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전쟁’ 김종인-윤여준의 윤석열 쟁탈전

‘칼잡이’를 잡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야권의 쟁탈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을 이끌만한 ‘킹메이커’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손꼽히는 ‘킹메이커’다. 이들은 정치권에 몸담은 세월만 40년이다. 두 사람은 YS(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다른 길을 걸으며, 여야 할 것 없이 각종 선거판을 이끌었다.

고공행진 
우량주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에 참여해 경제민주화 정책 등을 주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진두지휘한 공도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를 이끌며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윤 전 장관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이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선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를, 2012년엔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에서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도왔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제3지대를 구축한 점은 그의 큰 치적으로 꼽힌다.

그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당시 국민의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신생 정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과거 정치권의 새 인물과 의기투합해 돕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2년 안 대표가 정치판에 입문할 당시 두 ‘책사’는 멘토로 나섰지만 이는 잠시에 그쳤다. 최근 이들은 안 대표에게 야박한 점수를 주고 있다.

중도·개혁 성향은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장관의 공통점이다. 21대 대선은 그 어떤 선거보다 중도 민심이 결과를 가를 전망이다. 이들이 대선 정국서 킹메이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실제 두 인물은 새로운 세력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나리오에는 대세의 중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이대로 대선의 시계가 흐른다면, 결국 윤 전 총장을 잡는 이가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두 책사 역시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호평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상승세에 일조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윤 전 장관 역시 윤 전 총장을 내년 대선에서 당선 확률이 가장 높은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것이 성사되면 당선 확률이 강력한 대선 주자가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잠룡 선두’ 윤 매개로 부는 새바람
파평 윤씨 윤여준 ‘역할론’ 부상

다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전 총장은 과거 박영수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을 역임하며 국민의힘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을 몰락시켰다. 보수정당의 대권 주자로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야권 지형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갖고 출마하면 대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의 세력에 합류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과거 여러 차례 “제3지대는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한국 정치 역사상 3지대론을 갖고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새로운 세력과 제3지대와 다르다”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예를 제시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새 정치 세력을 형성해서 대선 출마하고 당선된 후, 전통적인 두 정당이 무너지고 마크롱 대통령의 앙 마르슈가 다수 정당이 되는 형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킹메이커 역할을 원하고 있다. 만약 신당에 준하는 정치 세력을 만들어지면 국민의힘을 흡수할 심산으로 읽힌다.

윤 전 장관의 역할론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윤 전 장관 역시 차기 대권 주자들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집안 어른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올해 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40년 책사
힘겨루기

윤 전 총장의 고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이냐, 윤여준이냐, 둘 다 함께할 것이냐다. 하지만 둘과 함께 동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두 개의 태양’을 모두 선택하긴 부담스럽다는 판단이다.

또 둘과 손을 잡을 경우 ‘낡은 세력’의 규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1940년생, 윤 전 장관은 1939년생이다. 또 두 책사의 역할도 겹친다. 윤 전 총장의 피로감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이 윤 전 장관과의 만남을 후순위로 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장관을 접촉할 경우 윤 전 총장이 가지는 타격이 크기 때문인데 둘은 파평 윤씨 종친 사이다. “파평 윤씨가 다 해먹는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정치인 테마주 중 ‘파평 윤씨 테마주’는 연일 상한가다. 정치 테마주는 투기의 꽃으로 불린다. 윤 전 총장의 대권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올 때면 파평 윤씨가 오너인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에게 김 전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큰 공로가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선거 전략과 중도보수의 이미지가 ‘천군만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국민의힘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전국단위 선거 4연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국민의힘은 당의 꼰대 정당 이미지를 버리고, 2030 중도층의 표심을 잡았다. 여기에는 김 전 위원장의 중도 끌어안기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외에도 김 전 위원장은 안 전 대표와의 단일화 싸움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를 승리로 이끌었다. 윤 전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이 노련하게 안철수의 미숙함을 발판으로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공시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일각에선 최근 김 전 위원장의 플랜이 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잠행이 계속되자, 다른 대권주자를 지원하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위원장이 ‘별의 순간’으로 지목했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김 전 위원장이 그렸던 여러 시나리오도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플랜B 가나 
엇갈린 시선

그러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외에 김 전 부총리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부총리가 임기 후반 정부 여당과 각을 세웠던 점도 윤 전 총장이 가진 반문(반문재인) 이미지와 겹친다.


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도하는 신당 창당에 김 전 위원장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둘은 과거부터 돈독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안철수 대표의 참전이다. 안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에게 “도와드릴 수도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과거 제3지대에서 ‘안풍’을 일으켜며 대권에 나섰던 그의 이력을 어필한 셈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게 “나처럼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연출, 주연, 조연, 어떤 역할이든 맡겨진 역할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쟁탈전에 진전이 없자, 안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안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이 ‘태풍의 눈’ 될 수 있다는 정치권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안 전 대표는 두 킹메이커와 ‘애증’의 관계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오래된 앙금은 유명하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저격한 바 있다.

윤 전 장관 역시 윤석열 현상은 과거 안철수 현상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는 국민들이 정치인으로 보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이 정치하는 자리는 아니나 현실정치에 휘말렸다”며 “총장으로 있으면서 법치와 헌법정신, 국민 상식 등을 이야기했는데 메시지 내용과 타이밍을 볼 때 정치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윤 노인당 이미지 부담
견제·러브콜 쇄도…어디로?

일각에서는 콧대 높은 두 책사보다 안 전 대표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는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을 도우며 ‘진정한 승자’라는 호평을 얻어냈다. 제1야당이 가진 조직력과 자본력으로 입당을 압박하는 국민의힘과도 다르다.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윤 전 총장 이외에는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가 없다.

지난달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잠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최근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추세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4~25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대선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7.2%, 이 지사는 40.0%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현재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 전 총장은 대권 준비를 위해 서초동 자택에서 다양한 분야의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잠행이 길어지면서 윤 전 총장과 보수 세력의 악연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의 공개 사과가 발단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인 김 의원은 “소위 적폐 수사를 현장 지휘할 때 ‘친검무죄, 반검유죄’ 측면이 전혀 없었는가”라며 윤 전 총장에게 고해성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의 공개 사과 요구는 윤 전 총장을 영입하려는 야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칼잡이’였던 윤 전 총장이 굵직한 시국 사건을 맡으면서 보수 진영에 큰 타격을 준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보수층 일부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크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지향점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반문(반 문재인)의 상징으로 ‘공정’과 ‘정의’의 시대정신을 잡았다는 점에서 그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참전
최대 변수로 

이 같은 흐름 속에 윤 전 총장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직을 걸었던, 가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윤석열 총장님을 기억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총장님의 가치와 철학으로 당당하게 증명해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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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