들이 대선 정국서 킹메이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실제 두 인물은 새로운 세력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나리오에는 대세의 중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이대로 대선의 시계가 흐른다면, 결국 윤 전 총장을 잡는 이가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두 책사 역시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호평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상승세에 일조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윤 전 장관 역시 윤 전 총장을 내년 대선에서 당선 확률이 가장 높은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것이 성사되면 당선 확률이 강력한 대선 주자가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잠룡 선두’ 윤 매개로 부는 새바람
파평 윤씨 윤여준 ‘역할론’ 부상

다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전 총장은 과거 박영수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을 역임하며 국민의힘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을 몰락시켰다. 보수정당의 대권 주자로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야권 지형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갖고 출마하면 대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의 세력에 합류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과거 여러 차례 “제3지대는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한국 정치 역사상 3지대론을 갖고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새로운 세력과 제3지대와 다르다”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예를 제시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새 정치 세력을 형성해서 대선 출마하고 당선된 후, 전통적인 두 정당이 무너지고 마크롱 대통령의 앙 마르슈가 다수 정당이 되는 형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킹메이커 역할을 원하고 있다. 만약 신당에 준하는 정치 세력을 만들어지면 국민의힘을 흡수할 심산으로 읽힌다.

윤 전 장관의 역할론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윤 전 장관 역시 차기 대권 주자들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집안 어른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올해 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40년 책사
힘겨루기

윤 전 총장의 고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이냐, 윤여준이냐, 둘 다 함께할 것이냐다. 하지만 둘과 함께 동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두 개의 태양’을 모두 선택하긴 부담스럽다는 판단이다.

또 둘과 손을 잡을 경우 ‘낡은 세력’의 규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1940년생, 윤 전 장관은 1939년생이다. 또 두 책사의 역할도 겹친다. 윤 전 총장의 피로감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이 윤 전 장관과의 만남을 후순위로 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장관을 접촉할 경우 윤 전 총장이 가지는 타격이 크기 때문인데 둘은 파평 윤씨 종친 사이다. “파평 윤씨가 다 해먹는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정치인 테마주 중 ‘파평 윤씨 테마주’는 연일 상한가다. 정치 테마주는 투기의 꽃으로 불린다. 윤 전 총장의 대권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올 때면 파평 윤씨가 오너인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에게 김 전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큰 공로가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선거 전략과 중도보수의 이미지가 ‘천군만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국민의힘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전국단위 선거 4연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국민의힘은 당의 꼰대 정당 이미지를 버리고, 2030 중도층의 표심을 잡았다. 여기에는 김 전 위원장의 중도 끌어안기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외에도 김 전 위원장은 안 전 대표와의 단일화 싸움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를 승리로 이끌었다. 윤 전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이 노련하게 안철수의 미숙함을 발판으로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공시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일각에선 최근 김 전 위원장의 플랜이 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잠행이 계속되자, 다른 대권주자를 지원하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위원장이 ‘별의 순간’으로 지목했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김 전 위원장이 그렸던 여러 시나리오도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플랜B 가나 
엇갈린 시선

그러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외에 김 전 부총리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부총리가 임기 후반 정부 여당과 각을 세웠던 점도 윤 전 총장이 가진 반문(반문재인) 이미지와 겹친다.

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도하는 신당 창당에 김 전 위원장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둘은 과거부터 돈독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안철수 대표의 참전이다. 안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에게 “도와드릴 수도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과거 제3지대에서 ‘안풍’을 일으켜며 대권에 나섰던 그의 이력을 어필한 셈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게 “나처럼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연출, 주연, 조연, 어떤 역할이든 맡겨진 역할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쟁탈전에 진전이 없자, 안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안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이 ‘태풍의 눈’ 될 수 있다는 정치권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안 전 대표는 두 킹메이커와 ‘애증’의 관계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오래된 앙금은 유명하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저격한 바 있다.

윤 전 장관 역시 윤석열 현상은 과거 안철수 현상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는 국민들이 정치인으로 보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이 정치하는 자리는 아니나 현실정치에 휘말렸다”며 “총장으로 있으면서 법치와 헌법정신, 국민 상식 등을 이야기했는데 메시지 내용과 타이밍을 볼 때 정치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윤 노인당 이미지 부담
견제·러브콜 쇄도…어디로?

일각에서는 콧대 높은 두 책사보다 안 전 대표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는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을 도우며 ‘진정한 승자’라는 호평을 얻어냈다. 제1야당이 가진 조직력과 자본력으로 입당을 압박하는 국민의힘과도 다르다.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윤 전 총장 이외에는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가 없다.

지난달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잠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최근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추세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4~25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대선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7.2%, 이 지사는 40.0%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현재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 전 총장은 대권 준비를 위해 서초동 자택에서 다양한 분야의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잠행이 길어지면서 윤 전 총장과 보수 세력의 악연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의 공개 사과가 발단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인 김 의원은 “소위 적폐 수사를 현장 지휘할 때 ‘친검무죄, 반검유죄’ 측면이 전혀 없었는가”라며 윤 전 총장에게 고해성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의 공개 사과 요구는 윤 전 총장을 영입하려는 야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칼잡이’였던 윤 전 총장이 굵직한 시국 사건을 맡으면서 보수 진영에 큰 타격을 준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보수층 일부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크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지향점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반문(반 문재인)의 상징으로 ‘공정’과 ‘정의’의 시대정신을 잡았다는 점에서 그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참전
최대 변수로 

이 같은 흐름 속에 윤 전 총장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직을 걸었던, 가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윤석열 총장님을 기억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총장님의 가치와 철학으로 당당하게 증명해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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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