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전쟁’ 김종인-윤여준의 윤석열 쟁탈전

‘칼잡이’를 잡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야권의 쟁탈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을 이끌만한 ‘킹메이커’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손꼽히는 ‘킹메이커’다. 이들은 정치권에 몸담은 세월만 40년이다. 두 사람은 YS(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다른 길을 걸으며, 여야 할 것 없이 각종 선거판을 이끌었다.

고공행진 
우량주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에 참여해 경제민주화 정책 등을 주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진두지휘한 공도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를 이끌며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윤 전 장관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이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선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를, 2012년엔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에서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도왔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제3지대를 구축한 점은 그의 큰 치적으로 꼽힌다.

그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당시 국민의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신생 정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과거 정치권의 새 인물과 의기투합해 돕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2년 안 대표가 정치판에 입문할 당시 두 ‘책사’는 멘토로 나섰지만 이는 잠시에 그쳤다. 최근 이들은 안 대표에게 야박한 점수를 주고 있다.

중도·개혁 성향은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장관의 공통점이다. 21대 대선은 그 어떤 선거보다 중도 민심이 결과를 가를 전망이다. 이들이 대선 정국서 킹메이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실제 두 인물은 새로운 세력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나리오에는 대세의 중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이대로 대선의 시계가 흐른다면, 결국 윤 전 총장을 잡는 이가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두 책사 역시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호평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상승세에 일조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윤 전 장관 역시 윤 전 총장을 내년 대선에서 당선 확률이 가장 높은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것이 성사되면 당선 확률이 강력한 대선 주자가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잠룡 선두’ 윤 매개로 부는 새바람
파평 윤씨 윤여준 ‘역할론’ 부상

다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전 총장은 과거 박영수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을 역임하며 국민의힘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을 몰락시켰다. 보수정당의 대권 주자로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야권 지형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갖고 출마하면 대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의 세력에 합류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과거 여러 차례 “제3지대는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한국 정치 역사상 3지대론을 갖고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새로운 세력과 제3지대와 다르다”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예를 제시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새 정치 세력을 형성해서 대선 출마하고 당선된 후, 전통적인 두 정당이 무너지고 마크롱 대통령의 앙 마르슈가 다수 정당이 되는 형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킹메이커 역할을 원하고 있다. 만약 신당에 준하는 정치 세력을 만들어지면 국민의힘을 흡수할 심산으로 읽힌다.

윤 전 장관의 역할론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윤 전 장관 역시 차기 대권 주자들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집안 어른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올해 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40년 책사
힘겨루기

윤 전 총장의 고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이냐, 윤여준이냐, 둘 다 함께할 것이냐다. 하지만 둘과 함께 동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두 개의 태양’을 모두 선택하긴 부담스럽다는 판단이다.

또 둘과 손을 잡을 경우 ‘낡은 세력’의 규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1940년생, 윤 전 장관은 1939년생이다. 또 두 책사의 역할도 겹친다. 윤 전 총장의 피로감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이 윤 전 장관과의 만남을 후순위로 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장관을 접촉할 경우 윤 전 총장이 가지는 타격이 크기 때문인데 둘은 파평 윤씨 종친 사이다. “파평 윤씨가 다 해먹는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정치인 테마주 중 ‘파평 윤씨 테마주’는 연일 상한가다. 정치 테마주는 투기의 꽃으로 불린다. 윤 전 총장의 대권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올 때면 파평 윤씨가 오너인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에게 김 전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큰 공로가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선거 전략과 중도보수의 이미지가 ‘천군만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국민의힘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전국단위 선거 4연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국민의힘은 당의 꼰대 정당 이미지를 버리고, 2030 중도층의 표심을 잡았다. 여기에는 김 전 위원장의 중도 끌어안기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외에도 김 전 위원장은 안 전 대표와의 단일화 싸움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를 승리로 이끌었다. 윤 전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이 노련하게 안철수의 미숙함을 발판으로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공시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일각에선 최근 김 전 위원장의 플랜이 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잠행이 계속되자, 다른 대권주자를 지원하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위원장이 ‘별의 순간’으로 지목했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김 전 위원장이 그렸던 여러 시나리오도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플랜B 가나 
엇갈린 시선

그러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외에 김 전 부총리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부총리가 임기 후반 정부 여당과 각을 세웠던 점도 윤 전 총장이 가진 반문(반문재인) 이미지와 겹친다.

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도하는 신당 창당에 김 전 위원장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둘은 과거부터 돈독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안철수 대표의 참전이다. 안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에게 “도와드릴 수도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과거 제3지대에서 ‘안풍’을 일으켜며 대권에 나섰던 그의 이력을 어필한 셈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게 “나처럼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연출, 주연, 조연, 어떤 역할이든 맡겨진 역할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쟁탈전에 진전이 없자, 안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안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이 ‘태풍의 눈’ 될 수 있다는 정치권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안 전 대표는 두 킹메이커와 ‘애증’의 관계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오래된 앙금은 유명하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저격한 바 있다.

윤 전 장관 역시 윤석열 현상은 과거 안철수 현상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는 국민들이 정치인으로 보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이 정치하는 자리는 아니나 현실정치에 휘말렸다”며 “총장으로 있으면서 법치와 헌법정신, 국민 상식 등을 이야기했는데 메시지 내용과 타이밍을 볼 때 정치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윤 노인당 이미지 부담
견제·러브콜 쇄도…어디로?

일각에서는 콧대 높은 두 책사보다 안 전 대표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는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을 도우며 ‘진정한 승자’라는 호평을 얻어냈다. 제1야당이 가진 조직력과 자본력으로 입당을 압박하는 국민의힘과도 다르다.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윤 전 총장 이외에는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가 없다.

지난달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잠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최근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추세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4~25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대선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7.2%, 이 지사는 40.0%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현재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 전 총장은 대권 준비를 위해 서초동 자택에서 다양한 분야의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잠행이 길어지면서 윤 전 총장과 보수 세력의 악연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의 공개 사과가 발단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인 김 의원은 “소위 적폐 수사를 현장 지휘할 때 ‘친검무죄, 반검유죄’ 측면이 전혀 없었는가”라며 윤 전 총장에게 고해성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의 공개 사과 요구는 윤 전 총장을 영입하려는 야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칼잡이’였던 윤 전 총장이 굵직한 시국 사건을 맡으면서 보수 진영에 큰 타격을 준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보수층 일부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크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지향점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반문(반 문재인)의 상징으로 ‘공정’과 ‘정의’의 시대정신을 잡았다는 점에서 그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참전
최대 변수로 

이 같은 흐름 속에 윤 전 총장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직을 걸었던, 가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윤석열 총장님을 기억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총장님의 가치와 철학으로 당당하게 증명해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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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